■ 기원.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기원전이란 말은 참으로 아득하다. 시간뿐 아니라 공간마저도 실체가 없는 미지다. 다만, 이 기원전 BC라는 단어에선 동양이 아닌 서양의 느낌을 받는다. 거기에 대해 다른 나라들보다 그리스와 로마가, 그 나라의 풍경이 떠올려진다. 문명의 발상지가 서양만 있던 것이 아님에도 이렇게 기원을 그리스로마로 만들어버린 건, 신의 이야기 그리스로마신화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그리스로마신화를 처음 접한 건 이야기 가득한 토마스 불핀치의 책이었다. 처음의 감흥이었는지 이후로 토마스 불핀치 것보다 재밌는 그리스로마신화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널리 알린 공로자가 토마스 불핀치였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어쨌든 무수한 판본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여러 종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접했다. 그림책, 만화책, 동화책 등등등.

  같은 이야기일텐데도 ‘원전’이란 말에 혹해 아폴로도로스의 책을 집었다. 이 원전이란 말이 그리스로마 신화의 단단한 뼈대일 테고 기원이겠지만 어쨌든 뭐가 다르랴 하면서. 하지만 결론은 달랐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원전’이라는 그 이름에 맞게 단단한 기원을 주는 느낌이었다. 형태에서 그것이 전해졌는데 성경식 형태와 같아 보였다. 또 신들의 탄생이나 자손들의 가계보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보통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야기’로 이어져 온다면 이것은 사건과 사실에 대한 설명이었다. 보다 간결한. 그래서 어쩜 이야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불친절하게 여겨질 것이다.

  기원전 2세기 경 사람이라는 아폴로도로스가 쓴 이 책은 ‘신’이 존재하는 듯이 역사서인 듯한 서술의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이야기가 생략됨이 없이 잘 전개되어 있다는 점도 이설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도 좋았다. 먼저 이 책을 읽고 참고하며 그리스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인의 의도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이 책은 그만큼 기원이며 원전이며 객관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저자 자신도 이 책의 목적이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다루기보다 그에 대한 ‘정리’라는 말에서 왜 이 책이 이렇게 서술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의도에 맞게 잘 쓰여진 책이다.

  저자가 만든 것인지 출판사가 정리한 것인지 신들의 가계도가 잘 정리되어 좋았다. 비슷한 이름이나 연대가 가물가물한 신들의 서열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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