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을 오라니 철학하는 아이 1
클레어 A. 니볼라 글.그림, 민유리 옮김 / 이마주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작가 꼭꼭! 

오라니를 계속 찾았습니다.

클레어 A. 니볼라(Claire A. Nivola)

미국의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어린이책 작가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는 《검은 땅에 핀 초록빛 꿈》, 《나의 아름다운 바다》, 《숲 속으로》, 《엘리자베스》등이 있으며 《오라니》로 2012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2011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최고의 논픽션 책’, '
2011 혼 북 선정 ‘최고의 논픽션 책’, '2011 키르쿠스 리뷰 선정 ‘최고의 어린이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만난 작가의 작품이다.

 

작품 뒤에 그림책에서는 드물게 작가의 말을 길게 적었는데 이 책이 자신의 고향인 오라니를 그린 작품이라 그런가 보다. 지중해 한가운데에 있던 오라니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작가의 아버지를 위한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 내용 꼭꼭!

그 안에 오라니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에서 출발한 가족은 지중해 한가운데 사르데냐 섬의 오라니마을에 도착한다. 그 마을은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겨주는 친척들이 있고 수많은 좁은 골목마다 이야기가 숨어 있다. 아기가 태어나기도 하고, 둥지에서 떨어진 새를 발견하기도 하고, 한 노인의 장례가 치러지는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마을의 할머니들은 과자와 초콜릿을 가지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친척 아저씨는 가게에 들린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주고, 어느 집 부엌에 들러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기도 한다. 책 속의 글처럼 '마치 마을 전체가 우리 것인 것만 같'다. 그 마을이 바로 아버지의 고향 오라니 마을이다.

 

"글쎄, 여기가 더 좋은 것 같은데."

 

지난 주엔 아이를 시골 할아버지댁에 데리고 갔다. 가기 전부터 아이는 집이 낡았다느니 파리랑 모기가 많다느니 하며 썩 내켜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려가서 아빠와 함께 싸이카를 타고 논과 밭을 돌아다니고 한참 있다 돌아오더니 자기는 시골이 정말 좋단다. 산도 가깝고 바람도 시원하고 눈이 시원하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자면서 입으 내복을 입은 채로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실컷 논 아들을 놀려보았더니 '여긴 시골이라서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밭에 가서 따오면 되고 마을 입구의 정자에서 내복입고 떠들고 놀아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이 무척 마음이 편했던 모양이다.

 

오라니 마을의 사촌들이 '나'에게 묻는다.

"미국은 어때?"

"글쎄, 여기가 더 좋은 것 같은데."

 

그 마음 나도 알 것 같다. 오라니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건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데에 반해 뉴욕의 사람들은 일행이 아니라면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니까. 요즘은 일행들끼리도 각자의 휴대폰만 보느라 그들마저도 눈

 

 

 

을 마주치지 않는다고 하니 마주한다는 경험 자체가 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귀한 경험이 일상적인 곳이 오라니이다.

 

 

◐ 마음 꼭꼭!

자기만의 오라니가 있을까?

어릴 적 자신에게는 하나의 세계였던 오라니를 어른이 되어서도 자꾸만 찾고 싶어지는 것은 좁은 골목을 누비며 모두가 서로에게 눈을 맞추던 그 시간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에만 해도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자란 순수 도시 토박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 우리들의 아이들은 명절이 되어 할아버지댁에 가도 또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일 뿐일 때가 많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시골서 나고 도시에서 자라 때가 되면 시골로 향하니 저절로 아이에게 할아버지댁은 시골의 다른 말이 아니다. 아이가 커 갈수록 그렇다는 사실이 고맙게 여겨지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더더욱 귀한 마음이 든다.

 

공동체가 사라지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를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썩 의미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 따라 우리가 과거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기만의 오라니는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한참을 달려 가야만 하는 아주 먼 거리의 물리적 지역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돌아가고 싶은 어느 지점, 그것을 추억해본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일이다. 저기 깊은 곳에 자기만의 오라니를 한 번 생각해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