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의[ 4월의 미 7월의 솔]이라는 제목에 기대어 보자면 11월은 그 둘을 합쳐 '미솔의 달'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계산을 한 적이 있다. 근데 책구매의 경우만 보자면 11월 나의 책구매는 조화롭게 미와 솔을 동시에 치지 못하고 미만 쳤다. 그냥 미친 구매의 달이다.
얼마 전 북펀딩한 [다시 태어나다]를 샀다. 북펀딩에 참여한 책이기도 하고, 북펀딩 당시 2쇄에 독자북펀딩 명단이 기재가 된다고 하여 기왕 살 거면 기념이 되는 2쇄를 사고자 해서 미뤄두었었다. 혹시 몰라 이후출판사 블로그에 여쭤보니 다음 주 2쇄를 찍을 예정이지만 명단은 1쇄에 기재되어 있으므로 '지금이 적기'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어제 휴대전화로 구매했다.
이 책 말고도 몇 권 더 살 책이 있었고 늘 그렇듯 5만원을 넘기고 일력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어찌저찌해서 주문 취소를 하고 다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무슨 책이 장바구니에 담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다. 당황했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했고 뭔가에 맞은 듯 했다. 세 권은 분명했다. 그리고 나머지를 어찌저찌 생각해냈으나 다시 담으려고 보니 굳이 당장 읽을 일이 없었다. 그 즈음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너, 일력 필요해?" 아니다. 휴직 중이고 집에서 굳이 일력을 쓸 일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채웠던 책들 중에 몇 권을 빼고 꼭 사고자 했던 3권만 구매했다.
오래도록 기다렸던 [수학자의 아침]이 기다린 동안 출간이 늦어져서 때를 놓쳤다. 그리고 장바구니 채우기 버릇 때문에 또 늦어진 것이다. 산 책 중에 가장 속상한 책이다. 더 일찍 만날 수 있었던 책인데....오늘 내일 올 것이니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할 테다.
며칠 전 교감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아름다운 문장과 삶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그분께 선물을 하기 위해 [별명의 달인]을 구입했다. 잘 잊어버리시는 그분은 아마 이번 주 내라 식사를 함께 하자는 언약을 또 깜박하셨겠지만 전혀 서운하지 않다. 오히려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고나?^^ 이번 주 약속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우편으로 보내드려야겠다.
3권을 구입하고 나서도 스스로 대견했다. 이 나이에 이걸 가지고 스스로를 대견해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싶어 어이없기도 하지만 요즘의 나의 책구매는 살짝 무분별하다. 지갑 사정은 둘째로 치더라도 책을 사기 보단 읽는 일을 더 사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 길로 가려는 아주 사소한 몸짓이 내게 읽힌다. 늘 잘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작은 몸짓도 소중한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