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은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川〕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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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5-1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림님의 `길` 이 떠오르네요
....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시는 마음 깊은곳에 있나봐요.. 잊고 있던 시인데.. 생각이 나네요

해밀 2015-05-22 16:50   좋아요 0 | URL
저도 나와같다면님 덕분에 좋은 시 한 편 알게되었습니다 :)

정말 시는 마음에 남나봐요. 시 한 편이 온전히 남지 않더라도,
어렴풋하게 기억나더라도 어디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