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호러장르를 무지 사랑하는지라 무서운 얘기를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최근에 해 본 얘기 중 가장 많은 비명을 들은 이야기라 여기 더위를 날려라~ 코너에 해드릴려고 합니다.
전에 호러만화에서 본 에피소드입니다.
허험, 시작합니다.
공동묘지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많은 무덤들은 이장을 했지만, 임자없는 무덤들은 그대로 묻혀버렸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습니다. 근데 그자리가 하필이면 A동 짝수층 엘리베이터라는 거였습니다.
어느날 날개군 (이렇게 해야지 감정이입이 더 잘되서 무섭답니다)은 친구가 사는 A동을 방문해서 그 애가 사는 12층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친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야, 너 우리집에 12시 넘어 올때는 조심해야되. 4층에서 빨간 구두에 하얀원피스, 그리고 긴 생머리 여자가 타면 그 여자가 아무리 무슨 질문을 해도 대답하면 안돼!"
"왜?"
"그여자는 귀신이라는데, 보지는 못하고 듣기만 한데."
'미친 자식'
그런데 날개군이 시계를 쳐다보고 12시가 좀 지났음을 확인한 순간, 띵하고 4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섰습니다.
문이 열.리.고.
친구의 말대로 빨간 구두에 하얀 원피스, 그리고 긴 생머리의 여자가 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지 예쁘게 생긴 큰 눈을 날개군의 바로 코 앞까지 댄 그녀는,
"여기 누구 있어요?
누구 있어요?
누구 있어요?
누구 있어요?
누구 있어요?"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날개군은 무서웠지만 꾸~욱 참고 아무말도 안하고 숨죽였습니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데 12층에서 띵하니 벨이 울리고 눈을 떠보니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휴~~~"
그.리.고.
몇달이 지났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오자 야심한 밤에 노트를 빌리러 친구의 집에 간 A군은
'이번에는 홀수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가 계단으로 가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홀수층 엘리베이터도 고장이고 1층 계단도 막아놓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된장!"
짝수층 엘리베이터를 어쩔 수 없이 탄 그는 4층에서 또 띵하니 벨이 울리자 또 눈을 감았습니다.
빨간 구두에 하얀 원피스, 그리고 긴 생머리의 여자가 또 타는 것이었습니다.
무지 예쁘게 생긴 큰 눈을 날개군의 바로 코 앞까지 댄 그녀는,
"여기 누구 있어요?
누구 있어요?
누구 있어요?
누구 있어요?
누구 있어요?"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무서운 이야기의 특징 중 하나는 이렇게 반복되는 시츄에이션을 통해 듣는 이를 방심케 하다가 왁!!!! 하고 놀래키는 재미 아니겠습니까?)
여하튼, 눈을 감은 날개군의 귀에 들린 소리는 '띵'하면서 엘리베이터가 서는 소리었습니다.
고. 장.
비상버튼을 누르고 싶었지만, 여자는 앞에 있어 말도 못하고....
그러는 순간,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기 엘리베이터 안에 누구 있습니까?"
"......"
"이상하다. 아까 누가 탄 거 같았는데.... 아니, 잘됬네. 천천히 고치면 되겠네"
속이 타들어 가는 날개군은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데, 또 어느 순간 그녀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기회다 싶어 그는 비상버튼을 누르고,
"저 여기 사람이 갇혔어요!"
하.는. 순.간.
위에서 두 팔이 내려와 그를 확 움켜지고는,
"잡았다!"
혹시나 이 이야기가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시신다면 다음 페이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