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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이름 붙여놓고 뿌듯해했다. 호모 소비엔스라니, 하하하 진짜 뭐 같잖아 ㅋㅋ 소비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붙인 건데, 알아보니 호모 컨슈머스라는 말을 이미 쓰고 있더라. 그래도 호모 소비엔스가 더 와닿지 않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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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요 몇주간 대략 소비한 것들이 장난이 아니라는 자기반성이다. 내옷 (좀 여러번), 엄마옷, 내신발, 엄마신발, 게다가 화장품은 또 왜 똑 떨어졌는지, 그리구 파마도 했다매? 심지어 알라딘 최근 3개월 구매금액은 이미 플래티넘의 하한선을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이게 다 중고샵 때문이다. (핑계는) 물론 막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샀다. 빚내서 소비하지는 않는 게 모토. 하지만 그래서 다 일시불로 끊어버렸으니 이를 어쩔거니. 어쩔수 없이 요 며칠은 자숙하는 의미로 결제기간 한바퀴 돌 때를 기다리며 참았고, 오늘에서야 새로운 결제일에 결제하는 날이 시작됐다. 안사고 있던 책도 사고,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는 렌즈 구매하고, 가방까지 질러버린 사건. C양은 오늘만을 기다리던 내게 조삼모사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며 구박했다. 나도 안다. 하지만 내가 두려운 건, 얼마일 지 두려워서 계산도 안해본, 생애 최대일 게 분명한 그 카드값이라는 거다. 어차피 나가는 돈이지만, 기왕 세울 기록 가급적 좀 적은 금액으로 세우고 싶다는 거. ㅜㅜ 다 합해도, 우리 과장님 가방값도 안돼, 라며 위로하는 중이긴 하지만. 사놓은 것들을 보며, 뿌듯해하고 있긴 하지만. (인간적으로 가방 너무 마음에 든다. 흐흐, 나름 파격세일 상품, 그런데 생각해보니 과장님 가방값보다 더 나올 것 같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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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L 가방을 하루라도 보지 못하는 날이 없는 것 같다. 오늘도 한 다섯 명은 본 것 같다. 재작년쯤 L 가방이 예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긴 하지만, 나의 생활수준과 월급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가방이기 때문에 아예 살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사실 명품 가방을 죽을 때까지 사지 않으리라 결심한 적이 있었는데 그 결심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지켜왔다. 일단은 내게는 벌벌벌 떨리는 가격이니 별 크나큰 의지를 발휘할 필요가 없었던 것. 이미테이션도 10만원이 넘으니 원. 그 가격을 주고 굳이 이미테이션을 사는 건 실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고, 매스티지보다 더 대중화된 정품을 100만원 가까이 주고 사서 들고다니는 건 별 희소가치가 없어보인다. 여전히 나의 희열은 괜찮은 제품을 싸게 잘 사는 데서 온다. ㅎㅎ
그런데 요즘 G나 B의 가방이 예뻐보인다. 덜덜. 내 한달 최대 쇼핑가격보다 비싼(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과장님 가방을 보는데, 너무 예뻐서 좀 놀랐다. 명품 가방이 예뻐보이는 날도 오다니. 하지만 사게 되는 날은 오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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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어쩔 수 없이 나도 소비함으로 위로받는 사람이라는 게 속상하긴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호모 소비엔스인걸. 하지만 다음달 카드값은 절반 이하로 줄여놓겠어. 흠 (현금만 쓰는거 아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