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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파도
유준재 글.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방금 유치원에서 책읽어주는 어머니 봉사 활동을 하고 오는 참이다. 오늘 읽어준 책은 유준재 작가의 [파란파도]였다. 아들 친구들이기는 하지만 이맘 때 아이들의 읽기 수준이 제각각인지라 사실 아들 밖에 관찰 대상이 없는 자로서 이 책이 좀 어렵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이들은 집중해서 잘 들었다. 하긴 늘 귀엽고 쉬운 이야기만 듣다가 묵직한 이야기를 듣는 경험이 신선하기도 할 것이다. 대신 비교적 긴 내용을 네 번 연속으로 읽다보니 내 목은 갈라지고 혀가 짧아졌다.
표지를 보고 아이들은 이 동물이 말이라는 것은 금세 알아챘다. 이어 올해가 '말의 해'라는 점을 이야기 나누고 자신들은 '쥐의 해'에 태어났다는 것까지 진행되었다. 제목이 왜 '파란 말'이 아니라 '파란파도'일까에 대해 아이들은 비교적 쉽게 그게 이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고보니 '파란 파도'가 아니라 '파란파도'였다!!!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이라 옳든 그르든 일단 전쟁 이야기에는 집중하는 힘이 컸다. 읽어주며 목소리도 그럴 듯 하게 흉내내고 그랬지만 아이들이 뒷이야기를 잘 이해할까 궁그했는데 내가 아기 울음 소리를 내고 말이 다리를 굽히는 부분을 읽어줄 때 네 팀의 아이들은 모두 같이 집중했다. 그리고 말이 사라지는 그 장면에는 정적이 흘렀다.

귀한 말이 귀한 행동을 하고서 삶을 마감했다는 것에 대해 아이들은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알고 있었다. 전쟁을 위해 쓰인 말의 삶이 얼마나 혹독하고 비참했는지도, 타인을 위해 희생한 삶이 얼마나 가치로운지도. 나의 말이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까지는 생각하기 어렵겠지만 두고두고 같이 읽으면 그것까지도 이야기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소집단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끝내고 나니 아이들은 황급히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 찰나 색종이를 이용한 '말색깔 바꾸기'를 보여주니 아이들 엉덩이가 다시 바닥에 붙는다.
"파란 말이 지나갈 때 파도처럼 보여서 파란파도라고 불렀대. 그럼 노란 말은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노란 파도" "노란 바나나".....
"그럼 빨간 말은?"
"빨간 피" "빨간 태양" "빨간 사막".....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뒤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며 물었다.
"넌 어떤 색 말이 좋아?" "검은 색이요" 등등
시간이 부족해 교실에 가서 해 보도록 했지만 그 뒤의 상황은 모르겠다.
이후 팀의 아이들에게 물으니 아이들이 열심히 색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궁금한데 알 방법이 없다^^

글 그림 아래 작가의 이름을 비워두곤 아이들에게 중요한 일인양 말했다.
"거기에 네 이름 써도 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