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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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갸기 시리즈는 재밌다. 

거대한 땅 중국의 현대사, 그러다보니 혁명이 배경이다 

정사와 야사를 넘나들어도 김명호 문장이 깔끔해서 좋다. 


장세스는 황푸군관학교 교장 시정부터 마오쩌뚱을 싫어했다. 마오쩌뚱이 황푸에 강연 올 때마다 "목욕도 안하고 머리도 제대로 한 감는다. 옆에만 가면 냄새가 진동해서 머리가 아프다. 칫솔질도 안 하는 주제에 입에서 고전이 술술 나온다." 며 무시했지만 현실은 존중했다.

이런 이야기가 재밌다. 

대륙을 두고 싸우는 영웅호걸 장수들이 뒷다마까며 서로 욕하고 싸우고, 그러다 여자 때문에 살려주기도 하고 

마오쩌뚱은 잘 안닦아 더럽기로 유명했다네. ^^


"평소내노라하던 사람들이 30대 중반의 왜소한 사람 눈치 보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무슨 남자가 술은 물론이고 춤도 출 줄 몰랐다. 산해진미가 즐비했지만 물만 마셨다. 술을 못하면 노래라도 하라고 했더니 아는 노래가 한곡도 없다며 얼굴이 빨개졌다.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복장이 어찌나 초라했던지 옷을 한벌 사주고 싶었다. 린바오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장제스, 마오쩌뚱은 물론이고 스탈린도 탐냈던 최고의 전략가, 전쟁예술가 린뱌오에 대한 여류화가의 회고다.


굳이 비교하자면 중국인 이야기 씨리즈중에는 지루한 편이다. 

혁명과 내전의 와중에 다영한 사람들의 극적인 이야기가 재미의 핵심인대 

장제스와 장쉐량, 쑹메이링의 삼각관계, 마지막 황제 푸이의 이야기는 

물론 이 이야기들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1권부터 3권까지의 다채로운 이야기에는 못 미친다. 

북한의 김일성 이여기도 그다지, 재미없다. 


짧지만 마지막장 신중국 외교부 풍경은 재밌다. 아, 감탄하며 읽었어.

한번도 빨아 본적 없는 두툼한 군복에 짐 보따리를 둘러멘 사람들이 꾸역꾸역 외교부로 몰려들었다. 장정과 항일전쟁, 국공내전을 거치며 많게는 100여만 명에서 적게는 2만명 이상의 전투병력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장군들이었다. 개중에는 베이징을 처음 와 본 사람도 있었지만 평생 주눅이라곤 들어본 적 없는듯 행동거지에 거침이 없었다. 따라온 부인들의 행색도 남편들과 비슷했다. 

삶의 대부분을 피비린내나는 전쟁에서 보낸 장수들이 신중국 수립 후, 즉 모든 전쟁에서 승리한 후 외교부 관료가 된다. 

이제 정부를 운영하니 누군가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전쟁터의 인간관계는 거칠고 솔직하지만 외교의 인간관계는 거짓말도 잘하고 세련됨, 격식이 아닌가.  

"우리가 언제 외국어 잘해서 전쟁에 이겼나."

이번에는 총이 아니라 입으로 싸워야 하니 답답해 진 거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부심과 열정으로 일한다. 

감동적이고 재밌다. 


우리는 언제 성공한 혁명의 경험을 갖을 수 있을까. 

나도 성공한 혁명의 기억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언제 외국어 잘해서 전쟁에 이겼나. 까짓거 해보지뭐. 

이런 마음으로 헌신하는 관료들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늘 굽신거리고 아부하고 주눅들어 눈치보는 관료들, 그래야 성공하는 세상은 답답하다. 

대륙의 호연지기 느껴지는 중국이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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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평전
송우혜 지음 / 서정시학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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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동주는 좋아하는 시인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진 사람들의 영혼을 밝혀주는 촛불이랄까. 

1988년 처음 발행된 후 개정판이 나오고 2004년 재개정되어 나온, 잘 씌어진 평전이다. 

윤동주에 대한 애정 뿐아니라, 일제시대 북간도 명동과 용정의 뜨거운 분위기가 생생하고 

무엇보다 사료와 함께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구술이 꼼꼼해서 더욱 신뢰가 간다.


해방전후사, 한국 근현대사를 전혀 안읽은 것은 아닌대, 만주로 이주했던 한인들의 역사를 처음 보았다.  

저렇게 치열하고 열심히, 끓어오르는 솥단지처럼 뜨겁게, 삶을 살아내고 있었구나. 

만주의 발견이랄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윤동주와 그의 이종사촌이자 절친 송몽규의 어린시절과 젊은날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그렇다고 과하게 찬양 일색도 아니며 

시대상황을 밝히고 가계의 기풍을 소개하며 객관적으로 동주와 몽규의 마음을 읽는다. 

오래간만에 좋은 평전을 읽었다. 

어떤 소설보다 극적이고 아름답다. 

윤동주의 삶을 해석하기 위해 자료를 검토하고 그의 자취를 더듬어 우리에게 알려준 송우혜에게 고맙다. 

윤동주의 삶에 걸맞는 평전이다. 



2. 

일제시대를 살다 읽찍 죽은 청년, 시를 읽으며 틀림없이 마음결이 고왔을 청년이다, 했는데 

명동과 용정의 당시 분위기를 보니 

국가없는 식민지의 아들로 살며 고통과 분노 그리고 성찰이 있었을 것이다. 

유복할 뿐 아니라 대대로 지역에서 존경받는 집안의 아들이다. 

이 시대의 용정은 굉장히 진취적이고, 여성들도 지혜롭다는 느낌이 있어. 

아래위 예를 강조하던 무능한 지배계급의 몰락으로 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은 인민들이니 

굳이 남녀차별이나 출신에 따른 차별까지 지키고 당하며 살아지겠냐고. 


어쩌면, 생긴것도 준수하니. 윤동주는. 시처럼. 


'부끄럼'이란 것은 인간이 지닌 일상적인 정서의 하나라기 보다는, 차라리 인간의 실존 그 자체에 관한 성찰의 한 양식이라는 것을, 그렇다! '부끄럼'이란 것은 모든 불완전한 존재들이 그들의 불완전함을 슬퍼하는 참회의 방식에 다름아니다. 그러하기에 인간이 정직하게 부끄럼에 마주서자면 그의 전 존재, 그의 전 중량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정면으로 마주서본 경험이 없는 한 이토록 가슴을 치는 절창은 솟아날 수 없는 것이다. 

윤동주의 시를 보며 궁금해지던 부끄러움 


수치 앞에서 정직했고 성실했다. 그가 그럴수 있었다는 건 아마도 그가 청결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으니라. 그것은 신의 축복이다. 

송우혜의 말이 맞다. 

수치앞에 정직하고 성실한 것은, 두렵고 무서운 일 아닌가. 

나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은 어렵다. 이것을 20대의 청년이 했다는 것이, 그것을 시로 썼다는 것이, 

어떻게 이렇게 맑은 영혼이 있을 수 있는가 말이다. 



3. 

함께 구속되어 동일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비슷한 시기 감옥에서 죽은 몽규와의 동주일 삶을 

이제야 읽으며 가슴을 친다.  


일제가 징역 2년에 처한 송몽규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민족독립의식의 앙양에 힘썼다는 거다. 

실상 골방에서 친구들 몇명하고 의견을 나눈거다. 

행위가 없다. 폭탄을 터트린 것도 아니고, 그 준비도 아니고, 데모를 조직한 것도 아니고 

시절이 엄혹하니, 부디 때를 기다리자고 한 것 밖에 없다. 

이게 치안유지법 위반이고 징역 2년을 선고 받는다. 

사상이 범죄가 되는 황당하지만 살벌한 법이다. 


일본에서는 패전과 함께 맥아더가 점령군 총사령관으로 부임후 1945년 10월 4일 폐지된 치안유지법이 

대한민국에서는 국가보안법으로 아직도 살아 여전히 인민의 사상을 검증하고 벌한다. 

우리는 몽규, 동주보다 자유로운 땅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이 마땅히 부끄러운가. 


동주는 젊은 나이에 일본 감옥에서 죽고 

해방후 그의 벗으로 윤동주의 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강처중은 좌익이라고 체포되어 사형선고 받았다가 

6.25 전쟁이 터져 월북했다. 

그리고 우리는 강처중의 존재를 잊는다. 


동주와 함께 몽규와 강처중을 호명하여 정당하게 소개한 송우혜에게 다시한번 고맙다. 

참담한 근현대사를 딛고, 우리는 무엇이 마땅히 부끄러운가. 



뱀발 

일본 교토 여행 준비하며 하필이면 미시마 유키오와 함께 읽어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번 검토되었다는 미시마의 탐미보다 

식민지 감옥에서 죽어 이름조차 잊을 뻔한 동주의 부끄러움과 참회가 어찌나 맑고 아름답던지

이런식의 민족적 정서가 깔린 비교 의미없다 생각하는대  

동주에게 미안하고 슬퍼서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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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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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도 약할 뿐더러, 달리기를 하여도 철봉을 하여도 남에게 뒤지는 데다가, 선천적인 말더듬 증세가 더욱더 나를 내성적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모두들 내가 절간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외딴 절 주지의 아들 미조구치 

미시마는 탐미문학의 거봉이라고 책표지에 소개된다. 

탐미주의, 탐미문학이라고 소개되는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배불러 한가한 자들의 소일거리라서, 탐미란 나른하고 지루할 뿐 아니라 대체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미조구치, 이 아이는 시작부터 예민하고 소외되어 외롭지만 그래서 고집도 세다. 

게다가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는 시기. 전체주의 광풍이 몰아치는 폭력의 시대에 예민함이나 허약함은 경멸의 대상이 된다.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시작이다. 

교토 여행을 앞두고 읽었다. 



2.  

이 시대의 작가들은 흔히 그러는대 일본은 유난히 여성혐오가 심하다. 

미시마는 장난 아니구만. 

이웃의 예쁜 소녀 우이코는 군인의 아이를 갖더니 탈영한 군인을 배신하고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여자는 절에서 하얀 젖가슴을 꺼내 찻잔에 젖을 짜서 젊은 군인에게 준다. 

심지어 어머니는 모기장 속 결핵에 걸린 남편과 아들이 누운 옆에서 친척 남자와 정사를 나누고,

이 장면을 목격한 아들 미조구치의 등 뒤에서 아버지가 그의 눈을 가린다. 

그러니까, 나는 이런 가학적인 감성이 참 불편한다. 


금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결핵에 걸린 아버지와 말더듬이 미조구치이고 

여성들은 금각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 아니라 언제든 욕망에 옷을 벗고, 속된 욕심으로 가득한 멍청한 존재다. 


청년이 된 미조구치가 미군에게 몸파는 창녀를 발로 짓밟고 차는 장면에서 일단, 책을 덮었다. 

찌질한 남자의 여성혐오에 대한 보고서를 탐미의 이름으로 더 읽어야 하는건지 생각 중이다. 

다 읽은 책만 리뷰를 쓴다는 기준을 위해 이 혐오를 더 보아야 하는가. 심지어 탐미.  



3. 

나는 예술가가 되기에는 너무도 오만하였다. 폭군이나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은 꿈일 뿐, 실제로 착수하여 무엇인가를 해내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 

남에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긍지였기 때문에, 무엇인가 남들을 이해시키겠다는 표현의 충동을 느끼지 못했다. 남들 눈에 띄는 것들이 나에게는 숙명적으로 부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독은 자꾸만 살쪄 갔다. 마치 돼지처럼. 

어떻게 고독이 돼지처럼 살쪄갈까. 

고독이란 마르고 가냘픈 결핍이 아니단가. 

그러나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살쪄가는 고독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 고독은 학처럼 여위는 것이 아니라, 돼지처럼 살찌는 것이 더 어울릴 수도 있구나. 

이런 문장이 탐미 인가. 


나는 어두운 새벽길을 곧장 달렸다. 돌멩이도 나의 발길을 방해하지 못하였고, 어둠이 내 앞에 자유자재로 길을 터 주었다. 

우이코를 보기 위해 미조구치가 달려간다. 

나는 길 쪽을 엿보핬다. 멀리 하얗고 희미한 물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새벽의 색깔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우이코였다. 

섬세한 감성과 예민한 감성은 분명하다. 

그래서 더욱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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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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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사람들의 심미안은 나와 다를 뿐 아니라, 뭔가 석연치 않다. 

게이샤와의 사랑이라. 

특히 패전후 1960년대까지 시기의 작가들은 유난히 여성을 혐오한다. 

사랑을 해도 강박적이고 폭력적으로 

물론 야스나리의 문장은 거칠거나 혐오스럽지 않다. 

잘 다듬어진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세련되게 흐른다. 

부드러운 비단 폭 안에 작은 바늘 하나 숨겨진 듯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억울하지만 순종하고 복종하면서 사는 여자가 아름다운 것처럼 

여성은 슬퍼야 아름다운 것처럼 

남자니까 염치없이 이렇게 쓴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더라. 

문장이 매끄럽고 섬세한 것은 사실이다만 


한량 시마무라와 이세상이 아닌듯한 눈덮인 국경 마을 게이샤의 사랑이 기묘하다. 

애써 억누르다가 매달리고, 달아 오르고, 삐지고, 부르고, 기다리는 것은 모두 섹시하고 착한 고마코의 몫이고 

시마무라는 구경하듯이 못이기는 척 밀땅을 한다. 참 거슬려.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확실히 노벨문학상은 제국주의 남성의 것이라는 생각을 또 했네.



2. 

그럼에도 이 소설이 재미 없지는 않다.  

"요 앞 마을 중학교에선 눈 온 아침에 기숙사 2층 창문에서 알몸으로 눈에 뛰어든대요. 몸이 눈 속에 푹 파묻혀 보이지 않게 되죠. 그래서 수영하듯 눈 속을 헤엄치며 돌아다닌대요. 보세요. 저기도 제설차가 있어요."

여성에 대한 비틀어진 시각을 세련되게 포장한 것이 내내 불편하면서도 

이런 문장은 재밌어서, 페이지가 쉬 넘어간다.  

나두 해보고 싶어. 

전봇대 전등이 눈 속에 파묻힐 정도로 눈이 많이 온 아침에 기숙사 2층에서 알몸으로 눈 속을 헤엄치는 것 

눈, 아침, 알몸, 그리고 헤엄이라니. 절묘한 이미지의 조화. 


곰처럼 단단하고 두꺼운 털가죽이라면 인간의 관능은 틀림없이 아주 다르게 변했을 것이다. 인간은 얇고 매끄러운 피부를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노을진 산을 바라보노라니, 감상적이 되어 시마무라는 사람의 살결이 그리워졋다. 

이런 문장은 정말 사람의 살결을 그리워지게 한다. 


"이 다음에 눈보라가 밤새 휘몰아칠 때 한번 와보세요. 올 수 없을 테죠? 꿩이며 토끼가 인가로 도망쳐 들어와요."

꿩이며 토끼가 문을 두드리며 창고로 들어오는 눈보라 휘몰아치는 밤, 이라니 

두렵고 설레이는, 저 밤을 경험하고 싶어. 


시마무라는 쇠주전자에 귀를 가까이 대고 방울 소리를 들었다. 방울이 울려대는 언저리 저 멀리, 방울 소리만큼 종종걸음치며 다가오는 고마코의 자그마한 발을 시마무라는 언뜻 보았다. 시마무라는 깜짝 놀라, 마침내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얀 눈이 쌓이는 국경마을, 산골짜기, 밤기차, 온천, 산불, 게이샤 

일본적인 이미지라기 보다는 남자들의 로망을 잘 그렸다. 현실과 비현실의 꿈같은 경계. 

야스나리의 주제는 슬픔이구나, 그러나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뭐랄까 그냥, 이 정도면 숙제는 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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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2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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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험담꾼의 죽음으로 무난한 신고식을 마친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다.

 

지난 몇년간 그는 다양한 연극을 제갖해서 여러 실험 극장 무대에 올렸는데, 보통은 교회오 국가를 향한 노골적인 풍자를 담고 있는 내용이었디. 그는 공산주의자와 트로츠키파, 마르크스주의자, 자유주의자 등에 사랑을 받았다. 그들에게 헨리는 그들이 간절히 원하던 대상이었다. 다시말해 그는 진짜 이튼 스쿨을 졸업한 수재이며, 지주계급의 아들임에도 계급투쟁에 뛰어들기로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는 물빠진 청바지에 검은 스웨터를 입고 더러운 운동화를 신었다.

 

그랬던 그가 집사와 런던 토박이 하녀가 서로 누가 더 잘났는지 말싸움을 해대며 시작하는 응접실 희곡으로 성공하고

그 누구보다 속물에 마초일 뿐이었다는

다만 경박하고 어리석고 진부하며 아름다운 연극의 성공에

좌파들이 마친내 그들의 총아가 그들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극장 밖에서 항의 집회를 주최 하기도 한다.

그런 헨리가, 해미시가 차마 사랑한다고 말조차 못하는 프리실라의 약혼자가 외어 로흐두 마을에 나타난다는 거지.

 

스토리의 전개와 무관하게

공산주의자와 트로츠키파, 마르크스주의자와 자유주의자를 각각 구분하는 영국 대중문학이 부럽다.

우리나라는 박근혜. 홍준표만 아니면 다 진보라 한다.

보수가 워낙 천박하니, 오른쪽에 있어도 사람짓만 하면 다 진보라 해.

반대로 보수라는 것들은 지 의견에 반대하면 오른쪽이고 왼쪽이고 몽땅 빨갱이라 후려처버리고.

공산주의자와 트로츠키파, 마르크스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이 다들 환장할 노릇이지. ^^;

 

 

2.

"당신처럼 다른 사람들을 계속 화나게 하면, 그건 거의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난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기 힘드니까 괜히 주변 사람을 괴롭혀서 그들이 그가 할 일을 대신 하게끔 몰하가는 상황을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좋은밤 보내세요. 바틀릿 대위님."

해미시의 매력은 이런 문장에 있다.

붉은머리에 키가 껑충하고 마른 대다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느라 늘 가난해서

음식을 얻어먹으려고 기웃대고 헤진 옷을 입는 궁상맞은 해미시

그러나 그가 입바른 소리를 잘한다는 것

매우 솔직하게 직절화법으로 말하는대, 정중하게 '좋은밤 보내세요.'라고 마무리 한다는 거다.

재밌다.

 

가난하면 비굴하기 쉽다.

비굴하다는 것은 눈치를 본다는 것이고, 자기의견 보다 명령하는 사람의 의견을 쫓아 선악과 무관하게 따른다는 거다.

해미시는 커피와 빵을 얻어먹고, 밀렵꾼의 뇌조를 슬쩍 챙기기도 하지만

그러나 귀족이든 상관이든 유명인사든 할말을 참는 법도 없고, 아부는 결코 하지 않는다.

 

문장도 스토리의 흐름도 더 많이 좋아졌다.

험담꾼의 죽음은 다 좋은대 너무 산만했었거든.

프리실라와의 러브라인도 알콩달콩 밀당이 달달해서 양념으로 적당하다.

재밌어.

다음 시리즈 외지인의 죽음을 빨리 봐야 겠다.

우와, 이 시리즈가 벌써 8권이 나와 있네. 이게 왠 떡이냐.

생각 못한 선물을 받고 배부른 느낌이야. 땡큐,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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