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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참 냉정하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나의 한마디가 달랐더라면 상황은 바뀔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미안한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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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이 움직인 주말이 또 있었을까 싶다. 워크샵 (강남-잠실-청평-양평-잠실) - 지하책방모임(종각) - K양과 H님 (종각 불라) - 가뿐하게 5시(새벽) 넘어까지 버티고 아침에 예배 잠깐 드리고, 다시 춘천으로, 휴휴, 그저께는 워크샵으로 3시간 자고, 어제는 30분쯤 잤나? 흠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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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샵은 A과장님의 장인장모께서 하시는 곳으로 다녀왔는데, 출발해서 나올 때까지 먹었던 모든 음식들이 맛있었다. 감동. 회도, 대하도, 조개도, 그리고 직접 해서 주신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정말 킹왕짱! J오라버니와 종종 갔던 양평의 칼국수집은 팀사람들과 함께 가니 느낌이 또 새롭더군. 잠실로 떨어져 과장님과 D대리님과 잠깐의 쇼핑(선글라스 드디어 지름 -_-v) 후 커피를 마시며 수다 모드를...! 사실 수다라봐야 거의 업무와 워크샵과 연관된 이야기들이었던지라, 나름은 업무의 연장이기도 하다. 앞으로가 매우 걱정이긴 하지만, '어떻게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요즘인지라 참 다행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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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데(불라)서 엠티해도 좋겠어요, 라는 H님의 말은 일주일만에 이루어지고 말았다. K는 오늘 후배와 예정에 없이 그 곳을 찾았고 H님은 그곳에서 홍차모임을 하다가 우연히 K를 만났다. 그래서 함께 와인을 마시다가 자타모두 전혀 인정할 수 없는 연예인(그러니까, 안예뻐서가 아니라 예뻐서 인정이 어려운 -_-)을 내가 닮았다는 H님의 말을 들은 K는 이 어이없는 소식을 나에게 전하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마침 내가 근처여서, 우리는 그곳에서 일주일만에 다시 만나, 밤샘을 이루었다. 아늑한 좌식 공간에서 30분간 잠도 잤다며 ㅎㅎ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모두에게 각자 다른 의미로 의미 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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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문학 기행은 단촐한 규모로 잘 다녀왔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단촐함 역시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예배 때문에 늦게 합류했기에 따로 춘천행기차를 끊어 타고 갔는데 혼자 경춘선에 오르는 일도 나름 매력적이더라는. 물론 급부족한 수면으로 계속 꾸벅꾸벅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산 그림자가 보이는 강을 지나지나 김유정역으로 향하던 마음은 참 새로웠다. 표를 끊고, 기차에 몸을 싣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참 어렵다. 김유정역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어떤 낯익은 아저씨가 온다. 누군가, 하고 보니 아앗! 김훈이잖아 ㅜㅜ 가서 물어보니 김연수도 왔었단다. 김애란도. 은희경도. 오정희도. 윤성희도. 전경린도. 나를 가장 아쉽게했던 건 역시 김연수. 승주나무님 카메라로 줌을 해 얼굴을 보며 오열했다 으으으으윽 ㅜㅜ
생각보다는 시시했던 점순이 선발대회도 보고, 닭갈비에 막국수도 먹고 왔다. 워낙 붙임성 좋으신 승주나무님 덕에 김유정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문학에 관한, 혹은 이 문학제에 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할 수 있었던 게 결국엔 많이 남는다. 이런 축제들도 경제적 가치로 치환될 수 있는 쪽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으니, 이런 문학제같은 경우는 거의 지원 없이 작은 규모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말이다. 이효석 문학제 역시 군 단위에서 인수한 뒤 메밀 축제로 변경됐다고 한다. 파급경제효과를 노린 일일테지만,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씁쓸한 우리의 마음도 부디 이해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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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과 떨어져 국철을 타고 오는데 심장 떨어질 뻔했다. 한 정거장 더 가서 자리가 나 나는 자리에 앉았고 누군가 내려 일행과 이야기를 열린 문으로 아직 안에 있는일행과 얘기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에 있는 양복 입은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더니 밖에 있는 사람을 주먹으로 쳐서 뒤쪽 공가중인 컨테이너에 부딪치게 하더니 폭력을 행사했다. 콰당 퍽퍽! 지하철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아저씨는 다시 유유히 닫히는 문 사이로 들어와 내 옆자리에 도로 앉았다. 난 그 옆자리에서 덜덜 떨면서 가방에서 아무것도 꺼내지도 못하고, 눈에 띄지 말아야지, 결심을 했다. 결국 아무 일 없겠지만... 그 공포라는 게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