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독서 -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읽기
이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1. 

너무 간략해도 안되고 너무 자세해도 곤란합니다. 너무 가벼워도 안되오 너무 무거워도 안됩니다. 너무 식상해도 안되고 너무 생경해도 안되지요. 그러면서 재미도 있어야 하고, 우아하면 더 좋습니다. 

고전읽어주는 사람, 이현우의 아주 사적인 독서 책머리에, 이책을 엮으며 고민한 나름의 기준을 밝힌다. 공감했다. 

재미있어야 하고 우아하면 더 좋은 



2. 

마담 보바리를 언제 읽었더라. 

보바리 부인이라는 제목으로 중학교 때던가 고등학교 때던가. 

플로베르의 문장이 세련되었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어찌나 지루하든지.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대 

<마담 보바리>는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문제적인 것인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바리를 읽을 수 있다니. 

게다가 플로베르와 도스토예프스키가 같은 해야 태어났다는 걸 일러준다. 

갑자기 친밀해지는 느낌. 뭐랄까, 친구의 친구를 만나는 느낌 말이다. 이런 재미가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책읽는 욕망을 채워준다. 

책과 작가에 대한 이해가 넓고 시시코콜하다. 

이런 문학적 지식을 이렇게 재밌게 일러주는 사람을 처음 봤어. 


이현우선생은 독특한 지위다. 

아카데믹으로 제한하여 고루하지 않고, 권위적이지 않고 

그의 뛰어난 점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지 대중들에게 알 기회를 준다는 것 아닐까. 


프랑스는 권태를 발명한 나라입니다. 나라마다 특산물이 조금씩 다른데, 이를태면 영국은 우울을 발명합니다. 

음....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며 일었다. 


권태는 중산층 부르주아의 정서이비다. 그보다 상류층이거나 빈곤층이라면 권태롭지 않아요. 빈곤층은 먹고살기 바쁘니까 권태로울 여유가 없고, 상류층은 정치 활동이나 사교활동이 많아서 일상생활을 관조해볼 여유가 없습니다. 중산층은 대게 먹고살 만은 하지만 아주 풍족하지는 않은 상인 집안입니다. 권태라는 건 이렇듯 특정한 사회적, 시대적 조선 아래 발생한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중학교때 먹고살기 바쁜 가난한 노동계급의 여자아이가 이 책을 보며 한심하고 지루하다고 느꼈던 건가봐. ^^



3. 

책을 읽는 것은 왜 즐거울까?

리얼리즘 문학은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서 사회의 구조적인 속성을 인식하게 해 줍니다. 간단히 말하면 리얼리즘 소설은 어떠한 사회학적 보고서보다도 탁월하게 사회를 해부해 냅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작가적 의도나 세계관이 아니라 리얼리즘이라는 방법론입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이런말이 나옵니다. "만역 정말 신이 있다면, 내가 신이 아니고 어떻게 견디겠는가?" 정말 대단한 작품이 있고 작가가 있다는 걸 '알아버린다면' 내가 그렇게 안되고 어떻게 버티 수 있겠습니까?

책을 읽지 않고 버틸수가 없으니, 읽는다. 

그런데 책을 쓰고 싶어지면 어쩌나. 이현우 선생은 문학을 쓰고 싶어 어쩌려나. 


소설은 근대화 함께 신작된다. 주홍글씨에도 근대의 전형적인 인물들이 고민을 한다. 

헤스터는 자기가 겪고 있는 징벌 혹은 고초가 자기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일반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행복한 여성일지라도 여성으로서의 삶이란 과연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과연 행복한 여성, 불행한 여성이 까로 있는건지 의문을 품게 되죠. 

주홍글자를 읽어주며 호손과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비교해 보여주는 해석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그의 반려자 역할을 충실하게 잘 하다가 어떻게 해서 클리퍼드를 중오까지 하게 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짚어주어야 하죠. 그런 작가적 역량이 포르노 소설과 이 작품의 차이를 만듭니다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걸로 치자면 이 작품 외에도 많습니다. 인물의 행동이 적절하게 동기화되어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채털리부인의 연인을 읽으며 이현우가 말하는 동기화. 인과관계. 

인물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는 결단과 우연으로 점철될때 심지어 그 결과가 아무 연관없이 뻔할때 삼류가 되고 

막장 드라마가 된다. 


소설은 멜러즈의 편지로 끝을 맺는데, 두사람이 서로 교환하는 편지에서는 코니와 멜러즈가 계급차이를 극복하고 대등한 관계로 대화하게 됩니다. 

채털리부인의 사랑에서 계급차이가 극복되는 것의 동기화가 잘 돼어 있었던가? 

사랑으로 계급차이를 극복한다는 동화는 믿기 어려운 걸. 

오래전에 읽어서 잘 생각이 안난다. 



4. 

사탄은 저쪽에서 보면 반란자의 형상이지만, 이쪽에서 긍정하게 되면 기존의 질서에 굴복하거나 예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정신이라고 양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햄릿을 읽으며 중세와 근대의 경계, 개성의 발견, 자아에 대한 인식, 인문학적 소양이 넓고 성찰이 깊어 

이현우의 사적인 독서를 읽는 것이 재밌다. 

전혀 다른 작품을 보는 것 같아. 

고리타분한 인상의 뻔한것 같은 고전을 전혀 다른 생생한 작품으로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과 여전히 심장뛰는 욕망과 여전히 설레이는 재미를 보여준다. 특별한 독서다. 


셰익스피어는 저자, 작가 개념이 갖추어지기 이전의 작가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저자'가 된것은 그의 사푸에 일어난 일이고, 세계문학 거장 반열에 오른 것도 다양한 평가와 해석의 역사를 거친 이후입니다. 

나는 셰익스피어가 당대에 이미 국민작가가 된 줄 알았지. ^^

인도와도 안바꾼다는 영국인들의 황당한 자랑질을 먼저 들었으니 그럴밖에. 

이런 재미는 요즘 유행하는 팩트체크의 재미다. 

읽으면서 아아, 그렇구나. 눈이 밝아지고 세상이 넓어진다. 


한국인 성인 10명중 4명이 1년에 책 한권도 안 읽는다고 하죠. 경이로운 수치입니다. 경제 규모가 세계 15위권이내 인데, 이렇게 책을 안 읽을 수는 없어요. 책을 안 읽는게 성공비결이라고 해도 상당히 놀랍고, 혹은 이런 핸디캡을 무릅쓰고도 성공했다고 해도 놀랍습니다. 

ㅎㅎㅎㅎㅎ  빵 터졌다. 

책 읽지 않는 한국인의 통계를 보며 경이롭다는 표현을 쓰고, 그래도 성공하는것이 놀랍다는 저런 이현우 특유의 표현 

사실을 그대로 말하며 쿨하게 비꼬는 


마음이 어지러운 젊은이에 관한 멋진 희곡이다. 그런데 이 젊은이의 지독한 우유부단함 때문에 한시간 남짓이면 충분할 연극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 4시간을 넘겨 버렸다. 거의 관갱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수준이었다. 연극이 절반 정도 지났을때 나는 이렇게 소리칠 뻔했다. 빨리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인다. 

ㅋㅋㅋㅋㅋ 재밌어. 

햄릿이 공연되던 당시에 이런 평가가 있었다네. 극렬히 동의한다. 

빨리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인다. 


"왜 복수가 지연되는가?" 이게 이 자품을 이해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수수께끼 입니다. 

정말 그래. 어찌나 지루하고 햄릿이 한심하든지. 

나중에는 죽이든지 말든지,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어애 하는지 의심스러워 진다니까. 

나만 그렇지 않았던 거다. 이렇게 명쾌하게 해석해준다. 


쉬운말, 일상적인 언어로 교과서 안의 고전이 오늘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카데믹의 대학 밖으로 나와 대중에게 알려주는 

재미있고 우아한 특별한 독서다. 

평범한 사람도 책읽기의 특별한 재미를 누릴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이현우 선생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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