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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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다보면 죽이고 싶도록 미운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가끔 준거없이 미운사람이 있기도하고, 미운털이 박혔는지 까닭없이 미운사람도 있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마련이고 그런 사람을 실제로 죽여야 속이시워하냐면 그건 다른 문제이다.

물론 어떤 재벌회사 회장놈은 지 아들 팼다고 조폭 불러서 손수 죽도록 패버리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고, 구속된 후 시간 좀 지났더니 아니나 달라 아프다고 한달동안 형집행정지라더군. 내 그럴줄 알았지. 쫌 있으면 병보석이든 집행유예로 나오든 나와서 다시 보복하겠지.

비상식적으로 돈이 많아서 몰상식한 것들 말고

평범한 우리의 철학 수준에서는 고민스러운 문제이긴하다.

2.

문학에서도 사회악인 사람을 죽여도 되느냐는 오랫동안 주요한 소재로 이용되기도 하고

이 소설의 배경의 일부가 그런 문제다.

소름끼치게 나쁜 놈을 정당방위로 죽였다. 그 다음이 문제인데

3.

추리소설은 흔히 작자와 독자의 범인을 숨기고 찾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경우는 범인은 알고 있는데 어떻게 완전범죄로 만드는지의 과정과

형사는 어떻게 범인을 찾아나가는지의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으면서

반전으로 독자들이 책장을 넘기며 '아하' 하고 감탄하게 만드느냐이다.

'실제있었던 사실'과 '의도해서 보여주는 편집' 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의 문제로 보여지기도 하고

사실 의외의 인물이 범인인 추리소설의 경우 그가 범인이라는 사전의 자료제공을 작자가 충분히 하지 않으면 재미없다. 자료제공을 하면서 속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절대 알수 없게 하고 하는 반전은 허무해진다.

4.

그런데, 딱히 그렇지 않아도 재미있다. 객관적인 자료제공이 거의 없는 소설이다.

수학자의 범죄를 물리학자가 찾아가는 과정은 논리적인 근거나 증거가 아니라 물리학자가 알고 있는 수학자에 대한 과거의 기억과 지식에 근거한 느낌때문에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것에 기반해 추리를 한다.

그래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책장이 넘어가는 이유는 개성적인 등장인물과 개연성이 있는 인간관계의 설정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삶에 연륜이 묻어나는 여유있는 문체가 억지스럽지 않게 한다.

범인을 찾는 재미 뿐 아니라, '범죄' 에 대한 심리나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등장인물들의 삶이 설득력있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 때문에 별다른 자료제공없이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왔을때 '아하' 그랬구나, 하면서 소름끼치게 동의하게 된다.

5. 재미있다. 다만 별이 세개인 이유는 요즘 나의 감성이 어둡고 무겁고 슬픈 스토리를 받아들이기 싫어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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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잘 읽었습니다. 저도 뒤늦게 읽은 소설인데 괜찮긴 했지만 입소문 만큼 대단하다는 감명은 못받았었죠. :)

팥쥐만세 2007-08-2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저두요. 무슨 상받았다는 소설들이 의외로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종종있어요.^^
 
사막에 숲이 있다 -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
이미애 지음 / 서해문집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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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원도 정선, 산골짜기에서 자란 나는 사막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절대적인 고요와 지평선까지 사람의 것이 아닌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보는 것에 대한 동경, 과 매섭게 춥고 생명이 살지못하게 뜨겁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살고싶다는 생각은 절대 안해도 한번쯤 지중해의 푸른빛을 구경하는 것보다는 더 경건한 마음으로, 사막에 가보고 싶었다.

2. 사막에서 숲을 만들며 사는 인위쩐과 바이완샹 이야기. 코뿔소처럼 단단하고 힘이 장사라는 인위쩐, 바보처럼 한심한듯이 표현되지만, 마음착한 그녀의 남편 바이완샹.  

사막에 나무를 자라게 하고 숲을 만들었다는 것보다, 어떻게 그런 바보같은 시도를 했을까에 대해 당연히 궁금한데, 이 부부의 사연은.... 참 할말이 없다.

사막을 닮은게다. 거기서 나고 자라 , 사막처럼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마음착한 사람들이 사막처럼 포기할 줄 모르고 강해진거다. 그래서 사막이 자신의 한쪽을 숲으로 내주고 마는게다.

3. 나는 정말 착한책을 싫어하는데. 가난하고 어려워도 열심히 열심히 노력하면 마침내 '행복하게 잘산다'는 거짓말은 지금 행복하게 잘살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것처럼 사기친다. 그리고 지금 부자로 사는 사람들은 마치 모두 정직하게 열심히 노력해서 그렇게 된것처럼 거짓말한다. 그래서 태어날때 가난한 부모밑에 태어나면 실은 가난하게 사는거고, 절대 부자들과 법앞에 평등하지도 않은 현실을 교묘하게 감추는 착한 책들을 싫어한다.

4.  사기치지 않고 정직하게 착한책.

출판사 서해문집에 대한 신뢰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작자 이미애는 주로 다큐를 쓰는 작가라는데, 글을 잘쓴다. 너무 무겁지 않고, 가볍지 않고, 소박하지만 존중할 만한 이들 부부의 삶을 극적으로 잘 표현했다. 이 글쓰기를 애정을 갖고 했을거라는 느낌도 있고, 적절한 표현들이 즐거운 대목이 많다.  

중국 네이멍구 사람의 이야기를 그들의 작품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작가가 직접 쓰는 책을 기획한 것도 칭찬할 만한 일이다.

5. 착한 사람들의 삶을 착한 출판사가 기획해서 착한 작가가 썼다는 거다.

문득, 착한 독자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리고,

더 늙기 전에 그녀의 사막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문득,

나의 삶을 한박자 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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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 - Art 020
마쓰오 바쇼 외 지음, 가츠시카 호쿠사이 외 그림, 김향 옮기고 엮음 / 다빈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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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의 미학에 대한 지식이 없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편집과 가격으로 이미 훌륭하다.

이정도의 도판과 배경지식을 포함한 시의 맛을 알려주려면 실은 매우 전문적인 책이 되버리고

그러면 가격도 엄청 뛸거다. 도판이 있는 그림 책들이 흔히 그렇듯.

이정도로 충분하다. 가격이 저럼한것이 좋다.

그렇다고 딱히 가볍지도 않다.

절묘하게 짧은 시와 함께 마음이 탁 와닿는 작품은 몇개 안되지만

잘 이해할 수 없어도 그림이 그대로 좋고,

시도 그대로 좋다.

2.

흔히 일본을 두고 가깝고도 멀다고 하는데, 잘 모르는 일본의 문화를 알것도 같고.

그렇게도 열광하는 일본 추리소설의 배경이 되는 그들의 문화는 이런거구나 싶고

예를들면 '옥문도'의 중요한 배경인 그 병풍말이다. 이런 그림일거라고 생각하니 재미있더라.

가볍지 않다. 역사가 잛지도 않고, 그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반이 되어주는 일본 선조들의 문화수준이다. 칼의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숭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묘하게도 살짝 퇴폐적이고, 초월한듯도 하고 세상을 비웃는 듯도 하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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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박정애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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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쉽다. 무슨말인지 알겠다.

그동안 나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논쟁과 책들을 보며 너무 어려웠고, 지루했다.

그 책들이 여성인 나를 위한, 여성인 우리를 위한 책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똑똑하고 잘난 여자들이 똑똑하고 잘났는데도, 멍청하고 잘나지 못한 남성들 다음에야 승진도 하고 금뱃지도 달 수 있어서 너무 힘들다고, 똑똑하고 잘난것좀 알아달라고 소리지르는 것같아서, 나는 그렇게 느껴저서 사실은 페미니즘을 외치는 여자들을 경멸했었다.

"권력을 향한 너의 욕망에 내가 왜 동의해야 하는건데? 니가 권력에 가까이가면 이 땅의 가난한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뭘 할건지 말하지 않으면서, 너의 권력을 향한 페미니즘에 내가 왜 동의해야 하냐고."

지금도 대체로 그렇다.

2. 나는 무식하고, 못생기고, 배운것없고, 가진것도 없고, 비정규직이고 가난하고 그런데

잘 살아볼려고, 그렇게 사는 방법밖에 모르기 때문에 결혼해서 아이낳고 아는대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그렇게 열심히 살면 결국은 잘 살게 될거라고 근거없이 낙관적인 우리 언니들과 어머니들을 위한 페미니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의 주류 페미니즘이 그렇지 못하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래서 늘 어렵더라. 잘난 지들끼리 남성이 독식하고 있는 권력을 나누어 갖는 것이 목표인 그녀들은 권력과 더욱 거리가 먼 가난한 여성들의 권리와 자기들의 권리를 동일시 하지 않는다. 결코.

그래서 재수없다. 결국 지가 권력을 나누어갖기 위한 명함으로, 반남성전선의 기치로 페미니즘은 그저 욕망일 뿐이다. 그저 권력을 위한 욕망들이 다 그렇듯이 천박하고 재수없다.

3.

처음으로 마음에 쏙 드는 페미니즘 책을 보았다. 아!. 그렇구나. 페미니즘이 이런거구나.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 이라는 것을 다른 모든 오해를 걷어내고 직설적이고 명쾌하게 알아들을 수 있게 씌어진 책이다.

4. 딱한가지 '결혼' 과 '성' 과 관련한 장들은 좀 두루뭉실하다.

뭐, 좋은 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예민한 가족과 관련한 주제들은 살짝 피해갔다는 느낌이 있지만,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라고 한다면 인정할 수도 있겠다.

5. 벨 훅스, 힘내요!. 언니들 우리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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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미니즘, 당신의 계급을 묻다
    from 일다의 블로그 소통 2009-02-19 02:28 
    페미니즘, 당신의 계급을 묻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안나 벨 훅스의 에 크게 공감한 기억이 있어 이 책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계급” 요즘 한국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신분제 사회가 아닌 한국에서 무슨 계급?’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여러 상황들-부와 출생의 차이를 통해 고착화되는 주거와 교육, 건강-을 본다면, 단연코 한국은 계급의 심화를 걱정해야..
 
 
 
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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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깨비와 요괴가 나오는 이야기들. 무섭지 않고 친근하며 재미있는, 인간과 다른없이 개성적이고 독특하고 마음착해서 미워하기 힘든 요괴들. 과 섞여사는 삶이라니.^^ 

만약에 우리의 도련님이 꽃미남에 근육질에 호탕하고 잘난척한다면 샤바케 라는 작품은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의 공간에 사람이 아닌것들이 섞여 살고 있고, 사람 아닌것들이 보이는 것, 그들과 대화가 가능한 것 만으로도 이미 독특하고 뛰어난 능력인걸.

그래서 도련님은 몸이 약하고 뭔가에 몰두할라치면 저도 모르게 까무룩히 졸립고, 겸손하지만 세상 물정도 모르고, 못생기진 않았지만 병악한 도련님은 요괴들과 잘어울린다.

2.

'백귀야행'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팻숍 오브 호러스'

독특한 일본문화, 물건도 오래되면 마음이 생기는 것. 기가 담기는것. 그럴 수 있을 것 같긴해. 요괴라고는 해도 그다지 힘도 없고 착한.

무서운것은 늘 사람의 욕망과 집념이지.

 

3.

한가한 오후, 설핏 잠든 꿈속에서 처럼, 현실인지 아닌지, 꿈인지 생시인지, 그런 느낌.

간지러운 낮잠같다. 느리고 편안하고 재밌는 

*** 반드시, 밤에 이불 속에서 읽을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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