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잘 놀고 안양 집으로 와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고모네 얘기를 들었다.
새벽 강풍, 그러니까 나는 세상 모르고 쿨쿨 자고 있었던 시간에 곤파스에 나무가 쓰러져 전신주를 건드렸는데 그게 합선이 되서 고모와 고모부의 사업장의 물류창고에 큰 화재가 발생했단다. 다행히 사무실은 좀 떨어져 있어서 화재의 영향을 입지는 않았지만, 규모가 적지 않은 물류창고라, 들어 놓은 2억 5천만원 화재보험으로는 택도 없다니, 나로서는 그 손해의 규모를 짐작할 수가 없다.
아는 바도 없고, 도와줄 수 있는 바도 없고, 자료를 좀 찾아보니, 저 화재보험 말고는 방법이 없지 싶고. 난감한 노릇이다. 정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답답하니, 고모와 고모부는 또 어떤 심정일까 싶다. 일반 손해보험도 천재지변은 면책,이던데 국가에서 이런 보상이 나올까 싶고, 거래처들은 이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도, 태풍이 그렇게 남일 같더니. 또 이렇게 마음이 달라진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동물인 것 같다. 아니. 적어도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