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기가 너무 구질구질 해서 독서일기를 썼더랬지. 생활일기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거의 욕받이로 쓴 경우가 많아 다시 읽어도 그 불쾌한 기분이 되살아나곤 했다. 그래서 20년쯤 된 일기를 접기로 했었다. 그때까지 일기장을 고르는 일은 내게 엄청 중요한 일 중 하나였는데 아쉬웠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서 즐거움 하나 포기. 그렇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일기를 아니 쓸 수는 없어 시작한 게 독서일기였다. 이전까진 리뷰 중심의 독서 기록이었는데 좀더 가볍게. 누구의 영향이었을까? 요네하라 마리? 장정일? 알베르토 망구엘? 아마 전부였으리라. 그게 2013년이구나. 그때부터 어떤 땐 매일 쓰자하고 쓰고 어떤 때는 내키는 때에 드문드문 쓰고 그랬다.




아들과의 독서일기에서 나는 매일 쓰고 아들은 가끔 쓰는 조화는 내가 그 둘을 크게 다르게 취급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매일의 기록이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한다만. 스스로 하는 결심이 아니고서야 억지 춘향이 아니겠는가? (무슨 비유가 이렇게 옛스러웁지? 얼마 전 유퀴즈에서 조승우를 봐서 그런가?) 그렇게 일기를 함께 썼던 경험은 지금 좀 소원해진 관계에서도 의미가 있다. 가령, ˝엄마 근데 나 인세 안 줘?˝이런 대화라도 하게 되니....그래서 내가 차일피일 미룬다 입금을.

며칠 전 도서관에 갔는데 우리 책을 누가 빌려가 대출중으로 떴다.옆 도서관에서는 신간 코너에 곱게 꽂혀 있길래 내가 슬쩍 잘 보이게 빼두었다. 좀 빌려가 주세요~^^ 아무튼 대출중이라는 상태가 어찌나 반갑던지 이름이라도 알고 싶어져 그 옛날 대출기록카드가 너무 그리워졌다. 뉘신지 모르겠지만 정말 고마워요. 되게 잘 쓴 글은 아니더라도 2013년의 독서일기가 증명하듯 쓴 사람의 진실성은 제가 보장할게요 ㅋ 안 하던 짓은 못 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나도 소환된 피드를 보고서야 2013년부터구나 알게 되었다. 알라딘이 확인해준 진실성이라고나 할까? 땡큐 알라딘!


책이 나오고 한 달여가 지났고 온라인 서점 모든 분야에서 순위밖으로 벗어났다. 신간효과가 사라진 셈. 오늘 아침 문득 생각했다. 책이 좋건 나쁘건 일단 알려지지 않으면 읽힐 수 없다는 서글픈 사실을. 그래서 요즘 일부러 도서관을 많이 간다. 가서 좀 덜 알려진 책들을 빌리고 읽는다. 물론 정세랑과 보부아르도 읽는다. 어떤 경험은 타인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공부가 된다. 내겐 책을 만든(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ㅋ) 경험이 그랬다. 그러면서 동시에 책이 너무 많이 나오는 거 아닌가? 특히 다작하는 작가들의 책엔 놀랍기 그지없다. 원래부터 너무 다작하는 작가들에겐 좀 아리송한 마음이 들곤했다. 히가시노게이고의 편차가 인간적이긴하지. 그러니 뛰어난 작가들은 뛰어난 작품만 발표해 주세요. 그저그런 책은 덜 알려진 우리가(이러면서 슬쩍 묻어가려는 허영심) 낼게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노래를 불러요^^

병원에서 초음파를 너무 궁리하며 보는 의사들에게 묻고 싶은 마음을 입틀막을 유지하며 고분고분하게 있었더니 오늘 손가락이 여기서 열일하는 모양이다. 너무 불안했고 두려웠다. 다음 주까지 그에 관한 아무 생각도 안 하기로 마음 먹는다. 어차피 걱정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므로.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추신 : 최근 읽은 덜 알려진 책의 목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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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8-04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들, 뭐 읽어?] 와, 저자분이시네요!! 저도 이 책 인근 도서관들에 열심 신청하겠습니다

그렇게혜윰 2021-08-04 13:09   좋아요 0 | URL
히히히 그럼 저야 너무 감사합니다 넙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