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N PEAKS>
               시즌  1    
               에피소드  4 (5)
               타이틀  The One-Armed Man
               각본  Robert Engels
               감독  Tim Hunter 
               방영일  1990년 5월 3일
 

 

   
                 <지난 회 보기>
               0. Prologue - Chaos
               1. Pilot (aka Northwest Passage)
               2. Traces to Nowhere   
              
3. Zen, or the Skill to Catch a Killer
               4. Rest in Pain
 
   

 

 

1. 이야기  

   보안관 해리와 보안관보 앤디는 사라 파머가 봤다는 살인범의 몽타주를 그린다. 그 자리엔 로라의 단짝인 다나와 남편 리랜드도 있었는데, 리랜드는 부인이 살인범의 얼굴 말고 다른 것을 봤다고 한다. 사라는 어둠의 숲에서 누군가가 돌을 들추고 로라의 목걸이를 훔쳐갔다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다. 그 말을 다나가 듣는다. 

   데일이 꿈에서 본 외팔이 사내(Al Strobel)의 위치를 보안관보 호크가 알아낸다. 그곳엔 조시 또한 있었는데, 조시는 패커드 제재소를 없애려는 벤과 캐서린의 뒤를 캐고 있는 중이다. 데일과 해리가 외팔이 사내의 방에 들어가 조사를 벌이지만, 그는 데일의 꿈에서 나온 사람과는 달라 보인다. 

   로라의 어깨를 문 동물은 구관조였음이 밝혀지고, 그 새는 자끄 르노(Walter Olkewicz)가 소유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셜리와 밀회를 즐기고 있던 바비는 리오가 피를 묻힌 셔츠가 있음을 알고 그 옷을 자끄의 집에 숨긴다. 출동한 경찰들이 자끄의 집에서 리오의 셔츠를 발견하고, 자끄와 리오의 커넥션을 의심한다. 벤자민은 그런 리오와 무슨 꿍꿍이를 꾸민다. 

   노마는 남편 행크(Chris Mulkey)가 가석방으로 풀려난다는 소식을 듣는다. 행크는 조시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2. 변주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번 에피소드의 첫 장면을 보면서 뭔가 의아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로라의 어머니 사라 파머가 다나를 껴안았을 때 이상한 사내의 모습을 본 장면은 첫 번째 에피소드, 로라가 죽은 그 다음날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4번째 에피소드, 그러니까 4일이 지난 아침에서야 풀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데일의 심문과 늘 같은 대답의 지리한 반복. 이쯤되면 <트윈 픽스>는 계속 같은 이야기를 변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드라마는 로라 파머가 죽은 후,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정보만 나올 뿐, 그녀를 죽인 용의자에 대한 수사는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혐의가 있건 없건, 로라와 관계된 사람들은 전 회에서 모두 정리된 셈이다. 이제는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가지를 치고 새로운 이야기가 증식된다. 물론 이렇게 증식된 이야기는 무작정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로라 파머의 죽음과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트윈 픽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장점은 로라 파머란 화수분으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반면, 단점은 정작 중요한 로라 파머의 범인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히치콕이 그의 영화에서 사용한 맥거핀처럼, 관객의 흥미만 끌면 괜찮았을텐데, 파일럿부터 2화까지에서 보여준 로라 파머의 죽음은 너무나 강렬해서 시청자들의 뇌리속에 완전히 각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왜 로라 파머는 죽었는가?"라는 질문은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라는 질문으로 이해되어 졌고 시청자들은 그 범인을 알고 싶어했다. 데이빗과 마크는 대중과 내기를 건 셈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시즌 1에서는 데이빗과 마크가 승리했지만, 시즌 2에서는 패배했다. 패배한 시점부터 드라마는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로라 파머 살인 사건의 유일한 단서 - 애꾸눈 잭, 혼 백화점 향수코너 매대 판매원, 벤자민 혼 그리고 리오 존슨 

 

 

3. 드라마 vs. 영화 

   지난 회(Episode 3)를 보면 유난히 설명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트윈 픽스>는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시각적, 청각적 정보와 그로 인해 발생된 분위기로 극을 끌어간다. 즉, 친절하게 설명을 듣기보다는 갑자기 들이닥치는 시청각적 정보에 넋을 잃기 쉽다. 지난 회에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이나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친절하게 설명했었다면, 이번 회에서는 다시 <트윈 픽스> 본령의 세계로 돌아왔다.  

   이번 회에서는 유난히 눈에 띄는 '요란한' 장면들이 많이 있는데, 이것은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를 조금 새롭게 보이기 위한 감독 팀 헌터의 전략이자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회에서는 유난히 시각적인 요소가 많이 드러난다. 

 

유난히 요란한 장식의 화장실. Pilot의 학교 벽 또한 이런 패턴으로 칠해져 있다. 

 

가석방 심사 중인 행크 제닝스와 부인 노마 제닝스. 이 둘을 같은 프레임에 보이도록 잡지 않았다. 이들이 앞으로 문제에 빠지게 될 것임을 알려준다. 

 

조시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알려준다. <트윈 픽스>에는 직접 대면해서 대화를 하기 보다는 전화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런 경우 대개 소통이 불가능하다. 

 

행크와 조시의 전화 통화. 이전의 해리와의 통화가 안정적인 구도로 보여줬다면, 행크와의 전화는 앵글을 비틀어 불안함을 표현하고 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소품으로 조시의 불안감과 행크의 이미즈를 각인시킨다.

 

 

4. 외팔이 (One-Armed Man)

   그동안 로라의 시신이 있던 병원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데일의 꿈에 나와서 살인자의 존재를 알려준 외팔이 마이크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가 처음 등장한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꿈에 등장한 외팔이 사내 마이크와 현실에서 만난 구두 판매원 필립 제라드는 동일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인물이다(데일의 꿈에 나타난 마이크는 한참 이야기가 진행한 후에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지만, 시각적 충격의 강렬함은 '빨간방' 씬과 비교할만 하다. 화면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시종일관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다. 균형이 맞지 않는 불안감. 한 쪽뿐인 팔과 한 쪽만 있는 구두를 팔고 다니는 마이크는 등장 자체로 불안감을 보여준다. 

 

한 쪽 팔만 가진 사내가 한 쪽 신발이 가득한 가방을 들고 다닌다. 불안정한 균형. 

 

역시 계속 불안정한 구도를 보여줌으로써 드라마 전체에 '불안감'이라는 기운을 불러 놓았다. 드라마는 계속 알 수 없는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5. 커넥션 (Connection)

   지난 회에서 자끄와 베르나르 형제가 리오 존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었다. 리오 존슨은 (아직까진 물증이 없으나) 로라의 죽음과 큰 관련이 있는 용의자로 나온다. 그리고 이 리오 존슨과 벤자민 혼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이번 회에서 밝혀진다.  

 

"자끄의 방에서 리오 존슨의 셔츠가 나왔어요. 리오 존슨과 자끄 르노. 드디어 연관성을 찾았어요." 

 

"우리가 얘기했던 그 거래 말인가요?"

 

   벤자민 혼은 패커드 제재소를 없애기 위해 캐서린 마르텔과 음모를 꾸미고 있고, 제재소의 소유주인 조시 또한 이 사실을 알고 나름 대응을 꾸미고 있다. 이번 회에 처음 등장, 가석방을 앞두고 있는 노마 제닝스의 남편인 행크 제닝스가 조시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온다. <트윈 픽스>는 크게 사랑 관계도와 음모 관계도 두 축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종국에는 이 둘이 완전히 섞여버려 거대한 틀을 만들어 버린다.  

   <트윈 픽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서로 속고 속이고 사랑에 빠지고 배신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로라가 죽지 않았더라도 일어났을 것이다. 단, 로라의 죽음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외부인의 개입으로 작게 끝날 일이 굉장히 커진다는 것이다.

 

 

6. 고든 콜 (Gordon Cole) 

   데일의 상관인 고든 콜은 이 드라마의 크리에이터이자 감독인 데이빗 린치가 맡았다. 그는 처음에는 목소리 출연만 했는데, 시즌 2에 이르러서는 직접 얼굴도 보이고 극 중 셜리 존슨과 키스신(!)을 열연하기도 한다. 시즌 1에서 그는 목소리로만 존재한다.  

 

 

   애초에 그의 극 중 이름을 고든 콜이라 지은 이유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선셋 대로(Sunset Blvd.)> 때문이었다. <선셋 대로>에서 한물 간 여배우 노마 데스몬드(Gloria Swanson)는 파라마운트 영화사에 근무하는 고든 콜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영화에 캐스팅된 줄 알고 영화사에 간다. 데이빗 린치는 그가 좋아하는 영화인 <선셋 대로>의 등장인물인 고든 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쓴 것이다. 한가지 더 재밌는 사실은 <트윈 픽스>DVD가 파라마운트를 통해서 출시됐다는 점이다. 

 

데이빗 린치는 윌리엄 와일더 감독의 <선셋 대로>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나 헐리우드에서 전성기를 쇠하고 그 자신이 '영화처럼' 살아가는 '위험에 빠진 여배우'에 관한 이야기는 그 자신이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인랜드 엠파이어>에서 변주했다. 영화는 정말 데이빗 린치가 만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기괴한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특히나 주인공 노마 데스먼드 역을 맡은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7. 기억할 만한 지나침 

해리: 안녕, 루시. 별 일 없지?
루시: 제이드 덕분에 제러드는 자살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는 에머랄드 말고 제이드에게 이 집을 물려주기로 유언을 수정했어요. 하지만 에머랄드가 유언을 수정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지금 체트를 유혹하려 하고 있어요. 그래야 그녀가 그 새로운 유언장을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요. 몬태나는 한밤중에 제러드를 죽이려 하고, 그렇게 되면 그 저택은 에머랄드와 몬태나가 소유하겠죠. 하지만 제 생각엔 에머랄드가 몬태나도 속일거예요. 아직 몬태나는 모르고 있지만요. (그 사이에 낀) 체트만 불쌍하죠.
해리: 내 말은, 지금 여기 말야. 무슨 일 있냐고?
 

 

   해리와 앤디가 살인범의 몽타주를 그리고 보안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루시는 극 중 극 <사랑으로의 초대>를 보고 있었다. 해리가 사무실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루시는 지금까지 본 드라마의 줄거리를 이야기한다. <트윈 픽스>의 진행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극 중 극의 내용조차도 돈, 사랑, 죽음, 배신, 음모로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루시의 극 중 극 줄거리는 지금 <트윈 픽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역학을 한다. 

 

해리: 쿠퍼, 결혼했었나요?
데일: 아니오. 누군가를 전에 안 적은 있었죠. 그 사람은 내게 신뢰, 책임감, 위험...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실연의 고통 또한 가르쳐주었어요.
  

 

   데일의 옛 연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즌 1에선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데일이 사랑한 여인은 동료 윈덤 얼(Kenneth Welsh)의 부인인 캐롤라인이다. 데일의 실수로 캐롤라인은 죽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이자 직장 동료인 윈덤 얼 또한 사라졌다. 캐롤라인과 윈덤 얼은 시즌 2에서 등장한다.

 

"앤디,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외팔이 사내를 검문하러 갈 때, 앤디(Harry Goaz)는 총을 오발하는 실수를 한다. 이후 그는 매주 3번씩 꾸준하게 연습을 하라는 데일의 지시를 받는다. 앤디의 총솜씨는 7번 째 에피소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지긋지긋한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가리라는 마음을 먹은 오드리는 FBI수사관 데일의 수사를 도와주면 자신이 데일과 함께 대도시로 갈 수 있으리라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그가 알아낸 바로는 로네 풀라스키와 로라 파머의 연관성은 아버지의 백화점 향수 매대 판매원이란 사실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설득해 백화점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 부녀사이에 화해가 벌어진 듯한 장면에서 오드리는 아버지 책상에 있는 로라와 자신이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그녀는 로라와 아버지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8. 덧붙임 

a. 대부분 사실에 기초하여 썼고, 개개의 세부사항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실의 전후부분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b.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습니다.     

c. Refenences      

- 『Lynch on Lynch, Revised Edition』크리스 로들리, Faber & Faber
- 『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데이빗 린치,  곽한주 옮김, 그책
-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 Lynch/Frost Productions, CBS DVD, Paramount Home Entertainment
- <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Lynch/Frost Productions, CIBY 2000, New Line Cinema
- <
David Lynch The Lime Green Set> Absurda
- <Inland Empire> Absurda/Rhino
- <Sunset Boulevard> Pramount Pictures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
- IMDB http://www.imdb.com/   

d. 다음 글은 3월 31일 오전 9시에 올라갑니다.

 

  

9. Bonus Screenshot (메첸 어믹) 

   <트윈 픽스>에서 유난히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는 다나 해이우드 역의 라라 플린 보일(Lara Flynn Boyle), 오드리 혼 역의 셔릴린 펜(Sherilyn Fenn) 그리고 셜리 존슨 역의 메첸 어믹(Mädchen Amick)이다. 당시 이들의 인기는 음악 잡지『롤링 스톤즈』가 최초로 뮤지션이 아닌 배우들로 커버를 장식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났다. 다른 이들은 차후에 다루기로 하고, 이번 회에서는 메첸 어믹의 모습만 다루도록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계속 머리를 매고 있다가 이번회에서야 머리를 푼 모습이 나오는데, 유니폼, 풀어헤친 긴 머리 등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  

 

   <Twin Peaks: Definite Gold Box Edition>의 서플먼트에 수록된 <A Slice of Lynch>에서 메첸 어믹은 <SOS 해상구조대(Baywatch)>로 데뷔를 했다(응?)고 이야기를 한다. "Baywatch"란 말이 나오자, 주위의 남자들(카일 맥라클란, 데이빗 린치, 존 웬트워스)이 모두들 "우오오~"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SOS 해상구조대>가 당시 얼마나 많은 수컷들의 가슴을 태웠는지를 알 수 있다. +,.+

 

   메첸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려하자 데이빗 옹께서 말을 끊으며 "<SOS 해상구조대>이야기 좀 해달라"고 말을 하는 장면은, 아마도 다큐멘터리 역사상 가장 훈훈한 장면이 아닐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직접 DVD를 구입하시는 게 어떠실지...  

   CJ 관계자 여러분! 더빙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제발 자막 입혀서 정발해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