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부인 The Collection Ⅱ
벤자민 라콩브 글.그림, 김영미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작가 꼭꼭! 

벤자민 라콩브 (Benjamin Lacombe)

1982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파리지앵. 이 책에선 영어식으로 이름을 표기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방자맹 라콩브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2001년 국립장식예술학교에 입학, 조형 미술을 공부하면서 에니메이션, 광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젊은 작가답게 잡지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을 보니 작품 속에 나오는 '나'와 외모가 비슷해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나비 부인] 외에 [앵두와 콩이]라는 그림책으로 미리 만났는데 그림이 예뻐서 인상깊었고 오동통통 귀여운 앵두의 모습이 초초와 눈매는 닮았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그의 작품에 대한 정보는 일러스트레이터 정소현 님의 블로그에 가면 더 볼 수 있다.  

http://blog.naver.com/hyunso1009/140204363438

http://blog.naver.com/hyunso1009/140204436292

 


◐ 내용 꼭꼭! 

오, 나비! 나비의 날개를 건드리면 그 나비는 죽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와 나비(오페라에서의 초초)는 동상이몽을 하며 결혼을 하게 된다. 이미 시작부터 비극을 예고한다. 서문의 저 첫 문장으로 나비의 죽음은 이미 정해진 바, 우리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초초, 가련한 나비의 삶으로.

 

 

 

 

 

 

 

한낱 놀이로 이국에서의 결혼을 결심한 남자와 그 사랑에 자신의 남은 모든 인생을 걸어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가차없이 버리고 그의 조국에 대한 모든 것을 수용하며 자신을 미국 부인이라고까지 규정해버린다. 그런 그녀를 비겁하게 속이고 떠난 남자를 헛된 희망 속에서 기다리며 아이까지 낳은 나비를 끝까지 외면하는 '나'에 비해 그의 진짜 부인 케이트는 도리어 용기 있다. 어쩌면 그녀는 나비를 만나며 우는 그 순간, 그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녀가 자신에게 한 말을 지금의 시점으로 본다면, 그에게 훨씬 적절한 말이다.

"명예롭게 살지 못하는 자, 명예롭게 죽을지어다!"

 

나비는 내 영혼에 영원히 새겨졌다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할 무렵, 승려의 저주를 받고 우는 나비를 안고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 사랑은 쉬이 식었고, 애시당초 유지할 의사가 없는 사랑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비는 그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졌다. 더불어 벤자민 라콩브의 [나비 부인]은 읽는 이의 영혼에 깊이 새겨졌다.

 

화첩, 병풍책, 아코디언북 등 이 책을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지만 그 어떤 말도 이 책을 설명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그림책이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점을 새삼 상기시키자면, 굳이 호들갑스럽게 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벤자민 라콩브의 [나비 부인]은 아주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그것이 가장 적절한 수식어일 것이다.  두 페이지 단위로 글만 가득 싣기도 하고 글과 그림을 함께 싣기도 하고 두 페이지 가득 그림으로 채우기도 하고, 한 페이지에만 그림을 두고 여백을 빨강으로 처리한 구성은 그림에 집중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 분명한 글이 없는 뒷면의 긴 그림, 그것은 페이지를 넘겨가며 읽어도 좋고 죽 펼쳐둔 채 한 눈에 보아도 아름답다. 서사가 분명한 앞면의 그림과 달리 몽환과 환타지로 가득한 푸른 그림은 아름답다 못해 서늘하다.

 

 


 

◐ 마음 꼭꼭! 

이 책이 처음 출간될 예정이라고 할 때 책의 실물을 보기도 전에 놀랐다. 일찌기 [나비 부인]을 접한 적이 없지만 표지를 보는 순간 이 책만이 [나비 부인]이 된 것만 같았다. 나비(초초)의 저 표정과 그녀를 둘러싼 푸른 나비들의 모습은 오페라 그 이상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실제로 이 책을 읽자마자 오페라를 찾아서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림책] 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물론 스토리가 가지는 힘이 있고 음악이 주는 흡입력이 있지만 몽환적이과 함축적인 이 책의 느낌을 이기지 못했다. 초초 역의 성악가가 전혀 하늘하늘 하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전부터 '나비'를 좋아했다. 개인 블로그의 대문 사진으로 보랏빛 나비를 올려둔 게 오래되었고, 물포나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일렁이는 것이 좋아 나비 전시회도 여러 번 관람했다. 하지만 당분간 '나비'는 가련하고 지고지순한 한 여인으로 내 가슴에 남을 듯 하다. '나'가 사랑에 빠질 때 느꼈듯이 나 역시 나비는 내 영혼에 깊이 새겨졌다.

 

이 책은 무척 고가의 그림책이다. 내용도 대부분의 그림책이 영유아, 아동을 대상독자로 탄생하는 것과 달리 사춘기 이후의 소년 소녀들과 어른들에게 더 적합하다. 이런 그림책이 '그림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되었다는 점이 놀랍고 한편 고맙다. 내지가 좀더 빳빳하여 내구성이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의 그림책의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그림책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이런 그림책을 출간하려는 의지가 굳건한 출판인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 이런 그림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투자할 수 있는 경영인들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 독자 북펀드로 후원하기엔 도움이 부족한 거 같아 송구하다. 그저 응원의 메시지였을 뿐이었는데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벤자민 라콩브의 다음 작품도 함께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