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오쿠다 히데오는 이제 한국에서도 이름만으로 구매를 보장할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한 듯하다.

주로 소품처럼, 가볍고 따듯한 이야기들을 하다가

남쪽으로 튀어에서는 장편소설로 홈런을 친 느낌

(정확한 출판순서대로 읽어본것은 아니지만)

2.

40대 후반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발랄하고 감각적인 글을 쓸수 있는걸까.

젊은 사람이 속깊고 따듯한 시선을 갖고 있어서 기특하다고 생각했다가 

59년 생이란 것을 보고 좀 의외였다.

3.

30대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인데, 드라마 같다.

드라마는 자본주의 동화니까

"어렵고 힘들어도 씩씩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심각하지 않고 문장은 감각적이라 책장이 잘넘어가는것은 장점이다.

골치아픈것 싫고 그저 늘어진 시간을 소일하기에 좋은

나른한 휴일 오후 리모콘을 들고 텔레비젼 채널을 바꾸며 뒹굴거리듯이 ^^

4.

나도 30대인데, 극렬하고 뜨거웠던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책속의 여자들이야 동화속의 여자들이니까 좋겠다만

현실이 그렇지 않아도 젊어지고 싶지 않아.

나이들어 편안한 것이 있다. ^^

5.

2006년 9월에 1쇄인데, 12월에 이미 4쇄라고 적혀있다.

지금쯤은 얼마나 팔렸을까? 궁금해진다.

사실 이렇게 잘 팔릴 정도로 좋지는 않은데.

편집을 잘 한 것도 있고 책을 예쁘게 만든것도 효과가 있는 것같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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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장르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유리하다.
과거의 시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역사책의 어딘가에서 본 인물들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마치 눈에 보일듯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장미의 이름을 보며 답답하고 어두웠을 것 같은 중세의 수도사들이
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놀랐었지 
인문주의자 단테를 탐정으로 만든 추리소설도 있고

2.

우리나라의 경우는
무거운 주제와 방대한 스케일의 대하역사소설은 가끔 있지만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경우는 흔치않다.
추리소설은 사건과 그 해결의 인과관계가 치밀해야 설득력이 있다.
과거의 시간에 인물을 등장 시키며 추리소설을 쓴다는 것은
분명 엄두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일이다. 

백탑파를 소재로 세가지 이야기를 하겠다 했는데
그 두번째 이야기. 

백탑파는 양반중심의 조선사대부 시대에 보기드문 지식인들이다.
주로 서얼 계층이 많고 실학을 적극 받아들인
자신들의 출신때문에 생긴 사회적인 부당함을 가슴에 간직할 수 밖에 없는

아웃사이더 지식인들.
그러나 어둡지 않았고, 위트있으며, 감상적인 면도 많은
실제 그들이 서로 나눈 서간문이나
박지원의 경우는 열하일기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후학으로서 애정과 열정을 갖을 만한 대가들이었음이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3.
첫번째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사건보다 일취월장 하였다.
뭐랄까. 첫번째 이야기는 마치 부채의식이 있는 사람이
쫓기듯이 쓴 느낌. 

열녀문의 비밀은 훨씬 여유있고 적절하게 세밀하게
백탑파, 그 사람들에 대해 그려놓고 있다.
큰틀에서의 이야기전개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고
김아영의 죽음으로 인한 사건
이덕무가 규장각에서 학문으로만 이상적인 사회를 논하다
실제 부임해서 현실에서 개혁을 실험해야 하는 적성군에서의 사건
개성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사대부의 유학과 예리하게 부딪히는 야소교의 산건
세가지가 큰틀에서의 이야기 전개이고

이것을 아기자기하게 재미있게 연결시키는 것이
김진과 이명방의 사건해결과정이다. 

4.

마치 셜록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커플^^
치밀한 김진과 혈기왕성하고 정의로운 이명방이 주고받는 대화와
감정들은 따듯하고 재치있다. 

큰틀에서의 이야기 전개에 더욱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이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버릇이나 개성이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전개. 

이번 소설은 여유가 있다.
첫번째 소설에서는 백탑파 선배들에게 가위눌린 느낌이 약간 있었다.
불운하게 시대를 살아간천재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서
그들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었는지
그것을 알려주려고 너무 힘을 들인느낌
그래서 인간적인 냄새가 덜해었다.

이번 소설은 자연스럽다.
울분을 삼키며, 그러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속깊은 지식인들의 모습이 만져질듯하다. 

김진, 이명방, 이덕무.... 이들과 술마시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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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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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 가족에 관한 질문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토끼같은 아들딸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라는 말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인듯이 느껴지는데, 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중요한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와 존중, 관심이라는 것, 그래야 뭔지 모르겠는 사랑도 있는 것 같다는것.

구성원이 한부모이든, 두부모이든, 세부모이든, 혹은 부모가 없든, 아이가 없든, 남의아이를 내아이로 알고 키웠든, 남자끼리든, 여자끼리든, 개도 가족이 될 수 있고.....

2. 등장인물들의 가족관계가 상식적인 관계가 하나도 없다. 무엇이 상식이고 무엇이 옳바른지 완곡하고 편안하게 묻는다.

소네다 할머니 - 치매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의뢰로 가끔 인사하러 다다가 가면 다다를 아들로 생각한다. (비인간적인 가족, 늙은 어머니를 병원에 맞기고 인사조차 남을 시킨다.)

결혼에 실패한 다다, 결혼한적 없지만 다른 부부가 키우는 아이가 있는 교텐 - 실은 쿨한 두사람이 사는 공간과 시간이 점점더 인간적인 가족관계가 된다.

루루와 하이시와 하나(강아지) - 인간적이고 따듯한 가정. 두여성과 개로 구성된 가정이만 가장 모범적이다.

꼬마 유라의 집 - 유라네 엄마는 가정을 회사처럼 운영한다.

그외에도 등장하는 가족들이 모두 상식적이지 않다.  중요한것은 관계를 구성하는 사람끼리의 공동체를 어떻게 더 인간적이고 편안하게 서로 배려하며 운영할 것인가이다.

3. 개성적인 인물들

1) "콜롬비아 창녀 루루예요오!"

물결치는 금발에 새빨간 장미 코르사주를 꽂은 루루는, 형광빛이 도는 녹색 바탕에 짙은 핑크색 큰 튤립 무늬가 흩어진 얇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ㅍㅎㅎㅎㅎㅎ, 우와 멋지군. 나도 이런 원피스 한번 입어볼까? ^^ 입을수 있을까? ^^

사랑스러운 그녀를 반드시 만나보시길. 말로 설명할 수 없음. 절대 후회 없음.

2) 호시

귀에 피어싱을 잔뜩한 10대의 건달 두목.

두사람이 가장 인상적이다.

심지어 건달까지, 여기는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의 세상에도 평범한 많은 사람들은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기도 하다. 그게 사실이다. 늘, 지나치게 독점화된 권력과 부가 있는 곳에 악이 있을 뿐이더라.

4. 개성적인 인물들과 구구절절이 굳이 설명하지 않는 스토리의 여백이 편안하고 재미있다. 서술하는 시점의 작자가 마지막에 자주 이런 말을 붙이는 것도 재미있다.

'모두 나중에 들은 말이다.'

ㅎㅎㅎ 웃겨. 다 알고 쓰면서 뭔 나중?  그랬는데, 자꾸 이말을 읽으니까 마치 실제 세상에 다다네 심부름센터가 있는듯한, 허구의 이야기 인지 알면서도 실제한다고 속아보고 싶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묘한 문장이더라.

5. 심각한 문제들을 슬쩍 회피하는 기술도 뛰어나다. 그래서 별 다섯개는 줄수가 없다. 

뭐, 이세상 모든 글이 심각해야 한다는게 아니라, 다다네 심부름집이 꼭 그모든 문제들을 심각하게 다루면 이 소설은 재미없어진다는 것에 동의하는데, 그런데 현실에서는 다다네 심부름집이 살짝 회피하는 그곳에서 많은 고통과 억울함과 슬픔이 존재한다.

세상을 따듯하게 감싸안을 줄 아는 작자의 안목이 부디 나이 더많이 들어도 반짝이는 재치는 유지하면서 더 넓고 깊어지길 바란다. 그것을 기대하며 확인하고 싶은 작가이다.

세상의 많은 약하고 힘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웃음과 힘을 주고 우리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게 만들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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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ㅎㅎㅎ 이거 읽으셨군요
루루언니 말투가 생각나서 빙그레 웃음짓게 됩니다 :)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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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살다보면 죽이고 싶도록 미운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가끔 준거없이 미운사람이 있기도하고, 미운털이 박혔는지 까닭없이 미운사람도 있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마련이고 그런 사람을 실제로 죽여야 속이시워하냐면 그건 다른 문제이다.

물론 어떤 재벌회사 회장놈은 지 아들 팼다고 조폭 불러서 손수 죽도록 패버리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고, 구속된 후 시간 좀 지났더니 아니나 달라 아프다고 한달동안 형집행정지라더군. 내 그럴줄 알았지. 쫌 있으면 병보석이든 집행유예로 나오든 나와서 다시 보복하겠지.

비상식적으로 돈이 많아서 몰상식한 것들 말고

평범한 우리의 철학 수준에서는 고민스러운 문제이긴하다.

2.

문학에서도 사회악인 사람을 죽여도 되느냐는 오랫동안 주요한 소재로 이용되기도 하고

이 소설의 배경의 일부가 그런 문제다.

소름끼치게 나쁜 놈을 정당방위로 죽였다. 그 다음이 문제인데

3.

추리소설은 흔히 작자와 독자의 범인을 숨기고 찾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경우는 범인은 알고 있는데 어떻게 완전범죄로 만드는지의 과정과

형사는 어떻게 범인을 찾아나가는지의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으면서

반전으로 독자들이 책장을 넘기며 '아하' 하고 감탄하게 만드느냐이다.

'실제있었던 사실'과 '의도해서 보여주는 편집' 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의 문제로 보여지기도 하고

사실 의외의 인물이 범인인 추리소설의 경우 그가 범인이라는 사전의 자료제공을 작자가 충분히 하지 않으면 재미없다. 자료제공을 하면서 속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절대 알수 없게 하고 하는 반전은 허무해진다.

4.

그런데, 딱히 그렇지 않아도 재미있다. 객관적인 자료제공이 거의 없는 소설이다.

수학자의 범죄를 물리학자가 찾아가는 과정은 논리적인 근거나 증거가 아니라 물리학자가 알고 있는 수학자에 대한 과거의 기억과 지식에 근거한 느낌때문에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것에 기반해 추리를 한다.

그래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책장이 넘어가는 이유는 개성적인 등장인물과 개연성이 있는 인간관계의 설정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삶에 연륜이 묻어나는 여유있는 문체가 억지스럽지 않게 한다.

범인을 찾는 재미 뿐 아니라, '범죄' 에 대한 심리나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등장인물들의 삶이 설득력있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 때문에 별다른 자료제공없이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왔을때 '아하' 그랬구나, 하면서 소름끼치게 동의하게 된다.

5. 재미있다. 다만 별이 세개인 이유는 요즘 나의 감성이 어둡고 무겁고 슬픈 스토리를 받아들이기 싫어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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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잘 읽었습니다. 저도 뒤늦게 읽은 소설인데 괜찮긴 했지만 입소문 만큼 대단하다는 감명은 못받았었죠. :)

팥쥐만세 2007-08-2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저두요. 무슨 상받았다는 소설들이 의외로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종종있어요.^^
 

1. 산책을 즐긴다는 것은 이미 늙었다는 것이다.

줄넘기와 고무줄, 숨바꼭질을 하던 시절과

미친듯이 절실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며 취하던 시절이 지났다는 것이다.

목적이없이 시간약속없이 동네 한바퀴를 그저 '산책'으로 걸어돌아오는 것은,

가끔 동네 뒷산을 산책하고 딱히 살 물건 없이 시장을 구경하며 걸어오는 것이 마음편안하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이제는 더이상 젊지 않은 것이라는 걸, 어느날 동네뒷산을 달래와 산책하다 문득 알아졌다.

아, 다행이다. 마음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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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가끔 읽었습니다만, 페이퍼는 첨 읽네요 :)
전에 법대생? 리뷰 읽었었습니다. ^^
더 이상 젊지않다는 것, ㅎㅎ 일장일단이 있겠죠?
전 가끔 제가 젊은 건지 어린 건지 모르겠더군요;;

팥쥐만세 2007-08-1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 매력적인 사진, '위선이 옷을 벗는'
모르긴요, 젊으신것 같은데요.
서재가 젊으면 사람도 젊은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