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유산 1
아사다 지로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아사다 지로를 제대로 이해하겠다는 사람에게라면 나는 <철도원>과 함께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사다 지로가 왜 일본 우익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하는지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비로소 알았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선명하게, 그리고 노골적으로 대화혼(大和魂)을 드러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시작은 아주 흥미롭다. 경마장에서 우연히 만난 노인 때문에 대박을 놓친, 파산한 부동산업자가 자신의 눈앞에서 절명한 노인의 품 안에서 나온 수첩 기록의 비밀을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 태평양전쟁이 끝나기 전에 일본이 은닉했다는 수억달러어치의 금괴의 행방이다.

순수하게 소설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태양의 유산>은 뛰어난 작품이다. 막대한 보물, 사연많은 과거, 한맻힌 군인들, 전쟁에 신음하는 군상들... 그 세부 묘사가 생생하고 스토리 전개도 일급 지적 스릴러소설로서의 면모를 제법 갖추고 있다. 게다가 전쟁에 희생된 여고생들의 내면적 심리 갈등, 상부의 명령을 거역하고 소녀들의 목숨을 살리는 군인들, 얼핏 보고는 상당한 휴머니즘이 스며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권에서 아사다 지로의 붓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아마 그 결말을 알았다면 출판사도 이 작품을 감히 번역할 생각을 못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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