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리스트의 힘 - 100번의 계획보다 강력한
가오위안 지음, 최정숙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돌아보면 모든 시작은 리스트였다. 그때그때 손 가는 노트에 썼던 여행 계획, 스터디 플래너에 썼던 공부 계획, 매년 새 다이어리에 제일 먼저 써넣는 일년 계획, 늘 손에 붙어있는 수첩에 쓰는 포스팅 계획 등등. 뭐든 손으로 쓰는 걸 좋아해서 시도 때도 없이 리스트를 썼지만 너무 익숙했던 탓일까, 리스트의 힘에 대해서 자세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적당히 계획했고, 적당히 실감했던 지난 날 나의 리스트. 비단 지난 날 뿐만 아니라 지금의 리스트를 보완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 하루 한 장 리스트의 힘을 읽었다. 책이 책이니 만큼, 이 책을 읽는 중에 썼던 내 리스트를 예로 들어 먼저 이야기 해본다.

 

 

혹시 당신의 컴퓨터 모니터 가장자리에 메모지가 잔뜩 붙어 있거나 책상 위에 서류가 어지럽게 쌓여 있어서 펜을 찾기가 어려운가? 아니면 책상 아래에 있는 전선과 콘센트 때문에 발을 뻗기가 불편한가? 만일 그렇다면 사장과 동료는 당신을 게으름뱅이에다가 비효율적인 사람으로 판단할 것이다. 나 역시 직원들의 사고 능력과 업무 효율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사무 환경을 본다. (p.153)

 

 

이 책을 읽고 제일 먼저 실천으로 옮겼던 건 바로 사무실 정리였다.

이 구절을 읽고 누군가 내 자리를 보고 업무 효율을 판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던 것도 있지만,

나를 위한 업무 환경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에 사무실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자리 위치가 바뀌었는데, 그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가구 배치가

내 자세를 오랜 시간 불편하게 만드는 배치였고 그로 인해 업무 효율을 갉아먹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 환경은 잠재의식 속에서 우리의 사고 효율에 영향을 준다. 어수선한 환경은 우리를 피곤하게 하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반대로 정돈된 환경은 우리가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게 한다. 당신의 사무실이 엉망진창이라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업무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 계획을 세워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다. (p.154)



책상 아래를 정리하고 서랍을 이동하고. 리스트에 기록한 그대로 아직 컴퓨터 선은 정리하지 못했다.

책에서는 모니터에 있는 메모지를 다 떼어 내고 바탕화면에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전자 일정 알림을 만들어 사용하라는데,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디지털하지 못한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 좋다.

메모하는 방식을 수정하고, 지난 메모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함께 리스트에 추가.

연필꽂이는 제일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리스트에 오래 머물러 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 연필꽂이부터 정리해야지.

 

 

 

 

누구나 자기 집을 정리해서 말끔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나는 학창 시절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학생이었다. 기숙사의 내 방 곳곳에는 벗어 놓은 옷과 낡은 잡지, 바람 빠진 농구공과 종이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물건이 많았다. 한 선배는 내 방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방을 좀 정리해 봐. 환경이 정돈되면 네 마음도 정돈될 거야."

이는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문제다. 물론 당시에는 그 말의 중요성을 간파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 무렵 취업 준비를 하면서, 생각할 것도 필요한 것도 많아지면서 일상을 '정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불필요한 물건 리스트를 만들었다. (p.301)


이번엔 집 안 정리다. 챕터9 '가정 리스트로 행복을 찾아라'에서

집 안 정리에 관한 이야기의 제목을 리스트에 써 넣었다.

저자는 불필요한 물건 리스트로, 왼쪽에는 품목을 적고 오른쪽에는 상태 및 현황을 적었다.


안 읽는 책 20여권 - 다른 사람에게 주기

소형 녹음기 한 개 - 버튼이 고장 났음


나는 이 방식보다는 불필요한 물건-기승전버리기 리스트로 만들기로 했다.

오래 입지 않은 청바지, 마찬가지로 오래 쓰지 않은 화장품을 제일 먼저 버리기로 했고

계륵 같았던 뽁뽁이도 정량만 남기고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써 넣으면서도 버리면 다 버리지 정량만 남기는 건 뭐야 싶었지만,

아래 써넣은 책 정리와 연관이 있어서였다.

박스에 책을 담을 때 완충재 역할을 하기에 뽁뽁이만한 게 없다.

더 이상 읽지 않는 만화책을 판매할 때 뽁뽁이를 쓰면

내 방의 계륵 둘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며칠 전 '책을 판다는 건지 산다는 건지'라는 글을 썼는데,

이번 책 정리는 부디 과거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는 정리가 되었으면 한다.

 

 

이건 어떤 리스트라고 분류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일상 리스트에 넣기로 했다.

사실 독서 리스트는 다이어리에 따로 쓰는데 그건 1년 단위로 기록하는 리스트라 반납이 언제까지이고,

이 책은 읽고, 이 책은 아직 읽지 못했으며 독서기록일지는 작성했는지에 대한 깨알같은 기록들을 담는 리스트는 아니다.

2-3권이야 얼마든지 다이어리에 작성할 수 있지만 5-10권 단위는 기록하기도 버겁고

심지어 대출-반납일이 제각각이라 종종 이렇게 도서관 책을 정리하곤 한다.


메모는 그때그때 다른데, 읽은 책을 표시할 때도 있고 반납하거나 구매했다고 표시할 때도 있다.

독서기록일지를 작성했는지까지 확인하면 좋겠지만...

제일 큰 목적은 '반납일 잊지 않기'여서 그런지, 반납일을 끝으로 버려진다.

이 책을 읽고나니 단순히 반납일을 잊지 않기 위한 리스트로 그치지 않고,

도서관 책을 좀 더 계획적으로 읽는 리스트로 보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책 리스트에 시간 기록 리스트를 결합시켜서 A 책을 하루에 몇분 읽었는지 기록하여

A 책을 읽는데 걸리는 속도를 파악해서 완독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또, A 책과 연관된 책을 리스트에 메모해두었다가 다음 방문시 B 책을 찾아보거나 대출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찾아 볼 수도 있고 음악을 찾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책 리스트는 좀 더 큰 공간에 기록해서, 확장된 리스트를 써 볼 생각이다.

 

 

위 리스트는 내멋대로 리스트다. 일일 할일이 되는가 하면, 주간 할일이 되기도 한다.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것과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할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게 되서 자주 쓴다.

서평 마감일처럼 정말 중요한 일도 있고, 하지 않아도 전혀 무관한 일(좋아하는 일일 때가 많다)도 종종 써넣는다.

중요한 일을 해치우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고

중요한 일-중요한 일이 이어질 때 휴식이 되는 일을 함으로써 기분을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휴대 전화를 만지작거린다든지 TV를 보는 등 무언가 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잠들기 전 무엇을 하느냐가 다음 날 우리 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편안하게 휴식에 빠져들 수 있는 행위를 해야 잠에 집중할 수 있고, 숙면을 취해야 다음 날을 좋은 컨디션으로 맞이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리스트에 강제적인 규칙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테면 전날 30분 늦게 잤으면 오늘 밤에는 한 시간 일찍 잠든다는 식으로 말이다. (p.333)



휴식이 되는 일이 아니라, 진짜 휴식을 강제적인 규칙으로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구절이다.

돌아보니 그저 할 일, 할 일, 할 일만 써 넣었지 한 번도 휴식을 넣어본 적은 없었다.

일을 하면서 휴식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강제적인 규칙을 마련할 정도로 온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하루 단위 할 일 리스트여도, 미루는 법 없이 잘 지키기 위해서는

리스트가 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이를테면, 도서관 책을 반납하면서 또 다시 대출해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도서관 대출증과 스마트폰(모바일 회원증)을 챙겨가지 않는 방법이 있다.

여행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여행 전체 사진>몇일차 사진>특정 관광지 사진으로

사진의 범위를 좁혀서 정리하는 방법이 있다.  

 



이 책에서는 리스트란 무엇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주로 이야기한 생활 리스트 뿐만 아니라

꿈, 업무, 시간, 감정, 관계 등 분야별로 어떻게 적용할지도 설명해주는 책이다.


에필로그 제목은 '리스트 습관이 당신의 10년 후를 바꾼다'고 하는데,

10년 후를 바꾼다는 건 다시 말해 10일 후의 나를 바꾸고, 10개월 후의 나를 바꾼다는 뜻이다.

체감하는 변화가 있는가 하면 체감하지 못하는 변화도 있다.

어떤 변화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쌓여서 어느날 오롯이 힘을 발휘한다.


지금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멈춰있지만 애정을 가지고 포스팅하는 '주간 해밀' 역시 리스트가 시작이었던 걸 생각하면

나는 이 책의 에필로그 마지막 구절이 그저 막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도구'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인생의 목표로 품었던 꿈을 이룰 수 있고 당신 삶은 한층 더 나아질 것이다.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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