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6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손향숙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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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요즘 EBS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정글북'을 즐겨보고 있지? 그걸 재밌게 보는 널 보면서 내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애니메이션 '정글북'이 떠올랐어. 모글리라는 이름이 타잔이라는 이름에 어느 순간부터 밀려 있었는데 네 덕분에 늑대소년 모글리가 다시금 내 곁에 왔단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에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내용들이 나오곤 했어. 물론 재밌지만 말이야. 문득 [정글북]의 진짜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단다. 엄마가 어릴 적 TV에서 보던 만화 영화를 내심 기대했을지도 몰라.

 

그렇게 엄마는 [정글북]을 펼치기 시작했단다. 모글리가 부모를 잃고 늑대 소년이 되게 된 과정도 알게 되고 바기라와 발루 그리고 카의 이름까지 오랜 기억 속에 묻혀있던 이름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 하지만 엄마가 어릴 적에 보았던 모글리의 모습은 책 속에 그려진 모글리의 모습과는 느낌이 달랐어. 네가 보는 요즘의 애니메이션 속의 모글리와도 다르고 말이야. 도대체 그때와 지금의 만화 영화 속의 그 많은 이야기들은 대부분 책에서 찾을 수 없는 내용들이라는 점이 무척 당황스러웠어. 그뿐만이 아니라 모글리의 모습도 책에서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낯설기도 했단다. 아마 이 책의 저자인 키플링 아저씨가 표현하고 싶었던 늑대 소년의 모습과 정글의 생활이 만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과는 달랐던 모양이야. 애니메이션 속의 모글리는 귀엽고 보호해주고 싶은 순수하면서 장난꾸러기인 모습이었는데 책 속의 모글리는 그보단 더 용맹하고 남자다운 모습을 갖고 있었어. 키플링 아저씨는 시어칸을 죽이고 인간 사회를 떠나는 모글리의 거친 모습과 집념 그리고 반다로그들에 비해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글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인데 디즈니 영화사는 낯선 정글에서 겪는 모글리의 신나는 모험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야. 참 다르지? 우리가 봤던 애니메이션은 키플링 아저씨의 [정글북]의 기본 설정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뭐가 더 좋을까?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책에는 모글리가 주인공인 이야기 세 편 외에도 하얀 물개 코틱의 이야기, 코브라를 물리친 몽구스 리키티키의 이야기, 아무도 보지 못한 코끼리의 춤을 본 순수한 코끼리들의 투마이 리틀 투마이의 이야기, 여왕 폐하에 대한 충성심이 충만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함께 있는데 읽으면서 키플링 아저씨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물들의 삶에 가까이 닿아 있는 이야기들이었어. 포기를 모르는 코틱의 모습과 용맹한 몽구스 리키티키의 모습은 감동적이기도 했고 리틀 투마이가 코끼리의 춤을 본 것에 함께 감탄했지. 하지만 마지막 작품인 <여왕 폐하의 신하들>의 경우엔 공감하기가 어려웠단다. 사실 살짝 지루하기도 했고 동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이해가 안되어서 키플링 아저씨에게 실망하기도 했단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알아 보니 키플링 아저씨의 이야기는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고 해. 엄마는 <여왕 폐하의 신하들>의 경우가 그러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글북]에 실린 이야기 모두에 대해 좋지 않은 의견을 갖고 있어. 물론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

 

너와 함께 내일도 TV 앞에 앉아서 '정글북'을 보게 되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엄마는 이전과는 다르게 시청을 하게 될 것 같아. 물론 당분간은 네 곁에서 함께 만화 영화를 즐기겠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너에게 이 책을 건네게 되지 않을까? 아마 그때 너도 당황하기도 하고 낯설어하기도 하며 이야기에 대한 나름의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될 거야. 내가 그러했듯이 말이야. 그 날을 기대해볼게 일단은 그냥 모글리와 친하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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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영화로 만드는 작품을 보면,
원작에 없는 이야기도 꽤 넣고,
원작에 있던 재미난 이야기를 살리지 못하는 때도 잦더라고요.

<마녀 배달부 키키> 이야기도 원작동화를 읽으니
만화영화는 원작동화에 있는 재미를 거의 안 살리고
아주 작은 점을 바탕으로 다른 이야기를 많이 집어넣어서
변형시켰더라고요...

일본에서는 <마녀 배달부 키키> 원작동화를 많이 읽고 난 뒤에
만화영화가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원작동화를 제대로 읽은 아이나 어른 거의 없이
만화영화로만 이야기가 잘못 알려질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어느 모로 보면
만화영화와 원작은 서로 다른 작품으로 볼 수 있기도 하겠지요......

그렇게혜윰 2014-01-27 09: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영화도 그렇구요.
아이템만 가져다 쓴 ㅋㅋ 가끔은 영화가 더 좋을 때도 있으니까요^^

정글북은 정말 서로 다른 이야기더라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