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진구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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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집안의 가족들이 유산을 상속받으려고 별짓을 다 한다. 

진구와 고진, 두명의 탐정을 비롯해 캐릭터들이 비교적 설득력 있게 살아 있어서 

수월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그러나 

1. 살인의 방법은 황당하고, 저렇게 해서 죽일 수 있을까? 

2. 반전은 억지스럽다. 

3. 고진과 진구가 탐정이랍시고 어깨에 힘주고 잘난척 하는것도 재미를 떨어트리고 

4. 두 탐정의 시니컬도 과해서 몰입을 방해한다. 

5. 앞뒤에 붙은 이탁오, 이 사람의 살인이 너무 잔인해서 작품 전체를 어둡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더욱이 

6.후진 도덕 강의가 튄다는 느낌 

도진기는 판사출신이라더니 낙태를 반대하시는 모양인대, 낙태하는 여성에 대해 단죄하는 표현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7. 짜증나는 마초 

쌍방이 바람난 부부 이교준은 아내를 죽이고, 유재연은 낙태를 하는대 양쪽 모두 살인죄로 단죄하며 

심지어 유재연을 도덕적으로 더 후려치며 훈계한다. 하. 

아내는 죽여도 낙태는 하지 말라는 것이냐. 

8. 탐정이 사건을 해석하고 해결만 하는게 아니라, 자기 의도대로 사기도 치고 단죄도 한다. 뭐니. 


한국 추리소설 작가중에는 나름 팬덤을 거느린 검증된 작가인 모양인대 

내 감성에는 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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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미아&뭉크 시리즈
사무엘 비외르크 지음, 이은정 옮김 / 황소자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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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읽은 책을 메모만 해두고 리뷰를 쓰지 못하다가 

마아와 뭉크 시리즈 두번째 책이 나온걸 알고 서둘러 메모를 찾아 쓴다. 

미쳐 쓰지 못한 메모 뭉치가 숙제처럼 쌓여 부담스럽네.


노르웨이. 북극의 황량한 이동네 사람들의 감성을 좋아 한다. 

가끔 너무 어둡고 독한 경우만 아니라면, 대체로 좋다. 

직접 찾아가서 얘기 해 보고 싶은 사람들


미아는 유능한 강력범죄전담반이 경찰이었지만, 과거 사건에서 큰 상처를 받고 외딴섬에서 죽으려 하고 있다. 

노르웨이를 공포로 몰아넣은 살인사건이 발생하자,홀리 뭉크는 예동료 미아를 찾아 비행기, 배, 자동차를 갈아타며 찾아간다. 


미아는 뭉크를 외면하지 않고, 뭉크는 미아를 다그치지 않는다. 

차를 우려 함께 먹으며 사건을 이야기하고, 

미아는 뭉크를 본 순간 이미 뭔가 중대한 사건때문에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아채고 

뭉크는 미아와 함께 가고 싶지만, 외딴섬에 스스로 위패시킨 미아의 마음을 헤아린다. 

미아가 가지 않겠다 하니, 뭉크는 더이상 강요하지 않는다. 

살인사건, 여섯살 아이의 생명을 앞세워 책임을 꺼내들지도 않는다. 

기다려주는 이해와 신뢰...... 기다려 주는 것. 


우리는 이걸 잘 못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고통을 감당하라고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에 우리는 익숙하다. 

기다려주는 것, 만으로도, 아픈 상처를 이해해주는 뭉크의 마음이 따듯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곧 죽어버리려고 마음먹은 미아가 차를 우려 뭉크에게 건넨다. 

이런 관계가 보기에 좋다. 부럽기도 하고 

사무엘에게 급 호감이 생겼다. 


미아는 윙크를 하고 그에게 목캔디를 건넸다. 가브리엘은 그것을 받아들고 의자에 앉았다. 미아는 이 청년이 마음에 들었다. 순수하고 똑똑했다. 상냥하고 수줍음이 많았다. 이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여섯살 아이들을 납치해서 살해하는 어둡고 무서운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뭉크 형사 팀 

이 팀의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고 농담을 나누며 일하는 방식이 밝아서, 소설의 균형을 맞춰준다. 

이런식의 스릴러는 독자로서 매우 긴장해서 다음엔 또 어떤 잔인한 사건이 벌어질까, 마음을 졸이게 되는대 

이런 장면들이 긴장을 풀어줘. 

순수하고, 똑똑하고, 상냥하고 수줍음이 많은 청년이 내 주변에도 있을텐대. 


마무리의 스토리는 예상되는 뻔함이 있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이미 나와버린 다음 시리즈의 미아와 뭉크를 빨리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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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독서 -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읽기
이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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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간략해도 안되고 너무 자세해도 곤란합니다. 너무 가벼워도 안되오 너무 무거워도 안됩니다. 너무 식상해도 안되고 너무 생경해도 안되지요. 그러면서 재미도 있어야 하고, 우아하면 더 좋습니다. 

고전읽어주는 사람, 이현우의 아주 사적인 독서 책머리에, 이책을 엮으며 고민한 나름의 기준을 밝힌다. 공감했다. 

재미있어야 하고 우아하면 더 좋은 



2. 

마담 보바리를 언제 읽었더라. 

보바리 부인이라는 제목으로 중학교 때던가 고등학교 때던가. 

플로베르의 문장이 세련되었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어찌나 지루하든지.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대 

<마담 보바리>는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문제적인 것인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바리를 읽을 수 있다니. 

게다가 플로베르와 도스토예프스키가 같은 해야 태어났다는 걸 일러준다. 

갑자기 친밀해지는 느낌. 뭐랄까, 친구의 친구를 만나는 느낌 말이다. 이런 재미가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책읽는 욕망을 채워준다. 

책과 작가에 대한 이해가 넓고 시시코콜하다. 

이런 문학적 지식을 이렇게 재밌게 일러주는 사람을 처음 봤어. 


이현우선생은 독특한 지위다. 

아카데믹으로 제한하여 고루하지 않고, 권위적이지 않고 

그의 뛰어난 점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지 대중들에게 알 기회를 준다는 것 아닐까. 


프랑스는 권태를 발명한 나라입니다. 나라마다 특산물이 조금씩 다른데, 이를태면 영국은 우울을 발명합니다. 

음....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며 일었다. 


권태는 중산층 부르주아의 정서이비다. 그보다 상류층이거나 빈곤층이라면 권태롭지 않아요. 빈곤층은 먹고살기 바쁘니까 권태로울 여유가 없고, 상류층은 정치 활동이나 사교활동이 많아서 일상생활을 관조해볼 여유가 없습니다. 중산층은 대게 먹고살 만은 하지만 아주 풍족하지는 않은 상인 집안입니다. 권태라는 건 이렇듯 특정한 사회적, 시대적 조선 아래 발생한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중학교때 먹고살기 바쁜 가난한 노동계급의 여자아이가 이 책을 보며 한심하고 지루하다고 느꼈던 건가봐. ^^



3. 

책을 읽는 것은 왜 즐거울까?

리얼리즘 문학은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서 사회의 구조적인 속성을 인식하게 해 줍니다. 간단히 말하면 리얼리즘 소설은 어떠한 사회학적 보고서보다도 탁월하게 사회를 해부해 냅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작가적 의도나 세계관이 아니라 리얼리즘이라는 방법론입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이런말이 나옵니다. "만역 정말 신이 있다면, 내가 신이 아니고 어떻게 견디겠는가?" 정말 대단한 작품이 있고 작가가 있다는 걸 '알아버린다면' 내가 그렇게 안되고 어떻게 버티 수 있겠습니까?

책을 읽지 않고 버틸수가 없으니, 읽는다. 

그런데 책을 쓰고 싶어지면 어쩌나. 이현우 선생은 문학을 쓰고 싶어 어쩌려나. 


소설은 근대화 함께 신작된다. 주홍글씨에도 근대의 전형적인 인물들이 고민을 한다. 

헤스터는 자기가 겪고 있는 징벌 혹은 고초가 자기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일반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행복한 여성일지라도 여성으로서의 삶이란 과연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과연 행복한 여성, 불행한 여성이 까로 있는건지 의문을 품게 되죠. 

주홍글자를 읽어주며 호손과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비교해 보여주는 해석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그의 반려자 역할을 충실하게 잘 하다가 어떻게 해서 클리퍼드를 중오까지 하게 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짚어주어야 하죠. 그런 작가적 역량이 포르노 소설과 이 작품의 차이를 만듭니다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걸로 치자면 이 작품 외에도 많습니다. 인물의 행동이 적절하게 동기화되어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채털리부인의 연인을 읽으며 이현우가 말하는 동기화. 인과관계. 

인물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는 결단과 우연으로 점철될때 심지어 그 결과가 아무 연관없이 뻔할때 삼류가 되고 

막장 드라마가 된다. 


소설은 멜러즈의 편지로 끝을 맺는데, 두사람이 서로 교환하는 편지에서는 코니와 멜러즈가 계급차이를 극복하고 대등한 관계로 대화하게 됩니다. 

채털리부인의 사랑에서 계급차이가 극복되는 것의 동기화가 잘 돼어 있었던가? 

사랑으로 계급차이를 극복한다는 동화는 믿기 어려운 걸. 

오래전에 읽어서 잘 생각이 안난다. 



4. 

사탄은 저쪽에서 보면 반란자의 형상이지만, 이쪽에서 긍정하게 되면 기존의 질서에 굴복하거나 예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정신이라고 양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햄릿을 읽으며 중세와 근대의 경계, 개성의 발견, 자아에 대한 인식, 인문학적 소양이 넓고 성찰이 깊어 

이현우의 사적인 독서를 읽는 것이 재밌다. 

전혀 다른 작품을 보는 것 같아. 

고리타분한 인상의 뻔한것 같은 고전을 전혀 다른 생생한 작품으로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과 여전히 심장뛰는 욕망과 여전히 설레이는 재미를 보여준다. 특별한 독서다. 


셰익스피어는 저자, 작가 개념이 갖추어지기 이전의 작가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저자'가 된것은 그의 사푸에 일어난 일이고, 세계문학 거장 반열에 오른 것도 다양한 평가와 해석의 역사를 거친 이후입니다. 

나는 셰익스피어가 당대에 이미 국민작가가 된 줄 알았지. ^^

인도와도 안바꾼다는 영국인들의 황당한 자랑질을 먼저 들었으니 그럴밖에. 

이런 재미는 요즘 유행하는 팩트체크의 재미다. 

읽으면서 아아, 그렇구나. 눈이 밝아지고 세상이 넓어진다. 


한국인 성인 10명중 4명이 1년에 책 한권도 안 읽는다고 하죠. 경이로운 수치입니다. 경제 규모가 세계 15위권이내 인데, 이렇게 책을 안 읽을 수는 없어요. 책을 안 읽는게 성공비결이라고 해도 상당히 놀랍고, 혹은 이런 핸디캡을 무릅쓰고도 성공했다고 해도 놀랍습니다. 

ㅎㅎㅎㅎㅎ  빵 터졌다. 

책 읽지 않는 한국인의 통계를 보며 경이롭다는 표현을 쓰고, 그래도 성공하는것이 놀랍다는 저런 이현우 특유의 표현 

사실을 그대로 말하며 쿨하게 비꼬는 


마음이 어지러운 젊은이에 관한 멋진 희곡이다. 그런데 이 젊은이의 지독한 우유부단함 때문에 한시간 남짓이면 충분할 연극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 4시간을 넘겨 버렸다. 거의 관갱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수준이었다. 연극이 절반 정도 지났을때 나는 이렇게 소리칠 뻔했다. 빨리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인다. 

ㅋㅋㅋㅋㅋ 재밌어. 

햄릿이 공연되던 당시에 이런 평가가 있었다네. 극렬히 동의한다. 

빨리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인다. 


"왜 복수가 지연되는가?" 이게 이 자품을 이해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수수께끼 입니다. 

정말 그래. 어찌나 지루하고 햄릿이 한심하든지. 

나중에는 죽이든지 말든지,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어애 하는지 의심스러워 진다니까. 

나만 그렇지 않았던 거다. 이렇게 명쾌하게 해석해준다. 


쉬운말, 일상적인 언어로 교과서 안의 고전이 오늘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카데믹의 대학 밖으로 나와 대중에게 알려주는 

재미있고 우아한 특별한 독서다. 

평범한 사람도 책읽기의 특별한 재미를 누릴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이현우 선생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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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가족놀이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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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간만에 미미여사의 현대물 

그녀답게 경찰서안 여러형사들의 캐릭터가 인간적이고 소박하게 그려진다. 

어깨에 힘주는 고독한 영웅 따위 없어서 편안해.

동네 슈퍼마켓에서 언제든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살인사건을 수사한다. 


이 길을 계속 가려면 물론 누군가를 구하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수 있는 근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절실하게, 아무도 구할 수 없거나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때 그런 자신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력도 필요하다. 

의외로 아무도 구할 수 없을 때 인내하는 것은 어렵다. 

모르면 모르겠는대, 빤히 알면서 아무도 구하지 못하거나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할때, 

스스로 진공상태의 무능함에 멍청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 

미미여사의 경찰들을 보면서 또 부럽네. 

대한민국에도 이런 경찰을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조폭이 옷만 갈아입은 깡패같은 경찰만 상상하잖아. 우리는. 



2. 

연쇄살인 사건으로 합동수사본부가 설치되고 본청과 관할청의 여기저기서 일하던 경찰들이 팀으로 묶여 

미궁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심문계획을 세운다. 

먼저 다케가미 형사의 입장에서 사건의 경과를 보여주고 주변인물과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다음은 치카코의 입장에서 사건의 후반을 보여주며 심문장면의 본론으로 들어간다. 

시점에 따라 다르게, 인물들의 마음을 더듬으며 

세련된 구성을 유연하게 배치한다. 

미미여사 스러워. 


마무리는 살짝 헐거운대, 나쁘지는 않다. 가볍고 나른한 주말에 좋을 소설이다. 

마지막 장면에 인용된 시를 후기에 역자 김선영이 소개해 준다. 

시가 놓으네. 


나비 


사이조 야소


이윽고 지옥에 내려갈 때,

그곳에서 기다릴 부모와 

친구에게 나는 무엇을 가지고 가랴


아마도 나는 호주머니에서 

창백하게, 부서진

나비의 잔해를 꺼내리라.

그리하여 건네면서 말하리라.


일생을 

아이처럼, 쓸쓸하게

이것을 쫓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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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7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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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또 한명의 독특한 캐릭터는 세세미 바이히브로트다. 

곱사인 그녀는 잘 교육받은 여성으로 귀족이거나 부자집 여자아이들을 위한 기숙학교 교장이었다. 

그녀는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며, 부자는 아니지만 잘 살아간다. 

그녀가 장애인이라서 특별히 조롱받거나 소외되는 장면이 없다. 

그녀는 독신으로 역시 독신인 언니와 평생을 산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의 지위와 많이 달라서, 눈여겨 보게 된다. 

우리 사회는 저 독일로 부터 1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장애인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이웃하여 살지 않고 있다.  

100년 전의 독일 보면서 부끄러운것이 많다. 

현재의 독일과 비교하는 것도 아닌대 말이다. 


부덴부로크가 아들들에게 전해지는 글귀

"내 아들아, 낮에는 열심히 일을 해라. 그러나 밤에 편히 자지 못할 일은 하지 말아라."

의미 심장하다.

봉건적 신분을 핏줄로 이어받은 귀족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부자가 된 부르주아 가문 답다. 

밤에 편히 자지 못할 일이란 표현은 절묘하다. 

법에 금하는 일이 아니고, 폭력적인 일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헤치는 일도 아니고 

밤에 편히 자지 못할 일이란, 내 양심에 위배되는 일이다. 

돈벌기 위해 양심을 팔지는 말라는 말이지. 


대한민국 재벌가의 아들들은 핏줄로 이어받는 귀족에 더 가까워서, 금수저 물고 나오면 땡이니까. 

낮에 뭔짓을 하든 돈만 많이 벌면 밤에 다리 쭉 뻗고 잘 잘것 같아. 

천문학적인 재산을 상속하며 세금도 안내는 걸 뭐, 양심은 고사하고 법도 안지키는 분들이라. 


재벌가는 그렇다치고 

여전히 장애인들을 이웃으로 인정해 살지 않으며 우리는 밤에 편히 자기 어려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여전히 격리하여 안보이는대 가두기에 바쁘고, 소외시켜 함께 살지 않으니까. 

우리의 양심은 낮에하는 차별위에 잠들기 힘들어야 하지 않을까.  



2. 

만은 26세에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로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고 

이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누리고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다 여든에 죽었으니 부족함없는 삶을 살았다. 

그가 유서에 동성애자라는 고백을 썼다는 것을 알고나니 많은 것이 다르게 보인다. 

기독교 전통에 의하면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었고, 나찌는 유대인과 함께 동성애자들도 가두고 학살했다. 

평생을 완벽하게 속이고 살아서 아무도 그의 성정제성을 의심하지 않았으나 

죽음을 맞으며 유서에 밝혔다. 

평생 누린 명예에도 불구하고 삶의 무게가 그에게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그래서 그는 여성과 장애인의 캐릭터를 이렇게 잘 쓸수 있었는지도 모르지. 


성소수자를 차별하면서 잘자는 밤도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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