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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육 진행을 맡았는데, 어제 또 너무 늦게 자버린 사건. 엄마에게 꼭꼭꼭 깨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한 터라 일다는 안심했다. 아침에 새벽기도를 다녀온 엄마가 7시에 나를 깨우고, 나는 10분만 더 자겠다고 엄마더러 10분만 더 있다가 다시 깨워달라고 얘기를 한다. 엄마는 방 밖에서 책을 보고 나는 그만 10분이 20분이 돼버렸다. ㅋㅋ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켜는데 문자가 와있다. 회사 후배 M이었다.
누나 저 M인데요 오늘 교육 있으시죠, 얼른 일어나세요 (__)
순간 난 너무 어이가 없어주시는 사건. 누나라니. -_- 옆자리 J씨가 회사 과장님들, 대리님들에게 누나누나 하며 곰살맞게 구는 게 부러워서 얘가 나한테 이런 문자를 보냈나, 그러나 중요한 건 J씨도 나한테는 그렇게 안한다는 거. 후배들과 서로 경어 꼬박꼬박 쓰며 격의 '있게' 지내는 편이라, 친화력의 화신 J씨도 나한테는 그렇게 못한다. 그런데 이녀석이 누나라니. 죽일까 살릴까 씹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씹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문자가 왔다.
얼른얼른 오세요, 종이가 ('종'은 이름 끝글자)
나는 정말 어이가 없어서 핸드폰에 대고 '미친거 아냐?' 라며 실소를 했다. 엄마가 무슨 일이냐며 묻고 나는 답한다. 엄마도 어이 없다는 표정.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니다. 죽일까 살릴까 씹을까 고민을 하다가 다시 한 번 씹기로 했다.
그리고 태연한 듯 회사에 가 만난 M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나를 대한다. 나도 씹은 가오가 있으므로 가만히 있는다. 주변 사람들이 장난을 친건가, 싶기도 하고- M이 진짜 미친건가 싶기도 하지만 물어보지는 않을 생각이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어이가 없다.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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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문자를 받고, 침대에서 일어난 내가, 내뱉은 말은
"헉!!!!! 누나?????" 였다.
그런데 밖에서 정말 평화로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눈와 ^^"
아이쿠나, 그래, 눈이 오는구나. 보송보송 쌓이는 눈이라 맞는 기분도 밟는 기분도 좋지만, 아침 출근 길에서는 정말이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과장법 절대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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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잘 못마시면서, 이런 날은 꼭 뜨끈한 정종이 생각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