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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도시 -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 / 에이도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내게는 '반란'이라는 말도 낯설고, 데이비드 하비라는 한 사회학자도 낯설고, 그가 서문을 할애한 르페브르도 낯설며 그가 책에서 내내 이야기하는 '도시권'도 낯설다. 모든 것이 낯설게 시작한 책이었다. 이런 나의 낯설고 당황스러운 마음을 헤아린 듯 1장으로 '도시에 대한 권리'라는 제목으로 도시권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여 준다. 다행히 데이비드 하비의 글은 굉장히 정리가 잘 된 글이었고 도시권에 대한 기본지식 전혀 없는 내게도 쏙쏙 이해가 되어 공감을 이끌어냈다.

 

 

아마 데이비드 하비는 마지막 장에 짧게 할애했지만 굉장히 감정적으로 흥분하며 쓴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을 계기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격앙된 그 감정의 글을 아마 제일 먼저 썼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야기가 마지막에 배치된 것은 다행이지만 다시 읽는다면 그 장을 먼저 읽는 것도 몰입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전세계적인 월가 시위(우리에겐 이 말이 더 익숙하다.)를 보고 미국 경제나 불평등의 문제를 살짝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저 스쳐지나가는 생각일 뿐이었는데 그 안에는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아주 중요한 물음이 담겨 있음을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그러게 내가 사는 도시는 누구의 것이더라? 문득 내가 사는 도시가 낯설어 지는 것이다.

 

 

도시는 자본주의의 장이고, 부동산 개발의 장이고, 정치의 장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각각 다른 종류의 장인 도시는 한 부류의 집단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있다. 바로 상위 1%의 부를 가진 이들. 그들이 돈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모든 것을 움직이는 손이 되는 것이 현재의 도시 그리고 국가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씁쓸했다. 하지만 씁쓸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도시를 하나의 공유재로서 우리는 도시에 대한 권리를 우리에게 되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이를테면 반자본주의 투쟁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그런 무시무시한 전문용어를 들이대면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므로 살짝 하비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반인 스타일로 그저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다는 선에서 생각해도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은 개인적인 움직임이 되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으며 집단적 권리로서 도시 생활권자 및 도시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주체적인 집단으로 꾸려져야 하기에 하비는 이러한 점을 강조한다.

 

 

약탈과 교활함이 내재된 도시 재개발의 모습의 예 중에 '서울'도 자랑스럽게(?)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든 예에는 1980-90년대이지만 그 내용을 보자면 2014년으로 바꾸어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에도 도시에 대한 권리는 몇 안되는 정치 경제 엘리트의 것이었듯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점은 씁쓸하다.

1980-90년대 서울에서도 건설회사와 토지개발업자가 험상궂은 용역깡패를 동원해 달동네 주택을 대형 해머로 때려 부수고 주민을 몰아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950년대부터 가난한 사람이 거주하던 고지대 토지가 1990년대에 이르러 가치가 높아져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현재 고지대는 온통 고층건물로 뒤덮여 있어 과거 야만적인 재개발 과정의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51쪽)

 

 

 

데이비드 하비는 마르크스주의자이지만 요즘 일반적으로 일컫는 좌파는 아닌 듯 하다. 좌파 디스를 은근히 많이 한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저자 스스로 둘 사이의 차별점을 강조하여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이는 좌파의 사상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행동을 비난한 측면이 강하다. 수많은 대도시에서 취약계층을 상대로 착취와 약탈이 끊이지 않고 자행되는 판국에 도시에서의 혁명을 행하지 않는 점이 불만인 것이다. 현대 사회는 도시에서 국가의 많은 부분이 시행되는 만큼 도시에서의 혁명과 투쟁이 주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하비의 주장이며 이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도시에서의 반자본투쟁이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책을 읽다보니 특히 도시 공간이 정치 활동과 저항의 중요한 장소로 기능한다(205쪽)는 글을 읽다 보니 문득 지난 날 시청 광장의 촛불 시위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도시권 사상이 거리에서, 지역 사회에서 형성(13쪽)이라는 점을 살피면 그날의 그 촛불들은 아름다운 몸부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물대포로 무너뜨린 국가가 다시 한 번 부끄럽다.(책에서 보니 물대포 쏘는 나라가 우리 나라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니네 나라도 부끄럽다, 고 추가하여 본다.) 연대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어떻게든 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떤 투쟁이든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236쪽) 그 생각에 조금이라도 발걸음을 내딛길 스스로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 본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부의 불평등을 비롯하여 암묵적으로 계급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불평등이 자행되는 공간임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함께 잘 살기 위해 존재하지 쎄가 빠지게 고생해서 생판 모르는 네 놈 하나 잘 살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자. 내가 사는 도시를 낯설게 바라보자. 이 도시의 냄새가 이상하다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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