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조셉 캠벨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Joseph Campbell, 이윤기 옮김 / 민음사, 1999



  이 책은 비교신화학자로 널리 알려진 조셉 캠벨의 신화와 관련된 초기 저서이다. 캠벨은 이 책의 저술 목적을 ‘종교와 신화의 형태로 가려져 있는 진리를 밝히되, 비근한 실례를 잇대어 비교함으로써 옛 뜻이 스스로 드러나게 하는 데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캠벨은 전세계 각 나라의 신화와 전설의 구조가 동일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여 이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한마디로 캠벨은 이를 신화의 원형이라 명명했으며 융과 심리학의 이론들을 인용하여 각 나라의 영웅전설을 분석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영웅이란 신화와 전설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도 인류의 무의식속에서 나타나는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영웅은 본질적으로 영웅을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그러한 영웅의 모험과정에서 통일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영웅은 출발→입문→귀환의 3단계를 거치며 영웅으로 변모한다.

  출발단계에서 영웅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던 중 모험에의 소명을 받고 이 소명을 거부하다가 초자연적인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첫 관문을 통과하여 성서의 요나처럼 어두컴컴한 고래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입문단계에서는 시련을 겪고 여신을 만나 도움을 받거나 영웅을 유혹하는, 즉 방해하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이런 시련을 통해 원만하지 못한 관계에 있던 아버지와 정신적 화해를 하게 되고 신격화의 경지에 이르거나 궁극의 공을 깨닫는 경지에 이른다. 귀환단계에서의 영웅은 귀환을 거부하고 그 세계에 머물러 있거나 그 세계를 어렵게 탈출하거나 외부로부터 구조되고 영웅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그리고는 다시 일상생활로 귀환하여 두 세계의 스승이 되어 삶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캠벨은 1부 영웅의 모험이란 제목 아래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2부는 우주발생적 순환으로서 다양한 형태의 영웅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각 나라의 신화, 전설, 민담을 찾아 영웅의 공통 요소를 추출하여 구조를 세우고 심리학적 이론을 토대로 하여 체계를 정립하면서 그가 찾아낸 사례들을 예화로 보여주는 형태로 글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한 예화가 더욱 방대한 분량으로 나타나 있다.


  "신화적 영웅의 길은, 부수적으로는 지상적(地上的)일지 모르나,

 근본적으로는 내적인 길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이것이다. 영웅이 모험을 떠나고 스펙타클한 여정을 겪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러나 그들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 실제적인 예화들보다 캠벨이 이들 이야기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하고 주장하는 부분에 마음이 간다.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들을 명료하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영웅은 참 부러워


만화의 주인공은 참 부러워

거인 나라, 요정 나라, 별나라 다 가보고

나도 가고 싶어, 나도 가고 싶어

우주의 왕자 히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아쿠아맨.....히맨.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봐왔던 영웅 만화는 노래 가사처럼 못하는 것이 없다. 못 가는 곳도 없이 심지어 초능력, 마술을 부려가며 그 존재를 보여준다. 세상에 수많은 만화영화 속의 영웅들이 이 세계를 구해주리라는 믿음에 익숙해져 영웅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한편 만화영화 속의 영웅은 이미 그 나라의 왕이나 왕자들이었다. 2014년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현실에서 영웅은 없다.....사회를 지키고 구원해야 할 창조적 영웅의 역할은 우리 모두에게 부여된다.

 이미 어린이들도 영웅의 모험에 익숙해져 있다. 만화영화 속의 영웅들 역시도 캠벨이 말하듯 영웅의 여정을 고스란히 겪는다. 이와 같이 익숙한 패턴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명확한 이론으로 각인시켜 흩트려진 이야기들을 정리해 주었다는 점에서 캠벨의 직관과 노력이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다. 특정한 나라의 신화 이야기는 분명 접하지 못할 이야기들일 것인데 이 책을 통해 그런 이야기들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영웅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복종(자기 극복)의 기술을 완성한 인간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복종인가?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수수께끼이며, 

영웅의 바탕되는 미덕과 역사적 행위가 풀었어야 하는 문제다.

오직 탄생(낡은 것의 새로운 태어남이 아닌, 새로운 것의 탄생)만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 죽음의 끈질긴 재현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영혼의 내부에, 

사회적인 무리의 내부에 끊임없는 <탄생의 재현(palingenesia)>

(우리가 갱생하지 않는다면 오래 잔존하게 되어 있다면)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갱생하지 않는다면 응보 천벌여신 Nemesis의 복수만이 

우리가 얻게 되는 승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며, 

파멸은 우리 미덕의 껍질부터 깰 것이기 때문이다.(P29)


영웅은 과거 개인적, 지방의 역사적 제약과 싸워 

이것을 보편적으로 타당하고 정상의 인간적인 형태로 환원시킬 수 있었던 

남자나 여자를 일컫는다. 그런 사람의 상상력과 이상과 영감은 태고적부터 

인간의 생명과 사상의 원천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영웅은, 현재의 붕괴되어 가는 사회나 정신에 대해서가 아니라 

사회재생의 심원한 원리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영웅은 현대인으로 죽었지만 영원한 인간(완전하게 되되, 특이하지 않은 우주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따라서 두 번째 엄숙한 과업과 행위는

(토인비가 주장하고, 인류의 모든 신화가 보여 주듯이)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재생의 삶에 대해 그가 배운 바를 가르쳐주는 것이다.(p33) 



   그러나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하는 토대를 심리학, 정신분석에서 가져와서 설명함으로써 이 책이 신화를 이야기하는가 정신분석을 이야기하는가 하는 생각이 약간은 들었다. 이미 정신분석은 인간의 외현적인 행동을 무의식의 작용으로 간주하여 끊임없이 무의식의 기저에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를 찾아낸다. 궁극적으로 캠벨이 말하는 영웅도 내면탐험이라는 점에서 결국 정신분석학적인 이야기를 길게 서술한 느낌도 없지 않다.

  몇 번을 읽으면 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읽혀지겠지만 번역의 문제로 봐야 할지 어색한 문체가 독해에 방해를 하는 점은 아쉬웠다. 또한 작가가 서술한 다른 신화 책에 비해서 이론의 흐름을 설명하는데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아마도 (오타의 향연과 함께 한) 1999년 출판을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 책이 작가의 처음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문장 하나 하나를 떠나서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이 책을 보자면 그 주제, 메시지는 확실히 전달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하나 더, 거의 모든 신화와 종교에서 나타나는 여성이미지가 폄하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영웅이야기에서 ‘여성’은 영웅이 아니라 영웅의 방해꾼으로 나타난다. 전세계 그 많은 나라에서 정말로 영웅의 여정을 따르는 ‘여성’은 없었던가? 유혹자로서의 여성 이야기도 좋다. 다양한 영웅의 분류에 ‘여성 영웅’이야기를 한꼭지 첨가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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