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친구녀석이 결혼을 했다. 워낙 예쁜 친구들끼리 하는 결혼이라, 나도 축하하는 마음 가득 담아 그 자리에 참석했고, 의외로 생각지도 못했던 동기 녀석들도 많이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신랑되는 친구는 꽤 오랜 시간동안 암투병을 하면서 탄탄해졌고, 신부는 그 시간을 묵묵히 함께 기다리고 견뎌주었던 터라,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참 여러모로 묘한 마음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시간. 부모님께 말할 수 없어, 함께 숨겨주고 조심해주던 때부터 시간이 흘러흘러 벌써 여기까지 왔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신랑과 신부가 울먹울먹하며 서로의 부모님께 쓴 편지를 읽을 땐 같이 코끝이 찡해지고, 그러다가 말을 더듬거나 하며 멋쩍게 미소지을 땐 또 같이 깔깔거리고, 뭐 그러다가 온 것 같다. 두명 모두, 진심으로, 너무 예뻤다.
축가를 불러준 친구는 꽤 친한 친구였는지, 축하를 부르다가 결국은 눈물이 터져 노래를 끝까지 잇지 못했다. 나는 나중에 결혼식을 하게 되면 축가는 꼭 별로 안친한 사람을 시켜야겠다, 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러고보니, 나는 축가를 불러줄 사람이 이미 정해져있구나 ㅋㅋ 축가를 불러줄 친구는 나와 정말 친한 아이인데, 오늘 이 이야기를 하니 자기는 절대 안울테니 꼭 자기를 시키란다.) 결혼식은 전문예식장에서 그냥 후딱 20분만에 해치우겠다던 K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 때는 말도 안된다며 의미있는 시간을 그렇게 기계적으로 해치울 수는 없다고 말했었는데, 아무래도, 의미고 뭐고, 나도 그냥, 그럴까보다. 그냥 후딱 하고, 맛있는 밥이나 대접해야겠다는 쪽으로 자꾸만 마음이 가네.
2
도덕적 명분은 물론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 하나만을 보다 보면 자신안의 이율배반, 모순, 심지어는 폭력성마저도, 잘 보이지 않게 마련이고, 혹은 그것이 보인다 하더라도, 묵인되기 일쑤이다. 전자와 후자중 더 위험한 것은 어쩌면 후자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쉽게 판단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검열하고 검열하고 또 검열하는 사람들이, 그리하여 미적미적거리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진심으로 좋다.
3
정리하지 않으면 정리당할 것만 같아 두려운 2009년의 끝자락이다. 성실히 메모하지 못한 터라, 올해는 뭐 나름 결산도 못하겠고, 그저 올해의 인물을 누구를 뽑을까, 하며 마음 속에서 치열하게 결승전을 치르고 있는 중인데, 아무래도 모르겠다. 그냥 보내는 듯, 마는 듯, 정리당하면 당하지 뭐, 하는 심정으로 2009년을 슬쩍 지나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