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넘어서부터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하더니 급기야 이 시간에 깨어 있다. 뭔가 마무리되지 않은 일이 있을 때 이러곤 하는데 아마 채 다 읽지 못한 세 권의 소설 때문인 것 같다.

 

몇 달 전 [여울물 소리]를 꺼내 읽다가 - 아마 또 다른 책에 꽂혀 - 잠시 덮어 두었다. 그 사이 엄마는 다 읽으셨고, 그러다 며칠 전 아들을 문화센터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곳에 있는 책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집에선 아직 [롤리타]와 [흰 개]도 덜 읽은 터라 그곳에서 읽는 경우가 더 많다. 집에 책을 두고 원......

 

[롤리타]를 읽는 마음은 좀 복잡하다. 도대체 내가 이 책에 호감을 느끼는 것인지 비호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 언급이라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라야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읽고 있다. 꽤 두껍고, 내 경우엔 진도가 팍팍 나가지는 않는다.

 

[흰개]는 처음의 극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뭔가 어려운 현실의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나오면서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로맹가리의 매력은 부인할 수가 없다. 좋아하는 작가가 한 사람 또 늘었다.

 

소설을 동시에 세 권 읽는 경우는 드문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진도가 셋 다 안나간다. 피해야 할 상황이다. 어찌됐건 읽어 보자. 무엇부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살인자의 기억법」p98

전철을 오가며 두시간이 채 안되어 다 읽은책. 두번 읽고싶어진다.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ppletreeje 2013-07-27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담아갑니다~

그렇게혜윰 2013-07-27 15:33   좋아요 0 | URL
너무 시끌벅적한 책은 시간두고 읽는편인데 이 책은 제목 듣자마자 작가님이 돌아오신 느낌이 들었어요. 최근 몇 작품은 멀리 가셔서ㅎㅎ
 

친구와 만나기로 한 게 지난주 월요일이다. 만남의 장소는 알라딘 강남점이고. 책 좀 안 읽는 친구에게 부담없이 책을 고르고 살 수 있는 곳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친구 집과의 중간 지점인 강남점이 딱이다 싶었는데 아들이 수족구와 두드러기로 지난 주 내내 고생해서 일주일을 미룬 월요일, 그러니까 어제 친구와 만나기도 다시 약속을 잡았었다.

 

그. 런. 데.

폭우다.

 

 망설이는 친구에게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닌데 약속한 때에 만나야 만나진다는 말로 약속을 강행했다. 그런데 보통 밤에만 쏴쏴 쏟아지던 것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도 한참을 쏟아진다. 마을 버스를 기다리는데 마을버스도 오지 않고 비는 점점 거세진다. 여차저차 애써서 전철을 탔는데 그 안에서 본 인터넷 뉴스에 강남역 침수라는 키워드가 보였다. 아, 강남역이 침수라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 우리가 뭘 또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이 폭우를 뚫고 만나냐 ㅎㅎ

(기사 검색 후에는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 신논현역으로 와 강남역 침수라네.

- 용산역에서 만날까 그럼?

- 그냥 다음에 보자.

 

혼자 여러 건을 보내고 불안해서 전화까지 했더니 친구가 원래 약속장소로 나온다고 하길래 걱정을 안고 신논현역에서 내렸는데 출구로 나가다보니 사람들이 우산을 다들 돌돌 말고 오는 게 아닌가,

 

비. 가. 그. 쳤. 다.

 

역시, 약속한 때에 만나야 만나진다. 미리 걱정하고 약속을 취소했으면 어쩔 뻔 했겠어? 강남도 소통 원활이었다. 뉴스는 늘 이런 것엔 열 발 느리고 여친구에게 강남점에서 책도 골라주고 나도 책을 샀다. 이 달에 온오프에서 책을 다 구매했더니 추가 적립금도 준다고 한다. 아이책이건 본인 책이건 잘 고르지 못하겠다는 친구에게 친구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물론, 책은 함부로 권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취향이 다르니까.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이 책 재밌다고 쉽게 권하질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주변 사람들이 그닥 좋아하는 경우를 못 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친구는 나랑 취향이 얼추 맞았나보다. 그게 나도 고맙고 반갑다.

 

고향친구, 그닥 멀리 사는 것도 아닌데 일년에 한 두번 작정하고 만나야 만나진다. 그러하기에 약속을 잡는 게 일단 중요하고, 잡은 약속은 지키는 것이 좋다. 헤어지는 길에 친구가 말한다.

 

- 만날려고 하니 쉽게 만나진다야. 자주 만나자.

- 그렇지? 그런데도 잘 안만나지는 게 사실.

 

 집에 오는 길에 강남점에서 산 책을 읽으면서 오는 역시 구효서 작가님 짱!이셔! 이로서 현재 구효서 작가님 책 <라디오 라디오>와 <랩소디 인 베를린>  두 책을 두 권 함께 읽고 있다만, 배경도 인물도 내용도 전혀 달라서 전혀 헷갈리지 않는다. 보통 같은 작가의 책은 동시에 읽지 않는데 독서는 내게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계획대로 읽은 적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는 듯 하다. 친구에게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추천해주었다.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위해선 둘 다 두 권씩을 샀는데 집에 오니 다행히도 그 중 한 권은 무척 좋아한다. 아이 책을 고를 때에는 현재 아이가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관심 사항에 대한 책을 사면 그 책은 아이에게 책이자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아들은 기차와 전철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선택한 책은 <지하철을 타요>이다. 제목을 보고, 그림을 보고, 내용을 보고 맘에 들어 보니 엄혜숙 평론가의 번역이다. 믿을 만 하다는 거지!^^

 

내 맘에 들어 고른 어린이 요가책 <안녕, 나마스테>는 시간을 두고 아이와 함께 몸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아쉽게 폐강한 키즈 요가의 아쉬움을 이 책으로 달래 보련다. 책이 정말 사랑스럽다. 요가 동작을 정말 사랑스럽게 그렸다. 따라하고 싶어진다. 헤~ 사자자세!

 

 

친구 아이도 어제 엄마가 사간 두 책을 좋아하면 좋겠다. 그럼 다음에 또 우리 서점에서 만나! 폭우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3-07-2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 먹어도 살쪄요님~ 안녕하세요, 단발머리예요.

올려주신 글 너무 좋아요. ㅋㅎ
저도 저저번주에 비가 억수로 많이 와서 멀리 사는 친구(수지^^)와의 약속을 미루려했는데,
그 친구도 그러더라구요.

그냥 만나자.

저희도 만나니까, 비가 안 오더라구요.
역시 만나야 만나집니다.

<안녕, 나마스테>에 눈길이 가네요. 오늘도 즐건 하루 되세여~

그렇게혜윰 2013-07-25 10:39   좋아요 0 | URL
우와 이렇게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멀리 살지도 않는데 왜이렇게 만나지질 않는지 막상 만나보면 쉬운데 말이죠...비님이 저희를 시험하셨나봐요ㅋㅋ
나이들수록 좋은사람 만나는건 미룰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은 쉽게 오지 않더라구요.

안녕 나마스테는 책이 정말 사랑스럽네요 어린 아이가 있다면, 참 어울리는책이에요^^
 

아랫 지역과 통화할 때는 '비 좀 내려야 쓰겄는디~'라는 말을 듣고, '비 좀 그만 왔으면 좋겠어요.'라는 말로 통화의 2/3를 소비하는 요즘이다. 어제 오늘 '햇빛의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정하였지만 요즘 컨디션이 나쁜 아들과 나들이까지는 못하고 집 안에서 여전히 비도 피하고, 햇빛도 피하고 있었다. 요즘 밖에서 울려 오는 소란스럽고 활기찬 움직임들을 듣자면 부럽기도 하거니와, 고생이다 싶은 마음도 든다. 건강의 소리이고 몸짓이라 부러움이 더 크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피서에는 독서가 능사라는 생각이 들어 여름철에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듯 여름, 참 좋은 책들이 많이도 나와 나의 촉을 세우게 만드는구나! 쏟아지는 좋은 책들 중 관심 가는 몇 권을 골라본다. 이 여름에 잘 어울릴.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 알라딘가 11,250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헤르만 헤세라고 말할 것이다.  그의 그림이 얼마나 잘 그린 그림인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처음 그의 그림과 시가 실린 책을 읽었을 때 얼마나 큰 위안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당시 그의 소설은 내게 너무 어려웠지만 그의 그림은 정말 편안했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갖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펜의 세밀함이 느껴지는 그림보다는 테두리가 뭉툭하고 선명한 수채화를 더 좋아하는데 그런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그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지 알 것 같다. 이번에 출간된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런 헤세의 생활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더운 여름, 헤세의 수채화처럼 눈이 편안해지고 휴식이 되는 이 책을 읽으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헤세의 글이 편안함을 준다기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이 책에 숨겨진 혹은 드러날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보는 것도 중요한 읽을 거리일 것이다.  

 

<여름의 묘약>, 김화영 - 알라딘가 12,600원

 

얼마 전 김화영 선생님의 <어린 왕자를 찾아서>를 읽고 홀딱 반한 터라 다른 책을 읽어볼까나 싶어 <행복의 충격>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신작이 나왔다. 제목도 이 여름에 딱 맞게 <여름의 묘약>이다. 표지도 참 시원하다. 볕 좋은 날 그늘 진 곳에 파라솔 의자 하나 놓고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영주라는 소도시(나의 고향이기도 하다.)에서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불문학자가 되기까지 그 당시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까. 후원을 받아 유학을 갔던 프로방스를 2011-2012년에 다시 찾은 후에 쓴 글을 모은 책이다. 2011년의 여름, 프로방스는 어떠했을까? 40년만에 다시 찾은 그곳을 느끼는 작가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왠지 따뜻한 시원함이 느껴질 것만 같다.

 

 

<죽음>-테마명작관7, 루신 외 - 알라딘가 10,800원

 

이런 기획이 있는 줄 몰랐다.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각 테마에 맞게 엮은 기획도서(아마도 모두 저작권이 만료된 작가들인 모양이다.)인데, 다행인 것은 각 작품들의 번역가가 다르다는 것이다. 나라도 제 각각인데 행여 '베스트트랜스'와 같은 번역팀이 번역을 했다면 아마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7가지 테마 중 이번에 나온 <죽음> 편이 가장 궁금하다. 작가들이야 다른 테마들도 모두 유명한 분들이 나오니 그것으로 가늠할 수 없고, 그저 죽음이라는 주제가 여름엔 되려 생각해볼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가을, 겨울에 죽음을 생각하기엔 너무 쳐지지 않겠는가!헤밍웨이의 죽음의 이야기에는 '킬리만자로의 눈'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 책을 갖고 있는 분들은 참고하길1

 

 

 

 

 

 

 

제 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 <방학탐구생활>, 김선정

- 알라딘가 9,900원

 

아니 언제 또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작이 나온거지? 최근 몇년 동안 놓치지 않고 읽은 것 같은데 이번엔 나오는 줄도 몰랐다. 이 여름 딱인 작품이 선정되었구나! 방학을 맞아 아이들에게 선물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각 장이 '방학탐구생활-'의 제목을 띄는 이 동화책은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을 천편일률적인 방학계획표에 맞춰 보내고 싶지 않은 소년 백석의 생활형 모험스토리라고 보여진다. 보름달문고이니 4학년 이상의 어린이가 읽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작품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느긋하게, 한옥 마실>, 이민정- 알라딘가 11,700원

 

 고가의 한정식당을 제외하곤 사실 근처에서 한옥 찾기가 쉽지 않다. 가장 가까운 곳이라면 남양주종합촬영소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양반한옥집인데, 나는 그곳 대청마루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참 좋다. 거기에 앉아 바람을 느끼고 있노라면 한옥 참 멋스럽구나, 하는 마음도 들고 어찌나 시원한지 과학적인 구조라는 생각도 든다. 그 다음으로 가까운 곳이 아침고요수목원의 한옥인데 그곳의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또 한옥 참 아름답구나 싶다. 뻥뚤린 뒷마당의 꽃들이 마치 큰 작품을 걸어놓은 듯 아름답다. 마치 이 책의 표지처럼 말이다.

서울과 전주의 한옥마을을 상업 공간인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가게 들을 소개한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그곳들을 찾아갈 것 같다. 아파트, 너무 답답한 걸!

 

사실, 이 책들 외에도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과 김경욱의 <야구란 무엇인가>도 있고, 미스다미리의 만화책들도 새로 나왔다. 이 또한 얼마나 여름과 잘 어울리는지! 다른 많은 분들이 소개해주시니 나는 생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편 김영하느님 http://blog.aladin.co.kr/tiel93/6473969

2편 김경욱이옵 http://blog.aladin.co.kr/tiel93/6475135

 

사실, 내가 지금 페이퍼에 쏟을 정신이 있는 것은 아닌데 아이가 잠자는 동안 잠들 수 없고, 깨어 있는 동안도 잠들 수 없는 입장인지라 짬을 내어 써 본다. 괜히 혁사마에게 미안하다. 아마, 혁사마라는 말은 아는 분이 김연수 작가를 연수느님이라고 불러서 그에 맞추느라 그리 부른 기억이 난다. 기억이란 늘 불명확하므로 '아마도'라는 말은 필수적이다.

 

 

김중혁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소설도 아니고 그의 기사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다. 글은 아니다. 그럼? 목소리이다. 한창 사이버문학광장(문장)에, 특히 '문장의 소리'에 관심을 가질 무렵 DJ가 김중혁 작가였다. 누군가는 그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라고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는, 이동진 작가님 말씀처럼 독특한 음악적 취향이 있는 하지만 그것이 치명적이게 매력적인 DJ였다. 그의 소설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망설여졌다.

 

그러다가 2010년이 되어서야 문학동네 제1회 젊은작가상수상집으로 그의 소설을 처음 만나게 되었으니 다른 2金 작가님들에 비해 소설로 알게 된 것은 그 역사가 너무 짧다. 이후 문학동네 카페에서 책선물 릴레이에서 마침 김중혁 작가님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선물받았고, 그 책에서 작가님에 대한 애정이 퐁퐁 샘솟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후 <미스터 모노레일>과 에세이 <뭐라도 되겠지>,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읽게 되었고 가장 최근엔 <헬로 미스터 디킨스>에서 그의 작품을 읽었다. 물론, 집에는 읽지 않은 <좀비들>과 <1F/B1>이 있다만.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면 앞서 말한 김연수작가님을 연수느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연수느님의 책을 사인받아 선물해주셨는데 내가 원하는 문구로 해주신다기에 <뭐라도 되겠지>라고 적어달라고 부탁했더니 센스만땅 연수느님이 또 '뭐라도 되라지'라고 적어주셨다. 두 분 참 부러운 관계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한 것은 작가님 소설에 대한 제 리뷰가 잘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 페이지를 작성하려고 리뷰 기록들을 뒤적뒤적해보는데 리

뷰가 생각보다 없었다. 왜일까? 뭔가 엉뚱하고 신선하고 세련된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것을 표현할 말을 고르다 시일을 넘겨버린 것 같다. 그랬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악기들의 도서관>이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의 장편 소설보다는 단편소설을 좋아하는데 특히 <악기들의 도서관>에 실린 '무방향 버스'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읽고는 일주일을 안가는 나로서는 드문 일이다.) 이 단편집을 읽을 때 사실 아무 음악도 틀지 않았는데도 음악을 듣고 있는 듯 착각했다. 음악영화를 좋아하듯, 음악 소설도 좋아하는 모양이다.

 

물론 제 1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1F/B1'도 신선했다. 도대체 이 작가의 신선함이란 정말 낯설고도 흥미롭다. 장편 소설인 <미스터 모노레일>의 엉뚱하고 신선하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인 느낌도 나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매력은 단편에서 그것들이 좀더 밀도 있게 다가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2010. 6.28

무심히 지나쳤을 그 공간, 그 사이를 어쩌면 이토록 세상 밖으로 잘 끌고 나올 수 있을까. 이것은 김중혁이 가진 독특하고도 우주적인 시각 덕분이리라. 이전에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읽었던 차별성있던 작품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 그 이상의 모든 것이 이 이야기에 담겨있다는 나의 말은 읽어가면서 거짓이 아님이 증명될 터이다.

 

 

2011. 8. 20

슈스케를 보고 있자면 윤종신이 '희소가치'를 외치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김중혁은 소설계에서 정말 윤종신이 찾는 바로 그 목소리가 아닐까? 취향의 문제나 공감의 차원가 아니라 감탄의 차원이다.

 

 

 

요즘 이동진의 <빨간 책방> 덕분에 그의 목소리를 한 달에 두 번씩 꼬박꼬박 들을 수 있다. 나는 그의 유머가 좋다. 그런 그의 유머는 고스란히 그의 에세이에 남아있다. 절친인 김연수 작가와 공저한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읽고 나서 내가 그의 유머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이유인즉슨 접어놓은 페이지들이 죄다 김중혁 작가 편이었다. 정말이지 단 한편도 김연수 작가의 귀퉁이는 접혀 있지 않았다는 점이 김연수 작가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명색이 누군가에겐 연수느님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만난 <뭐라도 되겠지> 밑줄 대박, 공감 백만배의 에세이였다. 재미로만 치자면 그의 모든 작품들 중에 최고로 재미있었다. 패러디면 패러디, 발명이면 발명, 풍자면 풍자 유머의 모든 것을 구사해주시는 김중혁 작가님 되시겠다!

 

 

집에 두고 아직 읽지 못한 두 권의 책을 포함하여 그의 데뷔작을 올해 안에 읽는 것이 목표인데, 3金 작가님의 못다 읽은 책 몇 권 언제 다 읽으려나 싶은 마음이 급 들어 맹세는 못한다. 참고로 <헬로, 미스터 디킨스>에서는 김중혁 작가님 작품이 아마도 젤 분량이 길었던 것 같은데 제일 빨리 재밌게 읽었다. 올해 한국 소설이 3金 작가님들 덕분에 더욱 든든해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