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9 #시라는별 77 

어떤 나무의 말 
- 나희덕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곧 무거워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관이 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지는 마십시오. 


<어떤 나무의 말>은 2014년 출간된 나희덕 시집『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에 실려 있는 첫 번째 시다. 나는 이 시를 2015년 1월 내 노모의 여든둘 생일 즈음 읽었다. 그 때 이 시는 내게 ‘어떤 나무의 말‘이 아닌 ‘내 늙은 어미의 노래‘로 들렸다. 저때 내 어미는 사는 게 무재미라면서도 어린 날과 젊은 날의 즐거운 추억들을 되새김질하며 간혹 웃었고, 하나뿐인 어미 떠나면 형제자매 없는 넌 고아가 돼서 어떡하냐고 울먹이곤 했다. 그때마다 ˝왜 이러셔 엄마, 내가 엄마보다 훨~~~씬 부자잖아. 엄마 없는 남편도 있지, 아들딸 고루고루 있지. 걱정할 거 하나 없다니까!!!˝ 라며 세게 퉁을 놓았고, 그 말에 엄마는 나와 함께 허허실실 웃었다.

2년 후 어미는 치매가 들었지만 언제나 나와 사위와 손주들을 알아보았고, 당신의 옛 이야기와 구수한 옛 노래로 우리 가족을 즐겁게 해주었다. 날짜와 나이를 잊고 사는 어미에게 당신 나이를 일깨워줄 때면 어미는 화들짝 놀라 말하곤 했다.
ㅡ 하이고 무시라. 내가 나이를 고렇게나 많이 문나. 우리 딸 고생 안 시키게 이제 고만 가야 할 텐데. . . . . . .
ㅡ 하이고. 운제는 엄마 떠나면 나 고아 된다고 눈물 글썽이더니 이제는 아닌가 부지. 
ㅡ 인자는, 이서방도 있고 너그 아들딸도 있이니께, 너가 안 외롭것재. 나는 인자 죽어도 여한이 없다. 우리 딸 고생 안 하게 너무 칩은 날만 피해 가면 될낀데.

2022년 2월 3일. 나는 고아가 되었다. 1934년생 내 어미는 여든아홉 생일 촛불을 끈 지 한 달만에, 당신 소원대로 아주 추운 날은 피해, 당신 바람대로 한 며칠 아프시다 자는 잠에 살포시 저 세상으로 가셨다. 1월 중순 우리 가족은 방호복을 입고 침대에 누운 내 어미와 임종 면회를 했고, 열흘 후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휠체어에 앉은 어미를 대면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어미의 몸뚱이는 ˝더는 쪼개질 수˝ 없는 마른 가지처럼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져 손길만 스쳐도 소스라치게 아파했다. 그래서 설날에는 차마 어미를 보여 달라 말을 할 수 없어 어미 누워 있는 요양원 건물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어미의 몸뚱이는 꽃은커녕 잎사귀마저 무거워 ˝스스로의 관˝이 되려 하고
있었다. ˝나부끼는 황홀˝을 충분히 맛보았다는 듯이.

어미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날, 기운이 딸려 머리를 쳐들지도 말을 내뱉지도 못한 채 눈만 감고 있는 어미에게 요양사가 말했다.
ㅡ 어르신 ~~~ 누가 왔는지 좀 보세요.˝ 
어미는 겨우 고개 들어 나를 힐긋 보고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말했다. 
ㅡ 우리 딸 . . . . . . 

우리 딸. 어미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치매 노인 어미는 생을 놓기 직전까지 딸의 존재를 끝까지 기억 속에 붙잡고 있었다. 우리 딸. 엄밀히 따지면 엄마와 나에겐 ‘우리‘라고 할 만한 식구가 없었다. 어미는 홀어미였고, 나는 외동딸이었다. 그런데도 어미에게 나는 늘 ‘우리 딸‘이었고, 나에게 어미는 늘 ‘우리 엄마‘였다.

‘우리 엄마‘ 프로젝트 

1934년생 내 어미는 자존심이 세고 강인한 여자였다. 마산 바닥에서 인상파로 통한 내 어미를 잘못 건드리면 상대가 어떤 작살이 나는지를 나는 두 귀로 무수히 들었고 두 눈으로 이따금 목격했다. 그런 여인이 대학생이 된 딸년 때문에 무연고지 서울에 와서 억척스럽게 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딸인 내게 물었다.
ㅡ 니년은 너거 친구들하고는 입이 닳도록 새실(사설)을 까더마 나하고 있을 때면 꿀 먹은 벙어리모냥 입천장을 딱 쳐닿고 있노. 니 에미가 그리 싫나.

나는 속으로 ‘당근 싫지.‘ 라고 말했다. 어미가 그 말만 했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을 것이다. 아니 그런데, 세상 무서울 것 없이 기고만장한 어미가 딸년의 들러붙은 입천장 때문에 서러움의 눈물을 훔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뭐지? 나는 순간 너무나 어이 없고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세대 차이가 30년이나 넘는 엄마랑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일방적으로 쏘아붙이기만 하는 엄마랑 대체 무슨 이야기가 된단 말인가. 그 후 어미는 계속 서러웠고 나는 계속 괴로웠다. 행동에 나서는 쪽은 대개가 괴로운 쪽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호구 조사하듯 설문조사를 했다. 너희들은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느냐, 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 엄마랑 얘기하면 재미가 있느냐 등등등. 그리고 내가 찾아낸 해결책은 내 친구 선배 후배를 엄마와 공유하기였다. 나는 어미에게 그들의 이름과 특징을 설명하고, 그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이따금 집에 초대해 어미가 차린 밥상 앞에 앉히곤 했다. 그 날 이후 내 어미는 시나브로 ‘우리 엄마‘가 되어 갔다. 그 날 이후 나는 내 어미의 어제와 오늘의 삶을 지인들과 공유해 나갔다. ‘우리 엄마‘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미의 장례식에는 ‘우리 엄마‘를 어떤 식으로든 아는 이들을 불렀다. 조문을 오지 못하는 지인들은 전화로 톡으로 먼 길 떠나는 ‘우리 엄마‘를 배웅하고 이승에 남은 나를 위로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 목소리만 들어도 그
이야기들이 떠올라 목울대가 뜨거워지는 것, 엄마가 해준 아구찜이 제일 맛있었어요, 우리 아빠 칠순은 못 챙긴 내가 어머니 칠순 잔치는 가지 않았겠어요, 어머니가 저를 엄청 예뻐하신 거 기억해요, 어머니 얼굴 한 번도 뵌 적 없는데 이야기를 하도 들어 꼭 뵜던 것만 같아요 . . . . . .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만큼 큰 위안이 되는지를, 나는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나의 가족, 어미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게 해준 사위와 손주들, 사돈 식구들이 묵묵히 혹은 떠들썩하게 자리를 지켜 주었다. 나는 어미의 바람대로 외롭지 않았다.

한창 시절 몸무게 70킬로그램을 넘나드는 푸른 나무였던 어미는 바싹 마른 나뭇가지로 변했다가 한줌 재가 되었다. 어미의 유골함을 들고 장지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희덕의 <어떤 나무의 말>을 기억나는 대로 계속 읊조렸다.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진 몸뚱이에 ˝입김을 불어넣˝어 또 다시 꽃 피우거나 잎사귀 달게 하지 않도록 ˝허락해˝ 달라고 했던 어떤 나무의 말은 내 늙은 어미의 말이었다. 이제까지 나는 늙어가는 어미의 기력 상실과 기억 상실을 마주해야 했다. 이제부터 나는 어미라는 존재 자체의 상실을 마주해야 한다. 2018년 11월 10일. 34년생 어미가 신우신염으로 의정부 백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간호사가 물었다.
ㅡ 어르신, 어르신 성함 아시죠?
ㅡ 아암. 알지.
ㅡ 그럼 여기 종이에다 성함 좀 써 주세요. 

내 어미가 당신 이름을 써 놓은 종이를 들고 나는 말문을 잃은 채 멍하니 그 글자들을 읽고 또 읽었다. 과거형으로 끝난 어미의 이름. 그렇게 부르게 될 날이 언제고 반드시 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날이 지금일 줄은 몰랐다. 나에게는 고맙게도 예상한 날보다 훨씬 훗날이다. 어떤 중요한 일이 마무리되는 날까지 기다려주고 버티어준 ‘우리 엄마‘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나는 이제부터 ˝대상의 상실이 남겨놓은 공백을 아물게˝(남진우 평론가의 해설 중) 할 방법으로 작별 일기 대신 애도 일기를 써볼 생각이다. 사람은 떠나도 이야기는 남는다. ‘우리 엄마와 우리 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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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2-09 06: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명절 쇠자마자...ㅜㅜ
어머님 평안하신 곳에서 당신의 딸과 사위,손주들을 잘 지켜봐 주시리라 믿습니다.
마음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행복한책읽기 2022-02-12 10:10   좋아요 4 | URL
나무님 감사합니다. 엄마가 마음 준비할 시간을 주셔서 마음이 막 아프고 그러진 않아요. 게다가 당신 소원대로 많이 아프지 않다 가셔서 그저 고맙답니다. 삶과 죽음이 한끗 차이라는 걸 이번에 체감하게 되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페넬로페 2022-02-09 09: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89세의 나이로 떠나신 행복한책읽기님의 어머님께서 좋은 곳으로 떠나셨을 거예요.
나이 드신 노모와 자식이 하나뿐인 저에게 책읽기님의 글은 더 마음에 닿고 아프고 공감됩니다.
어머니 보내드리느라 힘들고 헛헛한 마음 잘 추스리시고 어머니께서 그곳에서 평안하시기를 다시한번 기원 드립니다^^

행복한책읽기 2022-02-12 10:17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도 외동딸이세요?? 동질감 화악^^ 페넬로페님 어머님도 연세 많이 드셨지요?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늙음도 죽음도 피해갈 수 없는 여정이지만, 사는 동안 몸과맘이 건강한게 최고인듯해요. 저희 엄마는 천수를 누리신 듯해요. 눈 감아도 여한이 없다 말하실 수 있을 만큼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나는 일상을 살아가며 뒷정리들을 하는 중이에요. 페넬로페님의 깊은 공감에 감사드려요. 이런 공간이어서 이런 글도 쓸 수 있었어요.^^;;

페넬로페 2022-02-12 11:49   좋아요 3 | URL
저는 4형제인데 저의 딸아이가 외동이라 더 깊이 느낀거예요~~
제가 떠날 때 혼자 남겨질 아이를 생각하니 더 맘 아프고 먹먹해요^^
책읽기님, 힘내세요**

2022-02-12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2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02-09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울지 않으며 읽기가 힘든 글이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딸과 엄마 사이는 복잡해서 더 애틋한거 같아요.
시로, 글쓰기로 상실감을 잘 풀어내시기를....♡

행복한책읽기 2022-02-12 10:27   좋아요 4 | URL
ㅠㅠ 울리려고 쓴 글은 아니었는데, 울려드려 죄송합니다. 딸과 엄마 사이는, 맞아요. 복잡하면서 참 애틋해요. 저는 엄마를 몹시 싫어하는 딸이었는데, 사회생활하면서 내 엄마를 엄마가 아닌 한 개인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엄마의 많은것이 쬐~~끔 이해되더라구요. 엄마를 받아들이는데 책이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이번엔 시였네요. 미미님, 공감 가득한 댓글 감사드려요.^^

mini74 2022-02-09 1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그냥 저도 눈물이 납니다. 정말 위로 드립니다.

행복한책읽기 2022-02-12 10:33   좋아요 4 | URL
ㅠㅠ 눈물 흘리게 해드려 죄송해요. 저는 괜찮아요. 저희엄마가 식구들 잊지 않고, 춘분 오기 직적 눈감아주셔, 그리고 저 글에 담지 못한 정말 중요한 일 하나가 있었는데, 그 일 마무리 될때까지 기다려주셔 감사하고 또 감사하답니다. 기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딸이 하는 당부를 다 듣고 계셨구나 싶어, 울엄마는 마지막까지 나를 염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새삼 또 존경스러워졌어요. 미니님, 위로해주셔 감사해요.

희선 2022-02-10 0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 님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습니다 ‘우리 엄마’ 프로젝트 멋지네요 그렇게 알게 된 분들도 함께 어머님을 보내드리셨겠네요 어머님 명복을 빕니다 저세상에서 행복한책읽기 님과 행복한책읽기 님 지켜보실 거예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2-02-12 10:38   좋아요 4 | URL
희선님 감사해요. 저는 의외로 넘 담담해서 의아해하고 있어요. 원래 이런 느낌인가?? 싶고, 제가 이상한 건가 싶고, 그렇답니다.^^;;; ‘우리엄마‘ 프로젝트는 제가 형제자매가 없어 어쩌다보니 그리 되었어요. 장례 끝나고 보니, 내가 엄마를 위해 가장 잘한 일이었구나 싶더라구요. 저희 엄마의 명복을 함께 빌어주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얄라알라 2022-02-22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

더 키보드를 두드리는 자체가 죄송스럽네요. 행복한 책읽기님의 마음과 강인하시고도 모정이 뜨거우신 책읽기님의 어머님을 기억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책읽기님은 푸른 나무이셔야죠. 힘드시겠지만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2022-02-24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31 #시라는별 76 

구관조 씻기기 
- 황인찬 

이 책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새를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현실적으로 쾌청한 창밖의 풍경에서 뻗어 
나온 빛이 삽화로 들어간 문조 한 쌍을 비춘다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마저 
실례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어린 새처럼 책을 다룬다 

˝새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새는 스스로 목욕하므로 일부러 씻길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읽었다. 새를 
키우지도 않는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어째서였을까 

˝그러나 물이 사방으로 튄다면, 랩이나 비닐 같은 것으로 새장을 감싸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긴 복도를 벗어나 거리가 젖은 것을 보았다 


황인찬 시인이 쳐놓은 덫에 걸려 그의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를 대출해 읽었다. 2012년 출간된 이 시집은 24세의 황인찬 시인이 등단 2년만에 이뤄낸 놀라운 업적이라고 한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언어에게 옷을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언어를 씻기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시적 경험을 선사”하는 “희귀한 시인”이라는 찬사를 보냈다고. 이후 젊은 황인찬은 ‘시인계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붙고 『구관조 씻기기』와 『희지의 세계』가 각각 2만 부씩 팔려 나갈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고.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사랑을 위한 되풀이』도 1만1천부 넘게 나갔다고 한다.

이 시집에는 5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류를 바꿔 놓았다는 황인찬의 작법이 여전히 낯설지만 『사랑을 위한 되풀이』 보다는 편하게 읽었고 이따금 즐겁게 읽었다. 이해도 되고 마음에도 들었던 시를 꼽자면 <건조과>, <구관조 씻기기>,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파수대> ,
<레코더> 그리고 <무화과 숲>이었다.

황인찬의 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관조‘하기 같다. 그는 자연을 인간의 시선으로 예찬하지 않고 사물에 인간의 마음을 싣지 않는다. 그저 응시하고 묘사할 뿐이다. 그것도 아주 담담하게. 나는 이 점이 썩 마음에 든다. 그래서 작품 해설을 쓴박상수 시인의 이 평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었다.

˝황인찬의 시적 주체는 대상을 인간주의적 관점으로 해석하거나 주체의 정념으로 일렬 배치하는 서정시의 기율 대신 사물의 사물성과 순수성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보존하려는, 김춘수로부터 시작된 한국 시의 저 오래된 반인간주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율:도덕상으로 여러 사람에게 행위의 표준이 될 만한 질서) 

<구관조 씻기기>는 황인찬 시인의 그런 면이 가장 잘 드러난 시로 읽혔다. 시적 대상을 내게로 끌어당기려는 구식 관조(구관조)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신식 관조다. ˝비현실적으로 쾌청한˝ 날, 시인은 숨소리조차 내기 미안할 만큼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 어떻게 새를 다뤄야 하는가˝를 다룬 책이다. 시인이 고른 두 개의 인용문이 재밌으면서 의미심장하다. 새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스스로 목욕을 할 줄 아니 씻길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구관조 씻기기‘라는 제목은 인간이 인간의 잣대로 자연에 쓸데없는 짓을 하거나, 누군가가 저만의 판단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불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을 꼬집는 역설일 수 있겠다.

자연도 사람도 함부로 재단하지 말 것. 내 관점으로 해석하지 말 것. 진정한 배려란 씻길 필요가 없는 새를 목욕시키는 것이 아니라 물이 사방으로 튈 때 ˝랩이나 비닐 같은 것으로 새장을 감싸주는 것˝이라는 것. 황인찬은 조용한 도서관에서 새에 관한 책만 읽고도 한 편의 시를, 그것도 무언가를 깊이 사색하게 만드는 시를 써낼 줄 아는 시인이다. 그는 또한 ‘자기복제‘는 기피하며 거듭나기를 원하는 시인이다. ​

˝제가 좋아하고 항상 감탄했던 문학작품들은 운 좋게 잘 가지고 태어난 반짝이는 재능 같은 게 아니고, 오랜 시간을 견뎌서 무언가를 만들어낸, 그래서 한 명의 시인이나 작가로 완성된 사람들을 더 좋아했거든요. 저는 그래서 랭보나 기형도 같은 시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들의 재능은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배울 수 있는 건 태도겠죠. 점차 자신을 완성시켜가는 자세, 그러면서 자기복제를 하지 않는 것, 그렇게 희소한 태도를 견지한 작가들에게 감동을 받았어요.˝
(2016년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와 가진 인터뷰 중)

무화과 숲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 이 꿈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독자인 나 또한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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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31 00: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구관조 키워봤습니다
7년을 살다갔는데
삐약이 병아리 보고
궈엽다는 말을 할정도로 지능이 유아급이였어요
구관조 스스로 씻고(짝짓기 하려고 몸단장)거울 앞에서 재롱도 😄
무화과 숲 시 2022년 흑호랑이 시로넘ㅎ 좋습니다
떡국 먹는날
책읽기님 복 마뉘🤗🎰


행복한책읽기 2022-01-31 11:21   좋아요 4 | URL
구관조도 키워보시다니. scott님은 실물 경험도 참 많으세요. 스스로 씻는 모습을 직접 보셨다니. 와~~~~ scott님 맛난 떡국 드시고 복 그득 챙기세요~~~^^

mini74 2022-01-31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해도 혼나지 않은 꿈 ~ 저도 이 구절 참 좋아요 ~ 책읽기님도 복 가득가득 받으시길 *^^*

희선 2022-02-01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첫번째는 못 보고 두번째는 봤어요 황인찬도 시인계 아이돌이라는 말을 들었군요 저는 박준이 그렇다는 말을 전에 들었어요 자연도 사람도 함부로 재단하지 않기 좋네요 그런 말 알아도 그러지 못하기도 하는군요


희선
 

20220124 #시라는별 75 

빛은 어둠의 속도 
- 황인찬 

아빠들은 
나를 학교로 보내고 
나는 혼자 그네를 탄다 

언제나 이런 장면들뿐이라 조금 지겹지만 
나는 해야 하는 일들을 한다 

개미들이 죽은 잠자리를 끌고 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켜본다거나 

눈 뜨기 직전의 싹이 매달린 가지를 부러 꺾는다거나 
아이들로 가득한 운동한 한가운데서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한다거나. . . . . . 

나는 배운 대로 잘하는 편이다

나는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다 
나는 약속 시간을 지킨다 
나는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하루에 하나씩은 꼭 선행을 한다 

내 옆자리 남자애는 내게 귓속말한다 

어제 선생님이 자기 아빠를 불러 
자기가 자폐증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노라고 

나는 그 남자애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시키는 대로 잘하는 편이다 

저녁의 교정은 크고 넓어서 
누가 누굴 잡아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누군가 교실 문을 하나씩 열어보며 복도를 떠나간다 

그러나 납치는 없었다 
아이들은 집에 가지 못해 교실에 가득하고 

이 시의 화자로 
아직 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다소 부적절하다 

아빠들은 빈손으로
멍청하게 서 있는 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황인찬 시인의 『사랑을 위한 되풀이』를 읽다 그만 좌절하고 말았다. 지난 1년 반 동안 꾸준히 시를 읽어왔기에 시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생기지 않았나 여겼건만, 아뿔싸, 착각이었다. 이 시집은 희선님의 서재 리뷰에서 읽고 마음에 들어 진작에 구매했더랬다. 다른 시집들에 밀려
새해 들어서야 펼쳤는데, 아뿔싸, 새해 선택지가 난공불락이란 느낌이다. 꺼이.

더디게, 어렵게, 곱씹어 읽었으나, 나는 이 시집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가 없고, 지금은 다만 당황스럽다고만 말해야겠다. 시를 이해하기 힘들어 황인찬 시인의 이력과 그가 쓴 다른 글과 인터뷰를 찾아 읽었다.

황인찬 시인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그러니까 젊은 시인이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스물셋의 나이에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2012년 시집『구관조 씻기기』​로 제31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2021년 <이미지 사진>으로 현대문학상(시 부문)을 수상하였다. 황인찬의 등장으로 시류가 바뀌었다는 평이 나올 만큼의 각광을 받았다. 나는 그런 느낌을 이 시집의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라는 시에서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다르다. 내가 일찍이 배웠고, 읽어온 시들과는 말이다. 당혹스럽지만, 이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왠지 파고들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황인찬 시인이 2016년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와 가진 인터뷰 중 다음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메시지를 던지는 건 의미가 없어요. 아주 일시적이고, 심지어는 내가 무슨 메시지를 갖고 있었는지 나도 잘 몰라요. 그런 건 다 착각이에요.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고른 말이, 오히려 그 말을 선택하는 순간 훼손돼요. 손상되고 아무것도 아닌 덜 떨어진 종류의 말로 메시지가 갈 수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오’ 하고 짚어서 전달하는 게 아니고, 그물을 더 넓게 펼쳐서 던지는 거예요. 그러는 편이 원래 내가 갖고 있던 문제의식, 생각, 진정성을 덜 훼손시켜요.”

메시지는 배제하고 그물을 넓게 펼쳐 세상을 그저 보여주려는 시인. 그런데, 그래서, 난해하다. 적어도 내게는. 이 시집에는 59편의 시가 실려 있다. 그 중 <빛은 어둠은 속도> 라는 시가 가장 눈에 띈 것은 마침 엘리자베스 문의『어둠의 속도』를 읽고 있던 탓이었고, 이 시를
읽었을 때 ‘루‘ 같은 자폐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황인찬 시인은『어둠의 속도』를 읽었던 것 같다. 왜 아빠라는 단수가 아니고 ‘아빠들‘이라는 복수일까. 그렇다면 ‘나‘는 혼자가 아닌 여럿 나인 걸까. 모호해서 어려운데, 시인이 덫을 만들어 놓아 나는 당분간 여기서 탈출하지 못할 듯하다.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것이 이 시에 담겨 영영 이 시로부터 탈출하지 못한다면 좋겠다
그것을 미래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이 손에 만져지는 돌이라면 좋겠다
(<그것은 가벼운 절망이다 지루함의 하느님이다> 중) 

추신. 플친 여러분. 요즘 마음의 여력이 없어 글도 못 쓰고 플친들 서재 방문도 못했네요. 다들 잘 지내실 거라 생각해요. 저는 다만 바쁠 뿐,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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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1-24 00: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몰라도 그냥 읽고 모르겠네, 하는데 행복한책읽기 님은 깊이 읽으려고 하시는군요 인터뷰한 글도 찾아보시고... 그물을 더 넓게 펼쳐서 던진다니...

행복한책읽기 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scott 2022-01-24 00: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혼자 그네를 타는 아이 ㅜㅜ
시어속에 아이와 세상사람들 사이에 소통의 부재가 느껴집니다
두툼한 책 한권 보다 시 한편에서 느끼는 것들이 많네요
책읽기님 올려주시는 시들
소즁😍

페넬로페 2022-01-24 09: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시는 정말 잘 모르지만 그냥 읽을 때의 그 느낌만으로 읽을 수 밖에 없을 듯 해요 ㅎㅎ
책읽기님!
건강하시기만 하면 좋습니다^^

새파랑 2022-01-24 1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님 건강하시다니 다행입니다~!! 바쁘시더라도 시 한편씩은 꼭 읽으세요~!!

얄라알라 2022-01-24 1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가득 행복한책읽기님의 느낌, 오랫만에 올려주시는 시와 글이라 더욱 반갑습니다!

mini74 2022-01-24 1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 이야기도 사진도 좋아요 ~ 건강하시면 됐지요 ㅎㅎ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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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너무 좋아서 자폐아를 키우는 동생에게 선물했다. 기술 발달과 사회적 지원이 많은 자폐인을 ‘루‘만큼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면 그들 가족의 힘겨움도 가벼워지리라. 자폐 성인이 타인과 자아를 이해하려는 ˝안간힘˝이 뭉클하다. 문장들은 섬세하고 상황 묘사는 물처럼 유연하다. ‘어둠의 속도‘라니. 질문이 있는 곳에 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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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22 01: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첫장 부터 흥미 가득!
2004년도 네불라 수상작이였네요
저 방금 구입 !
빛의 속도로 ~@@@@
순 !讀 중 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2-01-22 06:21   좋아요 4 | URL
ㅎㅎ 정말 빛의 속도네요. 이분 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근데 100자평으로 썼더니 뒷글이 다 날아가버렸더군요. ㅋㅋ 수정했답니다. 저자가 자폐아들을 입양해 키우셨대요. 대단하고 멋지시죠.

라로 2022-01-22 01: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주에 자폐성인을 간호했어요. 동생분의 자녀가 자폐아라니 존경스럽습니다. 이 세상이 장애자나 정신병력이 있는 환자들과 가족에게 더 편한 세상이 되길 모두 한마음으로 노력하는 세상이 되길 늘 바라고 있습니다. 암튼 잘 지내시죠??

행복한책읽기 2022-01-22 06:27   좋아요 4 | URL
친동생 아닌 친한 동생 자녀^^ 저 외동이에요ㅠ 하여 세상 사람들을 언니동생하며 지낸답니다^^
라로님. 저는 애들 방학이라 마음의 여력이 좀 없을뿐 몸 튼튼히 지내고 있어요. 건강이 최고인거죠. 그죠. 라로님한테 새해 인사도 못 드린듯해요. 올해도 건강하시고 늘 그랬듯 그 밝은 기운 가족과 환자들과 플친들에게 뿜뿜해주세요~~~ 뱅기 타고 날아가 함 보고 싶어요. ㅋㅋ
 

20220103 #시라는별 74 

내 수의를 
- 최승자 

내 수의를 한올 한올 짜고 있는 
깊은 밤의 빗소리. 

내가 이승에서 어질러놓은 자리, 
파란만장한 자리
없었을 듯, 없었을 듯, 덮어주고 있구나. 

점점 더 드넓어지는 
이 일대의 물바다, 
그 위에 이제 새로이 구중궁궐
깊은 잠의 이불을 펴리라. 


최승자 시인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를 읽고 났더니 그의 시들을 더 많이 읽고 싶어  1993년작  『내 무덤 푸르고』와 2010년작『쓸쓸해서 머나먼』을 대출했다.『내 무덤 푸르고』를 먼저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어둡고 절망적이다. 그런데 『이 시대의 사랑』에서도 느꼈듯 역시나 도발적이고 매력적이다.

53편의 시들 중 <내 수의를>이라는 시가 오늘 눈에 띈 것은 요양원에 계신 늙은 어미를 보고 온 탓이고, 얼마 전 내 어미가 20년도 훨씬 전에 준비해 놓은 수의를 살펴본 탓이다. 시인은 ˝깊은 밤의 빗소리˝를 자신의 수의를 짜는 소리로 들었다면, 내 어미는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제법 값 나가는 수의를 주문했더랬다. 20년 전인지, 30년 전인지 기억이 까마득한데, 그때 어미랑 나눈 대화만큼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ㅡ 아직도 날아다닐 만큼 팔팔하신 분이 수의는 어쩌자고 준비하셨대?
ㅡ 이년아, 내일을 모를 것이 인간 목숨이란다. 그라고 내 수족 멀쩡할 때 준비해 둬야재. 맨날 철딱서니 없는 니년이 언가이(어지간히) 준비해 놓을기가.
ㅡ 뭐.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될 일이재. 
ㅡ 니는 그래서 안 된다. 준비해둬서 나쁠 것 없다. 그라고 수의를 준비해 두면 장수한다 카더라.
ㅡ 하이고. 엄마 허우대 보면 그런 거 준비 안 해 둬도 엄~~청 오래 살겠거마는. 
ㅡ 못된 년. 엄마한테 하는 말 뽄새 좀 보래. 암튼, 이리 준비해둬서 내사 맘이 편하다. 운제 죽을지 몰라도 마, 한시름은 놓았고. 한 사흘 아프다 죽으면 딱 좋겠구만. 칩지 않은 날에.

사흘 후면 엄마의 여든아홉 번째 생일이다.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죽지 않는다는 옛말을 증명하듯, 늙은 어미는 기력이 떨어진 몸으로도 오른손에 포크를 쥐고 케익을 찍어 드셨다. 천천히 씹다가 빨다가 하면서 기어이 목구멍으로 넘기셨다. 한 사흘 아프다 죽는 소망은 어그러졌지만,
춥지 않은 날에 ˝깊은 잠의 이불˝을 펴고 눈을 감겠다는 듯이. 나의 어미도 최승자 시인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시인처럼 정신분열증을 앓거나 정신병원을 들락거리진 않았지만, 인생의 고난과 고통과 고독이 그것만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지 않는가. 세상 모든 이들에겐 제 삶의
무게가 가장 무거운 법이다. 내 어미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마음에 병이 들면 몸도 덩달아 병이 드는 법이다. 시인을 시를 통해, 시쓰기를 통해 병중에서 일어서고자 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눈물겹게도 말이다.​

​마음은 오랫동안 病中(병중)이었다. 
마음은 자리 깔고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너무도 오랫동안 마음은 病하고만 놀았다. ​​

詩혹은 詩쓰기에 대해 이제까지 나
는 아무것도 바라지도 믿지도 않았지만, 
이제 비로소 나는 바라고, 믿고 싶다. 
詩 혹은, 시쓰기가 내 마음을 病中에서 
일으켜 세워줄 것을.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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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3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3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1-03 06: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의 사진을 보니까 좀 슬프네요 ㅜㅜ 울컥 했습니다. 마음의 병도 몸의 병도 없었으면 좋겠네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48   좋아요 2 | URL
또 우는 새파랑님. 지가 이래저래 님을 울리는군요. 죄송죄송. 무병장수는...흠. 겁나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1-03 08: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따님과 정겨운 대화 더 많이 나누시길요.
어머님과의 대화 왜 이리 정겹게 읽히는지...^^
수의를 찬찬히 들여다 보긴 처음인 것 같아요.
암튼 우리 행복한 책읽기님 매일 매일 행복하시길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50   좋아요 2 | URL
저희엄마가 욕쟁이셨어요. 저한테만요. 그땐 참 싫었는데 나이 드니, 엄마의 화법이 구수하게 와닿는거 있죠.^^ 나무님의 행복 기원에 힘 받아, 행복 따러, 주우러, 만들러 다녀야겠습니다. 고마워요~~^^

페넬로페 2022-01-03 10: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도 아주 오래전부터 수의 준비해두셨어요.
근데 전 지금부터 결심합니다.
그 어떤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늙으려고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55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어머님도 그러셨군요. 저는 그렇게 오래된 수의가 빛도 안 바래서 깜놀했어요. 울엄니 진짜 좋은 수의를 했나 보네, 감탄했다는^^;; 집착하지 않고 늙기. 저요저요!! 저도 동참할게요. 페넬로페님 옆에 불어 있어야쥐^~~^

scott 2022-01-03 1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죽는 소망이라뇨 ㅠ.ㅠ
저희 두 할머니는 매일 죽는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셨지만 두분 모두 100살 바로 코 앞에 두고 잠든 채
우리모두 삶의 짐을 이고 지고 살고 있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열쉼히!!^^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2:57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scott님. 그 말 저희 엄마도 언젠가부터 달고 사셨어요. 할머니 두 분 모두 장수하셨다니. scott님 완전 귀염 받는 손주였겠어요. 부럽부럽. 이 순간을 열쉼히~~~^^

프레이야 2022-01-03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흘 후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수의를 보니 20년인지 30년인지 전부터 생의 마무리를 생각하신 그 마음에 찡합니다. 수의 장만하면 장수한다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저희는 부모님도 저도 수의 장만 생각도 못했는데 몇 달 전 시아버님 입관 때 수의를 처음 보았어요. 팔을 만졌는데 수의 촉감이 까칠하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울아빠도 일주일 후면 생신이라 ㅎ
하루하루 맛난 거 즐겁게 먹고 좋은 생각하며 살기로 해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3:02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 아버님도 겨울동자시군요. 하필이면 엄동설한에 태어났다고 엄마는 불만이 많으셨어요.^^;; 하루하루 맛난 거 즐겁게 먹기. 좋은 생각하며 살기. 새해 덕담 착 달라붙습니다. 저도 아버님 생신 미리 축하드려요. 많이 좋아지셔 가족들에 둘러싸여 환한 미소 지으시기를요.^^

mini74 2022-01-03 1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 말투같아서 좀 놀랬어요. 어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2-01-03 23:04   좋아요 2 | URL
앗. 말투가 비슷한가요. 미니님 언박싱 영상서 목소리 듣고 저랑 고향이 비슷한 동네인가보다, 짐작했다는 ㅋ 축하 인사 감사합니다.^^

2022-01-11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2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