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저는 진달래로 안녕

 

 

올 봄은 짧았다. 벚꽃과 목련이 함께 지는 봄이라니.

벚꽃이 아직 피어 있는데 라일락이 만개한 봄이라니...

이런 봄도 나름 아름다웠다. 늦고, 짧아, 많이 아쉽긴 했지만.

 

 

여기저기, 없는 시간 내서 참 많이 걸어다니던 중 만난 진/달/래

 

잎이 있으면 철쭉이고, 없으면 진달래라는 명쾌한 구분법 알려주신 이름님께 감사를 :)

가지에 달려 있는 여리여리한 꽃들이 예뻐 찍었고

진달래인가... 철쭉인가.... 하고 있었는데,

 

내 너가 진달래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구나

지난 수요일 1/4차를 내고 남산 공원에 산책하러 가서 만났던 진달래.

 

 

 

저 멀리 피어 있는 분홍빛 꽃들이 어찌나 곱던지..

 

 

근데 알고보면 얘들은 또 내가 몰랐던 다른 꽃 아냐? ㅎ

 

카메라의 색감은 좀 더 고왔었는데, 리사이징하면서 색이 좀 진하게 보정된듯해서

살짝 아쉬움이 남네 :)

 

아 나도 집에서 시집 좀 뒤적여보고 올릴 걸, 싶었지만

사실, '진달래' 하면 언제나 이 장면이 생각납니다.

 

 

" 여보? "
" ... "
" 나 명년 봄까지 살 수 있을는지…. 산에 진달래가 필 텐데 말이에요. "
" ... "
" 그 꽃 따 화전을 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당신께, 당신께, 싶어요, 싶어요, 싶어요, 싶어요."

 

여자의 목소리는 진달래꽃 이파리가 되고, 꽃송이가 되고 계속하여 울리면서 진달래의 구름이 되고, 진달래의 안개가 되고, 숲이 되고, 무덤이 되고, 붉은 빗줄기, 붉은 눈송이, 붉은 구름 바다, 그 속을 자신이 걷고 있다는 환각 속에 환이는 쓰러졌다. 꿈 속에서 울었다. 꿈 속에서 가슴을 쳤다. 여자를 부르고 달려가고 울부짖고, 여자가 죽어 이별한 뒤 환이는 줄곧 꿈 속에서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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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流男兒 2012-04-2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차라. 반차조차 없는 우리 회사 ㅠㅠ

웽스북스 2012-04-24 12:57   좋아요 0 | URL
깨알같이 쪼개서 쓰고있어요. ㅎㅎ 1/4차 있는 회사는 거의 없더라고요.

다락방 2012-04-2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토지의 저부분 올릴까 하다가 시를 올렸는데! 진달래 하면 저 부분 생각하는건 저 뿐만이 아니군요! 꺅 >.<

웽스북스 2012-04-24 23:02   좋아요 0 | URL
네네 진달래하면 이제 김소월보다 저 장면이 더 먼저 생각나요

그런데, 김소월도, 가만가만 생각해보면, 아, 너무 슬픔.

레와 2012-04-2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봄봄봄.. 좋다 좋아! ^^

웽스북스 2012-04-24 23:02   좋아요 0 | URL
뿌잉뿌잉. 레와님도 꽃사진 내놔요.

moonnight 2012-04-2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_+
덕분에 봄을 느끼고 갑니다. 좋아요. ^^

웽스북스 2012-04-24 23:02   좋아요 0 | URL
으힛. 좋아해주시니 감사 +_+

사과나무 2012-04-2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뜯어서 먹고 아무 이상 없으면 진달래
침이 질질 나오고 어지럽고 졸리면 철쭉

웽스북스 2012-04-24 23:03   좋아요 0 | URL
이 나무 참 무섭습니다. ㅋㅋ

... 2012-04-2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무에 피는 모든 꽃이 좋아요. 그 중에 최고는 벚꽃.
진달래/철쭉 구별법은 이름님땜에 알게 됬는데, 위에 사과나무님 댓글 ㅎㅎ 어쩜 좋아....

웽스북스 2012-04-24 23:04   좋아요 0 | URL
이름님이 여러 사람에게 좋은 일 하셨어요,
저는 벚꽃보다 목련을 좋아하고,
배꽃도 좋아해요. 배꽃은 꽃도 꽃이지만, 나무의 형태와 꽃이 달린 모양, 그것이 모여 있는 장면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실은 대부분의 꽃들은 이름을 몰라요. 엉엉.

비로그인 2012-04-24 23:06   좋아요 0 | URL
오옷 웬디양님 실시간이에요.. 전 배꽃도 잘 못알아봐요. 엉엉

웽스북스 2012-04-24 23:10   좋아요 0 | URL
꽃 따놓고 이게 배꽃이니? 하면 모를텐데,
배는 나무가 진짜 특이하게 생겼어요.

실은 저도, 학교 근처에 배나무 밭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떄 유심히 보고,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닌 것 같아요.

달사르 2012-04-24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진달래는 역시 산에서 피어야 제 맛이네요. 사진만 봐도 시원~
시골촌년도 진달래와 철쭉 구분 못합니당. ^^

웽스북스 2012-04-24 23:06   좋아요 0 | URL
그죠. 아. 저 사진, 실은 사람들이 예쁘다고 생각 안해줄 줄 알았는데,
제 눈에만 예쁜 건 아니었네요.

그나저나, 양상국 말투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꽃만 보면 이름 다 아는 줄 알아?
나도 진달래랑 철쭉 헷갈려~~~

제가 서울에 살아서 모르는 게 아니라, 그만큼 무심했던게지요.
갑자기 꽃에 대한 책을 좀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비로그인 2012-04-24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잎이 없군요. 사과나무님의 구별법이 더 유쾌합니다만~~
전 라일락도 좋아요. 벚꽃이 지고 허전할 때 위로해 주듯 살포시 피는.. 그런데 요즘은 라일락이 별로 없지요?

웽스북스 2012-04-24 23:0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긴 하지만. 입에서 침흘리긴 싫어요 ㅠㅠ

라일락은 저도 어디있는지 잘 몰라서... 서울은 벚꽃 피는 곳들은 많은데 라일락은 딱히 어디다! 하는 데가 없어서... 그래서 일부러 몇군데 알아놨어요. 시청옆 프레스센터 라일락.. 그리고 숙대 입구에 있는 어느 골목에 라일락 나무 있는 곳이 있는데, 여기는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고, 걷다보면 나오겠거니... ㅎㅎ 둘다 향기로 먼저 라일락을 인지했던 곳들이에요. 바람에 날려오는 라일락 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