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M언니의 결혼이다
지난 1일, 언니의 결혼선물을 사고 언니와 작별인사를 하면서
이제 언니를 식장에서나 보겠구나 했는데

오후에 갑자기 전화가 왔다
잠깐 보고 싶다고


결혼식 전날의 신부를 만날 수 있는 영광이라니
맨발로 출근한 나는 버선이 없어 버선발로 뛰어나가지는 못했지만
버선처럼 희고 예쁜 카라 한송이를 얼른 포장해 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

중간에, 뭘 마시겠느냐는 언니의 전화에는 버럭 화를 내며
제가 살 거니까 무조건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기다려요,
뭘 마실지는 비밀이에요!!! 라고 응대하고
나는 얼른 꽃한송이를 들고 부리나케 커피집으로 달려갔다

언니의 마지막 아가씨로서의 오늘을 함께 보내서 영광이에요,
라고 말하며 나는 꽃을 건넸다
언젠가 언니가 카라를 좋아한다고 했던 것을 기억했다고 이야기하며



일찍 자야하는 언니에게 커피를 사줄 수가 없어,
찐한 아이스쪼꼬 한잔을 대접하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함께 이야기하는데
언니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실은 나 G언니가 가끔 휴가 내서 너 만나러 강남에 오고,
너가 이렇게 업무중에 잠깐 내려와서 커피마시는 거, 쫌 부러웠잖아
그래서, 나도 오늘 그거 꼭 해보고 싶어서 여기 온거야
이제 소원성취했다!

라며 G언니에게 전화해 자랑하는 깜찍함까지!
아아아, 언니 이렇게 귀여울수가

이렇게 귀여운 언니의 마지막 아가씨로서의 모습을
나는 눈과 마음에 꼭꼭 담아뒀다

언니의 소원 덕에 나도 한번의 기회가 더 있었으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의 결혼식에서 우는게 주특기인 나는
내일 언니의 결혼식에서 또 질질 우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이 들긴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전통혼례의 절차 때문에 어쩌면 울 마음의 짬도 없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흐흐, 언니 결혼식 전날 내가 왜 기분이 이상한지
(정작 언니는 쿨쿨 잘텐데)
아무래도 아까 신부가 먹고싶다던 커피를 대신 내가 마셨기 때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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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5-10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웬디양님 이렇게 귀여울수가

웽스북스 2008-05-10 23:33   좋아요 0 | URL
아이쿠 제이드님만 할려구요~ ^^

순오기 2008-05-10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살면서 정말 그런 평범한 것들을 해보고 싶어 미칠(?)것 같은 순간들이 있지요.
오늘 결혼하는 언니분 소원도 풀었으니 잘 사시겠네요~ 종종 소원이 발동해 웬디양님과 느긋하게 커피 즐길 수 있기를... ^^

웽스북스 2008-05-10 23:3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어떤 평범한 것들이 하고 싶으셨어요?
후후 언니는 잘 살거에요 아주 입이 찢어지더라고요

순오기 2008-05-11 05:08   좋아요 0 | URL
결혼식날 입 찢어지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에욧~~~ㅎㅎ
음, 나도 그 언니처럼 그렇게 갑자기 누군가 불러내 차마시고 수다 떨고 싶어서...광주살이 처음 할 때 미치거나 혹은 죽는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게 바로 타향살이구나! 절감했던 시절ㅠㅠ

웽스북스 2008-05-11 12:30   좋아요 0 | URL
지금 순오기님에게는
알라딘이 참 멋진 다방이지요? ^_^

hnine 2008-05-1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은 특기를 가지셨군요.
그런데 그 가슴 뭉클하면서 눈물이 핑도는, 그 심리를 저 자신도 이해가 잘 안되요. 왜일까요? ^^

웽스북스 2008-05-10 23:34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이 결혼에 이른 히스토리를 알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부모님께 인사할 때와 축가할 때가 제일 슬프던데

오늘 축가는 창이고 부모님 인사는 없어서
그냥 가슴만 좀 싸하다 말았어요 ㅎㅎ
신부는 또 마냥 신났는데 울 수도 없고 ㅋㅋ

무스탕 2008-05-1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언니분께서 웬디양님한테 전화하고 오고 싶었던건 다 이유가 있었군요 ^^
저라도 찾아가고 싶을것 같은 동생이세요~

웽스북스 2008-05-10 23:35   좋아요 0 | URL
아이쿠, 그렇지 않아요 무스탕님 ㅎㅎㅎ
헤헤 그냥 일탈을 잠시 함께 만끽하는 게 즐거운거죠 ^_^

시비돌이 2008-05-1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결혼은 청춘의 무덤이라고 생각해서 우시는건가요? ^^

웽스북스 2008-05-10 23:35   좋아요 0 | URL
결혼은 청춘의 하이라이트 아니고요? 막이런다 ㅋㅋㅋ

다락방 2008-05-1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내 결혼식에도 와줘야 해요. 꼭 와줘야 해요. 알았지요?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또 할지 안할지도 알 수 없으나.)

웽스북스 2008-05-10 23:35   좋아요 0 | URL
아이구 말이라고 하십니까 ^-^

에링 2008-05-1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찐한~ 아이스초코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어떡하고요~ ^^

웽스북스 2008-05-10 23:36   좋아요 0 | URL
아아 정말요?
언니가 그래서 1시에 잤구나

흐흐 에링님 첨뵙겠습니다

털짱 2008-05-1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결혼식에 우는 게 주특기라고 하시니... ㅋㅋㅋ 오해도 좀 받으셨겠군요.^^
웬디양, 귀여워요.ㅋㅋㅋ

웽스북스 2008-05-10 23:36   좋아요 0 | URL
으하하 털짱님의 귀여움을 받으니
좀 좋은걸요? ㅋㅋㅋㅋ

조용히 살짝 울고 티 안내서 오해 안받아요 흐흣

이매지 2008-05-1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웬디양님 회사 근처에서 불러내고 싶어요 ㅎㅎ
그치만 강남역까지 갈 일이 ㅎㅎㅎ
남의 결혼식에서도 우는데 주특기면
웬디양님 결혼식은 눈물바다가 될지도 ㅎㅎㅎ

웽스북스 2008-05-10 23:37   좋아요 0 | URL
올일 있으면 꼭 콜이에요
업무시간에는 30분 정도밖에 못나가있긴 하지만 ㅎㅎㅎ

제 결혼식이 눈물바다라니, 그건 원치 않아요
아, 역시 남의 결혼식에서 우는건 실례겠군요 ㅜㅜ

L.SHIN 2008-05-1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이 더 귀여워요~ ^^

웽스북스 2008-05-11 12:30   좋아요 0 | URL
으앗 갑자기 이런 이미지 ㅋㅋㅋ 적응 안돼요

Jade 2008-05-1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잘 쉬고 있어요? 아 전 한시간정도 자고 계속 못자고 있어요. 이젠 불면증이 이런식으로? ㅋㅋ 저한테 고백(?)하신거 완전 감동이었어요~ 므흣 오늘도 날씨가 좋아요! 푹 쉬시면서 좋은 하루 보내셔요~ ㅎㅎ

웽스북스 2008-05-12 15:00   좋아요 0 | URL
흐흐 제이드님도 잘 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