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 주다.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날이 한달 또 지나갔다. 한정된 시간은 늘 이렇게 소중하다. 문득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죽을 날짜를 안다는 것, 얼마나 두렵고 삶에 대한 애착이 생길까. 살 때도 자유롭고 죽을 때도 자유롭기를 문득 잠시 바라 본다. 그리고 그 삶 안에 책이 함께 있길 바란다.
3월 마지막 주에 나온 신간(어쩌면 그보단 좀 더 일찍 나왔을 수도 있는^^)을 소개해본다.
1.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세계 문학이 출판 붐이 일었다고 하고 그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대담을 하는 글도 읽어본 적이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요즘 세계 문학의 대세는 '러시아 문학'인 것 같다. 사실 난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나 역시 러시아 작가의 소설을 몇 편 읽고, 머리 집어 뜯어가며 어려운 말로 된 전문 서적에 도전해본 적도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건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석영중은 대중적인 러시아문학서를 쓰는 작가라고 한다. 어려움에 한 번 봉착했던 사람으로서 어찌 솔깃하지 않으리오! 목차만 봐도 뭔가 알 것 같다^^
- 알라딘가 16,200원

2. <하루 여행>
온라인 카페에서 간간히 글을 봐왔던 젊은(?) 분인데 드디어 책을 내셨다니 축하할 일이다.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그분의 글이 어떻게 사진과 어우러져 있을지 궁금하다. 블로그에 자신의 이름 앞에 모놀로그를 붙인만큼 뭔가 아련한 느낌이 있는 글이 독백처럼 남겨져 있을 것 같다. 여자 친구분과 행복하고 아름답게 소규모 출판도 하시고 사진전도 하시더니 이렇게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을 다시 한 번 반기며 축하드립니다^^
-알라딘가 13, 320원
3. <반려식물>
개인적으로 동물을 너무 무서워해서 함께 산다면 식물이 좋겠는데 또 너무 못 키우니까, 자꾸 죽이니까 ㅠㅠ 미안해서 식물도 못 기르겠다.
얼마전 아들이 꽃을 좋아하기 시작해서 꽃화분도 사왔는데 역시나 ㅠㅠ 그나마 남편이 산세베리아 등의 큰 화분을 관리 잘 해서 그렇지 난 남들 다 잘 기른다는 산세베리아도 허브도 다 죽게 해서 자책도 많이 했다.
이 책의 제목 참 좋다.<반려식물> 그래 함께 살아가는 식물아, 네가 날 좀 봐주면 안되겠니? 날 위해 좀 건강히 잘 버텨주렴 ㅠㅠ 이렇게 말하고픈 마음이 들 정도이다.
오은 시인을 비롯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함께 사는 식물들과의 삶을 꺼내어 보여준 이 책이 참 궁금하다. 나도 함께 살 수 있으려나?
- 알라딘가 11,700원
4.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고 등단한 김충규 시인의 유고 시집이다. 작년에 마흔 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시인이 차마 보지 못했던 시집을 우리만 보는 것이 미안하다.
표제시만 보아도 뭔가 아픔이 밀려온다. 그런데 제목에 '라일락'도 들어가고 '내 사람'도 들어가는 걸 보니 시인은 따뜻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 알라딘가 7,200원
라일락과 고래와 내 사람
라일락이 보일락 말락
어디에 숨었니? 내 사람
공기가 삭아내리는 소리
라일락 향기 지독해서
숨어버린 거니? 내 사람
라일락을 가진 집의 지붕 위에
찌그러진 심장 반쪽
다급히 숨은 거니? 내 사람
저 집은 죽은 고래
저 심장은 고래의 각혈 덩어리
내가 먼바다에서 잡아온 고래가
라일락 향기에 죽었다
내가 이 세상에 낳아보지 않은
희미한 딸이
멀리서 손짓하는 한참 오후
눈 비벼보면 아지랑이
삭은 공기를 질질 끌고 가는
허파에 구멍이 뚫린 늙은 바람
어디 숨어 우는 거니? 내 사람
내 심장을 꺼내 먹이면
고래가 숨을 얻어 허공을 헤엄쳐오를까
그러면 나타날 거니? 내 사람
라일락이 피기 전에 온다 해놓고 못 와서
어둠이 징검징검 허공 딛고 오도록
꼭꼭 숨어버린 거니? 내 사람
내가 심장을 꺼내기도 전에
심장에 불이 타도록
라일락 다 지고 고래 다 썩고
그런 뒤에 나타나려니? 내 사람
5. <이 집에서 슬픔은 안된다>
오래 전부터 기다렸던 김상혁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블로그나 문예지를 통해 시인의 시를 읽고 시인의 감각에 퐁당! 트윗은 좀 많이 직설적이시지만 ㅋㅋ
제목도 참 좋다. <이 집에서 슬픔은 안된다>라니! 긴 말 말자, 사서 읽자.
- 알라딘가 7,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