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브론토 사우루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내 눈길을 끈 것은 표지에 그려진 아파토사우루스의 골격과 [힘내라 브론토 사우루스]라는 제목에서의 공룡 이름이었지 진화 과학자로 유명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만큼 나는 과학이라는 영역에 무지했고 그저 공룡을 좋아하고, 우주를 좋아했던 어린 아들의 엄마로서 가질 수 있는 과학 지식만 겨우 갖고 있던 터였다.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는 내 예상과는 달리 공룡에 대한 책이 아니었고(하긴 이 정도의 공룡책을 다 읽어내면 근방에서는 공룡 권위자로 행세해도 될 정도겠다.), 진화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자연학 에세이 선집으로 출간되는 시리즈의 세번째 에세이집이다. '진화 = 다윈'의 스키마가 형성된 나로선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을 적엔 굴드의 생각을 얼마나 다윈의 주장과 비슷한가에 초점을 두고 읽게 되었다. 물론 이내 수정이 필요했다. 그는 다윈 이후 최고의 생물학자라고 평가받기는 해도 철저한 다윈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가 대중적 글쓰기를 한다고 하여 폄하하기도 한다고 하나 그 '대중'에 나는 포함이 안되는지 이조차도 버거운, 어쩌면 뇌를 자극 시키기에는 더없이 적절한 난도의(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없다.) 글들이다. 그조차도 자신의 에세이들 중 최고의 35편을 꼽아 출간한 것이라고 하니 읽고 나서 느낀 뿌듯함은 그런 당당함의 결과인가 보다.

 

800쪽에 가깝고 35편에 달하며 생물학에서 천문학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 이 책에 대하여 어떤 식의 글로 응할 수 있을까? 밑줄 치고 끄적인 부분들을 정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서른 다섯 편의 에세이들은 그 자체로 이미 그의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하였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정리를 한다는 것은 소모적인 일일 뿐이다.

 

그보다는 이 책을 읽고 진화 생물학에 대해 새롭게 인식했거나 스티브 제이 굴드에 대하여 생각한 점을 적어보는 편이 그나마 가능한 일 같다. 우선 이 책을 읽고 과학자의 자세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 교과서의 관행이라던가, 돼지 어금니에 대한 진화 과학자들의 편의식 해석이라던가 하는 등의 문제를 다룬 굴드의 글을 읽으면서 과학적 결과물을 얻을 때 많은 과학자들이 그들의 가설과 이론에 현상을 끼워맞추려하는 오류를 저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도 그러할진대 다른 영역에서는 얼마나 합리화가 많이 이루어질 것인가를 생각하면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나마 과학계에선 굴드와 같은 이들이 그런 문제점을 짚어주고 한편으로는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가설이 틀릴 경우 우리의 예상과 달리 큰 동요를 보이지 않음을 알려줄 때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직접 그의 '크기 가설'이 틀렸음을 증명함으로서 그 예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어떤 이론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종종 독자들에게 슬프고 안타까운 일로 비치곤 한다. 그렇지만 과학은 자기 교정을 토대로 번창하기 때문에, 인간 활동 중에서 가장 도전적인 과학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과학자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가설이 거짓으로 밝혀지거나 제기했던 이론이 부적절하다고 판명될 경우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반증은 항상 실망을 넘어서는 긍정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718-719쪽)

 

얼마나 멋진 태도인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프로페셔널한 정신은 자신의 일을 정당화하는 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을 글 전반에 걸쳐 느끼게 된다. 앞서 말했고 서문에서 작가가 직접 "'6년 동안 쓴 60편 중에서 최고, 또는 가장 일관된 35편을 추려낸 것이다.”  라고 말한만큼 이 책은 여타의 다른 에세이들과 달리 과학자의 태도와 방향성에 대해서만큼은 무척 일관성이 있다. 하지만  35편의 글이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고 특히 글의 시작부분에서 펼쳐지는 작가의 박학다식한 지식을 접하면 속으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 얘기를 하는 거지?'라며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게 된다. 과학 무식자가 과학에세이에게 설렐 수 있다는 점이 스스로도 신기했다. 그만큼 굴드의 글은 흡인력이 있다. 이 책은 참말로 전방위 과학에세이이자 굴드의 잡학다식함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30편으로 줄였더라면 하는 정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4-06-24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평이 좋아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예요.
일단 표지랑 제목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끄는 데가 있는데, "흡입력 있는 굴드의 글"이라니, 꼭 읽어봐야겠어요~~ 불끈!

그렇게혜윰 2014-06-24 09:52   좋아요 0 | URL
저 이런 책을 잘 못 읽는데(최재천 교수의 책만 읽어본 것 같아요.) 적당한 무게감과 적당한 유머를 갖춘 것 같아요.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