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금 이 글은, 지금 현재까지의 시점에서의 내 생각. 얼마든 더 나은 생각의 방향을 제시해주시는 분들에 의해 바뀔 여지 충분하다는 거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이유는.
나도 명확하지 않아서이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가 있어서. 인권이라는 게 참 어려운 개념이란 생각이 드는데, 적어도 한가지 명확한 사실은, 니가 누구든, 얼마나 개새끼든, 인권이라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고 그것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범죄자 얼굴 공개로 일고 있는 논란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범죄자의 인권이기에 중요하지 않다, 라고 하는 건 일면 그럴듯한 말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 사회의 위험성이 이런 데서 출발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존중받지 않아도 되는 어떤 인권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가정.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인권들만 존중해야하는 게 인권의 개념이라면, 역사가 굳이 그것을 사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싸워 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그가 흉악한 범죄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의 인권은 존중받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히틀러에게도, 이명박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물론 비약이 될 수도 있다는 거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나는 그들의 사고 역시, 존중받지 않아도 되는 어떤 인권이 있다는 데에서, 혹은 인간의 기본권리보다 더 중요한 다른 가치를 위해 인권쯤은 언제든 희생 가능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더,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자면, 이 사람의 경우로 국한짓는다면, 도대체 얼굴을 공개한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얼굴도 못들고 다니게 하기 위해서? 어차피 향후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 아닌가. 사형 논의가 왔다갔다하는 시점이니 재발 역시 불가능한 그의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달라지는 건 무엇인가. 분노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독자들의 값싼 호기심을,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신문 팔아먹는 것 이외에, 도무지 어떠한 그럴듯한 이유도 나는 찾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