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 따위는 관심도 아니라는 듯 아이는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옥상의 놀이터로 가자고 떼를 썼다. 네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매장을 둘러보다 결국은 아이의 요구를 먼저 들어주기로 했다. 경험상 아이들은 우선 순위가 어설프게나마 충족이 되면 더이상은 떼를 쓰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 식구들은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고 어느 정도 어설픈 시간이 지나자 아이에게 이제 그만 놀아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좋다고 했고 나는 인심 쓰듯 미끄럼틀을 한 번 더 타고 오라고 했더니 아이는 룰루랄라 세상에 이런 좋은 엄마는 없다는 듯 경쾌하게 뛰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터질 듯한 울음 소리가 들렸다.

 

다섯 살 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는데 처음엔 엄마에게 화가 난 걸까 싶었는데 마구 돌아다니며 울어젖히는 것이 아닌가. 엄마가 그 울음을 듣고 달려와주길 그 자리에 있던 부모들은 다 기대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고 아이는 미끄럼틀 기둥에 자리를 잡으며 자지러지게 울었다. 나도 이런 상황에서 잘 나서지 않는데 그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나보다도 더 소심한 모양이었다. 일단 달려가 아이를 달래주었다. 아이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도 모른다고 하고, 엄마가 오늘 무슨 색 옷을 입었냐고 물어도 모른다고 했다. 아이는 무척 당황하고 놀란 듯 했다. 괜찮을 거라고, 엄마 곧 오실 거니 울지 말라고 하고 남편에게는 직원을 좀 찾아보라고 요청을 했다. 아이가 좀 가라앉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아이는 엄마와 단둘이 왔고 엄마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한 아저씨가 와서 아이를 함께 달래주었다. 아저씨는 자상하게 엄마는 화장실에 갔을 거라고 하고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그 방법이 있었지? 우리는 이렇게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직원을 찾으러 간 남편은 결국 찾지 못하고 왜 이 큰 놀이터에 직원이 하나도 없는지를 투덜거렸다.

 

아저씨가 아이의 손을 잡아 주셔서 나는 아이에게 아저씨 손 꼭 잡고 엄마 기다리고 있으라고 자리를 떴다. 아저씨랑 내가 둘다 아이를 잡고 있으면 좀 상황이 이상해보일 것 같아서 말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보니 미아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파란색 후드 티셔츠? 아닌데 줄무늬 티셔츠인데? 얼마 쯤 지나자 그 방송 대신 다른 미아 방송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아마 아이는 무사히 엄마를 찾은 듯 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엔 정말 많은 부모들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한참을 울도록 나를 포함하여 아이들조차 그 아이를 아무도 달래주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 일이라고 훈육받는 편이다. 그런 억압이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분명 마음 속으로는 저 아이를 달래주고 싶다고 하면서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쁜 경우에는 엉덩이는 가만히 있고 입으로 아이를 두고 간 엄마를 욕하기만 한다. 자신의 용기없음을 남에 대한 비방으로 덮으려는 얕은 술수이다. 나 역시 엉덩이를 들어 그 아이에게 달려가기 전까지는 그랬을 것이다. 더구나 이건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를 달래주는 일이니 그나마 움직였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과 방관으로 더 큰일이 일어나는 경우들을 우리는 간접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 새삼 남의 어려움을 방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전히 자신할 수가 없다. 우리는 남을 돕는 기꺼운 마음 대신 남을 도와서 보는 피해를 더 먼저 배우기 때문이다. 아이를 기르는 사람으로서 생각해볼 문제이다.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생각해볼 문제이다. 하지만 너무 오랜 나쁜 교육으로 바른 행동을 실천하겠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슬프다. 노력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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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해석의 공간 마루벌의 그림책 이론서
이성엽 지음 / 마루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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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소 무거워보이는 제목에 살짝 긴장했었는데 표지에 실린 좋아하는 그림책들이 보여 마음이 편해졌다. 게다가 기존 이론서들에 비해 현저히 얇은 두께와 큼직한 글씨와 여유있는 편집이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표지뿐만 아니라 책에 인용된 그림책들의 정보를 참고문헌 안에 수록해주어 유용했다. 논문 형식의 책들은 인용을 철저히 밝혀주는 점이 좋다. 하지만 늘 어려운 게 문제였다.

 

적지 않은 그림책 이론서들을 읽었다. 대학원을 다니며 페리노들먼의 [그림책론]도 읽고, 아동문학 평론가들의 그림책 이론서들도 한때는 다 찾아읽을 정도였다. 외국의 전문도서의 경우에는 매우 구체적이지만 어려웠고 내가 알지 못하는 그림책들이 많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으며, 우리나라 아동문학 평론가 혹은 그림책 작가들의 그림책 이론서들은 서평집으로서는 훌륭했지만 이론서로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껏 내게 최고의 그림책 이론 입문서는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와 그림책]이었다.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인정받는 그림책들도 있었지만 일본 작가들은 그림책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그런지 그들의 책에는 자국의 그림책에 대한 양이 많다는 점이 살짝 아쉽다면 아쉽달까? 그래서 더더욱 우리 나라 전문가의 이론서를 더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마루벌 출판사는 레오리오니의 그림책은 물론 좋은 그림책들을 많이 출판하는 아동도서출판사이지만 그림책 이론서를 출간하고 있다. <그림책의 그림읽기 시리즈>가 그것인데 이 책 [그림책, 해석의 공간]은 그 세번째에 해당하는 도서이다. 앞선 두 권의 책을 읽지 않아 이 책을 다른 책들과 비교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이 시리즈의 첫 책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것은 이 책이 그림책의 존재 의미인 글텍스트와 그림텍스트의 역할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잘 정리해주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그림책이론에 대한 입문서로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림책에 대하여 강의를 들을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Picture book으로서의 그림책에 대한 정의인데 그것을 좀더 심화하여 '아이코노텍스트 iconotext'라는 용어를 도입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후 글텍스트의 다양한 양상과 그림텍스트를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그림책 작품을 통해 설명해주어 논문형식의 책에서 경험하기 어렵게 이해가 잘 되는 책이다. 대중적 이론서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 의미있다. 내용면에서 보자면 전혀 모르는 내용도 아니거니와 다 아는 내용도 아닌 지라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특히 그림텍스트에 대한 해석 방법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여 이후에 그림책을 볼 때 더 신경을 써서 봐야겠다는 마음도 가지게 되고 더불어 인용된 그림책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올라갔다. 책의 저자로서 인용된 도서에까지 신뢰감을 주는 점이 무척 인상깊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밑줄 쳐가며 집중하여 재밌게 읽는데 에필로그 없이 바로 참고 문헌으로 넘어가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다. 7장에서 끝내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뒤에 각 요소들을 통합하여 잘된 그림책들을 소개해준다던가 하는 내용이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애정어린 아쉬움이 있다. 이제부턴 그림책 입문서로 마쓰이 다다시의 책과 이 책을 함께 추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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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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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그의 소설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제목부터가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은 이제는 내용을 거의 잊었지만 당시로선 파격적인 제목과 표지 그리고 내용에 스무 살 나의 아드레날린의 분비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 때부터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서가에서 찾아 읽고 책꽂이에 하나씩 꽂아두기 시작한 것이.

 

  작가의 말에서 그는 자신이 쓴 것들이 모두 ‘살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굳이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단편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읽은 독자라면 그의 글이 살아 있다는 것을 지체 없이 감지할 수 있다. 솔직히 처음엔 당황했다. 내가 그를 사랑하기 시작했던 그 강렬한 이야기와 상상이 언제부턴가(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엔 <퀴즈쇼>부터) 사라져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단편집을 읽으며 머리가 아닌 가슴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건 바로, 지금 우리들의 살아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3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나는 8시, 9시 뉴스들을 떠올렸다. 그만큼 그의 이야기는 사건적이었고, 그만큼 효율적이었고, 그만큼 개연성이 있었다. 이 말은 13편의 이야기가 속도감 있고 흥미롭게 전개되어 누가 보아도 이건 소설이지만 그 주인공들이 모두 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만나는 그 누군가가 「로봇」이었을 수도 있고, 나의 오래 전 연인이 나를 찾아와 「여행」을 떠날 수도 있었고 아니면 그러기를 바랄 수도 있었으며, 내 남편이 「조」일 수도 있지 않을까 - 실제로 난 「아이스크림」의 이야기처럼 아들의 스틱분유에 들어있던 유충을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의 단편이 장편이 주는 매력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편에서는 조금은 엉뚱하거나 기괴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순간적으로 하게 되는 망상과 같은 것을 그는 이야기 속에 집어 넣어 기가 막히게 정곡을 찌른다. 가령, 「로봇」을 만나는 순간이나 자신이 「악어」가 되는 순간을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순간들 조차도 지금, 우리에겐 숨쉬고 있는 살아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아까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순간, 내 머릿속의 프로그램이 이제 당신을 떠나야 할 때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열정적인 사랑은 인간인 당신을 해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내게 떠나지 말라고 명령하기 전에 내가 먼저 가야 합니다. 그래야 로봇3원칙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p30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보내다 만 문자메시지가 남아 있는 휴대폰과 돈과 신용카드가 잔뜩 든 지갑까지 남겨둔 채, 심지어 입으려던 바지까지 침대 위에 걸쳐둔 채, 그는 말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가 살던 아파트 잔디밭에서 악어 한 마리가 발견됐다. 악어는 입이 벌린 채로 죽어 있었다.

p76

 

 

  뉴스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의 이야기는 무척 사건적이고 그래서 흥미진진하고 또한 대중적이기도 하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거울에 대한 명상」이 영화화되었고, <검은 꽃>이 영화화될 것이라는 점을 굳이 꼬집지 않더라고 그의 이야기는 현대인 혹은 미래인의 욕구를 여지없이 충족시켜준다는 점은 그의 이야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 단편집에서 굳이 SF적이고 몽환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현대인 혹은 미래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이야기는 여럿 있었다. 「조」나 「퀴즈쇼」가 주는 서스펜스적인 요소들이 그러하다.

   ‘조’라는 인물은 우리가 영화나 TV에서 흔히 본 그저 그런 형사의 캐릭터이다. 그런 면에서는 백화점의 점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두 요소들 간의 차이점은 관찰자에게 있다. 우리는 ‘조’는 눈여겨보지만 점원들을 눈여겨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조」의 이야기가 그저 그런 경찰의 이야기가 아니라, 눈여김의 대상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며 여기에 작가는 ‘조’라는 인물이 투입하여 그저 그런 삶이 아니라 일종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서스펜스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퀴즈쇼」에 나오는 사람을 우리는 TV를 통해 혹은 그 밖의 루트로 일주일에도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을 보고 있다. 우리는 쇼를 보면서 주어진 상금에 대하여 그리고 우승자의 기분에 대하여 아주 잠깐 흥분의 감정을 느낄 수는 있지만 채널을 돌리면서 마주하게 되는 드라마의 이야기 속에 더 오래 빠져든다. 우승자의 사생활 따위에는 큰 호기심을 갖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은 후엔 수많은 퀴즈쇼 우승자들이 ‘은이’ 혹은 ‘자말’(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으로 보일 것이다. 조만간 영화나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이번 단편집은 아주 두꺼운 분량의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편이라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때로는 50페이지가 넘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2페이지짜리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김소진의 짧은 소설과 분량은 비슷하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김소진의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유머와 슬픔을 준다면, 김영하의 짧은 소설은 비현실적인 내용에서 현실감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 다시 말해, 순간 멍해지는 느낌을 받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내 든다.

 

  형식과 내용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추구한 결과물이 바로 이번 단편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청탁이 들어오지 않은 채 쓴 단편들도 많이 실렸다고 하는데 그러하기에 더 자유로운 이야기가 들어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는 잘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표지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하지만 난 이번에 새롭게 찍어낸 일괄적인 모든 표지들이 작가의 개성과 자유로움과 거리가 멀어 불편했다. 가장 기계적인 느낌을 주어 미래 독자들의 호감을 목적이어서 아직은 미래인이 되지 못한 내게만 유독 그리 느껴지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점을 제외한다면 이번 단편집이 김영하라는 작가에게 품은 개인적 의구심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문득 몇 해 전 김영하 작가 홈피에 글을 남기던 날들이 생각난다. 그 때의 홈피는 지금처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길을 잃지도 않았다. 그 때 난 늘 끝인사로 ‘사랑하는 하루’가 되라고 남기고는 했는데 그는 아마 이미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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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철학자 휴고 1 - 학교에는 왜 가야할까? 꼬마 철학자 휴고 1
오스카 브르니피에 글, 자끄 데프레 그림 / 이밥차(그리고책)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TV를 즐겨보는 집이 아닌지라 각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어디에서 뭘 몇 시에 하는지 잘 모른다. 특히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시간은 <보니하니쇼> 딱 하나만 안다. 그것도 작년 기준으로...작년에 그 프로그램을 볼 때 아이는 진짜 범인을 찾는 코너를 가장 좋아했고 나는 바로 <꼬마 철학자 휴고>를 가장 좋아했다. '나는 모르는 게 많아♬ 계속되는 질문이 좋아 ♬'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하지만 이후 아이가 <보니하니쇼>에도 관심을 잃고나서는 자연스레 휴고를 만날 일도 없었다. 가끔 보고 싶었지만 TV 시간이라는 게 나에게 맞춰주는 게 아니니까 아마 이후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책으로 나온 게 아닐까? 어릴 적에 뿡뿡이와 뽀로로 등 애니메이션 책들을 사주었고 그 책들을 아이가 굉장히 좋아했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그런 경험들을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빠져 애니메이션을 거의 보지 않는 덕에 그런 류의 책은 사지 않게 되었다. 작년에 휴고를 몇 번 만나고 근 일 년만에 만나는 휴고를 책으로 만난다는 느낌은 어떨까?

 

 

 

일곱 살이 맞는 10월, '학교'라는 공간을 2년째 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유치원생인지라 멀게 만 느껴졌었는데 문득 문득 긴장이 되긴 하는 모양이다. 마침 휴고 1권의 주제는 일곱 살 아들에게 딱 좋은 질문을 했다.

학교에는 왜 가야 할까?

 

아이에게 물어보니 '배우러 가는 거지!'라는 당연한 답이 나왔다. 그리고 휴고도 말해준다.

 

그래, 맞아. 학교에서는 뭔가를 배워.

 

의기양양해진 아들, 그러나 그 이후에 사정이 달라진다.  휴고가

그런데 교실에서만 배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라고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자신도 샘과 같이 자전거를 아빠에게 배웠고, 놀이는 친구들에게, 공룡과 우주 지식은 책으로부터 배운 경험이 있는지라 휴고의 말에 말문이 막힌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휴고는 이야기 한다.

학교에는 선생님이 있고, 많은 친구들과 놀 수 있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법도 배우고, 나중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곳이라는 여러 이유들을.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이는 아까 전에 내놓을 수 있었던 단 하나의 답 '배우러 가는 거지!'를 넘어서 '친구들하고 같이 체험을 할 수 있다'던가 '급식 먹을 때 예절을 배운다'는 등의 답을 더 쏟아낸다. 휴고가 질문을 던진 보람이 있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바로 그 질문 말이다. 휴고 고마워! 다음엔 어떤 질문을 던질 거니? 그나저나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널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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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산 책

페이퍼에 관심 신간들을 이야기하며 많이 거론한 책들 중 일부를 구매했다.

 

 

  이 책을 사니 적립금도 주고 알사탕도 주고 북마크도 준다. 요즘 와우북에서 핫하고 가볼만한 부스는 <마음산책>인듯한데 그곳에서도 북마크를 주는 모양이다. 내가 받은 북마크는 영사기 모양이다. 아들이 뺏어선 공룡책에 끼워두고 주질 않는다....

  더불어 이달의 선물 <책베개> 대상 도서를 세 권 한번에 써먹어서 다음에 또 받을 수 있을지 어쩔지도 모르는데 아들이 그것마저 자기 공룡베개 옆에 두고 자기 것이라며 선언했다! 엄마가 사준 그림책 두 권은 아직 펴보질 않았다. 엄마만 좋아서 쓰담쓰담 중이다. 하지만 확신한다. 펴 보는 순간, 너 반할 거야!!

 

 

 

 

 

 

 

 시를 전체가 아니라 한 두 행을 발췌하여 그림과 배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의심반 기대반으로 구입한 책이다. 그런데 택배 박스를 여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 책에 손이 가고 펼쳐보니 의심은 사라진다. 문장은 본래에도 작품이지만 그림과 더불어 있으니 회화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오은 시인의 이름을 보고 구입했는데 그의 시 중 내가 좋아하는 <이국적 감정>의 문장이 있어 기대했으나 왜 이 시에는 그림이 없는걸까? 괜히 서운하다.

 함께 주는 엽서가 탐이 나 더 사고파진다^^ 이 탐심! 선물용이 더 좋은 책이다.

 

그 외의 몇 권을 더 샀지만 아직 미처 펼쳐보지 못했다. 아들을 위한( 실은 내가 좋아서 산) 그림책 두 권은 따로 조만간 리뷰를 써볼까 하여 소개를 생략하고 나머진 지난 번에 포스팅한 반값도서들 중 세 권 샀다.

 

 

# 근래에 읽은 책

 

<구매>

지난 달 근처 도서관에서 진행된 도서교환행사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해문출판사판의 책을 두 권 교환했고 그중 한 권을 읽었다. 제목을 어떤 책에서 추천하는 것을 본 것 같아 선택했는데 과연 재미있었다. 이제 드디어 애거스 크리스티에게 적응한 것인가 그동안은 그저 작가에게 따라가듯 읽었는데 이번엔 제법 추리라는 것을 해 보았다. 범인을 찾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실제로 살인을 목격한 것이 조이스가 아니라는 것은 맞췄다. 그런데 미란다의 친부의 설정을 마치 그리스로마신화 식으로 끼워넣은 것은 좀 억지스럽다.

 

 

 

 

  <대출>

 지난번에 [출판 24시]를 읽었을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아마 저자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내가 달라진 것일 게다. 그 사이에 [이방인]에 대한 번역 논란이 거세게 일었었으니 말이다. 이 소설 역시 김윤식 평론가 및 이인화, 신경숙의 표절 문제를 실명으로 공개하며 소설화하였지만 실제로 이 소설이 소설이라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지면에 실어줄 통로를 찾지 못해 이러한 방법을 택했는가는 모르겠다만 사설이나 기고의 형식으로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저자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대출>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이 무색하게 범죄의 내음이 강한 1900년대 초반 대형 책도둑들의 전성시대를 다룬 책이다. 책이 당시에 그처럼 귀한 존재였다는 것은 반색할 노릇이지만 이쯤되면 이들에겐 면죄부를 줄 수 없게 된다. 앎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돈에 대한 욕망으로 저지른 일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뉴스에 보니 오프라인 서점에서 신간을 다량으로 훔쳐 알라딘 중고매장에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요샌 책장사가 안된다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피해를 입힐 것까지는 없는데 참 사람들.....

 

기존에 '책도둑'이 주는 낭만적 정서를 탐정적 정서로 바꿔준 책이다. 아직 영화든 소설이든 [책도둑]을 못 만났는데 너무 만나고 싶어진다. 책 도둑들을 감화시켜 다른 도둑들을 잡게 한 버그퀴스트가 인상적이다.

 

 

<구매>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남긴 여섯 편의 작품을 현재 포레에서 출간 중이고 현재 3권이 출간되었다. 그 첫번째 책이 [봄에 나는 없었다]인데 이 책을 비롯한 여섯 편의 작품은 추리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자하면 애거서 크리스티가 추리 소설 속에서 인물의 마음을 세밀하게 그려낸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가 있다. 오로지 조앤의 마음만으로 책 전체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 흐름 기법과도 유사한데 그보단 따라가기가 쉽다.  무엇보다 이 시리지의 표지가 맘에 든다. 종이의 두께는 너무 두껍다 싶지만.

 

 

<대출>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시리즈는 굉장히 의미있는 시리즈이다. 추리소설 작가들의 소설 작법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1편은 아닌가?(개인적으로는 1편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검은 수첩]은 마쓰모토 세이초에게 빠져든 사람이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가 추리 소설에 대하여 가진 생각은 물론 그가 소설을 쓰기 위해 기록한 검은 노트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장에 실제 사건들을 자세히 기록한 내용은 그것들이 소설이 아닌 실제이기에 읽는 것이 불편하고 더 무서웠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말에 따르면 현실성을 갖고 있으며 우리의 삶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들과 수법들을 써야한다는데 그렇게 해야 재미를 느끼는 게 맞기는 한데 독자가 읽을 때에는 이것이 소설이라는 착각을 하므로 즐길 수 있지 실제라고 생각하면 즐길 수 만은 없으니 모순되는 점이 있다. 아마 그 두 방향이 모두 존재하기에 우리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즐김의 요인일지도. 현실인듯 현실 아닌 현실 같은 사건들.

 

 

#  곧 살 책들

와우북 방문 일정을 잡았다. 일요일 점심 즈음.

일단 핫한 <마음 산책>과 <북스피어>를 가볼 참이다.

 

신간의 경우는 리퍼 도서가 아닌한 적립금이나 알사탕 등을 고려했을 때, 특히 올 때의 짐의 무게를 생각했을 때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그래서 목록을 정해놓되 와우북에서 살지 돌아와 온라인에서 살지는 확실하지 않다. 와우북에서 사든 온라인으로 사서 베개를 하나 더 받든 할, 구매 예정 목록이다. 순전히 건망증이 국가 대표급인 나를 위해 정리해 둔다. (무게 걱정에 일단 가 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바퀴 달린 가방 가져가고도 싶지만 내가 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백팩 하나에 의지하고자 한다.)

 

 

 

 

 

 

 

 

 

 

 

 

 

 

 

 

 

 

 

 

 

 

 

 

 

 

 

 

 

 

 

 

 

 

 

 

 

 

 

 

 

 

 

 

 

 

 

 

 

 

 

 

 

 

 

 

 

 

 

 

한글날이 다가오는데 아이에게 읽어줄만한 책이 세종대왕 위인전밖에 없다.

 

 

 

 

 

 

 

 

 

 

 

 

 

와우북에서 살 책 팁이나 한글 관련 일곱살 남자 아이가 읽을 만한 책 추천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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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4-10-0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 실비아 플라스 책 세 권을 샀고, 구형의 황야도 샀다. 그 외엔 계획에 없던 책들을 샀는데 그랬더니 9만원을 썼더라...

그렇게혜윰 2014-10-1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났더니 금세 값을 내린 신간은 무슨 경우인고ㅠㅠ

그렇게혜윰 2014-11-0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먼자들의 국가, 불륜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