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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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만들어진 책이다. 여러모로.

제목과 편집이 잘맞고, 읽기에 어렵지 않고, 아직 '인권'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처음보는 책으로, 길에서 만난 세상이라기 보다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선입견없이 그 자체로 잘 들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이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야할 우리 사회의 쟁점들을 잘 선별하기도 했다.  이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2. 그런데 부족한 2%의 느낌이 있다.

똑독하고 교양있는 사람들이 불쌍한 사람들 구경하고 다니는 느낌.

물론 책한권으로 다양한 수준의 문제들을  다 담을 수는 없고, 모든 것을 해결책 까지 제시할 수도 없겠지. 인권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책또한 교양서부터 심화된 문제의식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까지 여러가지가 있겠지.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다른 어떤 책을 또 기획하고 정리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딱 이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인권의 문제를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수채화의 배경도 아니고 이사회의 필요악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행위를 존중해주는 것이든, 함께 모색하는것이든 사람이 더 사람답게 살기위한 노력의 단서라도 있어야 한다.

3. 지금 이순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노인들, 아이들.... 이 여전히 억울하고 비합리적으로 고통받고 있고 우리 대부분은 이것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4. 인권과 복지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해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극복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나, 제발, 그래도, 좀 높아져라. 부디. 인권.

많은 사람이 읽기를 바란다. 그리고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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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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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리소설로서는 그다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수술실이라는 공개된 심리적 밀실에서 살인인지 의료사고인지 모를 죽음의 발생' 이라고 하는데, 이 설정을 설명하는 것은 억지스럽고 사건의 해결은 참 난데없이 엉뚱하게 쉽다. 시라토니가 수술의 비디오를 다 보고나서 기양 알게되는 여러가지 것들. 

2. 오히려 구치외래의 다구치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고 전부처럼 보인다. 이윤을 위해 시스템화된 병원의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고, 언저리에서, 시스템에 적응을 못하거나 시스템에서 튕겨져 나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치료하는 의사.

와 정년퇴직하고 계약직으로 다시 고용되어있는 비정규직 간호사, 귀여운 역전노장 후지와라.

병원뿐일까. 세상의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곳에서 서성이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이렇게 편안하게 들어주고 치료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3. 다구치의 반대편에 시라토니가 있는듯이 설정하고 그렇게 설명하고 화일도 그렇게 구분하는데, 사실 이 설정도 또한 억지스럽다. 다구치는 현실에 근거해서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느낌이 있는데, 시라토니는 그런 다구치의 반대편을 가상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역력하다. 뭐랄까,

'똑독하고 냉정하고 싸가지없고, 그런것이 매력이고, 알고보면 마음은 따듯하고' 이런 캐릭터로 만든것 같은데, 의도가 그랬다는 느낌은 있어도 시라토니는 별 매력이없다.

뭐랄까, 굉장히 시끄럽고 부담스럽고 알수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다구치나 되느까 참아주지. 나같으면 니맘대로 하세요. 악수하고 끝일걸. ^^

4. 요즘은 참 제목을 잘도 만들어 붙여.  

누가 뭐래건 이책은 내느낌으로는 구치외래팀의 영광이다. 구치외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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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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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쿠다 히데오는 이제 한국에서도 이름만으로 구매를 보장할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한 듯하다.

주로 소품처럼, 가볍고 따듯한 이야기들을 하다가

남쪽으로 튀어에서는 장편소설로 홈런을 친 느낌

(정확한 출판순서대로 읽어본것은 아니지만)

2.

40대 후반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발랄하고 감각적인 글을 쓸수 있는걸까.

젊은 사람이 속깊고 따듯한 시선을 갖고 있어서 기특하다고 생각했다가 

59년 생이란 것을 보고 좀 의외였다.

3.

30대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인데, 드라마 같다.

드라마는 자본주의 동화니까

"어렵고 힘들어도 씩씩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심각하지 않고 문장은 감각적이라 책장이 잘넘어가는것은 장점이다.

골치아픈것 싫고 그저 늘어진 시간을 소일하기에 좋은

나른한 휴일 오후 리모콘을 들고 텔레비젼 채널을 바꾸며 뒹굴거리듯이 ^^

4.

나도 30대인데, 극렬하고 뜨거웠던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책속의 여자들이야 동화속의 여자들이니까 좋겠다만

현실이 그렇지 않아도 젊어지고 싶지 않아.

나이들어 편안한 것이 있다. ^^

5.

2006년 9월에 1쇄인데, 12월에 이미 4쇄라고 적혀있다.

지금쯤은 얼마나 팔렸을까? 궁금해진다.

사실 이렇게 잘 팔릴 정도로 좋지는 않은데.

편집을 잘 한 것도 있고 책을 예쁘게 만든것도 효과가 있는 것같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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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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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장르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유리하다.
과거의 시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역사책의 어딘가에서 본 인물들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마치 눈에 보일듯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장미의 이름을 보며 답답하고 어두웠을 것 같은 중세의 수도사들이
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놀랐었지 
인문주의자 단테를 탐정으로 만든 추리소설도 있고

2.

우리나라의 경우는
무거운 주제와 방대한 스케일의 대하역사소설은 가끔 있지만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경우는 흔치않다.
추리소설은 사건과 그 해결의 인과관계가 치밀해야 설득력이 있다.
과거의 시간에 인물을 등장 시키며 추리소설을 쓴다는 것은
분명 엄두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일이다. 

백탑파를 소재로 세가지 이야기를 하겠다 했는데
그 두번째 이야기. 

백탑파는 양반중심의 조선사대부 시대에 보기드문 지식인들이다.
주로 서얼 계층이 많고 실학을 적극 받아들인
자신들의 출신때문에 생긴 사회적인 부당함을 가슴에 간직할 수 밖에 없는

아웃사이더 지식인들.
그러나 어둡지 않았고, 위트있으며, 감상적인 면도 많은
실제 그들이 서로 나눈 서간문이나
박지원의 경우는 열하일기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후학으로서 애정과 열정을 갖을 만한 대가들이었음이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3.
첫번째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사건보다 일취월장 하였다.
뭐랄까. 첫번째 이야기는 마치 부채의식이 있는 사람이
쫓기듯이 쓴 느낌. 

열녀문의 비밀은 훨씬 여유있고 적절하게 세밀하게
백탑파, 그 사람들에 대해 그려놓고 있다.
큰틀에서의 이야기전개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고
김아영의 죽음으로 인한 사건
이덕무가 규장각에서 학문으로만 이상적인 사회를 논하다
실제 부임해서 현실에서 개혁을 실험해야 하는 적성군에서의 사건
개성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사대부의 유학과 예리하게 부딪히는 야소교의 산건
세가지가 큰틀에서의 이야기 전개이고

이것을 아기자기하게 재미있게 연결시키는 것이
김진과 이명방의 사건해결과정이다. 

4.

마치 셜록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커플^^
치밀한 김진과 혈기왕성하고 정의로운 이명방이 주고받는 대화와
감정들은 따듯하고 재치있다. 

큰틀에서의 이야기 전개에 더욱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이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버릇이나 개성이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전개. 

이번 소설은 여유가 있다.
첫번째 소설에서는 백탑파 선배들에게 가위눌린 느낌이 약간 있었다.
불운하게 시대를 살아간천재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서
그들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었는지
그것을 알려주려고 너무 힘을 들인느낌
그래서 인간적인 냄새가 덜해었다.

이번 소설은 자연스럽다.
울분을 삼키며, 그러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속깊은 지식인들의 모습이 만져질듯하다. 

김진, 이명방, 이덕무.... 이들과 술마시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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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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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 가족에 관한 질문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토끼같은 아들딸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라는 말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인듯이 느껴지는데, 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중요한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와 존중, 관심이라는 것, 그래야 뭔지 모르겠는 사랑도 있는 것 같다는것.

구성원이 한부모이든, 두부모이든, 세부모이든, 혹은 부모가 없든, 아이가 없든, 남의아이를 내아이로 알고 키웠든, 남자끼리든, 여자끼리든, 개도 가족이 될 수 있고.....

2. 등장인물들의 가족관계가 상식적인 관계가 하나도 없다. 무엇이 상식이고 무엇이 옳바른지 완곡하고 편안하게 묻는다.

소네다 할머니 - 치매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의뢰로 가끔 인사하러 다다가 가면 다다를 아들로 생각한다. (비인간적인 가족, 늙은 어머니를 병원에 맞기고 인사조차 남을 시킨다.)

결혼에 실패한 다다, 결혼한적 없지만 다른 부부가 키우는 아이가 있는 교텐 - 실은 쿨한 두사람이 사는 공간과 시간이 점점더 인간적인 가족관계가 된다.

루루와 하이시와 하나(강아지) - 인간적이고 따듯한 가정. 두여성과 개로 구성된 가정이만 가장 모범적이다.

꼬마 유라의 집 - 유라네 엄마는 가정을 회사처럼 운영한다.

그외에도 등장하는 가족들이 모두 상식적이지 않다.  중요한것은 관계를 구성하는 사람끼리의 공동체를 어떻게 더 인간적이고 편안하게 서로 배려하며 운영할 것인가이다.

3. 개성적인 인물들

1) "콜롬비아 창녀 루루예요오!"

물결치는 금발에 새빨간 장미 코르사주를 꽂은 루루는, 형광빛이 도는 녹색 바탕에 짙은 핑크색 큰 튤립 무늬가 흩어진 얇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ㅍㅎㅎㅎㅎㅎ, 우와 멋지군. 나도 이런 원피스 한번 입어볼까? ^^ 입을수 있을까? ^^

사랑스러운 그녀를 반드시 만나보시길. 말로 설명할 수 없음. 절대 후회 없음.

2) 호시

귀에 피어싱을 잔뜩한 10대의 건달 두목.

두사람이 가장 인상적이다.

심지어 건달까지, 여기는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의 세상에도 평범한 많은 사람들은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기도 하다. 그게 사실이다. 늘, 지나치게 독점화된 권력과 부가 있는 곳에 악이 있을 뿐이더라.

4. 개성적인 인물들과 구구절절이 굳이 설명하지 않는 스토리의 여백이 편안하고 재미있다. 서술하는 시점의 작자가 마지막에 자주 이런 말을 붙이는 것도 재미있다.

'모두 나중에 들은 말이다.'

ㅎㅎㅎ 웃겨. 다 알고 쓰면서 뭔 나중?  그랬는데, 자꾸 이말을 읽으니까 마치 실제 세상에 다다네 심부름센터가 있는듯한, 허구의 이야기 인지 알면서도 실제한다고 속아보고 싶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묘한 문장이더라.

5. 심각한 문제들을 슬쩍 회피하는 기술도 뛰어나다. 그래서 별 다섯개는 줄수가 없다. 

뭐, 이세상 모든 글이 심각해야 한다는게 아니라, 다다네 심부름집이 꼭 그모든 문제들을 심각하게 다루면 이 소설은 재미없어진다는 것에 동의하는데, 그런데 현실에서는 다다네 심부름집이 살짝 회피하는 그곳에서 많은 고통과 억울함과 슬픔이 존재한다.

세상을 따듯하게 감싸안을 줄 아는 작자의 안목이 부디 나이 더많이 들어도 반짝이는 재치는 유지하면서 더 넓고 깊어지길 바란다. 그것을 기대하며 확인하고 싶은 작가이다.

세상의 많은 약하고 힘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웃음과 힘을 주고 우리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게 만들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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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ㅎㅎㅎ 이거 읽으셨군요
루루언니 말투가 생각나서 빙그레 웃음짓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