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5기 신간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앞서 마이리스트에도 언급했지만, 신간평가단 5기 활동기간동안 정신없이 많은 책들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총 12권, 1주에 1권꼴의 평범한 독서를 한 셈이였습니다. 역시 흐름에서 벗어나니 큰 틀이 보이는군요. 평균적인 시간에 평균적인 독서를 한 셈이니 그렇게 실망스럽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6기 때부터는 조금 더 자유로운 독서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에 대한 코멘트는 마이리스트에서 해놓았으니, 이번 결산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5기 인문서적 활동을 하면서 받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먼저 받은 이 책은, 아마도 활동기간 내내 가장 열심히 읽었던 책입니다. 인문서적을 읽는 것은 대학 졸업 후 거의 처음 겪는 일이었거든요. 게다가 서평까지 써야 한다니 그 부담감은 이루 설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택했던 방법이, 책을 읽으면서 각 장마다 요약을 하고 인용문을 적는 것이었지요.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틀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서평에는 적어놓은 것을 다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한 1/10 정도? 나머지는 삭제했습니다. 서툴게 읽었지만, 나름 진지하게 읽은 경우였고, 머릿속에서 머물러있는 (감상이 아닌)생각을 글로 풀어낸 예라고 자평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의 책들은 이만큼 열심히 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니, 열심히 읽긴 했는데, 이렇게 메모를 하지는 않았지요. 대신 포스트잇을 사용했습니다. 저도 책에 줄치고 낙서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두 번째로 받은 이 책은, 지금와서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힘들게 읽었습니다. 책의 기획의도나 내용은 좋습니다. 좋은 사회를 꿈꾸며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나 많다는 모습과, 사회 운동이 이념이 아닌, 자발성과 놀이로 할 수 있다는 생생한 예시는 식물처럼 생활하는 저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들 운동가들의 세세한 이야기가 그닥 재미있게 받아들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이 아니라 '활동보고서'처럼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내용을 왜 이렇게밖에 풀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였지요. 정신은 존중하나, 책으로의 매력은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이번 서평단 활동 중 가장 빨리 읽은 책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을 들겠습니다. 책의 내용도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힙니다. 저자는 '글쓰기'라는 행위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별것 아니니까 어서 글을 써봐'하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독일인이 독일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지요. 한국이나 독일이나, 모두들 힘들고, 반복되는 쳇바퀴 일상속에서 자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을 찾는 글쓰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 보다는, 나를 위한, 나를 찾는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마력은 충분히 전염될만 합니다. 

 

   자수합니다. 이번 서평단 도서의 서평을 쓰면서 끝까지 다 읽지않고 서평을 쓴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바로 이책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쓰지 말아야하지만, 의무감때문에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서평들중에서 가장 붕 뜬, 뜬구름잡는 이야기만 쓴 것 같습니다. 처음엔 서문만 한 세번을 읽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1장에서 3장까지는 그나마 꾸역꾸역 체증을 느끼며 읽었는데, 4~9장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 부분은 건너 뛴 상태로 책을 읽었습니다. 말그대로 절 넉다운시킨 책입니다. 하지만, 쓰러지고나니 왠지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시간 있을 때 조금씩 다시 읽을 예정입니다. 그때 되면 다시 서평을 쓰려합니다. 

 

   『이규태 칼럼』을 책으로 읽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정치평론을 책으로 읽은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이 책으로 묶여 나올 수 있는 것은 MB정권 덕이랄까요? 한번 소비되고 잊혀질 글이 책으로 묶이는 것은, 그의 글들이 명문이라기 보다는, 지금 이 시대를 담은 글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이 <올드보이>대신 <화씨 911>을 황금종려상으로 선택한 것과 같이, 정치적인 결정인 셈이지요. 네, 이 책은 지금 이 시대의 급박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금 소비되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이런 류의 책은 2013년에는 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이며 디자인하며 굉장히 고루한 내용을 다룰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 예상외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17명의 '명의'들은 모두들 존경할만한 분들입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회사원이 가정에서 빵점이듯, 환자들에게 존경받는 명의들의 가정생활은 정말이지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무관심의 연속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환자'와 '병(病)'만 생각하는 명의들을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며, 때로는 촬영팀에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정말이지 가슴시립니다. 의사로써의 사명을 지켜가며 불철주야 연구하고 근무하는 명의들과 그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가족들의 희생이 있기에, 적어도 우리 사회는 아직 살만한 사회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외의 발견. 가장 만만찮은 책일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책을 펼친 순간, 이렇게 쉽게 책에 빨려든 경우는 거의 처음이라 생각합니다. 시와 철학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풀 수 있다는 것은, 둘 다 그 내공이 만만치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저자 강신주 씨는 하나만 이야기해도 벅찰 대상을 정말로 쉽게 풀어냈습니다.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들의 시를 가지고 마치 일상을 이야기하듯,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풀어놓았습니다. 혹자는 이도 저도 아닌 쿡쿡 찔러본 책이라 비평했지만, 저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시와 철학을 한데 맛볼 수 있는 전체음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기본 요리에도 어느정도 적응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유용하고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리영희'라는 사상의 은사를 그저 활자화된 인물로 여기고 평생을 살뻔한 제게 '찬물 한바가지를 끼얹은' 책입니다. 90년대 학번들에게 있어서 '리영희'라는 인물은 70년대 학번들처럼 사상의 은사도, 80년대 학번들처럼 극복의 대상도 아닌,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과거의 박제화된 인물이거나, 활자로 만나는 인물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 2010년, 21세기를 맞이하고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선생님의 여러 면을 통해 한국사회를 읽을 수 있고,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던 흔치않은 사람. 이런 선생님을 은사로 모실 수 있다는 점이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과학관련 도서는 '뉴턴'에 관한 책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인문학과 출신인 제게는 과학이란 쉽게 다가오지 않는 분야였지요. 이 책은 요즘 많이 언급되는 진화론의 허구에 다뤘습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크게는 무슨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 느낌이 오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갈수록 저자에게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워낙 생소한 분야이니 그럴 수 밖에요. 가능한 저자와 팽팽하게 글을 읽고자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쉽게 끌려다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대 과학으로는 우주는 커녕, 인간의 뇌 조차 설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 무기력함을 무력함으로 읽어야할지, 새로운 희망으로 읽어야할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인문서적 중 가장 흥미진진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미국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삶과 석유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지요. 이 책은 석유가 1 갤런(약 3.7리터) 당 2달러씩 오르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까하는 것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임계점을 돌파하는 순간부터 석유와 밀접한 우리의 삶은 영향을 받기 시작할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내용을 담은 대부분의 매체는 '종말'의 분위기가 나는 반면, 이 책은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펼친다는 점입니다. 낭비의 삶에서 절약의 삶으로, 미국인의 무분별한 낭비와 소비가 절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죠. 가설에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꽤 유쾌한 내용입니다. 살기 좋은 지구라! 가슴이 설레는 말입니다. 

 

   『역사의 공간』이후로 녹록치 않게 읽은 책입니다. 작은 판형과 200여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얇은 두께의 책인데도, 표상정치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개념들의 난립으로 만만치 않은 독서를 요하는 책입니다. 읽기는 읽어서 서평도 쓰긴 했지만, 과연 내가 제대로 읽었는가에 대해선 회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일상을 개념화시키는 작업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요. 정치에 대해서, 나와 가장 밀접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멀리 떨어진 일상을 개념화시키고, 그만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쉽진 않았지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이책. 아직 독서 중이라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독서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책이란 것은 저자와 편집자의 결과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의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 씨는 '독자의 편집' 또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로 편집을 하고, 편집자가 저자의 텍스트를 편집해 책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으면, 독자는 그 책을 가지고 자신만의 편집술을 이용해 저자와 독자가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이 독서지요. 대신 무턱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 보다는, 어느정도 계통있는 대화를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 방법은 독서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1/3정도 남은 상황이어서 쉽게 단정짓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독서관련 책들 중에선 단연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 그간 읽은 책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은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항상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대신 후회는 없지요.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는 책읽기를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임: 

세 번째 질문의 대답이 빠졌네요. 처음 읽었던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에서 뽑았습니다. 항상 '처음'이라는 경험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것은 투표와도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 태도에 따라서 가까운 세상 혹은 먼 미래가 결정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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