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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꽃놀이를 가신 팀장님이 드문드문 사진을 보내줬다. 빠른 벚꽃 소식 때문에 이번주가 마지막이었다는 진해 군항제는 만개한 벚꽃들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서울의 곳곳은 이제 막 꽃소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함께 모여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도 좋지만 (정말, 아름답지만) 내가 정말 어쩔 줄 모르게 좋아하는 장면은 의외의 곳에 피어있는 꽃들이다. 아. 너가 꽃나무였구나, 싶은. 평소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강남역 8번출구 가는 길 주차장 경비실 앞의 벚꽃 한그루. 매일 출근길에 보는 여관 앞 목련나무와 그 아래 개나리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보기 위해 들른 건조한 동네 압구정동에서 CGV 건물을 나선 순간 눈에 들어온 꽃나무들. 한달전쯤, 이대 캠퍼스에서 만났던 때이른 진달래, 홍대 카페 골목에서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을 때 홀로 빛나고 있던 밤목련. 뭐 그런 골목골목들이, 사실 자기도 꽤 괜찮은 존재였다고 자신을 드러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꽃들.
여전히 벚꽃과 매화가 좀 헛갈리지만, 그럼 어때. 예쁘면 그만이지. 게다가 실은 나는 목련을 좋아하는데. 하하. (혹시 목련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목련이 아닌, 그런 꽃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올해는 개나리가 왜이리도 좋은지. (그렇다고 벚꽃이 싫다는 건 아니다. 나는 공대앞 비전광장 외로운 바위 앞 벚꽃을 벌써 6년째 그리워하고 있다. 학교에 다른 벚꽃도 많아졌다고 하여, 나는 조금 기대가 되면서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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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취업에 대한 개념이 없어보이는 동생에게 내가 답답한 마음에 권한 것은 멘사시험이라도 좀 보는게 어떨까? 였다. 아무리 봐도, 뭐 토익이나 이런 건 변별력을 주기도 어려울 것 같고. 이 어려운 시기에, 뭐 그런 거라도 있으면 어떤 눈먼 기업이 혹하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이었고, 예상했던대로 녀석은 별 어려움 없이 붙었다.
어떻게 목사님이 아셨는지 -_- 교회에 소문이 났고 당연히 압박의 대상은 내가 된다. 선아. 너도 봐야되는 거 아냐? 같은 핏줄을 타고 났는데, 머리가 달라? (ㅜ_ㅜ) 어머. 그러게요. 저랑 H는 머리가 전혀 반대 방향으로 발달이 되서, 저는 딱 문과잖아요. 아. 그런데, 천재적임을 입증해줄 만한 시험이 없네. 아쉬워라.
그리고 속으로는 생각한다. 휴. 없기에 망정이지. ㅎㅎ 있었음 어쩔뻔했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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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은, 좀, 뻔뻔하게, 쉬기로 한 거였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들었던 노래들을 멜론이 들려주고 있었고, 전람회의 노래를 들으며 잠들기 시작해, 잠깐 깨어났을 때는 Swell Season의 노래가. 그리고 다시 완전 일어났을 때는 이소라의 노래가 들려왔다. 시계는 보지 않아 몇분이나 잤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딱 앨범 세개만큼의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좀 살 것 같다고 꼬물꼬물 일어나 이것저것 공부하고 정리하고. 어휴. 그러고나니 이제 월요일이다.
그러니까, 내일이, 월요일이지만,
최금숙과 점심시간에 산책하기로 한 날이니까,
회사에 가는 게 좀 좋기도 하달까. 하하.
아. 그리고 내일부터는 요가를 시작해볼까. 한다. 주 2회.
뭐, 이거라도 제대로 좀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
그리고, 아치님이, 식목일이라고, 민의 사진을 보내줬다.
이제 휴대폰 속에서 웃고 있는 깜찍한 옥찌민도 만날 수 있다
미소만으로도 선물이 될 수 있는 옥찌민은 참 행복한 아이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