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8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제목을 보고도 처음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집오리가 하늘을 난다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나는(나라고 쓰고 우리라고 읽는다) 자연에서 멀어져 있다. 아주 멀리. 그러다 이 책의 첫 단편인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를 읽어보니 참 마음이 편해졌다. 요사이 읽은 책들의 내용이 나를 조금은 피로하게 하였던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도 했다. 사람이 사는 이야기는 늘 피곤하였던 것 같기도 하다. 때마침 읽게 된 이 책을 고맙게 읽기로 마음 먹었다.

 

이상권 작가의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는 생태작가라는 별칭에 맞게 6편의 자연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각각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집오리, 수달, 족제비, 살쾡이, 들쥐, 개로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예로부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왔던 동물들이다. 물론 사람은 사람의 삶으로, 동물은 동물의 삶으로 서로를 존중하면서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여러 단편에 이런 말이 적지 않게 나온다. 문장은 서로 달라도 뉘앙스는 같은데 가장 구체적으로 서술된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의 문장을 옮겨 적어본다.

 

짐승들 대부분이 그랬다. 배가 부르면 절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괜히 다른 동물을 잡거나 죽이지 않았다. 사람하고는 달랐다. 사람들은 많이 모을수록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육식 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다리를 절면서 비틀거리는 동물을 보아도 잡아먹지 않는다. 반드시 배가 고파야만 사냥을 한다. 그래서 대자연은 조화를 이룬다. (22쪽)

 

밑줄을 치면서도 많이 미안했다. 동물의 한 종으로서 겸손하지 못하게 사람들은 너무나도 동물들을 잔인하고 무차별적으로 대한다. 인간이라는 종의 천박함이 느껴져 부끄러웠다. 족제비보다 영리하지도 못한 주제에 문태형은 족제비를 학대하였고, 거짓말까지 해가며 선생이라는 자가 수달을 잡아 돈 몇 푼을 챙겼다. 죽음을 각오하고 닭서리를 하다 잡혀 죽음보다 못한 치욕을 느끼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살쾡이에 비하면 사람답다는 말이 참 낯부끄러운 말이다. 하나의 종이 하나의 종에게 먹히거나 죽임을 당하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 행위의 의도와 심보가 천박하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나온 동물 중에 실제로 본 적이나마 있는 것은 집오리와 개 뿐이다. 그 외의 동물들은 이름만 알 뿐 외양도 특성도 거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동물들이 예전엔 사람들의 입에 쉬이 오르내리는 동물들이었다고 하니 수십 년 새에 우리네 삶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눈 앞에 이 동물들이 고개를 들이민다고 생각하면 참아보려 해도 분명 경기를 일으키듯 놀랄 것이 뻔하다. 비닐 봉지 하나에도 개인가 고양이인가 하여 겁을 먹는 내가 아니던가. 그런 자신이 못내 못나 보였었는데 문태나 진우, 나산강 마을 사람이나 시베리안허스키의 주인 할머니처럼 동물을 얕잡아 보거나 동물에게 오만한 태도를 가지는 것보다는 떳떳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집오리가 한없이 약한 자신을 탓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집오리도 사랑하여 주는 야생 청둥오리가 있어 야생 오리를 낳고 키워 하늘로 날려 보내는 꿈을 이루었다. 우리가 양갑수씨처럼 동물을 동물로 존중하여 준다면 동물들도 자신의 꿈을 이루려 노력할 뿐 마당의 닭이나 토끼를 마구잡이로 잡아가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동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마음이 넓고 쿨하기 때문이다. 그저 쿨하지 못한 것은 인간일 뿐이다. 집오리야, 수달아, 족제비야, 살쾡이야, 들쥐야, 들개야 쿨하지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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