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직장은 초기에는 신용카드에 찍힌대로 차비를 지급해서 필요가 없었고, 이후에는 지급액이 정액으로 바뀌긴 했으나 종로를 너무 많이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 이동 구간이 명확지 않아 고민 고민 끝에 굳이 만들지 않았던 것이 있으니 그것은.
지하철 정기권이다.
처음에 지하철 정기권이 도입됐을 때는 서울 시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했고, 4호선의 경우 남태령에서 딱 끊기기 때문에 경기도민인 나로서는 쓸 의사가 별로 없었음에도 무한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 어느새부터인가 지하철 정기권역이 경기도로 확대되고, 회사의 차비 지급 정책이 바뀌면서부터 구매를 고려하며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드렸었다. 직장이 강남이지만, 강남의 정서와 도무지 맞지 않았던 나는 출근은 강남으로, 퇴근은 강북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아깝게 자꾸만 2구간을 써야 될 것 같은 상황이 예상되어 차마 구매할 수 없었던 지하철 정기권을, 결국 강북으로 직장을 옮기고서야 구매하게 됐다.
기본료를 내고도 400원이나 더 찍히는. 고스란히 계산한다면 60회에 78,000원인 것을 48,600원에 살 수 있다니. 와. 이건 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1) 60회나 지불해야 하는 게 좀 부당하다는 생각은 든다. 대부분의 직장이 주 5일인 경우가 많으니 40회를 기준으로 계산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뭐 지하철공사에서도 여러가지로 머리굴려보고 계산한 다음에 넣은 횟수이겠지만.
2) 게다가 카드값 2,500원은 다시 반납을 해도 환불이 안된단다. -_-
3) 코스 초과시 2회 삭감 역시 뭔가 손해보는 느낌, 강남에서는 이래서 못샀는데, 여기서는 왠만하면 초과할 일은 없겠다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나도 머리 굴려가며 48,600원에 2,500원까지 다 더해도 40회 기준 금액인 52,000원보다도 싸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단은 잘 한 구매라는 결론을 내린다. 강남으로 다닐 때에도 한달에 차비가 8만원 이상 나왔던 걸 생각하면, 아마 평소대로 나 다니는 거 고스란히 다 계산했으면 10만원 가까이 차비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재밌는 건 역무원 분들도 정확한 할인률을 잘 모른다. 이게 할인률 기준이 아니라 그냥 가격을 정했나보다. 음. 한 35프로 정도 될거에요. 라며 나는 두 명의 역무원에게 답을 들었는데, 단계별로 나누다보니 가격별로 할인이 좀 다르게 적용되나보다. 내가 산 정기권의 할인률은 집에서 계산해보니 카드 할인금액 100원을 포함한 원가 1400원 기준으로 무려 42.5% 정도였다. 우와. 생각보다 할인률이 높구나.
이제 문제는 남은 20회를 내가 과연 다 쓸 수 있을까,의 문제인데. 아무래도 정기권 다쓰기 놀이라도 해야겠다. 그래야 덜 억울하지. 응? 이제 서울을 좀 열심히 돌아다녀 봐야겠다. 그리고 무조건 지하철만 탈거다. 흐흐. (이건 마치 놀이동산에서 자유이용권 적용 안되는 것들은 절대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기분이랄까. 흑. 그러고보니 나 버스 좋아하는데.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