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힘 - 파블로 네루다 시집
파블로 네루다 지음, 정현종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이 세상이 하는 만큼 많이 무게를 단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이 죽은 사람을 어깨에 메고 간다. 분명히
하늘은 빵을 풍부하게 구우시리라.- p. 43

 

 파블로 네루다에게는 실례가 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유서를 떠올렸다. 구글 기사를 보니 참 많은 노조 사람들이 유서를 쓴 듯하다. 'ㅈ같은 세상 드러워서 간다'라고 그 이상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쌈박간단하게 메시지를 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상세하게 노조의 근황을 적으며 노동자들이 투쟁에 참여해 줄 것을 애원하다시피하는 꼼꼼한 글도 있었다.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5년을 또...'라면서 유서에까지 자신의 원통함을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침묵의 점을 찍어버린 노동자분도 있었다.

 유서를 쓴 사람들의 사연이 많다지만, 노조 분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번째는 새로운 세상을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을 이기지 못해서. 두번째는 자신의 자살로 인해 그래도 조금이라도 세상에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을까하는 목적에 따라서. 두가지 다 파블로 네루다가 시를 쓴 심경에 딱 맞는 것 같다. 그의 시는 희망에 젖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을 시샘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에게 조소를 던지고 있으며 죽은 사람들에 대한 시를 쓰는 등, 굉장히 침울하고 불안한 면을 보인다. 그 위태로움이 딱 내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민중들의 심정을 헤아릴 뿐만 아니라 그 마음에 파고들어 하나가 되는 그 완벽한 감정이입이란! 역자의 코멘트대로 진정성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이 시를 읽고서 나는 순식간에 그의 팬이 되었다. 그들의 육체에 잠입하여 그들과 함께 유서를 쓰고, 그들과 함께 여러번 올가미에 목을 매달아야 했을테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어쩌면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란 이런 이미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부디 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모두 성불하셔서 다시는 이 더러운 세상에 태어나지 마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원한 자유의 길
장경각 엮음 / 장경각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심원해자심애호 深怨害者深愛護! 나를 가장 해치는 이를 가장 받든다!- p. 123

 

 

 

성철 스님에 관한 불교만화 중 이번 책의 핵심 주제를 잘 나타낸 것 같은 한 컷.

 

 대체로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법어에서 시작하여 그 뜻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들에게 잘 대하는 게 공양이라는 글에서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좋다고 할 것이지만, 충격적인 글귀도 여러군데 있다. 물론 사람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대체로 개신교에게는 아마 '하느님을 욕하는 사람들이 천국에 가게 해달라고 삼천배 절을 하시오'라는 구절이 충격적이었다거나. 하지만 보편적으로 충격적일 글이 하나 있다. 그는 자신을 제일 아프게 한 사람을 부모처럼 받들라고 한다. 물론 요즘 유명한 혜민스님같은 사람은 나 자신을 위해 용서하라는 직구를 던진다. 하지만 성철 스님은 여러모로 레벨이 깊은 것 같다. 그는 악마가 부처가 될 수 있고, 부처 또한 악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전에도 성철스님에 대해 까대는 개신교에 대해서 말한 적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이 바로 이 구절을 빗댄 게 아닌가 싶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부류의 의미심장하고 알쏭달쏭한 법어 중 하나에 속한다고 보면 되겠다.

 확실히 그렇다고 성철 스님이 사탄 숭배를 했다는 건 아니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봐야 왜 스님이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가 갈 텐데 개신교 작자들이 너무 짧게 생각하고 짧은 머리로 해석하다보니 문제가 된 것 같다. 이에 대해선 참 뭐라 설명할 길이 없고... 일단 성철 스님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머릿속으로 그의 논리가 이해는 가는데 인간으로서 실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정말 수행을 하고 도를 닦아야 행할 수 있는 지론인 듯하다.

 이미 불교에서 나온 불생불멸이라거나 전생의 이론을 과학에서 답습하고 있다는 그의 이론도 흥미로웠다. 여러모로 이 스님은 알아갈수록 점점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조용히 미치고 있다 - 만화로 보는 한국현대인권사
이정익 지음 / 길찾기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좌익과 우익의 구별은 정부의 편에 서는가, 아닌가를 가르는 편의로 사용되었다.- p. 43

 

 

 

 

이 만화가는 두번째 작품으로 이 잡지에서 오이디푸스에 대한 철학만화를 연재한 적 있다.

현재에서는 어떤 만화를 연재한다는 소식이 없지만...

설마 요즘 사회가 뒤숭숭하니 절필을 한 건 아니었으면 ㅠㅠ

 

 이정익 만화가는 굉장히 가라앉은 느낌의 만화를 많이 쓰는 편이다. 고로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은 한국현대사의 불편한 진실 일색을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뒷부분으로 갈수록 (전두환 편이다.) 상당히 피비린내나는 고어스러운 그림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적으로 등장하고, 저자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치 저자의 나약함을 부각하기라도 하는 듯이 사랑에서의 실연, 그리고 내부의 무서운 상상들에 대해 툭 까놓고 묘사하고 있다. 하긴 그 이전의 프롤로그에서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거론하기도 했었지... 생각해보면 옆으로 많이 새나가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만화의 흐름을 끊는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박정희의 광주 대단지 사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치 맨 마지막 광주 대학살 사건을 이야기하기 전에, 박정희가 얼마나 교활하고 냉혹하게 그런 일이 일어날 사전준비를 해놓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빈민 쓰레기'를 서울로부터 광주로 치워버린 이야기, 그리고 먹고 살 것이 없어 인육 소문이 돌 만큼 참혹하게 변해버린 인간의 군상, 인간적으로 말 한번 해 보려 하면 분뇨를 코와 입에 짓이겨버리는 이야기 등등.

 박정희가 정치를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그의 사람으로서 인격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만화책이 될 것이다. 물론 그림체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빛의 각도를 다르게 하고 보면 색상이 달라지면서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뀐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법의 돈 관리 -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고득성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1. 당신의 순자산은 얼마인가?

2. 당신의 나이X연간 총수입(세금공제 전)은 얼마인가?- p. 63

 

 2번에다가 나누기 10을 하고 순자산을 뺄 때 마이너스가 나오거나 제로가 나오면 순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본인이 만으로 25살이므로 2번 계산을 해보니 거의 3천만원이 나온다.

 

 

 

대학 포기하고 왠만한 대기업에 20살부터 취직해서 청춘을 꼴아박으면 저 금액이 나올까?

 

 내 생각엔 부모로부터 미리 유산을 받아서 그 돈들을 대부분 수익성 높을 것 같은 주식이나 보험에 미리 투자한 아이들에게나 그 금액이 충당될 것 같다. 즉슨 이 글은 취업한지 10년은 넘은 30대 중반 내지 40대 초반에게나 필요한 계산이라는 뜻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남겨진 재산은 거의 없을 거라 짐작하지만, 맨 끝부분에 가면 빚을 청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오니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단점을 지적하자면, 이 책이 2010년도에 나온 책이다보니, 투자에 대한 설명은 사실상 다 지나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2010년도쯤에 쓴 글인데 앞으로 5년간은 주식이 오를테니 펀드에 걸라는 것이다. 아마 이 책의 말만 믿고 펀드를 고른 사람들은 무진장 손해를 봤겠지 ㅉㅉㅉ...

 그래도 좋은 점은 여러가지 있다. 첫째, 이 책은 은퇴자산, 보장자산(의료보험같은 것을 말한다.), 집 포트폴리오, 예비자산(비상책을 대비한 목돈같은 것을 말한다.) 등을 확실히 하고 위와 같은 재정적 여유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투자를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본인은 안 할 거지만.) 둘째, 쉬운 수학적 계산을 사용하여 이 공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확히 표시해주니 금액에 대해 목표를 정확히 짜고 자산계획을 설정할 수 있다. 아무리 3년 전에 쓴 글이라 할지라도 내가 보기엔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요전에 읽었던 부부 재태크만큼 유용했으므로 나중에 한 번 더 읽어보고 내용을 정리할까 생각중이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방문화첩 - L Novel
ZUN 지음, 곽형준 옮김, 아사이 겐지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아야: "기춘제, 아니, 당신을 공격한 인간은 빨갛기도 하고 하얗기도 한 인간이 아닌가요? 혹시라고 할 것도 없이."
레티: "흑흑~."
아야: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수밖에요."- p. 29

 

 

동방프로젝트 캐릭 중 유일하게 싫어하는 캐릭터입니다.

얘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먼치킨 반대.

 

 드디어 사놓기만 해놓고 벽장에서 먼지만 먹고 있던 동방프로젝트 시리즈를 용감하게 도전해보았다. 사실 동방어레인지, 즉 BGM만 좋아하고 게임은 안 해봐서 거의 게임스토리에 대해선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대충 봤는데 그럭저럭 이해가 되었다. 뭐 동방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하는 스토리평을 들어보면 차라리 게임을 하지 않고 보는 게 더 이해가 빠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소설책과 만화책까지 다 읽은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면 완전 스토리가 중구난방으로 날뛴다고 하니, 어지간한 동방 팬이 아니라면 아예 스토리를 연결시켜보려는 노력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ZUN씨의 글은 생전처음 접해보는데, 이건 완전히 뜬구름처럼 두둥실 떠있는 게 굳이 예를 들자면 무라카미 류의 <피지의 난쟁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딱히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라 환상향 분위기 자체가 그냥 못생긴 난쟁이가 한 여자와 함께 기나긴 복도를 헤메고 있는 그 스토리 그대로였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왠지 무라카미 하루키같이 '돈 벌면 좋고, 아니면 말고'같은 나른하기도 하고, 어딘가 니트 아저씨처럼 위험한 냄새도 풍기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대충 이런 성격의 인물들이 스타가 되는 건가.

 아무튼 동방문화첩 자체로는 양호했다. 아야의 신문기사와 1년 뒤의 인터뷰라는 설정도 신선했고, 음악에 대해 ZUN씨가 직접 평한 것도 그럭저럭이었고, 단편만화도 봐줄만했고. (간간히 등장하는 백합드립과 사이쿄우지 유우코의 "엉덩이 씻고 기다려라!"라는 대사엔 뿜었지만.)

 

 

뭐 이런저런 단점을 꼬집어봐도 매우 부러운 건 ZUN씨가 일본설화와 민간전승을 동방프로젝트에 최대한 차용했고,

그게 흥했다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게임일러스트에서 우리나라 설화들을 리메이크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고 있는데,

동방프로젝트같은 걸 우리 자체의 기술로 만들 수 있다면...하는 꿈을 꿔본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