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창비시선 453
이산하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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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시라는별 53 


나에게 묻는다 

- 이산하 

꽃이 대충 피더냐. 

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소리 내며 피더냐. 

이 세상에 시끄러운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어떻게 생겼더냐. 

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모두 아름답더냐.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언제 피고 지더냐. 

이 세상의 꽃들은 모두

언제나 최초로 피고 최후로 진다. 

이산하 시인이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 이후 22년만에 꽃으로 피어 올린 『악의 평범성』​ 은 시인이 말하듯 "산 자들에 대한 한결같은 그리움으로" 쓴 추도 시집이다. 이 시집은 나에게 올해 최고의 시집으로 자리 잡을 듯하다. 그리고 이 시집을 읽는 독자라면 자우메 카브레의 『나는 고백한다』를, 『나는 고백한다』​를 읽는 독자라면 이 시집을 읽으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앞서도 말했듯 이 시집은 시로 읽는 『나는 고백한다』 같기 때문이다. 두 책을 관통하는 공통 주제는 악이란 무엇인가, 악은 왜 존재하는가, 인간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그 묵직한 주제를 역사와 인간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이리 엮고 저리 엮어 비장하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시집에 수록된 71편의 시를 느리게 곱씹어가며 읽는 동안 제주 4.3 항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라산』으로 숱한 고초를 겪은 시인이 세상을 향한 관심과 인간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온 것이 놀라웠다. 시인은 굵직한 역사의 어둠에 지워졌거나 그늘에 가려진 사건들과 인물들을 서사적 형태로 전면에 되살려 놓았다. 그의 펜 끝에서 나치와 아우슈비츠, 6.25 전쟁, 제주 4.3, 5.18 광주, 세월호, 동백꽃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세월호 등등의 크고작은 사건들이 내가 몰랐던 다른 이야기들과 맞물려 다른 시각으로 펼쳐진다. 이런 일도 있었다고? 그랬단 말이야? 이게 말이 돼? 이 시집을 읽는 내내, 내가 알고 있는 역사란 얼마나 좁쌀 만한가 라는 사실을 거듭거듭 확인할 수밖에 없어 입 안 가득 씁쓸함이 고이곤 했다.  

'지퍼헤드'(Zipperhead)가 한국전쟁 때 미군지프에 깔려 죽은 

북한 인민군들 머리와 몸의 바퀴자국이 마치 지퍼무늬 같다고 해서 

<플래툰> 영화에도 나오듯 미군이 한국인들을 경멸할 때 쓰는 

가장 잔인하면서도 가장 슬픈 말이란 걸 한참 뒤에 알았다. (<지퍼헤드 2> 중) 

이산하 시인의 아버지는 6.25 전쟁 때 얼떨결에 북한 인민군으로 참전했다가 부상당한 친구를 등에 업고 후퇴하던 중에 포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휴전 협정이 체결된 후 중립국을 선택했지만 행정착오로(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다) 남한에 잔류하게 되어 주왕산 오지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혼자 밭을 일구고 덤으로 목수 노릇도 하며" 

자기 손에 죽어간 자들의 십자가로 오두막집 울타리를 쳤다. 

그렇게 청년은 날마다 비루한 생의 껍집을 대패로 밀고 

미리 짜놓은 자기 관짝에 못을 박으며 전쟁의 악몽을 잊어갔다. (<지퍼헤드 1> 중) 

이런 피도 대물림되는 것일까. 한평생이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쨌건 사는 동안 우리는 무슨 일이든 겪을 수 있다. 이승에서 지옥을 만났을 때, 인간에게서 악마를 보았을 때, 양심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을 때, 그런 경험을 한 후 인간의 태도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시인의 아버지와 시인이 택한 길은 구도자의 삶 같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속이고 속여도, 그럼에도 대쪽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그래서 더 대견하고, 그래서 더 아프다. 

끝을 뾰족하게 깎으면 

날카로운 창이 되고 

끝을 살짝 구부리면 

밭을 매는 호미가 되고 

몸통에 구멍을 뚫으면 

아름다운 피리가 되고 

바람 불어 흔들리면 

안을 비워 더욱 단단해지고 

그리하여 

60년 만에 처음으로

단 한 번 꽃을 피운 다음 

숨을 딱 끊어버리는 

그런 대나무가 되고 싶다.(<대나무처럼> 전문) 

2015년 제65주기 의성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합동위령제를 맞아 시인은 죽은 자들과 산 자들을 위무하는 추도시  <나를 위해 울지 말거라>를 썼다. 죽은 아비가 시인의 입을 빌어 말한다.

그리고 이 아비의 제사상을 차리는 데 60년이나 걸렸다고 비통해하지 말거라.

​600년 이상 걸려도 사과 하나, 배 하나

구경 못하는 넋들이 얼마나 많더냐.

그리고 나의 손주들아, 이 야만의 세월을 탓하거나 저주하지 말거라.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죽은 자보다

더 말이 없지 않더냐.

. . . . 

. (중략)

그대들이 어디에 있든 작고 낮고 가볍고 

그리고 아주 느린 것들의 두 손을 번쩍 들어주며 

그들 이름을 크게 불러주는 사람이 되거라. 

역사의 정수리에 우뚝 선 자, 

그가 곧 깨달은 자가 아니겠느냐. 

거듭 말하노니, 

나를 위해 울지 말거라. 

현대사 앞에서 우리 모두 문상객이 아니라 상주이거늘 

끝까지 그대들이 그대들 스스로를 

버리지 않는 한 아무도 그대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대들은 모두 숨쉴 때마다 언제나 '최후의 한 사람'이다. 

"작고 낮고 가볍고 그리고 아주 느린 것들의 두 손을 번쩍 들어주"는 사람. 그러니까 약자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사람이 되자고 시인은 말한다. 이 시집에는 그렇게 살았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던 벤야민, 말의 목을 끌어안고 운 니체, 아우슈비츠에서 금지된 베토벤 곡을 연주했다가 바이올린과 함께 교수대에 매달린 어린 소녀, 매장의 모든 식료품을 예멘 난민 구호품으로 보낸 독일 마트 주인, 자본의 위선과 기만을 거부하다 심야극장에서 심장이 멈춘 기형도 시인, 좁은 독방에 잠시 머물다 가는 "한 줌 햇빛"으로 20년 감옥살이를 버틴 신형복 선생님(진정 그리운 이름이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를 노래한 전우익 선생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친구를 위해 같이 넘어져준 이산하의 초등 친구,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다 영면한 법정 스님, 젊은 사형수가 "조금이라도 햇볕을 더 쬐고 가라고" "일부러 신발을 헐렁하도록 찢어놓"은 이산하. 그리고 수배 중인 이산하를 "은닉" 혹은 "묵인"해준 119명의 은인들까지.

목수 아버지가 숫돌에 간 칼은 언제나 푸른빛이 어리는 것을 보고 시인은 

약 40년이나 시를 썼지만 

아직도 내 언어의 날에는 푸른빛이 어리지 않았다. (<푸른빛> 중) 

라고 썼지만, 한 명의 독자로서 내게 읽힌 이 시집의 시들은 푸른빛 투성이였다. 저녁노을처럼 지고 말 인생이지만, "좀더 잘 지기 위해 / 잘 지기 위해 잘 써야지" (<베로니카> 중) 라는 바람을 시인이 이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산하의 『악의 평범성』​ 은 "세상을 간절히 본 자의 저문 눈빛"(<길상사> 중) 같은 풍경이 담겨 있다. 뭉근하게저릿한 통증을 동반하는 이 시집에서 딱 한 번 웃음을 유발한 시가 있었다. 강의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수면 위로 떠오른 시신의 얼굴은 눈을 반쯤 감은 불상의 미소를 머금고 있다고 한다.(<바닥>) 이산하 시인이 나중 가는 길이 그런 미소 띤 길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가기밀>의 일부를 마지막으로 올린다. 

서울시경 체포조에 검거돼 계속 고문받으며 지쳐 있던 어느날 

고향인 부산의 대공과 요원들이 불쑥 찾아와 한 시간쯤 면담했다. 

27살의 짧은 생애 중 가장 긴 악몽의 나날 속에서 

난 농담 반 진담 반처럼 얘기하며 딱 한 번 긴장을 풀었다. 

"아이고 ㅡ 이왕 잡히는 거 우리한테 잡혀줬으며 얼마나 좋노. 누이 좋고 매부 좋고 . . . . . " 

. . . . . . (중략) 

"진짜 말도 마이소. 우리가 당신 한 번 잡아볼라꼬 

몇년 간이나 새빠지게 고생하며 별 지랄을 다 떨었다 아이요." 

"아니, 뭔 지랄을 그렇게 떨었십니꺼?" 

"아, 나중에는 부산 경남에 신통하다는 점쟁이들 모조리 찾아가 

점까지 봤다는 거 아이요!" 

"예? 점을 봐요? 허허 ㅡ 소매치기 잡범도 아이고

빨갱이 잡는다카는 대공요원들이 과학수사는 안하고 . . . " 

. . . . . . (중략). 

"근데 점쟁이들은 뭐랍디까?" 

"다들 절대 못 잡는대요." 

"와요?" 

"빨갱이 주제에 인복, 여복이 억수로 많다고 . . . . . " 

"우하하하 . . . . . .!" 

"근데 . . . . . . 진짜 여복이 많았어예? 밥도 주고 양말도 빨아주는 . . . . . ." 

. . . . . . (중략) 

"그건 마 . . . . . . 국가기밀이라예." 

"국가기밀? 허허 ㅡ 이 양반 진짜 골 때리구마. 그나저나 우찌 잡혔십니꺼?" 

"아마 프락치 덫에 걸린 것 같네요. 쯧쯧, 짭새님들도 점쟁이 대신

프락치를 썼으면 잡았을 텐데, 다음엔 그렇게 해보이소." 

"다음에요? 언, 언제요?" 

"아이고 . . . . . "

"아, 그기 아이고 그냥 농담 한 번 . . . . . . 하아." 

"근데 점 보고 복채는 다 냈십니꺼?" 

"그건 마 . . . . . . 국가기밀이라예!" 

"예휴 ㅡ 국가가 좇 같으니까 점쟁이 돈 떼먹는 것도 국가기밀이구나 . . . . . . 

다음엔 복채 꼭 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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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1-08-30 1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ㅜㅜ

행복한책읽기 2021-08-31 00:51   좋아요 1 | URL
테레사님 울지 마세요. 시인이 울지 말라니, 저희는 상주로, 최후의 한사람으로 살아요^^

mini74 2021-08-30 10: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퍼헤드 ㅠㅠ 너무 슬퍼요. 배 하나 사과 하나 구경 못하는 넋들ㅠㅠ

새파랑 2021-08-30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에게 묻는다 시 너무 좋네요. 어떤 인생이든 쉽고 똑같지는 않은것 같아요. 국가기밀은 웃기면서 슬프네요 ㅜㅜ

행복한책읽기 2021-08-31 00:53   좋아요 1 | URL
저 시는 시인이 자신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위로 같아요.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는. 그죠.

scott 2021-08-30 1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내 언어의 날에는 푸른빛이 어리지 않았다]
이산하 시인이 기억하고 기록한 푸른 빛, 소리없이 사라져 버린 생명들, 그 후손들 가슴에 새겨진 푸른 빛깔의 멍자국들 ㅜ.ㅜ

행복한책읽기 2021-08-31 00:54   좋아요 1 | URL
scott님 읽으셨죠?? scott님 리뷰나 페이퍼가 기다려져요^^

Falstaff 2021-08-30 11: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추천사가 강력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31 00:55   좋아요 1 | URL
네. 강추합니다. 읽으십시오^^

붕붕툐툐 2021-08-30 2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너무 좋아~ 구절 구절 다 좋아 현대사 앞에서 우리 모두 문상객이 아니라 상주래.. 어흑어흑...

행복한책읽기 2021-08-31 00:56   좋아요 1 | URL
아~~~이런 반응 너무 좋아요~~툐툐님도 울지 마요^^;;

희선 2021-08-31 0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 최고의 시집이라니, 그런 시집을 만나서 좋으시겠습니다 여기 담긴 시는 그냥 보기 어려울 듯하지만... <지프헤더>에서 미군지프에 깔려 죽었다는 말 보니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다시 생각하게 하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님 팔월 마지막 날 잘 보내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9-02 15:30   좋아요 3 | URL
네. 올해 이 시집 만나서 넘 좋아요. 이산하 시인 팬이 될 것 같아요. <지프헤더> 는 네, 저도 ‘미선이 효순이 사건‘ 생각났어요. ㅠㅠㅠ 아픈 일들이 사라지진 못하겠지만, 부디 적어지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테레사 2021-08-31 1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네..하지만 너무 슬프네요..가족사도. 그렇고 ㅜ

행복한책읽기 2021-09-02 15:34   좋아요 4 | URL
그렇죠. 아들 절창에 갇힌 후 아버님이 충격으로 돌아가신 것이 시인에게 핏덩이 같은 응어리로 남아 있어 보여요. 더 나은 세상을 바란 행동이 가족에게는 아픔을 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저는 그게 참 아파요.

scott 2021-09-10 15: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책읽기님 이달의 당선 추카~
금요일 저녁 맛나는 걸로 드삼 333

청아 2021-09-10 15: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려요~^^*♥

mini74 2021-09-10 16: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새파랑 2021-09-10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시인 책읽기님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1-09-10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행복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얄라알라 2021-09-10 19: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아!!!! 축하드립니다!!! 아싸^^ 제가 행복한 책읽기님 대행도 아닌데 넘 기뻐하나봐요^^

행복한책읽기 2021-09-10 2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플친님들 축하인사 감사드려요.~~~~^^

희선 2021-09-11 0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 님 축하합니다 주말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9-11 13:02   좋아요 0 | URL
희선님도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9-11 0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님, 축하드려요**
서재의 좋은 점이 제가 모르는 책과 작가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드려요**

행복한책읽기 2021-09-11 13:01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저도 딱 그렇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초딩 2021-09-1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멋진 날 되세요~
 
나는 고백한다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1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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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부탁이니 하루빨리 읽으세요 라고 말했다. 제발 부탁이라고요? 여러분 모두에게 읽을 것을 명령합니다!˝ (13쪽) 재차 명령합니다. 읽으십시오. 몰입.전율.감동의 쓰나미가 휘몰아칩니다. 덤으로 유머까지. 읽으면서 재독하기도 처음. 별 몽땅!!^^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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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8-29 16:0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동의합니다! 저도 오늘 다 읽었는데..이 느낌을 머라 말해야할지 아직 갈피를 못 찾고 있어요 ㅋㅋㅋ 아무래도 조만간 한번 더 읽고 정리가 될 듯 싶어요 ㅎ

행복한책읽기 2021-08-29 16:08   좋아요 6 | URL
맞아요. 재독삼독해도 정리가 좀 힘든 작품. 작가가 귀신 같아요 ㅋ

scott 2021-08-29 16: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몰아서 폭풍처럼 🖐번 재독하고

카탈루냐어를 배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8-29 16:10   좋아요 5 | URL
네?? 5독 하셨단 말이에요?? 진정?? 깨갱!!!^^;;; 지는 일단 스페인어부터 배우고 싶어요. 90% 비슷한 이태리어 배우다 접은 것이 얼마나 후회되는지 몰라요 ㅠㅠ

잠자냥 2021-08-29 16: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알라딘은 별 몽땅을 신설하라!!!!

붕붕툐툐 2021-08-29 22:51   좋아요 2 | URL
별 몽땅~ㅋㅋ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8-31 00:45   좋아요 0 | URL
ㅋ 잠자냥님 냥이들 델고 출동해 주십시오^^

mini74 2021-08-29 1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너무 귀여운 강매 글입니다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8-31 00:46   좋아요 0 | URL
그죠. 작가가 저리 대놓고^^;;

붕붕툐툐 2021-08-29 2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1권 초반 잘 읽고 있는데, 벌써 재독 중입니다.(사실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가지고) 저 혼자 이 책이 나쁘면 어쩌나 지금 벌벌 떨면서 읽어 나가는 중!ㅋ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8-31 00:47   좋아요 0 | URL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 이책은 호불호를 벗어난 책입니다. 지두 1권 읽다 어라, 이 사람 누구였지 하며 돌아가 다시 읽기를 여러번 했어요^^

희선 2021-08-30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아주 즐겁게 보셨군요 소설에 나온 말도 인용하시다니, 저건 정말 소설을 보라고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8-31 00:49   좋아요 1 | URL
작가의 영악한 계산도 들어 있는 듯요. 희선님도 같이 읽으시면 좋겠어요. 독서 취향이 분명하셔서 이런 책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해요^^
 
나는 고백한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0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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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박제된 기억, 학술지에 처박힌 기억. 그 기억들을 문학 작품을 통해 ˝살아 있는 경험˝으로 되살려낸다. 마치 VR 고글을 쓰고 그 시대, 그 공간으로 들어가 생체 실험이 아닌 ˝생체험˝을 하는 느낌이었다. 독자인 나는 <고백한다> 이전과 이후로 나뉠 듯하다. 우쩔겨. ㅠ.ㅠ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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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27 20: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3d 영상 보는 것 같죠 ^^

행복한책읽기 2021-08-29 15:33   좋아요 3 | URL
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새파랑 2021-08-27 21: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글이 3D 같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완전 궁금하네요. 책읽기님의 인생작일거 같아요 😄

scott 2021-08-27 21:18   좋아요 5 | URL
소설 한 문장과 문단 속에 여러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진정 활자 속에서 인물들이 마구 튀어 나와여 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8-29 15:34   좋아요 3 | URL
펼치시면 딱 느끼실 겁니다요^^ 제 인생작 되겠습니다^^

mini74 2021-08-27 21: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표현 짱! 입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08-29 15:35   좋아요 3 | URL
ㅎㅎ 미니님도 읽으셨으니 저 느낌 아실겠죠^^

페넬로페 2021-08-27 21:3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님의 100자평 완전 멋있어요~~
생체험과 scott님의 표현대로 3d영상^^
궁금하면 지는거죠
9월에 시작하겠습니당**

행복한책읽기 2021-08-29 15:36   좋아요 4 | URL
생체험은 작가가 쓴 표현이에요. 원문이 뭔지 몰란도 번역도 훌륭. 네. 이기셔야죠^^

청아 2021-08-27 22:4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9월에 꼭 읽을래요~♡ 너무너무 궁금!!😭

행복한책읽기 2021-08-29 15:37   좋아요 3 | URL
궁금증 폭발. 제가 예견컨대 미미님은 날마다 밑줄 긋기 올리실 듯함.^^ 전 그러고 싶었으나 게을러서 ㅋ

잠자냥 2021-08-27 22: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오오 <고백한다> 이전과 이후의 ‘행복한책읽기’ 님!

잠자냥 2021-08-27 22: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3권 시작하셨어요? 오늘 밤 하얗게 불태우시겠네…..

행복한책읽기 2021-08-29 15:39   좋아요 3 | URL
시작했죠. 근데 진짜 궁금증 폭발이나 아까워 날마다 조금씩 읽어요. 이 책 진심 너무 좋아서 잠자냥님께 땡투를 계속 날려야겠다는^^;;;

잠자냥 2021-08-29 16:49   좋아요 1 | URL
마음에 드신다니 참 기쁩니다.

막시무스 2021-08-28 07: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VR고글로 공간이동한 세계를 바라보는 느낌은 어떨까요?ㅎ 아바타에서 느끼는 그런 감정이려나요?ㅎ 아무래도 오늘 저녁 산책코스는 교보문고쪽으로 잡아야 할것 같네요!ㅎ 즐건 주말되십시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9 15:41   좋아요 2 | URL
돌아온 막시무스님. 교보 산책 다녀오셨나요?? 아바타 맞습니다요. 다만 제 키가 크지는 않더라는^^;;

막시무스 2021-08-29 15:55   좋아요 2 | URL
넵! 구매는 완료했습니다! 책읽기님이 추천하신 향모를 땋으며랑 같이 좋은 곳에 꽂아두기는 했죠!ㅎ 이제 여유가 좀 생겨가니 언제가 책장에서 손으로 옮겨올 날이 있을꺼라 생각되네요! 읽을 책을 사는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다는 도서구입계의 명언은 정말 진리라고 믿고 싶어지네요!ㅎ 행복한 휴일 오후 되십시요!ㅎ
 
나는 고백한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0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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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오~~름!! 저~~언~~율!! 2권의 첫 장은 21세기판 팔림프세스투스(재록양피지)를 보는 느낌이다. 압도적이다. 미친 악의 접목. 이런 덮어 쓰기는 전무후무할 듯. 긴장과 재미의 줄타기가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는다. 읽기의 즐거움이 증폭된다. 쪽수 길어 환호한 적은 처음이요, 쪽수 줄어들어 아쉬운 적은 간만이다. 별 열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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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24 15: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오오오 별 열다섯 ㅋㅋㅋㅋㅋ 저보다 다섯개나 많이 주셨잖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22   좋아요 3 | URL
3권은 스무 개 달 생각임다. 아님 하늘의 별을 다 따거나^^ 잠자냥님 추천 무쟈게 고마워하며 읽고 있어요. 요 책 끝남 펠리시아도^^

잠자냥 2021-08-24 15: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장 그 말씀하신 부분 정말 대박이죠. 와, 정말.... 다시 생각해도 저어어어어~~언~~~~율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26   좋아요 3 | URL
네. 진짜 저 등골이 오싹오싹했어요. 온몸에 전기 쫘르륵. 어떻게 이렇게 쓰지? 이게 가능해?? 읽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읽히는 것이 또 어찌나 놀랍던지. 감탄 감탄 감탄. 이 부분은 읽고 또 읽고 싶어요.^^

독서괭 2021-08-24 15: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크윽… 이런 감상평은 처음이야… 정말 대단한 작품인가 봐요 ㅠㅠ

scott 2021-08-24 16:02   좋아요 7 | URL
괭님 이 작품 쵝오 입니다
제가 원래 쪼개져서 출판되는 책은 선호 하지 않는데
이책 만큼은 더 쪼개져서 나오도 좋을정도 입니다!!

잠자냥 2021-08-24 16:22   좋아요 5 | URL
괭님 이거 빨리 읽으시라니깐요~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24 17:10   좋아요 5 | URL
커흑 지금 읽고 있는 고독의 우물이랑 피프티피플 끝내고 나면 읽을게요 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27   좋아요 5 | URL
올해 최고이고. 올해 제 최애 도서가 될 것으로 사려됩니다.^^

청아 2021-08-24 15: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오 별이 15개라니! 😳기대됨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27   좋아요 3 | URL
미미님은 곧 읽으시리라 예상됨요. 좋아 죽을걸요 ㅋ

scott 2021-08-24 16:0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책읽기님도 고백 하셨군요.
이책 올해 만난 소설 중에 쵝오! 라고!!

중역이 아닌 작가의 모국어 카탈루냐어로 번역한 작품이여서 넘 ㅎ 좋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30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저도 중역 아닌 원어 번역이라 더 좋았어요. 번역도 완전 깔끔하고. 게다가 웬일이래요, 오타 투성이 민음사 편집 이래 아직까지 오타 미발견요. ㅋ

2021-08-24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08-24 16: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무지무지무지 좋았어요. !!!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31   좋아요 5 | URL
와. 미니님 읽으셨군요. 무지무지무지!!! 그럼요.^^

페넬로페 2021-08-24 16: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넵, 빨리 읽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32   좋아요 6 | URL
ㅎ 페넬로페님 반응도 넘 궁금해집니다. 진짜 반하실 거예요^^

새파랑 2021-08-24 17: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100자평 소오름😆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아까우시다니~!!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34   좋아요 7 | URL
소설 마니아 새파랑님도 분명 폭 빠질 겁니다. 이 책은 찐찐 물건이에요.

붕붕툐툐 2021-08-24 18:5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 읽오어야 하는데~~ 조급해진다~ㅎ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8-27 11:24   좋아요 3 | URL
툐툐님 뻑이 가실 겁니다. 이산하 시집 읽었으니 더 깊이 빠지실 것임. ^^

라로 2021-08-24 19: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뽐뿌 하시면 어떻게 해요??? 넘 좋잖아요~~!!ㅎ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8-27 11:25   좋아요 4 | URL
저 요즘 지인들에게 이 책 광고하고 다닙니다. 넘 좋아서.같이 좋아하고파서^^

희선 2021-08-25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을 게 줄어들어서 아쉬운 책이군요 마지막까지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8-27 11:26   좋아요 3 | URL
네. 아쉬워 천천히 읽는 중요^^;;

얄라알라 2021-08-27 16: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님께서 밀어주시는, 별 열다섯!!!
 

20210823 #시라는별 52 

버킷리스트 
- 이산하 

요즘 ‘다음 차례는 너‘라는 듯 지인들의 부고문자가 쌓인다. 
내 눈에는 내 잉여목숨의 고지서로 보인다. 
허공이 초점 없이 나를 내려다본다. 
40대 중반 서교동 골목길의 교통사고와 
50대 초반 합정동 골목길의 백색테러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반품된 후 모든 게 허망해지고 
오랫동안 애써 부정하고 망각했던 고문의 악몽마저 되살아나 
날마다 피가 하늘로 올라간다. 
우울증 알약으로 버티며 내 살점을 베어 멀리 이송하지만 
그마저 반품되자 벼랑의 꽃처럼 더욱 조급하고 초조해진다. 
언제 다시 또 죽음의 그림자가 급습할지 몰라 더 늦기 전에
수배 4년 동안 나를 ‘은닉‘ 혹은 ‘묵인‘해준 119명의 실명을 
여기 시 한 줄로나마 깊이 새겨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자 하며 
그나마 내 체포 뒤 한 사람도 연행되지 않아 큰 다행이었다. 
그 얼굴들 하나씩 떠올리며 새벽에 물안개처럼 울었다. 

강양희 故 강철주 강춘희 강형철 고광헌 고원정 고형렬 故 기형도 김경미 김경형 김동건 김명곤 김선택 김선희 김성걸 김소영 김숙경 김영호 김은숙 김인호 김재승 김지나 김진경 김형경 김형수 김해숙 김호성 김홍희故 나병식 노승만 도정일 라종일 문장순 박덕규 박몽구 박방주 박순선 故 박영근 故 박이엽 박재현 박정희 故 박종철 박해현 故 백두산 백무산 부수아 서천 손수호 송인성 신경준 신동근 신명식 신현태 신형식 안상호 안선희 안수철 원용선오해영 유기홍 유승찬 유시민 유재주 유진월 윤현주 이권우 이규동 이기숙 이동형 이만희 이명호 이명환 이무명 이문재故 이범영 이봉선 이상희 이승철 이연철 이영애 이영진 이옥자 이윤재 이인재 이정국 이정우 이택희 이해영 이화형 장인식 장지태 전경하 전경희 전선하 전성희 故
전우익 정경미 정경연 정상홍 정승혜 정원영 정연수 정호승 조미아 故 조영관 조정아 차미경 차응춘 故 채광석 채현국 최상무 최상일 최성우 최성필
하재봉 한홍구 현무환 홍명규

이산하 시인은 1979년 대학생이 되었다. 나는 그보다 10년 뒤 대학생이 되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교정에 ‘백골단‘이라고 불리던 사복 경찰이 어슬렁거리지 않았다. 학교 안에선 고민은 있었지만 공포는 없었다. 옛날보다 운동하기 좋아졌어 라며 선배들이 투쟁 미담처럼 들려준 87년 이전의 교내 시위 에피소드 중 하나.

˝점심 시간에 말이야. 용감한 여학생이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창문을 깨뜨리고 식당으로 들어와. 메고 있던 가방에서 유인물을 꺼내 밥을 먹고 있는 학생들에게 흩뿌리며 소리쳐. ‘독재 정권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그와 동시에 어딘가 있던 백골단 놈들이 후다닥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 그러면 여학생도 숨이 넘어갈 듯이 내달려 서로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있는 학우들 사이로 슬쩍 끼어들어. 마치 전부터 거기 앉아 있던 것처럼 말이지. 그러나 숨도 채 고르지 못했을 때 백골단 놈들이 다가와 그 여학생의 머리를 확 잡아채며 말하지. ‘요년, 이렇게 숨어 있으면 모를 줄 알았지. 얼른 나와!‘

이산하 시인은 그런 엄혹했던 시절 대학을 다녔다. 그는 정의와 민주를 지향하는 피 끓는 청춘이어서 독재 치하의 불의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독재 정권 타도를 외친 여학생, 그 여학생이 뿌린 유인물을 제작 배포하는 일을 한 사람이 이산하였다. 그 혐의로 그는 일찍부터 수배선상에 올라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해야 했다. 도피 4년째 되던 해인 1987년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장편 서사시『한라산』을 발표하면서 기어이 구속되고 만다. 스무살 대학 새내기가 장년을 얼마 앞두지 않은 스물여덟 살 때였다.

이산하 시인이 수배 기간 중에, 복역 중에, 감옥을 나와서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나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쓴 시들을 통해 그의 고통을 짐작만 해볼 뿐이다. 그러나 ˝날마다 피가 하늘로 올라˝가는 ˝악몽˝과 ˝우울증 알약으로˝ ˝살점을 베˝는 듯한 고통을 감내하는 삶을 헤아리기란 역부족이다. 하여 다만 읽을 뿐. 아플 뿐. 나눌 뿐.

˝내 시집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고 시인은 말했으나, 그 말을 보기 좋게 뒤엎은 시가 <버킷 리스트>이다. ˝비범성이 없는˝ 평범한 악이 도처에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두려움을 무릅쓰고, 때론 죽음을 불사하고 친구를, 아우를, 형을, 제자를 지켜준 아름다운 이들이 있었다. 이산하 시인을 ˝‘은닉‘ 혹은 ‘묵인‘˝해 주었다는 119명의 이름을 치는 동안, ˝그 얼굴들 하나씩 떠올리며 새벽에 물안개처럼 울었다˝는 이산하 시인의 말이 심장 언저리를 맴돌았다. 저들이 연행되지 않아 다행이고, 이산하 시인이 살아 주어 다행이다.

살아 있어야 날마다 가을맞이 열일하는 구름을 보며 살 기운을 더 내볼 수 있다. 시인처럼 나도 나를 살게 한 이들의 ‘버킷리스트‘를 써보아야겠다. 그 리스트 최상단에 오를 이는 단연코 나의 엄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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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23 06: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시와 글의 내용이 좀 가슴이 아프네요 ㅜㅜ 그래도 사진에는 희망이 보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32   좋아요 3 | URL
그럼요. 희망도 고문이 되곤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있죠. 잠깐의 취하는 행복감이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준다고 저는 믿어요.^^

mini74 2021-08-23 10: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산하 시인 ㅠㅠ 이 책을 내셨군요. 큰언니가 가끔 그때 이야기해요.백골단. 그리고 사복입고 대학생인척 하던 경찰들. 눈빛이며 행동이며 표가 확 나는데. 참 무서웠다고 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34   좋아요 4 | URL
어머. 큰언니가 그 시절 대학을 다녔군요. 정말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학교조차 살얼음판이라니오. 야만의 시대였어요. 이만큼 숨통을 트이게 해준 분들에게 고마워하고 살자 생각해요.^^

청아 2021-08-23 11: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열일하는 구름들~♡ 요즘 하늘을 보면 어찌나 황홀한지 미켈란젤로의 구름도 한번씩 보이더라구요.
백골단..그 여학생은 끌려가 무슨일을 당했을까요ㅠㅠ 살벌한 시대가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진행 중이란것도 가슴아픈일이네요ㅠ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36   좋아요 3 | URL
그죠. 요즘 하늘은 보는것만으로 넘 찬란찬란. 이 찬란함에 찬물 끼얹는 일들이 제발제발 줄어들기만을 바래요.

붕붕툐툐 2021-08-23 2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시집 읽고 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41   좋아요 3 | URL
툐툐님 진정 좋아하실 것임. 주의. 좀 아프고 많이 찔립니다^^;;;

붕붕툐툐 2021-08-27 02:26   좋아요 1 | URL
진짜 진정 너무너무 좋았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렇게 시 소개 안해주셨으면 안 읽어봤겠지만 시집의 맥락 안에서 읽으면 <버킷리스트>에서 감동 쓰나미가 100배~
진짜 이건 다들 시집으로 꼭 읽어보셨음 좋겠어요~ 흐엉흐엉~~

행복한책읽기 2021-08-27 11:20   좋아요 1 | URL
툐툐님 다 읽으셨어요?? 저는 아직두 읽는 중인데. 맞아요. 맥락 안에서 읽음 진짜 감동 쓰나미. 툐툐님이 좋아할 거라 예상했지만 너무너무라 해서 지두 감동 쓰나미^^

scott 2021-08-23 2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날마다 피가 하늘로 올라˝]갔던 시인의 삶이 그의 시어 속에서도 느껴집니다
버킷 리스트 작성하기전 오늘 ,지금 이순간 열쉼히! 살아야 하겠죠 ^ㅅ^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42   좋아요 3 | URL
지당한 말씀. 이 순간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이가 scott님 같습니다. 대단대단^^

희선 2021-08-24 0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70년대 대학교는 무서웠겠습니다 그때 대학생이 싸워서 지금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때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많은 사람 덕분에 지금이 있네요 이산하 시인이 힘들었겠지만, 많은 사람이 도와줘서 살아 있군요 어쩌면 한사람은 많은 사람 도움을 받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48   좋아요 2 | URL
정곡을 지적해주시네요. 네 우리 모두는 많은 타인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걸 모르고 살 때가 넘 많죠. 그걸 재인지시켜 주는 데 책만한 것이 없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