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인생
최인호 지음, 조금희 그림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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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과거를 걱정하고 내일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우리를 벼랑 끝으로 부르시는 것은
우리가 날개를 가진 거룩한 천사임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는 암을 앓고나서 이 소설을 썼으며,

자신의 경험을 살려 에세이를 씀으로서 더욱더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는 '암을 치료하는 데 이 약이 좋다 혹은 저 방법이 좋다'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단지 투병을 견뎌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모든 에세이에서 그렇듯이 여기에서도 그는 종교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표방한다. 단지 이 에세이에서는 그 문장이 더 간결해지고, 표현력은 더 짙어졌을 뿐이다. 그는 창작의 고통을 느낄 때마다 마리아상 품안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고 어린 아이가 떼쓰듯이 영감을 달라고 떼를 썼다고 한다. 중세시절, 창작의 고통으로 인해 뮤즈에게 기대고 싶으나 차마 체면을 버리지 못하고 엄숙한 글을 서면에 쓰는 것으로 자신을 억제했던 시인들과 소설가들이 생각난다. 그들에게는 아마 최인호 소설가가 선망이자 질투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그는 마침 이 에세이를 쓰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과 법정 스님의 죽음을 거쳐가게 되었다.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무소유했어야 했다는 그의 말에 나는 새로이 눈을 뜨게 되었다. 본인이 한국의 진정한 문학작가라 부르는 사람은 김진명, 이청준, 이 둘 뿐이었다. 그런데 최인호를 추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인해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솔직히 <광장>을 봤을 때는 김진명의 소설을 봤던 때처럼 찌르르하게 울려나오는 한국의 우렁찬 음성도 없었고, 이청준의 소설을 봤던 때처럼 잔잔하게 울려나오는 한풀이의 곡성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냥 난 이 분을 유일하게 맘에 드는 한국의 에세이스트로 기억해야 할 듯하다.

 잊혀진 것을 기억하게 하는 게 에세이스트의 역할이라 생각하는데, 본인은 이 분의 글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를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매우 힘들었을 때 예수와 같이 십자가를 지고 가는 꿈을 꾼 적이 있었는데,

거의 10년간 잊고 있었던 그 꿈을 이 책이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힘들때마다 이 장면을 생각하면서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고, 성서를 더 열심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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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기타오 요시타카 지음, 이정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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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버지는 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중국 고전에 나오는 간단한 구절들을 일상 대화에서 자주 사용하며 우리 형제를 고전의 세계로 인도했다. 물론 어린시절의 내가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고전의 내용을 모두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 단,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든 그렇지 않든 흥미를 느끼게 하려는 게 아버지의 의도였다.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없고 아무리 주입식으로 가르친다고 해도 몸에 배지 않기 때문이다.- p. 52

 기타오 요시타카는 세계에 이어 이제 한국에서도 자회사를 세울 만큼 유명한 금융가이다. 그가 세운 회사 SBI 홀딩스는 현대 한국지부를 세우거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하려 하는 등 한국의 금융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을 읽으며 소프트뱅크의 2인자인 그의 경영철학을 알아가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70줄에 들어선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해보인다.

그는 건강을 챙기는 것이 옳은 일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 말한다.

 

 문제가 한 가지 있는데, 그는 자기 자신을 상당히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책을 읽어보면 프리터로 일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등, 전형적인 일본 보수론자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내가 아니면 누가 일본의 사회를 이끌랴'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엘리트주의까지.. ㅉㅉ.

 그런 그가 다른 일본의 보수론자들하고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인상깊은 글귀에 나온 바와 같이 아버지에게 중국 고전을 배웠고, 그로 인해 양심에 꺼리끼는 일은 단호하게 거부하는 등 나름대로 자신의 줏대를 세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SBI어린이재단은 자신의 평생 인생 목표였다고 말할 정도이니, 기업가를 넘어 그의 인간학 내공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바이다. 남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도를 실천하고 그것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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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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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라며 상대방을 추궁하지만 실상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p. 80

 

 

 

아이러브인에서 이 강의를 했을 때 솔직히 나는 썩 마음에 와닿지는 않고, 그럭저럭 동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경제학에나 알맞은 주제를 가지고,

교수가 자꾸 '인생'의 주제로 끌어들이려 애를 썼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러브인에서 최인철 교수가 했던 강의와는 달리, 이 책은 반 정도는 알뜰하게 돈을 쓰는 법 등 집안경제관리법에 꽤 치중을 했다. 그 이유는 십중팔구 이 책이 너무 짧아서였겠지. 인생에 있어서 프레임을 잡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이러브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거론했으니 그 강의를 보길 바란다. 아무튼 프레임에 대해서 자신이 좀 더 연구를 한 다음 글을 쓸 수도 있었을테고 연구에 몰입할만큼 충분히 젊은 나이인데, 어째서 중반에 이 책을 쓴 건지 모르겠다. 최인철 교수 자신 본연의 연구는 아주 드문드문 거론되어있을 뿐이었다. 쑥쓰러워서 그런건가 납득하기엔 다른 사람의 심리학 연구에 대해서 너무 많이 거론했다. 굳이 중간발표를 하고 싶었으면 하나의 긴 강의로서 끝맺어도 되었을 걸... 객관적으로 보면 완결성이 분명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땐 미완성의 기미가 엿보였다.

 

 

아무튼 이 책의 내용은 사진을 찍듯이 객관적인 초점을 지니고 사람이나 사물을 보라는 것이다. 

 

 맨 처음에 이 교수는 말한다. 누구나 '나도 저 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어~.' 따위의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의 차례가 오면 어떻게 할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서 우물쭈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책을 손에 잡고 읽을 때마다 자꾸 이 말을 명심해서 새긴다면 놀라울 수 있지만, 만일 기억하지 못한다면 쉽게 질리거나 피곤해하거나 분노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책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 교수가 그만큼 우리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든다는 증거이다. 전형적으로 교수가 쓴 게 훤히 보일 만큼 참신함이 떨어지는 책이지만, 가독성과 예리함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책이었다. 설득의 심리학 1권이 너무 두껍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차선으로 이 책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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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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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신은 때로는 천사의 축복으로, 가끔은 루시퍼의 저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병원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주 혼란에 빠진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생환하는 생명과, 신이 있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끔찍한 불행 사이에서 우리 인간들은 신과 악마의 힘겨루기를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p. 69

 

 놀라웠다. <자기 혁명>이라거나 <아름다운 동행>같은 책들의 전체 분위기로 봤을 땐 이 책도 자기 계발서같아서 마음의 각오를 하고 봤는데 외과의사로서의 평범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고 있어서. 환자들에 대한 불만이던 칭찬이던 회의감이던 허심탄회하게 풀이하고 있어서 마치 정말로 평범한 시골의사가 돈을 좀 벌어서 자서전을 쓴 것마냥 보였다. 아마도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이던가, 혹은 의사로서의 모습이겠지. 무엇보다도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힘든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모습이라던가, 명성을 얻어 유명해지고나니 유명하지 못하게 된 친구를 불편해하고 피했던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 등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담겨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더불어 그의 사상이 보수적이지만, 진보적인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진보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불쌍한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 그런 감정이 더 컸던 것 같지만.

 

 

다른 이야기들도 충분히 인상깊긴 했지만 어머니와 딸이 다 심각한 병에 걸려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 아버지 이야기,

그리고 이 그림이 실려있던 '맑은' 남자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안철수와 친구라는 이유로 같이 있는대로 고생하다가 현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강연하러 다니는 일에 몰두한 듯하다. 이 책을 썼을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나 사람들이 그의 진심을 알아주리라 생각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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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프론티어 여성기업가들의 성공전략
문원택, 김원석 지음 / 노보컨설팅(노보)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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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황에서 출산휴가가 영원한 휴가로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p. 150

 

 여성기업가들의 성공전략이래서 무슨 소린가 하고 펼쳐봤더니 기껏 하는 소리가 뭐? 여성들이 직장일과 가정일을 동시에 잘 해야 한다고? 여성이 해야 할 소양에 대해선 몇 단원에 걸쳐서 실컷 늘어놓더니 사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선 굉장히 추상적인 소리를 해대고 끝이다. 오히려 외국에서 이미 했던 소리를 간단하게 정리한 부록들이 이것보단 더 신빙성있는 소리를 했었다. 하긴...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21세기의 시작부터 페달을 잘못 밟았으니 13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에서도 이 꼴이지. 뭔가 시작부터 여성인력을 키울 탁월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고 해서 기대를 했더만 아무래도 그러지 말았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최근 페이스북 창업자가 쓰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린인>이라는 책에서도 위의 인상깊은 구절과 95% 비슷한 글귀가 나왔더라는 친구의 말씀이다.

 

 

이 책 내용 중에서 그나마 찬성했던 것은 직장어머니라는 단어에 이어 직장아버지라는 단어를 일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맞벌이를 하는 이 시대에 집안일이라는 건 여자의 직업과 남자의 직업에 이은 '제 3의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무리 재미있게 하려고 해도 재미도 없고 끝도 없어 보이는 게 바로 집안일이다. 확실히 절반으로 나누진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남자들도 집안일을 어떻게 하는지, 집안의 물품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가 나의 생각이다. 미혼이라면 또 모르지만 결혼도 하고 더불어 자식도 있다면 서로 '어머니'라는 일과 '아버지'라는 일에 대해서 제대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직장아버지'라는 말이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지금도 이 단어의 생활화는 무시할 수 없으며, 그리고 앞으로 이 일은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육아를 잘하는 아빠가 되려는 두드러지는 움직임이 보여지고 있는데,

'두란노아버지학교'라는 곳과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그 예이다.

아이들과 노는 모습도 좋지만 일과 가정일을 잘 병용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강조되는 이벤트도 나왔으면 좋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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