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신간 페이퍼는 관심이 가거나 살 예정이거나 갖고 싶다거나 그런, 엄밀히 말하면 뜬 구름 잡는 소리 같았다면(그 페이퍼는 대체로 나를 위한, 아이쇼핑과 같은 그런 종류의 페이퍼였다면) 이번에 소개할 신간들은 최근에 읽었거나 지금 읽고 있는 신간이라할 수 있겠다.

 

1.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 하세가와 히로시

 

 

 문학동네 임프린트 교유서가의 야심만만 첫 책이다. 사실 하세가와 히로시가 누구인지는 잘 몰랐고 허세가 있는 나는 '철학'이니 '명저'니 하는 말에 약하다. 그런 나의 성향을 제대로 간파한 책이고, 그 책은 좋아하는 언니 S에게 선물받았다. 지금 스무 쪽 가량 남겨둔 상태인데, 우선 허세에 비해 독해력이 떨어지는 나이건만 구성이 일목요연하고 작가의 문체가 배배 꼬인 곳도 없이 시원시원하여 잘 읽혔다. 추후에 관련 페이퍼나 리뷰를 쓸 예정이다만 나의 허세와 지적 결핍을 동시에 채워주는 그리고 더불어 나의 장바구니도 함께 채워주는 책이다.  

 

 

2. [행복이], 김초혜

   나는 김초혜 시인을 한 책에서 남편이신 조정래 소설가의 연애 편지로 처음 알았다. 그후 강화도 육필문학관에서 육필을 접했고 이렇게 책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이 책은 할머니 김초혜가 손주를 기르는 이야기를 쓴 책으로 아직 나는 읽기 전이고 친정 엄마를 먼저 읽게 하였다. 아무래도 손주를 다섯 살까지 키우시다 내가 육아를 전담하게 된 요즘 일이년 박탈감과 배신감으로 정체성 조차 잃어버린 친정엄마에게 어떤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엄밀히 말하자면, 책보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야 하건만 그게 잘 안된다. 딸들은 다 나쁘다ㅠㅠ

 

 이 책은 실물이 정말 예쁘다.

 

 

3. [하루키 스타일], 진희정

 

 

 신간의 범위가 갑자기 확 늘어진다. 2013년 9월에 출간된 책인데 도서관에 갓 들어온 따끈따끈한 도서관 신간이다. 사실 저자의 전작들의 제목만 보아도 내 스타일이 아님이 분명한데 요즘 하루키 씨에게 무척 호기심이 많은 나로선 이 책을 이끌리듯 집어들었고 순식간에 읽었다. '하루키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표지 디자인도 그렇게 문체도 그렇고 하루키에 대한 책으로는 손색이 없을 듯 싶다. 오죽하면 저자의 [손석희 스타일]이라는 책도 오늘 빌려볼 참일까?

 

 

 

그 외에 아직 읽지 못했지만 사거나 선물받는 등 득한 신간들을 소개하자면,

 

 

도정일 산문집. 말해 뭐하겠는가? 팟캐스트 문학이야기를 듣고나니 이 산문집이 더더욱 궁금하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공을 들이지 않는다더니 내가 딱 그짝이다. 늘 곁에 있으니 도리에 늦게 읽게 된다. 빌린 책은 빨리도 읽두만.

 

 

 

 

 

난 니콜라가 참 좋다. 요즘 이벤트로 책갈피 3종 세트도 준다는데 참 탐난다. 얼마 전 구입한 [쌍뻬의 어린 시절]과 어쩜 이리도 우연히 잘 만났는지.... 표지들을 이렇게 보고 있자니 읽고 싶어진다. 하루키 씨는 그럼 지금 당장 읽으라고 하겠지?^^

 

 

 

 

 

5월엔 지난 달 많이 사 둔 책들을 읽을 계획이다. 6월엔 국제도서전과 파주어린이책잔치가 있으니 굳이 사지 않으려 노력할 수고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물론 계획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걸 안다만 일단 말은 그렇게 해 둔다.

 

* 서울 국제 도서전 http://www.sibf.or.kr/

* 파주 어린이책잔치 http://www.pajubfc.org/

 

소박하게 개최되고 수익금의 일부가 좋은 일에 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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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까망 씨! 비룡소의 그림동화 196
데이비드 위즈너 글.그림 / 비룡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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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집의 귀염둥이일 듯한 까망씨, 주인 아주머니의 이런 저런 장난감에도 심드렁한 것을 보니 누릴 것을 많이 누려온 고양이가틀림없다. 표지만 보더라도 까망씨의 저 몽롱한 눈빛 외에는 알록달록 화사하기도 하다. 이쯤 되면 까망씨를 놀려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어떻게 까망씨의 약을 올려줄까? 칼데콧 수상작가인 데이비드 위즈너는 이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칼데콧 상 명예상을 수상하였다. 특유의 다양한 컷과 글 없는(여기선 조금 있지만.)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보다 좀더 역동적이라는 점이 새로웠지만 데이비드 위즈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작품일 것이다. 까망씨가 골탕 먹는게 이상하게 난 좋았다. 마치 거대한 권력을 약올리고 탈출한 느낌이랄까? 좀 삐딱한가?

 

 

 

 

 

장난감 우주선을 고쳐서 까망씨로부터 탈출하려는 이들이 외계인들이다 보니 자연히 외계어가 자주 나오는데 우리는 그것을 읽지 못하니 당연히 상상으로 채우게 된다. 아이와 여러 번 읽다보니 그 말들이 매번 바뀌기도 하거니와 점점 재미있어진다. 그림책을 사진찍어 종이를 붙여 외계말 번역(?)을 해보게 했었는데 다음에는 책에다 포스트잇을 붙여서 읽을 때마다 몇 몇 장면을 대사 꾸미기로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비룡소에서 제공하는 독후활동지를 잘 활용하는 편인데 이 책은 과연 어떻게 깊이 읽을 수 있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였다.

 

 

며칠 전 엄마들과 어떤 책을 살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데이비드 위즈너의 책들이 거론되었었다. 그 전에 분명 읽었었는데 눈여겨 보고 있지는 않은 터였다. 또 얼마 전에는 칼데콧 수상작품 목록을 정리하는데 그의 이름이 보여 좀더 친근해졌었고 까망씨가 떠올랐다. 둔하게도 이 책을 받고도 이게 [시간 상자]의  데이비드 위즈너의 작품이라는 연결 고리를 퍼뜩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그의 이름을 여러 번 만나게 되니 또, 그의 작품이 얼마간 다양해진 것을 느끼게 된 터라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그의 작품을 읽게 될 것 같다. 우연이 세 번 계속되면 인연이라는데, 까망씨를 매개로 좋은 인연이 되어 기쁘다.

 

골탕먹는 까망씨는 '톰과 제리'의 톰처럼 약자에게 당했지만 톰에게 느껴지는 측은함이 없다. 아마  까망씨가 새 장난감인 우주선 안의 외계인들의 탈출을 당하게 될 때에도 나의 통쾌함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 통쾌함이 현실에서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작은 장난감 속의 외계인들과 작은 곤충들이 힘을 합쳐 무기력한 까망씨에게 한방을 먹이고 유유히 웃으며 떠나는 그런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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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도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반란의 도시 -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 / 에이도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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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게는 '반란'이라는 말도 낯설고, 데이비드 하비라는 한 사회학자도 낯설고, 그가 서문을 할애한 르페브르도 낯설며 그가 책에서 내내 이야기하는 '도시권'도 낯설다. 모든 것이 낯설게 시작한 책이었다. 이런 나의 낯설고 당황스러운 마음을 헤아린 듯 1장으로 '도시에 대한 권리'라는 제목으로 도시권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여 준다. 다행히 데이비드 하비의 글은 굉장히 정리가 잘 된 글이었고 도시권에 대한 기본지식 전혀 없는 내게도 쏙쏙 이해가 되어 공감을 이끌어냈다.

 

 

아마 데이비드 하비는 마지막 장에 짧게 할애했지만 굉장히 감정적으로 흥분하며 쓴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을 계기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격앙된 그 감정의 글을 아마 제일 먼저 썼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야기가 마지막에 배치된 것은 다행이지만 다시 읽는다면 그 장을 먼저 읽는 것도 몰입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전세계적인 월가 시위(우리에겐 이 말이 더 익숙하다.)를 보고 미국 경제나 불평등의 문제를 살짝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저 스쳐지나가는 생각일 뿐이었는데 그 안에는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아주 중요한 물음이 담겨 있음을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그러게 내가 사는 도시는 누구의 것이더라? 문득 내가 사는 도시가 낯설어 지는 것이다.

 

 

도시는 자본주의의 장이고, 부동산 개발의 장이고, 정치의 장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각각 다른 종류의 장인 도시는 한 부류의 집단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있다. 바로 상위 1%의 부를 가진 이들. 그들이 돈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모든 것을 움직이는 손이 되는 것이 현재의 도시 그리고 국가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씁쓸했다. 하지만 씁쓸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도시를 하나의 공유재로서 우리는 도시에 대한 권리를 우리에게 되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이를테면 반자본주의 투쟁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그런 무시무시한 전문용어를 들이대면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므로 살짝 하비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반인 스타일로 그저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다는 선에서 생각해도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은 개인적인 움직임이 되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으며 집단적 권리로서 도시 생활권자 및 도시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주체적인 집단으로 꾸려져야 하기에 하비는 이러한 점을 강조한다.

 

 

약탈과 교활함이 내재된 도시 재개발의 모습의 예 중에 '서울'도 자랑스럽게(?)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든 예에는 1980-90년대이지만 그 내용을 보자면 2014년으로 바꾸어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에도 도시에 대한 권리는 몇 안되는 정치 경제 엘리트의 것이었듯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점은 씁쓸하다.

1980-90년대 서울에서도 건설회사와 토지개발업자가 험상궂은 용역깡패를 동원해 달동네 주택을 대형 해머로 때려 부수고 주민을 몰아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950년대부터 가난한 사람이 거주하던 고지대 토지가 1990년대에 이르러 가치가 높아져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현재 고지대는 온통 고층건물로 뒤덮여 있어 과거 야만적인 재개발 과정의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51쪽)

 

 

 

데이비드 하비는 마르크스주의자이지만 요즘 일반적으로 일컫는 좌파는 아닌 듯 하다. 좌파 디스를 은근히 많이 한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저자 스스로 둘 사이의 차별점을 강조하여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이는 좌파의 사상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행동을 비난한 측면이 강하다. 수많은 대도시에서 취약계층을 상대로 착취와 약탈이 끊이지 않고 자행되는 판국에 도시에서의 혁명을 행하지 않는 점이 불만인 것이다. 현대 사회는 도시에서 국가의 많은 부분이 시행되는 만큼 도시에서의 혁명과 투쟁이 주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하비의 주장이며 이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도시에서의 반자본투쟁이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책을 읽다보니 특히 도시 공간이 정치 활동과 저항의 중요한 장소로 기능한다(205쪽)는 글을 읽다 보니 문득 지난 날 시청 광장의 촛불 시위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도시권 사상이 거리에서, 지역 사회에서 형성(13쪽)이라는 점을 살피면 그날의 그 촛불들은 아름다운 몸부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물대포로 무너뜨린 국가가 다시 한 번 부끄럽다.(책에서 보니 물대포 쏘는 나라가 우리 나라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니네 나라도 부끄럽다, 고 추가하여 본다.) 연대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어떻게든 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떤 투쟁이든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236쪽) 그 생각에 조금이라도 발걸음을 내딛길 스스로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 본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부의 불평등을 비롯하여 암묵적으로 계급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불평등이 자행되는 공간임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함께 잘 살기 위해 존재하지 쎄가 빠지게 고생해서 생판 모르는 네 놈 하나 잘 살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자. 내가 사는 도시를 낯설게 바라보자. 이 도시의 냄새가 이상하다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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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간질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재숙 글, 한병호 그림 / 보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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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큰 아이들 책으로 익숙한 작가 최재숙과 개성있는 그림작가 한병호가 만나 아기 그림책을 만들었다. 제목부터 큭큭 웃음이 터지는 [간질 간질]이다.  아이가 태어나 벌써 일곱 살인데 그 동안 간질 간질 한 횟수를 세라면 셀 수 있을까? 세상에 아이가 태어나 간질 간질 안 해 본 부모가 과연 있을까? 그만큼 이 책은 아기와 부모의 삶에 밀착된 이야기이다. 그런데 간질이는 아빠와 간지럼 타는 아이의 그 역동적인 모습이 친근함 이상의 유쾌함과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글과 그림의 조화도 좋아서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일단 간지럼의 모든 종류가 나온다.

1. 겨드랑이

2. 배에 푸륵 푸르륵

3. 발바닥

4. 엉덩이에 뿌륵 뿌르륵

5. 목덜미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엉덩이에 뿌륵 뿌르륵! 정말 행복해 보이는 아이의 모습은 내 아이의 모습이기도 하다. 크헤헤, 크헤헤!

또 간지럼을 타는 아이는 재미있는 동물이 된다.

1. 애벌레

2. 악어

3. 개구리

4. 토끼

5. 자라

 

그럼 엄마는? 엄마는 언제 나올까?

 

"자라 여기 없어요."

엄마가 유준이를 숨겼어요.

 

간지럼을 태우다 보면 이런 상황은 꼭 있게 마련인데, 이걸 놓치지 않는 센스!

 

아이의 웃음 소리를 포함하여 애벌레가 도망치는 모양새인 '옴쭐옴쭐'을 비롯한 흉내내는 말이 많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아기 책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공을 많이 들인 책 같았다. 아빠의 첫 간지럼의 순간 살짝 당황한 아이의 얼굴이 활짝 피어 또 하자고 조르는 그 순간의 행복을 아빠들은 만끽하길! 오늘은 아이와 간지럼 태우기나 한 판 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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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위위야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2
거빙 지음, 김명희 옮김 / 보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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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을 좋아하는 아들이 얼마 전 유치원에서 읽었다며 사달라고 조른 공룡책 중 한 권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힘만 센 공룡이 사랑의 위대함을 깨닫는 그 내용이 아들에겐 무척 인상적이었는지 틈만 나면 내게 '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며 말하곤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유전자 변형 동물인 인간쥐 위위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사랑은 '중요한' 것을 넘어서 '가장 강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안녕, 난 위위야]는 말하고 있다. 미천 천재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헤어진 형제 위위와 펑펑. 그 둘은 헤어지면서 서로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고 그중 위위의 모험으로 이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람의 모험담 못지 않게 인간쥐 위위의 모험은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위험에 맞닥뜨리면서 그것을 이겨내며 결국 그 둘을 만나게 한다. 하지만 만나게 된다는 것만이 끝은 아니다. 만나기 위해 헤메었지만 헤메는 동안 얻게 된 사명감이 그들을 한뼘 더 크게 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약하지만 착한 부스러미, 아름다움을 아는 은젓가락, 남을 돕는 널빤지, 개성만점 헤어스타일, 그리고 사랑으로 감동을 주는 법을 알고 있는 펑펑의 이야기는 천성적으로 싸움질과 못된 짓을 좋아하는 수많은 인간쥐들 속에서 빛이 났다. 사실 인간쥐라고 쓰고 있지만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펑펑이 '사랑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책에서도 '인류'의 가장 강한 무기라고 말하느니만큼 이야기 속의 인간쥐들은 모양만 인간쥐일 뿐 인간 생활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약한 조금은 비열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어리석은 인간쥐들과 중첩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는 사랑이 있어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해야할까?  무릉도원으로 추측되는 펑펑이 만든 도화원은 우리 인간으로 따지자면 희망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곳에 우리는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까? 펑펑에게 언질을 받은 어미 담비가 그 답을 이야기 해 준다.

"내 영혼이 정말 순수해져서 사랑으로 타인을 감동시킬 수 있을 때야.---."

그 마음이 헤어스타일에게까지 이어져 " 이제는 나도 사랑으로 감동을 주는 걸 배워야겠어."라고 마음 먹게 하지만 그 순수한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며 요즘의 현실이 마음이 아파지는 것은 이후 침몰하는 배의 침몰 장면을 읽으면서였다.

 

담비들은 인간이 아니기에 구조를 받지 못하였고 결국 그들을 구하는 것은 어미 담비의 몫이었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사랑은 분명 감동적이었지만 인간에 대한 두려움도 잊은 채 간절히 구조를 바라는 담비들의 모습과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어미 담비의 마음이 요즘 세월호 사건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발빠른 어미의 희생으로 새끼들은 무사히 구조되었다. 아니 탈출하였다. 우리 정부에겐 사랑을 가득 담은 어미의 마음이 부족하여 많은 희생을 치르고 말았다. 사랑이라는 가장 강한 무기를 가진 인간쥐 위위는 행복했다. 똑똑하고 더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새로이 도화원을 건설한 펑펑이나 모진 풍파를 겪어 온 위위나, 또 행방을 알 수 없는 은젓가락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세상을 떠난 널빤지와 어미 담비 모두 사랑으로 감동을 받거나 타인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미친 천재의 실험실이 낳은 가장 큰 성공은 지능지수가 높은 펑펑 같은 천재 뿐만 아니라 은젓가락과 널빤지, 그리고 위위 같은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보통 인간쥐를 만든 것이 아닐까? (244-245쪽)

 

우리 정부가 낳은 가장 큰 실패는 지능 지수도 모자라고 차갑고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 못난 시스템을 만든 것이 아닐까?라는 말을 보태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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