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교육 진행을 맡았는데, 어제 또 너무 늦게 자버린 사건. 엄마에게 꼭꼭꼭 깨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한 터라 일다는 안심했다. 아침에 새벽기도를 다녀온 엄마가 7시에 나를 깨우고, 나는 10분만 더 자겠다고 엄마더러 10분만 더 있다가 다시 깨워달라고 얘기를 한다. 엄마는 방 밖에서 책을 보고 나는 그만 10분이 20분이 돼버렸다. ㅋㅋ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켜는데 문자가 와있다. 회사 후배 M이었다.

누나 저 M인데요 오늘 교육 있으시죠, 얼른 일어나세요 (__)

순간 난 너무 어이가 없어주시는 사건. 누나라니. -_- 옆자리 J씨가 회사 과장님들, 대리님들에게 누나누나 하며 곰살맞게 구는 게 부러워서 얘가 나한테 이런 문자를 보냈나, 그러나 중요한 건 J씨도 나한테는 그렇게 안한다는 거. 후배들과 서로 경어 꼬박꼬박 쓰며 격의 '있게' 지내는 편이라, 친화력의 화신 J씨도 나한테는 그렇게 못한다. 그런데 이녀석이 누나라니. 죽일까 살릴까 씹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씹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문자가 왔다.

얼른얼른 오세요, 종이가 ('종'은 이름 끝글자)

나는 정말 어이가 없어서 핸드폰에 대고 '미친거 아냐?' 라며 실소를 했다. 엄마가 무슨 일이냐며 묻고 나는 답한다. 엄마도 어이 없다는 표정.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니다. 죽일까 살릴까 씹을까 고민을 하다가 다시 한 번 씹기로 했다.

그리고 태연한 듯 회사에 가 만난 M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나를 대한다. 나도 씹은 가오가 있으므로 가만히 있는다. 주변 사람들이 장난을 친건가, 싶기도 하고- M이 진짜 미친건가 싶기도 하지만 물어보지는 않을 생각이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어이가 없다. 나 참.

2

처음 문자를 받고, 침대에서 일어난 내가, 내뱉은 말은
"헉!!!!! 누나?????" 였다.
그런데 밖에서 정말 평화로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눈와 ^^"

아이쿠나, 그래, 눈이 오는구나. 보송보송 쌓이는 눈이라 맞는 기분도 밟는 기분도 좋지만, 아침 출근 길에서는 정말이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과장법 절대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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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잘 못마시면서, 이런 날은 꼭 뜨끈한 정종이 생각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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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건의진실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8-01-12 00:18 
    오늘 D대리가 자꾸 나를 보며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만다. 저기, 아, 아니에요- 뭐냐 왜 말을 하다가 말아요, 네?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고.... 이렇게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침에 혹시 문자 안받았어요? 헉!!!!!! 이런이런 D대리였구나, 아침에 내가 교육 못나올까봐 과장님이랑 같이 모닝콜 문자를 넣었는데 화들짝 놀라서 빨딱 일어나라고 충격 요법을 쓴 거란다 그래, 내가 좀 화들짝,
 
 
깐따삐야 2008-01-1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종이가. 종으로 삼아달란 말인가. ㅋㅋ M 구엽네요.
2. 넘 웃겨요! 누나와 눈와 사이.
3. 정종에 버섯 샤브샤브~ 딱 좋겠다.

웽스북스 2008-01-11 13:11   좋아요 0 | URL
1. 하하하 그거 재밌네요- 니가 내 종이가~
2. 역시 한국어는 참 재밌어요
3. 히히 그렇죠~ 전 아까 오뎅바 앞을 지나며 꿀꺽 했어요

무스탕 2008-01-1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오는 날 먼지나도록 맞아야 겠군요!!
웬디양님께서 '옵빠, 문자 고마워써~' 이럴수도 없고..
눈 무지 옵디다.. 결국 차 놓고 지하철 타고 출근했지요 -_-

웽스북스 2008-01-12 12:19   좋아요 0 | URL
부장님께 언니 얼른 오세요, 이런 거 해볼까요? ㅋㅋ

다락방 2008-01-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디양님. 넘 둔하시잖아욧!!!!
(왜 내가 다 화가 나.)

그니깐, 그 분 말이죠,
웬디양님을 좋아하고 있잖아욧!!! >.<
(왜몰라,왜몰라!)

다락방 2008-01-11 13:40   좋아요 0 | URL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말이죠,
그사람이 더이상 무섭지 않아요.

웬디양님이 후배들과 서로 경어 꼬박꼬박 쓰며 격의 '있게' 지내는 편이라는건, 그분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분에게 웬디양님의 다른면이 보이는 거예요. 이런 사람이다, 라는건 알지만
좋으니까 안 무섭고, 다르게 대하려는 거라고요.

웽스북스 2008-01-12 12:2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조언은 가슴에 새길게요
그치만 M을 한번 다락방님께 보여주고 싶군요 ㅋㅋㅋ

마노아 2008-01-1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여워요. 어여삐 봐주세요. 관심을 끌고 싶어하잖아요^^

웽스북스 2008-01-12 12:2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이건 얘가 한 짓이 아니긴 하지만
하튼 관심을 끌고 싶어서 하는 생뚱맞은 짓들을 보면
살짝 어이가 사라지긴 해요 ㅋㅋ

2008-01-11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2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8-01-1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난 이런 애들 귀여워라 하는데. 어디 어여쁜 동생 없나. 두리번 두리번.

비로그인 2008-01-11 19:45   좋아요 0 | URL
누나! 그러니까 막대 사탕~ ㅋㅋ

마늘빵 2008-01-12 10:38   좋아요 0 | URL
-_- 전 누나가 아니잖아요. 오빠 해야지요. 땡땡땡.

웽스북스 2008-01-12 12:22   좋아요 0 | URL
언니! 그러니까 막대사탕~

라주미힌 2008-01-11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다 누나 동생 사이로 시작을 ㅎㅎㅎㅎㅎㅎㅎㅎ

웽스북스 2008-01-12 12:23   좋아요 0 | URL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M말고, 좀더 새끈한 동생 찾아볼게요 ㅋㅋ

비로그인 2008-01-1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너무 무서버...( -_-)

그런데, 저는 제목을 '두뇌~'로 읽어버렸습니다. 아~ 이 눔의 난독증.ㅡ.,ㅡ

웽스북스 2008-01-12 12:23   좋아요 0 | URL
하하하 두뇌 ㅋㅋㅋ
근데 저 하나도 안무서워요 완전 물렁한데

Mephistopheles 2008-01-1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밭에서 멍석말이 한 판..어떠신지요?? 제법 션~ 할껍니다만..ㅋㅋ

웽스북스 2008-01-12 12:24   좋아요 0 | URL
헤헤 진짜였음 정말 그러고도 남았죠 ㅋㅋ
M대신 D대리를 멍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