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재 속 고전 - 나를 견디게 해준 책들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나무연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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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 생각이 단단해지되 유연해져야 하는데도 아직도 '고전'이라는 것에 나도 모르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서경식의 고전 목록은 내가 그동안 고전 목록에서 본 이름이라곤 조지 오웰과 몽테뉴, 루쉰, 반고흐 뿐 다른 작가는 처음 알게 된 이가 절반도 넘고 책의 주제도 대체로 인간의 존엄성을 다룬 인문학 책이 더 많아 당황스러우면서도 신선했고, 나의 편협한 생각을 무너뜨려주어 고맙기도 했다.

 

  책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읽고 싶어지는 책의 목록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이 책 역시 내가 알지 못했던 낯선 책으로 나를 초대해주었다. 우선 두 번이나 소개된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 중 20년동안 쓴 음악 평론을 모은 [사이드 음악 평론]은 음악 바보인 나에게 지적 허영심을 좀 채워줄 책으로 기대가 되었다. 요샌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가 평생을 공들여 쓴 책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작용한다. 조사 기간이 긴 역사 소설들이 그러한데 에드워드 사이드는 굴렌에 대한 글을 쓴 이후 음악 평론을 쓰기 시작했다니 그의 대표작이 이 책에도 소개된 [지식인의 표상]이라고 할 때 음악 전문가가 아닌 그가 했을 그 노력이 더 특별해 보인다.  그리고 떠도는 이름만 한 보따리 들어 이미 읽은 착각이 들지만 전혀 읽지 않은 프레모 레비의 책도 읽고 싶어졌다. 특히 작가가 단 한 권의 책으로 꼽은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그 외에도 다양한 책들의 존재를 알게된 것만으로도 즐거운 책이다. 다만, 미술에 관한 책이라면 서경식의 책을 읽고 싶어졌는데 에드워드 사이드가 인문학자로서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면 서경식은 그 대상이 미술일 테니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서경식 교수의 팬인 독서 모임의 회원 한 분이 이 책을 통해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인생]을 읽고 정말 좋았다고 입에 침을 튀며 추천했기 때문인데 이 책을 읽어보니 나는 그 책 보다 다른 책들의 목록에 더 놀란 터라 우리가 많이들 '책에 관한 책'을 읽지만 그 추천 도서들 중 서로 마음에 닿는 책은 서로 다르다는 점이 새삼스러웠다. 그러면서 '책에 관한 책'을 읽고 꾸려가는 독서 모임을 하나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자신만의 책을 찾아가다 보면 나만의 고전 목록이 좀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겠구나 싶어 혼자 계획서도 만들어보고 그랬다. 하지만 사람을 구할 길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

 

  아무튼 이 책의 낯설고도 매력적인 고전 목록은 서경식 교수에게서 독자에게로 이미 전달이 되었고 그 목록을 취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전적으로 읽는 이의 몫이다. 기존의 목록과 다른 서경식의 목록을 보며 나만의 고전 목록을 만들어보자 하는 마음이 든 것만으로도 좋은 독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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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10-1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목록에 소개된 책들을 찾아서
읽었네요. 아이러니네요 :>

나탈리아 긴즈부르그 <가족어 사전>
니콜라이 바이코프 <위대한 왕>
가토 슈이치 <양의 노래>

인디아스 파괴는 도서관에서도 찾을
수가 없는 책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혜윰 2019-10-15 11:39   좋아요 0 | URL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만날 수 없는 책들이 여럿 있다는 게 가장 아쉬운 점이었어요. 가족어사전은 귀에 익은데 없군요.... 위대한왕도 번역된 적은 있던데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