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 - 용자의 365 다이어트
이승희.TLX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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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 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를 읽고 있으면, 영화 ‘500일의 썸머포스터 속 문구가 생각났다.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던 문구.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해서, 다이어트에 관한 공감과 운동 동작을 책임지는 용자를 보고 있으면 저 문구가 절로 패러디 되어 떠오르곤 했다. ‘우리 모두는 용자와 다이어트한 적이 있다. 매년 다이어리를 사면 제일 먼저 써넣는 원대한 목표이자 내일부터라는 말이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그 이름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하다하다 일상이 되어버린 다이어터라면, 용자처럼 운동을 하다 얼굴이 못생겨지는 일이 허다하고 이런 저런 의성어를 발사하며 운동을 해나갔을 테니 말이다.

 

 

 

2. 다이어트에 관한 책인지 만화책인지 모를 정도로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이 책은, 운동 전후로 해야 하는 스트레칭과 몸의 균형을 잡는 운동을 알려주는 준비운동 단계 – 월별 집중 운동 부위에 대한 46가지 운동법 –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7월에 이 책을 읽게 됐으니 단순하게 7월에 담긴 운동법부터 공략했고, 3일차부터는 조금 앞서서 8월의 운동법과 지난 월의 운동법을 조금 섞어서 계획했다.


이를테면 7월의 다리 라인 만드는 운동과 11월의 셀룰라이트 없애는 운동에, 12월의 수건을 이용한 운동을 병행해서 3가지를 한 세트로 진행하고, 목 통증이 심한 날에는 4월의 자세 바로잡는 운동도 앞 뒤로 더해준다. 이렇게 내 체력을 감안하여 내 마음대로 계획을 짜고 운동을 하니 재미있었다. 

 

 

 

따라하다가 어렵거나 막히는 동작이 있으면 일찍이 팔로잉해둔 TLX PASS의 포스트에 들어가서 움짤로 동작을 익히고, 다시 따라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 설명이 저렇게 하라는 거였구나, 저기서는 저렇게 해야 되는 거였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달까. 포스트를 보면서 이걸 한데 모아서 책으로 보면 좋겠다 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보게 될 줄이야. 운동을 더 열심히 하라는 계시구나 싶었다.ㅎㅎ

 

 



단순히 집에서 하는 운동만 모은 책이었다면 제목에 '홈트'를 달고 나왔겠지만, 이 책은 용자에게 붙는 수식어처럼 어디까지나 '호모 피트니스쿠스'를 위한 책이다. 홈트는 물론이요 차 안에서 하는 운동이라던가 베개, 수건, 페트병, 휴지 등 소품을 활용한 생활밀착형 운동들도 함께 담겨 있어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책이다. 재밌게 보고 열심히 운동하게 만들었던 웹툰 '다이어터' 이후로 오랜만에, 그저 눈으로 하는 운동이 아닌 책을 읽다가 덮고 운동을 하고 그걸 반복하게 하는 책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고자 한다면, 용자를 운동 친구 삼아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입으로만 하는 다이어트와 이별하고, 나도 모르게 일상이 된 운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호모 피트니스쿠스로서 한 걸음 떼기 무섭게, 앉자마자 이건 안 되겠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느껴지고, 상 · 하체가 분리될 것 같은 생생한 감각이 동반하며, 할 수 있다! 와 때려쳐! 를 반복하는 운동의 나날일지라도 우리의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모름지기 운동은 누가 뭐래도 나를 위한 일이니까.



 

우리 인생에서 다이어트를 이루기 어려운 일이라기보다 무료한 일상을 살아내는 즐거운 이벤트라고 생각해 보자. 매달 특별한 이벤트를 기다리듯, 다이어트를 기다렸다 즐겁게 수행한다면 어느 순간 다이어트는 삶의 이벤트가 될 것이다.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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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디온 메이어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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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었다. 미국 배리상, 독일 추리문학상, 스웨덴 마르틴베크상, 프랑스 미스테르비평문학상, 영국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대거상 외 전 세계 19개 장르문학상을 석권한 스릴러 거장 디온 메이어의 작품이라는데, 추리소설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모든 것이 새로운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소설의 배경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것이 새로웠고, 내게 남아공을 떠올릴만한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지 새로운 걸 넘어 낯선 느낌이 강했다.

 

2. 남아공 경찰의 떠오르는 별이었으나, 2년 전 아내 라라를 잃은 뒤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비운의 형사 맷 주버트. 그는 새로 부임한 상사 바르트 드 비트가 정신 건강을 들먹이며 압박하는 통에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심리상담가 한나에게 점차 호감을 갖게 되지만, 해괴한 연쇄살인 사건을 맡게 된 바람에 데이트를 신청할 짬조차 나지 않는다.

 

해괴한 연쇄살인 사건의 첫 피해자는 성공한 CEO였다. 이어 주얼리 디자이너, 절름발이 실업자, 어부, 목사까지 계속해서 피해자가 발생하지만, 연쇄살인의 여섯 피해자에게서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건은 그렇게 미궁으로 빠지는 듯 했다.

 

3. 내 심장을 뛰게 하진 않았지만, 이국적 무대의 아프리칸 스릴러임은 분명했던 페닉스의 매력은 내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느꼈던 생경함이 아닐까 싶었다. 주인공 맷 주버트를 실의에 빠진 형사로 설정한 것 외에는 좀처럼 익숙한 게 없었다. 맷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질 때 인종차별이 심한 남아공의 사회상에 대해 검색해봤고, 맷의 상사 드비트가 당원으로 있었다던 ANC(아프리카민족회의)에 대해서도 검색해봤다. 소설이 아니고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영상에서 그려지는 공간적 배경이나 느껴지는 분위기를 보고 추측하며 봤을텐데, 소설은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검색으로 소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모니터 너머 텍스트를 통해 느껴지는 남아공의 분위기나 거리의 색감 같은 것이 어렴풋하게 느껴져서, 이 책을 끝까지 읽는데 만큼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4. 결말에 대한 내 생각을 조금 에둘러 말하자면 이렇다. 이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서, 나는 A 웹툰이 원작이었던 B 영화가 떠올랐다. 배경도 다르고, 방식도 조금 다르지만 어떤 지점이 B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각각의 작품에서 진범의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복습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라는 것.

 

 

5. 책이 세계를 투영하는 창이라면, 범죄 소설은 주로 도시와 나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과 뒷골목을 보여준다고 말한 디온 메이어. 이 소설과 위에 언급한 B 영화를 떠올리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드디어 진범을 마주하게 됐는데, 마냥 시원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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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1 굳이 [부사] : 고집을 부려 구태여


요새 내 책은 통 안 읽고 자꾸 도서관 책만 읽는 것 같아서 반납 때마다 대출을 자제해왔다. (자제해서 5권인게 함정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책을 반납하는데 문득, 뭐 하러 자제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 책을 안 읽는 것도 아닌데. 반대로 도서관 책을 안 읽는다고 해서 내 책을 읽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순전히 내가 좋아서 하는 독서인데, 굳이 스트레스 받을 필요 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2017 서울국제도서전’이 한 몫 했다. 관람 7년차인 올해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 했던 건 '서점의 시대'였다. 전국 곳곳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기분 좋은 시간. 그 중 나는 ‘미스터 버티고’라는 책방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지런히 진열된 책 한 권 한 권에는 띠지가 둘러 있었다. 신작이기도 하고 구매를 생각하고 있던 책이라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 소설 <오직 두 사람>에 제일 먼저 눈이 갔는데, 이 책의 띠지 속 문구는 이러했다.


'도서전 와서 손님 없어 베스트셀러나 좀 팔아 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으로 아직 읽지도 않은 책을 띠지로 만들었지만 믿고 보십시오 김영하잖아요'

내가 이 부스에 머물러서 띠지를 하나하나 읽게 만들었던 문제의 띠지였다.


손보미 작가님의 신작 소설 <디어 랄프 로렌>에는 '랄프 로렌이라니 무슨 개풀 뜯는 소리야 하다가 끝까지 읽게 되는… 어쩐지 무척 쓸쓸하지만 참 따뜻한 소설'이라는 띠지가, 코맥 맥카시의 소설 <로드>에는 '가능하면 술 마시며 볼 것을 권합니다 그래야 저처럼 무사히 끝을 볼 수 있습니다'라는 띠지가, 도나 타트의 소설 <황금 방울새>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만큼 절대 잊히지 않는 작품. 어쩐지 아델 노래와 닮았다'라는 띠지가 둘러 있었다. 재치 있는 글에 미소 짓기도 하고, 아직 읽지 않았음에도 어쩐지 고개를 끄덕 거리게 하는 문장들이 띠지에 담겨있었다.


읽은 책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데, 읽은 책에 대해 쓴 글을 보면 그 사람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진솔한 띠지 앞에서 내 책과 도서관 책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이토록 많은 책 가운데 굳이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들 가운데 한 권을 골라 읽고 싶었다. 덕분에 나는 대책 없이 너그러워졌다. 굳이 내 책, 도서관 책을 구분하지 않고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집에는 내 책을 두고, 도서관 책을 대출해오고 반납하고 다시 대출해오는 일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다. 무작정 손 가는대로 책을 읽다가 좋은 책을 만나기도 하고, 고집을 부려 구태여 읽고 싶은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토록 애쓰지 않아도 말이다.




덧붙이는 글_

본래 3장 분량의 글이었다. 까딱하면 글을 날려 먹을까 싶어서 복사를 해둔다는 것이, 그만 복사하다가 날려먹은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썼다. 으하하 (눈물) 어떤 문단은 통으로 까먹고, 어떤 문단은 기적 같이 기억을 되살려서 다시 썼는데 글의 흐름과 맞지 않아 퇴고하면서 삭제했다. 담백하니 한 장으로 정리된 건 좋은데, 날아간 글에서 유독 반짝였던 한 줄이 손 끝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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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이 그중 딱 한 감독의 영화 속으로 직접 입장할 기회를 주겠으니 고르라고 한다면 내 선택은 아마 링클레이터일 것이다. 거기 포함되는 순간 내 삶이 더 복되고 나아질 거라는 잇속 궁리 때문이다. <슬래커>(1991)와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 '비포' 시리즈와 <보이후드>를 보며 내가 느낀 떨림의 일부는 분명 저 따스하고 현명한 소우주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링클레이터가 나를 찍어준다면 '삶'이라는 한 음절을 온전히 이루지 못하고 흩어지기만 하는 시간이 총체성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어지러운 난반사의 소용돌이가 멈추고 내 인생이 타인의 삶과 어떻게 기대어 힘을 주고받으며 스스로를 조각해가고 있는지 해명되지 않을까? 타르코프스키가 쓴 대로다. 우리가 예술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삶이 불완전해서다.


­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p.283

 

 


 

 

 

필사로 불태운 금요일 밤. 세번째 다시 써서 완성한 글.

타르코프스키가 쓴 대로 우리가 예술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삶이 불완전해서고,

나는 이 책을 계속 필요로 할 것 같아서 결국 책을 구매했더랬다. 

 

 

 

요건 포스터 생각나서 함께 찍어본 사진.

피카츄는 필압때문에 노트 모서리가 떠서 누름용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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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리스트의 힘 - 100번의 계획보다 강력한
가오위안 지음, 최정숙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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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돌아보면 모든 시작은 리스트였다. 그때그때 손 가는 노트에 썼던 여행 계획, 스터디 플래너에 썼던 공부 계획, 매년 새 다이어리에 제일 먼저 써넣는 일년 계획, 늘 손에 붙어있는 수첩에 쓰는 포스팅 계획 등등. 뭐든 손으로 쓰는 걸 좋아해서 시도 때도 없이 리스트를 썼지만 너무 익숙했던 탓일까, 리스트의 힘에 대해서 자세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적당히 계획했고, 적당히 실감했던 지난 날 나의 리스트. 비단 지난 날 뿐만 아니라 지금의 리스트를 보완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 하루 한 장 리스트의 힘을 읽었다. 책이 책이니 만큼, 이 책을 읽는 중에 썼던 내 리스트를 예로 들어 먼저 이야기 해본다.

 

 

혹시 당신의 컴퓨터 모니터 가장자리에 메모지가 잔뜩 붙어 있거나 책상 위에 서류가 어지럽게 쌓여 있어서 펜을 찾기가 어려운가? 아니면 책상 아래에 있는 전선과 콘센트 때문에 발을 뻗기가 불편한가? 만일 그렇다면 사장과 동료는 당신을 게으름뱅이에다가 비효율적인 사람으로 판단할 것이다. 나 역시 직원들의 사고 능력과 업무 효율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사무 환경을 본다. (p.153)

 

 

이 책을 읽고 제일 먼저 실천으로 옮겼던 건 바로 사무실 정리였다.

이 구절을 읽고 누군가 내 자리를 보고 업무 효율을 판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던 것도 있지만,

나를 위한 업무 환경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에 사무실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자리 위치가 바뀌었는데, 그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가구 배치가

내 자세를 오랜 시간 불편하게 만드는 배치였고 그로 인해 업무 효율을 갉아먹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 환경은 잠재의식 속에서 우리의 사고 효율에 영향을 준다. 어수선한 환경은 우리를 피곤하게 하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반대로 정돈된 환경은 우리가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게 한다. 당신의 사무실이 엉망진창이라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업무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 계획을 세워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다. (p.154)



책상 아래를 정리하고 서랍을 이동하고. 리스트에 기록한 그대로 아직 컴퓨터 선은 정리하지 못했다.

책에서는 모니터에 있는 메모지를 다 떼어 내고 바탕화면에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전자 일정 알림을 만들어 사용하라는데,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디지털하지 못한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 좋다.

메모하는 방식을 수정하고, 지난 메모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함께 리스트에 추가.

연필꽂이는 제일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리스트에 오래 머물러 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 연필꽂이부터 정리해야지.

 

 

 

 

누구나 자기 집을 정리해서 말끔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나는 학창 시절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학생이었다. 기숙사의 내 방 곳곳에는 벗어 놓은 옷과 낡은 잡지, 바람 빠진 농구공과 종이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물건이 많았다. 한 선배는 내 방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방을 좀 정리해 봐. 환경이 정돈되면 네 마음도 정돈될 거야."

이는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문제다. 물론 당시에는 그 말의 중요성을 간파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 무렵 취업 준비를 하면서, 생각할 것도 필요한 것도 많아지면서 일상을 '정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불필요한 물건 리스트를 만들었다. (p.301)


이번엔 집 안 정리다. 챕터9 '가정 리스트로 행복을 찾아라'에서

집 안 정리에 관한 이야기의 제목을 리스트에 써 넣었다.

저자는 불필요한 물건 리스트로, 왼쪽에는 품목을 적고 오른쪽에는 상태 및 현황을 적었다.


안 읽는 책 20여권 - 다른 사람에게 주기

소형 녹음기 한 개 - 버튼이 고장 났음


나는 이 방식보다는 불필요한 물건-기승전버리기 리스트로 만들기로 했다.

오래 입지 않은 청바지, 마찬가지로 오래 쓰지 않은 화장품을 제일 먼저 버리기로 했고

계륵 같았던 뽁뽁이도 정량만 남기고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써 넣으면서도 버리면 다 버리지 정량만 남기는 건 뭐야 싶었지만,

아래 써넣은 책 정리와 연관이 있어서였다.

박스에 책을 담을 때 완충재 역할을 하기에 뽁뽁이만한 게 없다.

더 이상 읽지 않는 만화책을 판매할 때 뽁뽁이를 쓰면

내 방의 계륵 둘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며칠 전 '책을 판다는 건지 산다는 건지'라는 글을 썼는데,

이번 책 정리는 부디 과거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는 정리가 되었으면 한다.

 

 

이건 어떤 리스트라고 분류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일상 리스트에 넣기로 했다.

사실 독서 리스트는 다이어리에 따로 쓰는데 그건 1년 단위로 기록하는 리스트라 반납이 언제까지이고,

이 책은 읽고, 이 책은 아직 읽지 못했으며 독서기록일지는 작성했는지에 대한 깨알같은 기록들을 담는 리스트는 아니다.

2-3권이야 얼마든지 다이어리에 작성할 수 있지만 5-10권 단위는 기록하기도 버겁고

심지어 대출-반납일이 제각각이라 종종 이렇게 도서관 책을 정리하곤 한다.


메모는 그때그때 다른데, 읽은 책을 표시할 때도 있고 반납하거나 구매했다고 표시할 때도 있다.

독서기록일지를 작성했는지까지 확인하면 좋겠지만...

제일 큰 목적은 '반납일 잊지 않기'여서 그런지, 반납일을 끝으로 버려진다.

이 책을 읽고나니 단순히 반납일을 잊지 않기 위한 리스트로 그치지 않고,

도서관 책을 좀 더 계획적으로 읽는 리스트로 보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책 리스트에 시간 기록 리스트를 결합시켜서 A 책을 하루에 몇분 읽었는지 기록하여

A 책을 읽는데 걸리는 속도를 파악해서 완독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또, A 책과 연관된 책을 리스트에 메모해두었다가 다음 방문시 B 책을 찾아보거나 대출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찾아 볼 수도 있고 음악을 찾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책 리스트는 좀 더 큰 공간에 기록해서, 확장된 리스트를 써 볼 생각이다.

 

 

위 리스트는 내멋대로 리스트다. 일일 할일이 되는가 하면, 주간 할일이 되기도 한다.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것과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할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게 되서 자주 쓴다.

서평 마감일처럼 정말 중요한 일도 있고, 하지 않아도 전혀 무관한 일(좋아하는 일일 때가 많다)도 종종 써넣는다.

중요한 일을 해치우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고

중요한 일-중요한 일이 이어질 때 휴식이 되는 일을 함으로써 기분을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휴대 전화를 만지작거린다든지 TV를 보는 등 무언가 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잠들기 전 무엇을 하느냐가 다음 날 우리 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편안하게 휴식에 빠져들 수 있는 행위를 해야 잠에 집중할 수 있고, 숙면을 취해야 다음 날을 좋은 컨디션으로 맞이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리스트에 강제적인 규칙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테면 전날 30분 늦게 잤으면 오늘 밤에는 한 시간 일찍 잠든다는 식으로 말이다. (p.333)



휴식이 되는 일이 아니라, 진짜 휴식을 강제적인 규칙으로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구절이다.

돌아보니 그저 할 일, 할 일, 할 일만 써 넣었지 한 번도 휴식을 넣어본 적은 없었다.

일을 하면서 휴식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강제적인 규칙을 마련할 정도로 온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하루 단위 할 일 리스트여도, 미루는 법 없이 잘 지키기 위해서는

리스트가 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이를테면, 도서관 책을 반납하면서 또 다시 대출해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도서관 대출증과 스마트폰(모바일 회원증)을 챙겨가지 않는 방법이 있다.

여행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여행 전체 사진>몇일차 사진>특정 관광지 사진으로

사진의 범위를 좁혀서 정리하는 방법이 있다.  

 



이 책에서는 리스트란 무엇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주로 이야기한 생활 리스트 뿐만 아니라

꿈, 업무, 시간, 감정, 관계 등 분야별로 어떻게 적용할지도 설명해주는 책이다.


에필로그 제목은 '리스트 습관이 당신의 10년 후를 바꾼다'고 하는데,

10년 후를 바꾼다는 건 다시 말해 10일 후의 나를 바꾸고, 10개월 후의 나를 바꾼다는 뜻이다.

체감하는 변화가 있는가 하면 체감하지 못하는 변화도 있다.

어떤 변화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쌓여서 어느날 오롯이 힘을 발휘한다.


지금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멈춰있지만 애정을 가지고 포스팅하는 '주간 해밀' 역시 리스트가 시작이었던 걸 생각하면

나는 이 책의 에필로그 마지막 구절이 그저 막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도구'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인생의 목표로 품었던 꿈을 이룰 수 있고 당신 삶은 한층 더 나아질 것이다.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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