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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루타르코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5월
평점 :
1.
천병희가 번역하는 서양 원전들을 읽고 있다.
그의 번역본을 다 읽지 못한채 죽으면 아까울 것 같아.
안정감있고 담백한 번역은 이번에도 역시 좋다.
2.
내가 쓰려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전기이며, 한 인간의 미덕 또는 악덕이 언제나 그의 가장 탁월한 행적에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며, 수천 명이 전사한 저투나 엄청난 전쟁 장비나 도시의 포위보다는오히려 우연한 발언이나 농담 같은 하챦은 일에서 한 인간의 성격이 더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맞다. 플루타르코스에게 동의한다.
바로 이 시각 때문에 그의 영웅전은 두번의 천년을 넘어 여전히 공감을 얻는다.
플루타르코스의 위대함이다.
당대의 사람입으로 그때의 문화와 시대의식을 직접 듣는다는 느낌이 좋다.
2천년 전에 그리스를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가치관과 관습이 있었는지.
그들의 욕망과 재치와 분노와 삶과 죽음이
2천년 후에도, 전쟁과 폭력과 독재와 민주의 다툼은 여전하니까.
기원후 50년~120년에 살았던 플루타르코스로 부터 영웅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업적을 중심으로 기록을 남긴것이 아니라 개성과 인물
그 사람 자체를 자유롭게 서술하여 보여준다는 것이 흥미롭다.
3.
로마 사람들에게 재판은 논리보다는 선동이 중요했던것 같아.
논리보다 권력이나 돈이 중요한 요즘보다 솔직하네.
알렉산드로스가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께 문후드립니다. 선생님께서 구전을 출판하신것은 잘못하신 일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배운 이론들이 만인의 공동재산이 된다면 무엇으로 제가 남들을 능가할수 있겠습니까? 저는 권력보다는 최선의 것들에 관한 지식에서 남들을 능가하고 싶습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알렉산드로스, 마케도니아의 왕자로 태어나 동방원정으로 동서양 문화 교류의 길을 만들어 헬레니즘 문명의 길을 연사람
지배계급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네. 지식과 정보의 독점이 최고의 권력이거든.
그들은 남들을 능가하고 싶거든.
정보의 독점으로 남들을 능가하여 권력을 누리며 잘먹고 잘살고 싶은거거든.
인간중심이라는 서양 철학의 이런 대목이 불편하다.
알렉산드로스. 얘는 젊은 나이에 전쟁신이되어 세계를 가로지르더니 일찍 죽는다.
술꼬장도 엄청 심했고. 야심만만에.
그런데 왜 저렇게 살았을까.
허랑방탕, 금으로 만든 그릇에 산해진미를 담아 노예를 거느리고 흥청망청 만찬을 즐기기위해 전쟁을 한다.
쳐들어가 죽이고 빼앗아 오는거지. 이해 할수 없다.
도대체 저 멀리까지 뭐하러 갔을까. 국경을 넓히는게 왜 좋을까.
이미 충분히 부자이고 권력을 충분히 유지할수 있는데, 어쩌면 정치가 싫었나? 지냥 전투가 좋았나? 약탈이 좋았을까?
전투가 정치보다 솔직한 방식의 싸움이지만, 잔인하잖아. 그게 왜 좋았을까?
동양의 철학에서 정치는 그것이 사기일망정
하늘의 뜻, 인간의 길, 사람답게 살기위한, 인민을 위한 정치를 표방한다.
경쟁해서 남보다 위에 있기위한 지식이나 정치는 기본적으로 천박하다 생각하는데
플루타르코스는 2천년전에 이미 경쟁하고 능가하여 최고가 되고자 하는 영웅을 보여준다.
서양 사람들은 아주 아주 옛날부터 약육강식의 전쟁을 일으키는 제국 강자의 편에선 역사서술이 모범이된것 같아.
그에 비하면 사마천의 사기열전은 똑같은 인물전이라도 훨씬 많은 사람을 서술할 뿐아니라
패자, 소외된자, 의리를 지킨자, 교만한자......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
깊이있고 진보적이며 인간적이다.
플루타르코스는 열전이 아니라 영웅전이다.
잘난 사람들. 대체로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 물고 나온자들. 귀족 출신들.
그래서 지배했던 자들의 영웅 이야기.
너의 영웅이 나의 영웅은 아니거든.
어차피 플루타르코스 또한 귀족인지라
영웅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이라는 기본철학의 서술이, 가끔 거슬린다.
사실 얘네들이 출신이 귀족이고 머리회전이 빨랐다는 것 말고, 뭐 더 영웅적인가 싶어. 사는건 비슷하거든.
아낙사고라스 덕분에 페리클레스는 마음가짐이 고결하고 진지해졌으며, 말투는 고상해 천민들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번뻔스러움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런 문장 불편하다.
수단방법가리지 않는 뻔뻔함은 천민들보다 귀족들의 것이다.
사실 천민들은 가리지 않을 수단방법이 많지 않아. 뻔뻔스러울 기회가 별루 없다는 말이다.
천민들이 천박하고, 가난한 자들은 게으르고, 노예들은 교활하고,
귀족들이 교양있고, 부자들이 유능하고, 지배계급은 고결하겠지.
그러므로 2천년동안 서양의 지배계급은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자자손존 읽으며 남들을 능가하여 권력을 쟁취하고 싶었던거다.
과거의 영웅전을 보면서 당대의 영웅이 되는 꿈을 꾸었겠지. 천민들은 감히 따라오지 못하는 고결함이라고 자부하면서.
2천년 후의 노동자계급이 읽으면서 빈정상한다. ^^
4.
기원전 700년 경의 왕족출신 뤼쿠르고스가 단행한 개혁은 매우 혁명적이다.
토지를 무상분배하고 원로원 제도를 만들어 왕에게 집중되는 권력을 나누었으며
성인남성들의 민회를 소집하여 법을 만들었다. 민회는 원로원의 권력을 다시 인민들에게 나누는 장치이다.
어째서 우리의 초중고 교과서에는 그리스시대에 이미 시작된 평등한 분배와 인민의 권력이라는 정치실험을 알려주지 않는가.
흔히 스파르타와 아테네를 비교하며 아테네는 민주적이고 문화가 세련된 민족이고
스파르타는 군대조직이 곧 국가조직인 상명사복의 야만적인 민족이라고 설명하면 땡이다.
이건 아닌걸.
스파르타의 귀쿠르고스, 매력적인 사람이네.
평등하게 살기위해, 모든 시민이 행복하게 살수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자신의 이상에 따라 공동식사, 공동육아
사치를 금하고, 절제하고 소박하게, 몸을 단련시키고 모두가 참여하여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경제적으로 평등하게 나누고
물론 노예제에 기반한 정치지만
그러나 소수의 사람에게 부와 힘이 독점되는 것을 이상화하는 것이아니라
민주적인 방식에 의한 선택과 운영, 자기 이상의 평등한 사회를 자기 대에서 자기 손으로 완성한 사람.
이상적인 실험을 자기대에서 모두 실현하는것이 어디 쉬운가 말이다.
스파르타와 뤼쿠르고스를 좀더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
"나는 늙어가면서도 언제나 많은 것을 배운다."
솔론, 이사람도 멋지다.
솔론의 이런저런 법 가운데 가장 특이하고 역설적인 것은, 당파 싸움이 벌어졌을 때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는 자의 공민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해 놓은 법이다.
으아. 이 법 맘에 들어. 동의한다.
당파싸움이 벌어지면 어느 편이든 들어야 한다.
당파 싸움이 벌어졌을때, 정치적인 견해차이가 생길때 자기의 견해로 찬성과 반대를 말하지 않는자는 공민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선거가 있을때 투표하지 않는자는 다음에 선거때는 선거권을 박탈해 버리는 것과 같은 법이다.
재밌네. ^^
이법이 만들어지면 대한민국은 20대, 30대 젊은 사람들은 조만간 모두 투표권이 없어질 것이다. ㅎㅎㅎㅎ
솔론의 법이 맘에 든다.
당파싸움은 무조건 안좋은 것이라는 주장이 훨씬 기만적이다.
정치적인 선택의 문제는 자기 철학의 문제이고 쟁점이 생길때마다 철학이 다른 사람들이 싸움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쪽이든 자기철학을 근거로 선택해서 실행하는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당파의 나눔없이 모두에게 좋은 그런 정치가 있는듯이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지.
솔론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플루타르코스, 2천년전의 귀족 인문학자.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여 체계적으로 나눌분 아니라 영웅의 삶을 통해 시대정신과 그들의 실험을 함께 보여준다.
2천년 후에도 여전히 흥미로운 영웅전이다.
서로 어울려사는 인간의 삶은 2천년 전에도, 후에도 그닥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