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팀이 바뀌고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우리팀에서 나의 인사평가 담당만 옛 팀장님이어서 현재 팀장님이랑 면담을 못했는데, 자꾸만 팀원들이 팀장님께서 본인에게 어떤 점들을 지적해주셨다고 이야기해주는 게 부러워서였다. 워낙 혼나는 걸 별로 좋아라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혼나는 일도 혼을 내는 일도 익숙지는 않은 편. 특히 혼나는 일은, 회사에 입사 이후 한번 정도 밖에 없었다. 내가 일을 잘해서라기보다는, 늘 그냥 내게 요구되는 수준 정도의 일을 꼬투리잡기 애매한 수위로 해내다보니 그래왔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 문제들이 고착화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도 좀 혼나볼 각오로 팀장님께 면담을 신청했던 것.

팀장님이 지적해준 나의 문제는 아랫 사람들에게는 기대치가 워낙 낮아서 그런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관대하고 차근차근 알려주는 편인데, 윗사람들이 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 자꾸만 '직급을 잊는' 현상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개발자나 디자이너이신 과장님들께서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시더라도, 혹은 무리하게, 심히 여유로운 스케줄을 요구하실 때, 즉, 내 생각에 합리적이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부분에 대해 이해가 될 때까지 좀 따져보는 편인데, 워낙 목소리가 크고 또박또박 말하는 편이다보니, 감정이 섞이면 자꾸만 따박따박이 돼버리는데, 목소리가 커서 울려퍼지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다. 인정한다. 요즘은 많이 비굴해졌다. 내일은 더 비굴해져야지. (-_-)

그리고 E대리가 내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었는데, 나는 별 고민 없이 "굳이 배우실 필요까지는 없는 일이에요" 라고 말을 했었다. 실은 진심이었다. 배워봐야 E대리의 커리어에는 크게 도움이 될 게 없는 일이기에. 실은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고정 업무들에 치이지 않는, 늦게 합류해 딱히 시간 많이 잡아먹는 고정업무가 없는 E대리가 부러웠던 건데, 그래서 굳이 이런 빡센 거 배우지 말라는 거였는데, 섭섭했었나보다. 반대로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다음번에 또 가르쳐달라고 하면 조용히 가르쳐줘야겠다.  그래도 E대리님은 나를 디게디게 좋아한다. 흐흐 (착각 아닌데 -_- 어째 분위기가 좀)


2

알라딘의 신비주의 살*님을 잠깐 뵜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만나달라고 조른 셈이 된건가? 어린이날이어서, 업무중에 잠깐 한시간쯤. 빨간모자를 찾으라고 해서 빨간모자를 막 찾는데 빨간모자는 없었다. 심지어 살*님은 빨간 모자가 없으시단다. 속았다.

살*님을 보니 이전에 혜경님께서 쓰신 글 속 살*님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잘된 묘사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만큼 묘사할 능력이 나는 없으므로 패스 ;;

살*님을 보고 제일 처음 한 말은 '정말 신비주의가 아니시네요, 저를 다 만나주시고' 였다. 암튼, 나는 근거없이 살*님을 신비주의로 규정한 부분에 대해 죄송했는데, 사과를 했더라 안했더라? 기억은 안나고. 암튼, 살*님과 나는 진정한 신비주의는 메*스토펠레스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메*스토펠레스 교주님의 신비(기)주의가 깨져야 야양청스교도 하나가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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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2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여태까지 웬디양님의 비굴은 액면 그대로의 비굴이 아니였어요. 유들유들이였어요..^^
2.내일 저녁 7시 뉴욕제과 앞에 오시면 왠 통통한 사람이 입에 장미꽃을 물고 리마리오 댄스를 추다가 헤드스프링을 열심히 할껍니다. 그러면서 웬디양님이 나타나면 요~ 웬디~ 퓨쳐 핸섭! 체키럽~ 할껍니다.

참고로 그 사람이 저는 아닙니다.

웽스북스 2008-02-27 22:24   좋아요 0 | URL
쳇 뉴욕제과 앞에 아무도 없더만 흥흥


Mephistopheles 2008-02-28 00:59   좋아요 0 | URL
제가 "강남역" 뉴욕제과라고 한 적은...없는데요.=3=3=3=3

웽스북스 2008-02-28 01:04   좋아요 0 | URL
그럼 어느 뉴욕 제과인가요?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에 있는 뉴욕제과인가요?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에 있는 뉴욕제과인가요?
경상북도 의성군 의성읍 후죽리에 있는 뉴욕제과인가요?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 있는 뉴욕제과인가요?

흥 메피님은 양치기메피님이에요 안놀아요 안놀아

Mephistopheles 2008-02-28 01:23   좋아요 0 | URL
왜..미국 본토에 있는 교포가 뉴욕에서 운영하는 제과점을...빼먹으셨을까요.^^

순오기 2008-02-2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메피님 댓글에 박장대소~~~~^^
웬디양님, 요즘 제가 시간과 몸과 맘에 여유가 없어 알라딘 놀이 즐기지 못해욤.
3월에 차분히 들어와서 지난 페이퍼도 읽어봐야징~~~~ 이 글은 꼼꼼하게 읽었어요.
난 꼼꼼하게 읽지 않은 글은 절대 댓글 달지 않아욤.^^
우리 딸이 님이 말한 '마법의 횡단보도'를 잘 이용하고 있어요. 홀로서기를 위해서라면 더 더욱...

웽스북스 2008-02-27 22:24   좋아요 0 | URL
흐흐흐 마법의 횡단보도는 의지가 아닌 본능이었는데, 따님의 마인드컨트롤이 도구가 됐군요 ㅎㅎ 따님의 마법의 횡단보도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순오기 2008-02-28 20:28   좋아요 0 | URL
어제 전화통하하면서 '마법의횡단보도'는 엄마의 존재유무로 결정된다더군요.ㅎㅎ

웽스북스 2008-02-29 01:45   좋아요 0 | URL
ㅋㅋ 아직 횡단보도 세계에 들어오려면 멀었다고 전해주세요 ㅎㅎ
이건 스스로 사회화가 되야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 세계에 들어오게 되면, 좀 슬퍼지는거죠

보석 2008-02-27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생각은 타인에게 '말'로 전달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메피님 댓글엔 저도 쓰러집니다. ㅎㅎ

웽스북스 2008-02-27 22:24   좋아요 0 | URL
툭툭 일어나세요 보석님
뉴욕제과앞엔 아무도 없었답니다

도넛공주 2008-02-2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그거 아세요? 일얘기 쓰실 때 보면 다른 글들과 이미지가 전혀 달라요.정말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분이신데 일얘기에서 보면 완벽주의에 목소리 크다니..그 격차가 매력인듯?

웽스북스 2008-02-27 22:26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제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무도 내가 아닌 것만 같아요

춤추는인생. 2008-02-2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면담을 자청하시다니, 용감하세요. 저역시 느끼는 바이지만. 페이퍼에서 님의 또다른 모습 완벽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느껴지는걸요^^ 살청님을 보셨다니 ㅎㅎ 자세한 이야기 해주셔야죠~~

웽스북스 2008-02-27 22:26   좋아요 0 | URL
ㅎㅎ 용감했다면, 천상천하유아독존으로, 사회생활따위 신경쓰지 않고, 귀찮은 상담도 안하고 내멋대로 살았을지도 몰라요 ^^

승주나무 2008-02-2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개콘 '쭌'선생의 명언이 생각나네요~~

"사람 인..사람인(人)..어즐인..어즐인(仁)...참을 인..참을인..(忍)"

정겹고 진솔한 글 읽으니까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어요 ㅋㅋㅋ

웽스북스 2008-02-27 22:28   좋아요 0 | URL
승주나무님이 기분이 좋으시다니, 참 고마운 일이네요
개콘 쭌 선생님은 저도 몰라요
저도 제이드님처럼 TV를 잘 안보거든요

Jade 2008-02-27 22:39   좋아요 0 | URL
ㅎㅎ 웬디양님 역시 우리는 뭔가 통한다니까요 ㅋㅋ (엉뚱한 합리화)

웽스북스 2008-02-27 22:49   좋아요 0 | URL
흐흐 그러게요 ^-^V
그게 제이드님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흐흐~
(이 승주님 댓글 밑에서 왠 사랑놀음인가)

바람돌이 2008-02-2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는 팀장같은 분들이 저런 것도 하나봐요?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네요. 그 회사 꽤 분위기가 좋을듯.... ^^

웽스북스 2008-02-28 00:31   좋아요 0 | URL
네 뭐 제가 다른 회사 분위기가 어떤지 잘 모르니 잘은 모르지만, 윗분들의 자부심이기도 하죠, 분위기가 좋다는 건. 그리고 전 우리 팀장님을 좋아한답니다. 흐흐 ^^ 옛날 팀장님두 좋아했는데, 지금 팀장님은 또 다른 매력으루다가 좋아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