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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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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노 씨가 말해주었다.
애초 빗방울이란 허공을 떨어져내리고 있을 뿐이니 사람들이 빗소리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빗소리라기보다는 빗방울에 얻어맞은 물질의 소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런 물질에도 닿지 못하는 빗방울이란 하염없이 떨어져내릴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세요, 야노 씨는 말했다. 허공을 낙하하고 있을 뿐인 빗방울들을 생각해보세요.
우주처럼 무한한 공간을 끝도 없이 낙하할 뿐인 빗방울을.
(중략)
하지만 야노 씨, 우주 같은 공간이라면 중력이랄 것도 없으므로 물방울은 물방울로 떠돌아다닐 뿐 빗방울이 되어 어디론가 떨어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서 반박해보기도 했으나 마찬가지로 무서웠다. 끝도 없다는 부분이 아무래도 무서웠다.-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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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구판절판


루돌프 사슴에 영감을 받았다고 그는 말한다.
그거 되게 이상한 노랜 거 아냐?
그래?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만일 내가 봤다면.
그래 그거. 가엾을 정도로 왕따를 당하다가 감투를 쓰고 나니 사랑받게 되었다는 얘기.
그런 얘기냐.
남들하고 다르다고 놀림을 당하고 외톨이로 지냈잖아. 그러다가 싼타한테 뽑힌 거잖아. 싼타의 썰매에 묶여 한자리 차지하게 된 거지. 그러고 나니 사랑받게 되었다는 이야기 아니야? 루돌프 코는 그전에도 빨갰는데 이제 그 코가 뭔가 쓸모 있다는 것을 보여주니까, 비로소 사랑받는 빨간 코가 되었다는 거지. 게다가 길이길이 기억되기까지. 치사한 노래다.
그래.
너 내가 나중에 꼭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뭔데.
감투를 쓸 거다.
뭐하려고.
다른 모든 사슴들한테 니들은 다 멍청이 같다고 말해줄 거야.
그런 말 하는 데 감투까지 쓸 필요가 있냐.
필요하지. 필요해. 왜 필요하냐면, 그냥 코가 빨간색일 뿐인 사슴의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루돌프여야지. 한자리하는 루돌프. 다들 그래야 들어줄걸.
그럼 해라.
그래 할 거다.
꼭, 하고 덧붙이며 고미는 드라이버늘 쥐고 낡은 녹음기에 달린 나사를 돌린다.-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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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품절


3.몰입
미치는 것이다. 한동안 모든 신경과 세포를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꼭 근사한 것에 미칠 필요는 없다. '세상 모든 책의 첫 문장 살피기'나 '세상 모든 영화의 마지막 대사 살피기' 같은 엉뚱한 일에 미쳐도 좋다. 미친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이다. 제정신일 때보다 훨씬 큰 희열과 훨씬 묵직한 결과를 손에 쥐게 된다.-77쪽

왜 안녕에는 두 가지 뜻이 있을까?
만나서 반갑다는 안녕. 이제 그만 만나자는 안녕. 안녕의 반대말은 안녕이다. 모든 만남은 안녕으로 시작해서 안녕으로 끝난다. 끝도 시작처럼 하라는 뜻이다. 설렘이 사라졌다 해도 실례는 하지 말라는 뜻이다.-43쪽

기다림이 만남을 만든다. 하지만 아무 대책 없이 손 놓고 기다린다면, 하루 하루 손만 꼽고 기다린다면 만남의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기다림은 멈춰 서 있는 시간이 아니라, 만남 쪽으로 자꾸 다가가려는 노력을 더해야 하는 시간이다. 당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그 무엇을 만나려면 당신도 그 무엇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119쪽

생각대로, 기대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이다.

빈틈없는 계획을 세우고 출발한다 해도 그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여행이다. 그러니 너무 꼼꼼하게 출발시각과 도착시각, 출발장소와 도착장소를 챙길 필요는 없다. 예정된 역에 내리지 않아도 좋다. 정해진 숙소에 머물지 않아도 좋다. 기차를 놓치면 또 어떤가. 놓치면 놓친 대로 또 다른 즐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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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품절


영화 <만추>에서 죽도록 사랑했던 과거의 연인도, 늘 함께했던 가족도 아닌,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난 낯선 남자가 사랑하고 싶은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은 바로 시계를 선물하는 것이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영원히 만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당신의 상처 입은 시간을 이제 나를 향한 기다림으로 채워달라는 부탁처럼 느껴지는 그 낡은 시계. 항상 그늘졌던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햇살을 듬뿍 머금은 해바라기처럼 밝은 미소로 그득했다.
이렇듯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기다림만으로 추락 일보 직전의 절망적인 삶은 구원되기도 한다. 시계를 선물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선물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 모든 시간을 당신께 드리고 싶다는 무언의 고백과도 같으니까.-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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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포 더 무비 - 고단한 어른아이를 위한 영화 같은 위로
신지혜 지음 / 시드페이퍼 / 2012년 3월
품절


사랑할 때는 버려야 한다. 이것저것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잘 버려야 한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고, 이상한 것들도 가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포기하고 받아들이거나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한 줌 주우려면 손에 있는 것을 버려야 한다.
더 좋은 것을 갖고 싶으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사랑은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그렇게 내 것을 더 챙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그저 잘 버리는 것이다. 아깝지만 움켜져 온 것들을
과감하게 버릴 때 빈손으로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180쪽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어하지만, 저마다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다르기 때문에 기억 역시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146쪽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법을 갖는다는 것이다.
-207쪽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 법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할 때, 함께 성장해 가는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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