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1.
경희가 서울 출장 다녀오는 길에 무료하여 영등포역 구내 서점에서 사들고
기차타고 내려오는 동안 읽다가 펑펑 울어버렸다고


2.
산다는 것이 늘 기쁘고 즐거운 자가 있을까, 늘 아프고 고통스럽지만도 않은게지.
살아서 다 이루었다고 할 만한 자의 삶을 마무리 하는 사색
살아서 다 이루었다해서 늙음과 죽음이 모두 마땅히 감당되는 것은 아닐터이다.
그의 소설만큼 치열하고 아름답다. 여전히, 마무리의 여백까지 촘촘하다.
담담하고 잔잔한것에 밀도가 높다.
고집세고 자존심 높아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자의 노년이다.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을 법하다 했더니 정말 그랬다네.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무엇하나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욕망도 미련도.
삶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인대 그 마무리를 스스로 긍정하는 삶이란 좋아보인다.
한편 욕망과 의지를 끝까지 밀어본자의 홀가분함이란 느낌도 있다. 편안하다니 부럽다.

사는것이 끊임없이 비우고 버리는 과정이다.
움켜쥐고 끌어안고 모두고 쌓아두고 그 모든것이 넘치면 고통이고 과하면 아픔이더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든이 넘은자가 아니면 할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마흔이 된자가 늙어서 편안하달수도 없고 버리고 갈 것만 남았다고 말하는것도 황당하지 않은가.
아직은 버리지 못해 움켜쥐고 속썩이는것도 있고 편안할 만큼 늙지도 않은 마흔이다.
다만 그래도 마흔이다. 중턱쯤은 왔다는 말이지. 온것처럼 갈밖에.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이말이 왜 이렇게 좋을까.
다시 태어나기 전, 아직은 마흔인대, 이제라도 눈씻고 일잘하는 사내를 찾아 깊고깊은 산골로 들어가 농사짓고 살으려니
버리고 가지 못하는 것이 많구나. 욕망도 미련도


3.
'이야기' 란 무엇일까.
글모르던 할머니, 어머니가 줄줄 외고 있던
이야기 속에서 울고 웃고 운명이 뒤바뀌는 이여기 속에
나를 겹치고, 내 운명을 비웃고 초라해지는 내 삶으로 돌아오면, 이야기란 무엇일까.
삶을 윤택하게 하고 여유와 여백을 남기며 쉬어가게 하는 그리하여 내 삶의 이야기를 스스로 편집하는, 이야기란 무엇일까.

생사의 갈림길을 질주하며 울부짖다
지쳐 풀이죽어 쳐진 어깨로 돌아오면 할줄아는 것이 없으니 허물어져 잠들고
더듬으며 일어나 돌아앉은 밤 책을 펴
세상과 단절하며 세상과 만나고 그렇게 내 영혼을 쉬게하는, 이야기란 무엇일까.


4.
박경리는 특별했던 자신의 삶을 일반화시켜 삶을 돌아보게 한다.
버리고 갈것만 남아 홀가분하기 위해, 늙어서 편안하기까지 그의 삶을 보여준다.

그의 토지처럼 특유의 오만함과 잘난척이 못내 밉지않은것은
풍요로움이란 물질이 아니라 영혼이고 인내이고 중단없이 되돌아 학습하고 돌아보는 것이라고
그 외로움이 한창이다. 다 버리고 떠난 뒤에도.

이미 오래된어 더이상 피흐르지 않지만 많은 상처있는 가슴을 활딱 열어 들여다 본다.
사람사는 일의 이치란 순리대로 사는것이라고.
어려운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롭게 순하게 사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마침내 소박하고 편안하다. 맺힌대 없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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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 산월기(山月記) / 이능(李陵)
나카지마 아츠시 지음, 명진숙 옮김, 이철수 그림, 신영복 추천.감역 / 다섯수레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신영복의 문장은 단단하다.
가법지 않고, 무겁지 않고, 어렵지 않다.
삶에 대한 성찰과 인문학적 지식이 잘 어우러진
소외된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긍정하는 밝은 눈이 좋다.  
서문은 아츠시를 통해 역사속의 사람들에게 가는 길을 열어준다.
꾸밈없이 단정하다.


2.
아츠시는 시대도 가정도 불우하게 타고난 사람이구나.
인간이 전쟁을 경험하는것은 사람을 공황상태로 만드는 폭력이다.
어찌살까.
삶보다 죽음이 가까워 만천하에 드러난 생살에서 피고름이 흐르는 세상을

인생은 무엇인가를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 길지만 무엇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도 짧다.
정말 그래

어떠한 경우에도 절망하지 않고 결코 현실을 경멸하지 않으며 현재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한다.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아츠시가 알려준다.
유교는 실천적인 학문인다. 그래서 욕망에 드러나고 검증받기도 한다. 솔직하다.

이철수의 그림도 좋다.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힘과 여유가 있다.
편집도 좋고 책에 대한 편집자의 애정이 살갑다.
천천히 읽는다.


3.
인간은 짐승이 되기도 한다. 욕망과 집착에 영혼을 내놓은 자는 그런데 그것을 모른다.
내가 원래 인간이었는지 짐승이었는지, 지금은 인간인지 짐승인지 알지 못한다.
시인이 되려다 호랑이가 된 사내가 이징이다.
장수가 아니라 장사꾼이 아니라 시인이 되려다 짐승이 되기도 한다고
예외가 없다는 말이다.

세상의 이치를 논하며 세상을 주유한 공자과 제자들
이 집단의 여행은 비록 가난해도 생각보다 풍요로웠겠구나.
벗들과 더물어 이렇게 한세상 살아도 좋았겠네.
도는 도대로, 인은 인대로, 시기와 질투도 또한 그대로 풍류를 나누며 의리또한 순간순간 새로웠겠네.
이른바 관리를 배출하는 학원이었던 셈이다.
이 공자학원 출신들이 많은 관리를 배출하고 그중 유능하다고 인정받은자도 많아
그 제자들에 의해 공자가 기록된 것이다.

사마천이 기록하는 항왕은 뜨겁다.
중원을 장악하려던 싸나이 항왕이 싸움에 지고 마지막 밤이다.
사랑하는 여인 우희를 옆에두고 눈물이 난다.

내 팔의 힘은 산도 뽑고, 내 기력은 천하를 뒤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시대의 운은내게 분리해 싸움에서 졌다. 추도 이제는 빨리 달리려 하지 않는다.
아아! 추가 빨리 달리지 않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우희여! 우희여! 그대는 어찌하면 좋겠는가.  

특히 이능이 마음에 닿는다.
성실하고 우직하고 용맹한 그의삶은 거짓을 몰라 더욱 가슴 아프다.
굳이 세치 혀로 교만하지 않더라도 보다 실리적일수 있고, 보다 쿨할수 있는데 그의 양심은 괴롭다.
천하에 마음둘곳이 없으니 어디인들 편안할까.

또한 사마천
나이 쉰에 궁형을 당한 영민하고 비범한 사학자의 삶은 또 뭔가.
역사를 정리한다는 그 유별나게 가슴뛰는 사명을 다하기위해 이리 비참해야 하는가 말이다.

인간의 삶을 깊이있게 읽어내는 나카지마에게서 사마천을 보고 이능을 본다.
좋은책은 향기가 난다더니
역사속에서 걸어나와 천년이 지나도 오늘을 사는 자들의 삶에서 지워지지 않는 향기가 난다.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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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 의열단, 경성의 심장을 쏘다! 삼성언론재단총서
김동진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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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동진은 세계일보 기자다.
기자가 발로 뛰고 취재하며 스스로 흥미롭다고 생각한 것을 글로 쓰고 책으로 엮었다.

최근 일제시대의 인물들중 현대 정주영과 삼성의 이병철, 깡패 김두한 등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미화되어 제작된적 있다.
티비를 안보니 잘 모르지만 가끔 지나가다 보면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안맞게 사기치더군.
모든것을 다 내걸고 독립투쟁 하며 온몸으로 일제시대를 관통했던 자들은 오히려 애써 잊혀질때
드라마로 만들어져 미화되는 자들의 면면이 참, 재수없다.  

그런의미에서 서해문집을 신뢰하는데
삼성언론재단총서 라네.
반도체생산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병으로, 자살로 죽이며 벌어든인 이윤을 고상하게 쓰기도 하나부지.
서해문집에 대한 신뢰를 거둘까, 말까. 


2.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큰 문제는 의념의 대립이 아니다.
저하나 잘먹고 잘 살자고 친일파가되어 다른 인민들을 착취하고 팔아먹으며 먹고살았던 자와 그 후손들이 잘살고
정의를 위해 목숨걸고 투쟁했던 독립투사와 그 후손이 가난하게 못사는것이 문제다.
불의에 저항한 자가 아니라 힘이 강한 쪽에 붙어 가난한 자들을 못살게 굴며 비겁하게 제입과 제 새끼만 생각한 것들이
그 자손까지 잘산다는 것은
결국 독립투사들만 바보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건데
옳바른 것이 결국 힘이라는 논리는 사회를 천박하게 만든다.  

그런의미에서 잊혀진 과거를 흥미진진하게 되살린 김동진이 반갑다.
사료를 충실히 취재했을 뿐 아니라 기록의 행간을 빠른 상상력으로 채우는데
사건을 극적으로 한걸음씩 절정으로 올려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육혈포가 불을 뿜는 1923년 2월 정의의 용기있는 싸나이 김상옥의 한바탕 싸움을 보여주기 위해
사건의 배경과 조건들을 꼼꼼히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보여준다.
김동진, 당신도 의리파요?

벽장을 사이에 두고 육혈포를 쥐고 일제 경찰과 대치한 장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김상옥은 자신의 지난 10여년을 돌아본다.
김상옥의 삶의 축약을 이 긴장된 순간에 보여주며 극적인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는대

애국계몽운동으로 시작한 김상옥의 활동이 10여년이 지난후 왜 암살단을 조직하고 스스로 테러리스트가 되는지 설명이 또한
부족함 없어 인과가 명확하다.
그러니까 3.1 운동이후 누구는 허울좋은 문화통치에 굴복해 배신하고 누구는 무장투쟁으로 방향을 옮겼다는거다.
3.1운동을 해보니 평화적으로 해서는 안되고 우리도 총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젊은 청춘들이 많았던 거라구.

일제시대 항일 독립투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단신으로 수백명의 일제 무장 경찰과 총을 들고 맞싸운 사건
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국내에서는 아무것도 못한줄 알았지.

김상옥 한 사람이 아니라 그런 폭탄테러, 무장투쟁으로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걸고 싸운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마치 8월 15일 미국에 의해 해방을 얻은듯이 말하면 곤란하다고 말하는 듯 하다.

촛불시위 이후 명바기를 참아내며 우리는 횃불이라도 꽃병이라도 들어 무장투쟁해야 하는것 아닌가 몰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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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명적이다 - 경계를 넘는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의 예술
제미란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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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숙 / 균형잡기


1.
하! 결혼 10년만에 그린 그림이란다.
아슬아슬한 발밑의 하얗고 검푸른 물결이 화면전체를 압도하며 지배한다.
나는 결혼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다.
삶은 누구에게나 가끔 저렇게 불안한 줄타기란다.


2.
그녀들의 비범함은 조선시대처럼 두렵고 상처받아야 하는 일이었구나.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 일정 경지에 오른 그녀들의 작품이다.

소금산의 어둠속에서 맨발로 기원하던 그녀처럼 나도 예술의 권능으로 영혼에 드리운 얼룩들을 거두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영혼에 드리운 얼룩,을 걷어낼수 있을까.

정승을 했어도 훌륭하게 했을 지혜로운 여인들의 위대함과 여신성이 평생 '한 남자를 견뎌내는 일'에 소진되고 마는 모습을 보면 나는 쓸쓸해지곤 한다.
아무렴. 그런데 여신성이라는 말 맘에 안들어.
여성의 존재가 비천하고 멍청하고 유능하지 않다고 차별하는 것도 싫지만
여자들안에 있다는 신성을 추켜세우는 것도 억지스러워.
여신성이 없어도, 여자이기만 해도 된다오.
못배우고 가난하고 뚱뚱하고 못생기고, 그래도 여신성이 없어도 된다오. 그냥 그녀이기만 하면. 
여신성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그녀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

객관적인 글쓰기를 못했다더니, 제미란의 감정과잉이 거슬린다.
소개하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제미란의 글이 방해해서 걸치적 거려. 머야.
독자들에게 자기 감정을 강요하는 꼴이되어 오히려 그림감상의 여지를 좁힌다.
그녀의 넘치는 주관이 부담스러워.


3.
김원숙, 김주연, 류준화, 유미옥, 한애규 - 그녀들에게 공명한다.
그녀들의 작품을 실물로도 한번쯤 보고 싶네.
한국 현대미술에 이렇게 아름다운 화가들이 많이 있네. 소개해 줘서 고맙다.
그녀들의 용기와 열정에 위로받았다.

마흔이다.
사는것에 지칠때쯤 도약하여 새로운 호기심으로 충만하게 해줄 지렛대가 있으면 좋겠다.
저 넘실대는 물결위 양복입은 남자가 든 막대기를 들고 높이뛰기를 하면 가뿐히 넘어질까.
누군들 그런 지렛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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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pata 2012-10-2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멧 알탄의 '감정의 모험' 표지였던 그림이네요 인상적이었어요.
 
새빨간 미술의 고백 - 우리가 미술관에서 마주칠 현대 미술에 대한 다섯 답안
반이정 지음 / 월간미술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1.
이 책을 쓰면서 소박한 다짐이 두가지 있었다. 그게 뭔고 하니 현대 미술의 가장 최신 경향이 반영된 동시대 작품을 소개하자는 것과, 작품의 미학적 성과를 호들갑스럽게 상찬하여 독자를 기죽이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의 소박한 다짐에 고맙다.
반이정이 순서대로 선택하여 보여주는 현대미술이 재밌다.
관습과 권위를 뒤집는것, 패러디부터 사회비판적 예술, 거품을 허무는 예술, 미술관을 등진 옥외 예술 등이 목차순서다.
그의 시각으로 미술을 볼수 있어 즐거웠다.
순수하게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천재들이 아니라
과거를 불러내 현재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비판적 전복을 보여줘서 즐거웠다.

이런것.
동상은 권위적이고 불친절하며 뻣뻣한 자세를취한 명망가들로 제한됩니다. 더욱이 동상의 주체는 남성이 대다수입니다. 이런 전례에 비춰, 팔없고 다리 짧은 임산부여성 같은 소수자가 좌대에 오르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입니다.

정말, 그렇구나. 이렇다는 걸 알면서도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채 지나치고 있었다.
'임신한 앨리스 래퍼'같은 작품이 있다는걸 알려줘서 고마워.

더 차분하게 미술을 알려주는 반이정을 반나고 싶다.
작품들을 선택하는 안목은 좋은데 너무 짧게 설명하니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젊은 현대 동시대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들을 어렵지 않고 재치있게 소개했다.
반이정은 독자들이 왜 현대미술을 어려워하는지, 그 모호성을 잘알아 독자의 수준에 맞추어 친절하고 간략하게 서술한다.
여러가지가 고맙네.
반이정을 더 찾아 봐야겠다.


2.
현대미술을 소개하며 제목이 왜 새빨간 미술의 고백일까, 궁금했는데.
'새빨간' 이라는 말은 굳건한 전통의 레드컴플렉스에 빛나는 빨갱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고
저항, 반항, 회침, 소란, 선명한, 이런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보면 안다.
반이정이 보여주는 현대미술은 정말 볼수록 새빨갛다.
전복, 저항, 권위의 부정, 조롱.
그림을 통해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미술가들이 현대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볼수있는건 매우 재밌는 일이다.
누구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고, 모든 권위를 부정한다해도 진지하다.

미술의 역사를 보년 미술이 뭐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현대미술도 그렇다.
미술이 뭐냐는 질문은 인간은 뭐냐는 질문, 우리가 누구냐는 질문과 닿아있다.
대체로 현대미술은 현실을 더 깊이 보려고 분투한다.
사물을 꿰뚫어 보는일, 아름다움도 부조리도 소외된 것에 대한 배려도.

모리무라 야스마사 이사람의 작품을 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사람이 많을 것이고
김학량의 부작란은 멋지다.
예술이란 고상한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아가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즐길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시멘트 틈에난 들풀이 허허로운 난이되고, 김학량은 그 마른풀에 기댄다.
나두, 그렇게 기대고 싶어진다.
예술이란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말하는 것 같다. 그곳이 어디든 해석하고 즐기는 여유가 아닌지.


3.
미술 비평을 하다보면 난처한 순간이 있는데, 첫눈에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 하필 대민 정서에 저축되는 불경한 소재를 다뤘을 때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취향과 가치관을 지향하지 않는 현대 미술의 숙명은오래된 사회적 금기를 파괴하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아이셋(정확히는 마네킹 셋)을 목매단 이 불경한 설치물은 극단까지 간 경우이지요......

"무력한 아이들을 목매단 작품으로 무슨 재미냐!"며 노여움에 몸 떨지 마십시오.

저건
그저
아이들 모양의
마네킹 세 개일 뿐입니다.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어쩔 거냐" 고요?
만인의 마음에 위안과 안정을 기약하는 것은 더이상 현대 미술의 과제가 아닙니다.

만세!!!
동의한다. 이런 반이정의 현대미술이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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