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미스터리의 대표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문을 듣고 나서 [미스터리의 계보]에 도전했는데 기대와 달리 잘 읽히지가 않아 많이 속상했었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기억이 나서 [마쓰모토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세 권을 구입하고서 다시금 그의 소설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단편을 읽기 전 익숙한 장편을 다시 읽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는데 걱정과 달리 정말 흥미롭게 읽혔다.  

한쌍의 남녀가 음독 자살로 보이는 죽음을 선택했다. 이런 경우 대체로는 현실에 대한 비관 자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만, 다행히 정의로운 형사들이 있어 파헤치기 시작하고 사건을 바르게 해결한다.자로서는 읽으면서 처음부터 수상쩍은 야스다의 행동을 통해 그가 이 사건과 분명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작가는 그 점을 노리고 소설을 진행한다. 우리가 야스다에게 신경을 붙들리고 있는 사이 다른 사람을 놓치게 되리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야스다 외에 누가 또 있을까? 점들을 선으로 잘 이어볼 수 있기를!

 

 

 

 해리 보슈를 잠시 쉬게 하고 마이클 코넬리의 다른 작품을 읽는다. [블러드 워크]에서의 수사자는 전 FBI 소속의 매케일렙이고 그는 막 특별한 심장을 이식받은 참이다. 그런 그에게그 심장의 주인이 당한 범죄를 해결해달라는 아름다운 여인의 부탁을 받는다. 마이클 코넬리의 수사관들은 여자에 약한 특징을 갖는 듯 그 역시 그레시엘라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물론 그녀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심장이 그렇게 하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뒤표지에 [시인]과 더불어 [블러드 워크]를 명작이라 치켜세운 미디어의 문구를 실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 말이 신뢰가 간다. 페이지를 거듭할 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련성에 감탄을 하게 된다. [시인]도 꼭 읽어봐야겠다.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도 없고, 여러 사람의 글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동화'의 힘이다. 어릴 적에 많은 동화를 읽고 자란 것도 아닌데 오히려 그 때문에 남들의 동화 경험에 동경심을 갖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곽아람의 [어릴 적 그 책]이 여러 모로 보나 완성도가 높은데 이 책의 장점은 '동화'의 범주가 우리나라 동화도 포함된다는 점에 있다. [몽실 언니], [꿈을 찍는 사진관], [정본 윤동주 전집] 만이 기억에 남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동화'라는 범주에서 우리나라 동화를 생각해내고 그 책에 대한 글을 쓴 세 명의 저자의 감각도(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빨책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이동진 평론가의 말을 듣고 관심을 가졌다. [히틀러와 철학자들]에서 히틀러가 니체가 반유대적 발언을 이용했다는 글을 읽고 설마하는 마음과 혹시하는 마음을 동시에 품으며 니체가 궁금해졌다. 그 옛날 만났던 남친이 니체를 읽을 때에도 굳이 읽으려고 시도하지 않았던 니체이다.  언젠가 진은영 시인이 니체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읽어보고 싶다고 느끼기도 했다. 내게 니체는 그런 사람일 뿐 나는 니체를 전혀 알지 못한다.

 

이 책은 내가 니체에 대해 처음 읽은 책이다. 두께에 비해 사진과 인용이 많아 읽는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읽으면서 내가 니체를 너무 모른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니체의 작품을 어느 정도 읽고 사전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그렇다면 분명 나보다는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니체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소설가로 산다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그 책이 김경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신변잡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이 책의 글들은 글쓴 사람들이 시인임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준다. 불현듯 우리나라엔 좋은 소설가보단 좋은 시인이 더 많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좋아하는 시인의 글이 더 좋은 것은 그 시인의 글에서 그들의 시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숨기려해도 자신의 글에서 자신의 시를 지울 수 없는 사람들, 그게 시인인가보다.

 

좋아하는 시인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할,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기 위할 마음이 있는 이에게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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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의 선택은 늘 나와 달랐지만 그러하기에 오히려 그것에 크게 미련을 갖지 않고 진짜 읽고 싶고, 갖고 싶은 책 위주로 인문 신간을 소신껏 고를 수 있다. 타인의 취향이 나의 취향과 닿는 것을 보는 재미도 크다. 물론 지난 달은....^^;;

 

 

7월에 출간된 책 중 내 관심을 끌어당기는 책은 단연 알랭 드 보통의 신간이다. 그는 내가 김영하와 더불어 전작주의에 가깝게 사고 읽은 작가이다. 요즘 살짝 관계가(?) 소원해져 구매만 하고 아직 읽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그는 내 청춘을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사랑에 대한 글을 좋아하지만 [뉴스의 시대]라니, 제목이 요즘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과 닿아 있어 기대가 된다.

 

 - 알라딘가 13500원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인문 신간 평가단들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 역시 나만 추천한 신간 도서가 아닐까 하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그림책에 대해 공부를 하고 정보를 찾던 중 '그림책 상상'이라는 잡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나오는 그림책들이 모두 작품성이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로 그 잡지에 소개된 특집 기사들을 보완하여 엮은 책이라고 하니 무척 기대가 된다.

 

- 알라딘가 26100원

 

 

 [구중궁궐 여인들]이라는 제목만 보고서 많은 사람들은소장용이라기보다는 대여용이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나는 진지하게 중국 역사에서 여인들의 역할이 무척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흥미도 대단히 높다. 아무래도 중국 사극 좋아하는 취향이 다분히 반영된 추천이지만 꽤나 진지한 태도로 나는 그녀들을 대하고 있다. 너무 구구절절한가? 목차나 가격을 보건대 가십적인 기획으로 이 책을 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 알라딘가 17820원

 

 

 

교황 방문 일정으로 인해 어른책이건 아이책이건 교황이나 카톨릭에 대한 책들도 적지 않게 나온다만 내가 딱히 종교가 없기에 큰 관심이 생기지는 않는다. 제목으로 보자면 내게 딱인 책도 있지만 살펴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다. 느낌으로는 왠지 교황 관련 책이 다음 달 리뷰 도서가 될 것도 같고 그것도 나쁘지 않다.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세 권의 추천은 내가 정말 마음 가득 궁금함이 뻗친 책들이니 이 추천의 글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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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8-0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혜윰님이 애정하는 작가가 김영하와 알랭 드 보통이군요.
저는 김영하꺼는 [살인자의 기억법]이랑 에세이 하나 읽어봤구요,
보통꺼는 [우리는 사랑일까]를 읽었네요.
갈길이.... 머네요@@
눈에 들어오는 책은 [구중궁궐 여인들]이예요.
신간 평가단..... 멋있어요^^

그렇게혜윰 2014-08-01 19:32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은 신청을 안하신거죠?^^
문학은 취향이 분명해서 하지 않는 것이 맞는데 인문은 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김영하 작가님은 초기와 최근작이 좋고, 알랭드 보통은 최근작을 안 읽어서 모르겠지만 요즘 너무 자주 출간되는 것 같기는 하네요 ㅋ

2014-08-01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01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비룡소 패밀리세일로 파주에 다녀왔다. 많이 사게 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필요한 책들이 나오지 않아 알뜰 구매했고,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머쓱하지만 집에 오는 차에서 다 읽어봤는데 책은 참 잘 골랐다 푸하하하!

 

 바바라 쿠니의 작품을 한 권 갖고 싶었는데 이 책이 마침 있어 골랐다. 글밥은 많은 편이다. 25년간 자신의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한 에밀리 디킨슨 과 옆집 소녀의 이야기. 나이를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이 아름답다.

 

 

 

동네 언니가 [난 책읽기가 좋아]를 부탁해서 둘러보던 참에 표지가 아주 깜찍한 이 책이 아들내미 취향에 맞을 듯 하여 아빠더러 그 자리에서 읽어주라 명하였더니 아드님 왈 흡족하다 하시어 구입했다 ㅋㅋㅋ 외국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는데 한국작가의 작품이다. 다음 작품 기대해 보련다.

 

 

 

 

 

 

 

 

데이비드 스몰의 그림을 좋아하는 터인데 소년의 그림은 처음 보는 듯 하다. 한 집에 한 아이는 책을 너~~무 좋아하고, 한 아이는 책을 너~~무 싫어하는 경우 많은데  이 집이 그런 집이다.  하지만 그들은 요즘의 우리들과 달리 무척 가난하다.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실제로 책 아주머니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아주머니가 매주 배달해주는 책을 어느 순간부터 기다리고 책을 찾아 읽게 된 저 소년. 내가 너의 책 아주머니가 되고 싶구나!!!! 나도 누군가의 책 아주머니이고 싶다.

 

 

그림이 예뻐서 사왔다. 예쁘다기도 부족한 사랑스러움?두 나무의 계절 나기를 통해 나무마다 계절을 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예쁜 글과 그림으로 나타내어 과학그림책인지 모를 뻔 했는데 과학그림책 시리즈 중 한 책이다! 반면 오른쪽의 책은 누가 읽어도 과학책이다..^^;;  진지한 느낌을 좋아한다면 나쁘진 않다.

 

 

이 창고에 있으면서도 아들은 김영사에 들를 생각 밖에 없었다. 바로 본인이 파주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몇 번을 도서관에서 빌려보더니 사달라고 조르던 책이다. 오늘도 이 책을 절반 가량 읽다가 아빠랑 축구하러 나가면서 담이 걸린 것 같다나 뭐래나? 골때리는 아드님이다 ㅋㅋ 그 안에서 또 공룡 만들기 키트를 사달라고 떼쓰길래 엄마 특유의 협박을 하고는 내려오는데 바로 그 공룡만들기를 1층 로비에서 개당 1000원의 체험으로 하고 있어 인심 좀 썼다.

 

 

밥을 자시고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보물섬에 들러서 네 권의 책을 샀는데 세 권은 공룡책이었다. 전집 구성의 책이라 따로 구하기 어려운데 헌책방에 가면 구할 수 있어 좋다.

 

날이 서늘해서 파주 한 바퀴 잘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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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8-0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파주 나들이 너무 좋은데요.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는 저도 애정하는 건데, 새 책인거 같네요.
저도 찜합니다.

그렇게혜윰 2014-08-01 19:34   좋아요 0 | URL
언제 파주 나들이 함께 가면 좋겠어요^^
 
[독신의 오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스스로도 좀 웃겼던 것은 나는 어쩌면 이토록 다수의 선택과 일치되는 적이 한 번도 없는가 하는 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선택을 환영하는 데에는 그들의 선택이 나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런 책이 있었던가?' 내심 당혹스러웠었지만 어느 새 '다른 사람들이 아니면 어떻게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겠어?'라는 고마움이 들기도 했다. 이번에 두 권의 책을 받으면서도 나는 같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런 책들이 있었던가?' 다만 두 책들에 대한 기대감은 이전보다는 많이 낮았다. 그중 이 책 [독신의 오후]의 제목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부제에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가 있어 '과연 나하고 맞을까' 싶은 의구심 반 '이참에 같이 사는 남자를 이해해보자'는 기대감 반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우에노 지즈코라는 이름이 낯익어 찾아보니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쯤 아주 인상적으로 읽은 조한혜정과 주고받은 서신을 모은 책 [경계에서 말한다]를 쓴 사람이었다. 기대할 만 하지 않은가! 더구나 [독신의 오후]라는 제목도 왠지 쿨해 보이고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50대를 안넘어서 그런가, 일본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내가 혼자 있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등등 공감이 되지 않아 집중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제목에서 주는 뭔가 시니컬하고 쿨한 느낌의 글이 아닌 데이타로 점철된 글들이 다른 노후대책 관련 자료들과 차별화되지 않아 인상적이지 못했다. 제목이 쿨한 데에 비해 내용은 너무 맹맹한 게 아닌가 싶다. 
 
보통 남자의 나이듦에 있어 자립의 세 단계라던가 ADL이라던가 하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수십개씩 쏟아지는 비슷비슷한 뉴스들을 모은 것처럼 그 말이 그 말 같고 저 말이 저 말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저자만의 신선한 시각이 아쉬웠다. 정녕 [경계에서 말한다]는 조한혜정 여사의 힘이었단 말인가! 아니었기를.
 
처음엔 이 책과 함께 선별된 책이 피파 관련 책이라 이 책에 더 큰 기대를 가졌었는데 이 책을 덮자마자 자연히 그 책을 향한 나의 기대감이 더 높아진다. '너마저는 안돼! 내 취향이 있어야해! 너 안에 나 있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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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9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9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8-0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지 제가 읽고 있는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혜윰 2014-08-01 19:35   좋아요 0 | URL
그 책 마저도...ㅋㅋ 그냥 혼자 사는 것의 의미는 개인적으로 새기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야 겠네요 ㅎㅎㅎ
 
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음 / 난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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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잉도 팔로워도 별로 없는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 불세출의 팔불출이 둘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나와 서효인 시인이다. 처음엔 몰랐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혹시 싶은 마음이 들었고,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시인이 트위터에 쓴 글들을 여러 번 읽으면서야 은재가 다운증후군 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 어쩌면 시인은 이토록 아이를 잘 키운단 말인가!' 싶은 마음에 어느 부분에선 미안하게도 그는 시인 서효인 보단 은재 아빠 서효인이 더 잘 어울렸다.

 

은재가 태어나기 전에 시인은 은재를 맞을 글을 쓰고 있었다. 아마 병원에서 양수 검사를 받자고 했을 때부터 의식하지 못해도 어쩌면 아이의 상태를 염려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조심스러움이 글에서 묻어난다. 보통 의사의 양수 검사 제안을 거부하는 부모가 흔치 않은데 이들 부부는 애써 그 제안을 무시했다. 아이의 상태를 염려했던 것만큼의 무의식적으로 그들은 아이가 어떠하든 그 아이를 잘 키우기로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난 그게 이들이 은재를 이토록 건강한 마음으로 키우는 첫 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일을 하다보면 적지 않게 장애 아동들을 만나고 그의 부모들을 접한다. 안타깝게도 장애 아동들의 환경이 일반 가정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은 부모에게 충분한 보살핌도 지원도 받지 못한다. 또 극으로는 부모가 너무나 잘나고 대단하여 아이나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가 건강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은 아이를 처음 만난 이후 여전히 부모의 마음이 다독여지지 않은 상태라 그런 거였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은재는 은재의 아빠와 엄마, 할머니와 외할머니, 고모와 이모를 모두 잘 만났다. 축복이다. 은재가 그들에게 축복이듯이!

 

사실 연애 이야기나 은재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는 여느 연애담이나 육아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은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는 책에서도 빛이 난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런 힘을 가졌을까? 스스로 빛을 내는 힘 말이다! 그 빛은 때로는 함박웃음으로, 때로는 눈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게 반짝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이의 빛, 그것을 은재 역시 갖고 있었고 그 빛을 보는 눈을 시인은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남들보다 더 예민하고 더 빠르고 더 따뜻하게!

 

울다가 웃다가

 

아내와 둘이서 부둥켜안고 운다.

등을 맞대고 운다.

모른 체하며 운다.

서로 쓰다듬으며 운다.

울다 잠들어 꿈에서 운다.

꿈에 나ㅏ난 너를 보고 놀라 깨어 운다.

운다.

멈추고 목을 축이고 다시

운다.

 

아내와 둘이서 쳐다보며 웃는다.

텔레비전을 보며 웃는다.

연애하던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미역국에 밥을 말아 후후 불어 입에 넣어주며 웃는다.

소고기가 너무 많다며 웃는다.

고깃국 같다고 웃는다.

우물우물 씹다가 웃는다.

웃다가 운다.

운다.

(134-136쪽)

 

그러하기에 시인은

 

멈추고 목을 축이고

다시

이제

그만.

 

떨어지는,

그치는,

눈물.

 

(134-136쪽)

 

시인 아빠 서효인이 좋은 아빠이고 멋진 아빠인지 아닌지는 내 아빠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건강한 아빠라는 점은 아이를 키워본 엄마로서 확신할 수 있다. 제 아이를 이뻐하지 않는 아빠가 몇 이나 있겠는가마는 그 이뻐함이 튼튼함이기가 쉽지 않다. 아빠들은 가끔만 좋은 아빠 멋진 아빠이고 대다수의 시간을 그저 생물학적 아빠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 하면 전국의 아빠들에게 항의받을라나? 그러면서 좋은 아빠 멋진 아빠 대접 받으려고 한다고까지 하면? 보통의 엄마의 시선으로는 대부분의 아빠들은 그렇다.(여기저기서 엄마들의 동의가 느껴진다.) 그건 엄마들의 육아에 대한 아빠들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시인은 그러지 않았다. 아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은재의 엄마가 어떤 자리인지, 은재의 아빠로서 존재하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필요하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지 이해하고 인정하고 표현했다. 그건 모든 아내들의 바람이다. 아이를 낳고 생각없이 말하는 남편들의 한 마디에 얼마나 자주 상처를 받는지, 얼마나 많은 다툼을 했는지, 그 여파로 혼자 남은 시간을 슬퍼해야 하는지를 남편들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가 건강한 남편인지 멋진 남편이지는 내 남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만 그가 좋은 남편이라는 점은 남편을 키워본 아내로서 확신할 수 있다.

 

정성스레 그리고 조심스레 하면 좋다. 가끔 아내는 말도 못 알아들을 아이에게 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괜히 도덕군자 흉내를 내는 꼰대가 되어 "애한테 왜 그래?"라고 말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저 조용히 곁에 앉아 그녀의 명령을 기다리거나 눈치껏 행동하는 게 좋다. 지금은 새벽이고 우리는 잠을 못 잤고, 아내는 애를 낳고 시약해졌다. 나는 푸석해진 아내의 곁에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여러 번 말한다. 무얼 하든 부족하겠지만 지금은 연애 초기보다 더 정성스레 아내를 위하는 게 좋다.

(191-192쪽)

 

 

길을 가는 엄마와 아이 혹은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를 심심찮게 보고 그들의 대부분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설령 그 아이가 엄마한테 꾸중을 듣고 떼를 쓰며 엄마 뒤를 쫓는 중이라도 보는 마음은 흐뭇하다. 아이들은 그런 흐뭇함을 전해줄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 권리를 부모는 지켜줘야 한다. 아이의 빛, 그것은 엄마의 빛이고, 아빠의 빛이고, 할머니와 고모의 빛이고, 옆집 아줌마의 빛이고 지나가는 누군가의 빛이 된다. 그 빛을 건강하게 키워주는 부모가 이 책에 있고, 나 역시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오늘 아침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 주면서는 일부러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아이와 노래를 부르고 말도 안되는 개그를 주고 받으며 그 짧은 길을 다녀왔는데 그렇게 아이가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사랑해 아들, 이라는 말이 숨을 쉬듯 툭툭 내쉬어진다. 잘 왔어 우리 아들.

 

* 시인은 이 책에서 농담을 많이 하는데, 주로 그런 농담은 농담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농담인 줄 충분히 아는 농담들이다. 그때 푸흡! 하하하!를 할 수 있으니 읽기 전에 시인이 농담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쓰는 지 세어보는 것도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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