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엔 카프카를 - 일상이 여행이 되는 패스포트툰
의외의사실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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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어떻게 기획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계문학전집과 카툰의 콜라보레이션이 책장을 넘길수록 경제용어로 말하자면 윈윈전략이요, 관용적으로 말하자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만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만화를 그리는 솜씨 좋은 사람들은 만화로 자신의 독후감을 표현한 예가 몇 있다. 가령, 뚜루의 [카페에서 책 읽기]도 그러하고 요즘 출판사에서 도서 홍보로 카툰을 이용하는 예도 있다. 여하튼 이러한 시도는 내가 전혀 손을 못대는 영역인지라 더더욱 신기하고 놀랍다만 이 책 [퇴근길엔 카프카를]을 읽자니 이건 그냥 그림 솜씨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에 감탄까지 하게 된다.

 

 처음엔 이 책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만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은 못했다. 후에 에필로그를 읽고 나서야 '그랬네?' 했다. 그러니 이 책이 어떤 책을 다루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많은 이들이 읽은 책이기에 스포를 좀 해도 무방할 책들이지만 그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 그 안에 화자를 배치하여 소설 속의 이야기를 현재의 나와 버무리는 솜씨를 보자면 내가 소설을 읽었건 읽지 않았건 모두 공감하도록 만든다. 너무 창조적이지 않나 이런 작업의 형태가!

 

  여백을 살린 간결하면서도 작가와 작품을 드러내는 그림체도 맘에 들어 하나하나 따라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난 민음사패밀리세일에서 이 책을 보고도 왜 사지를 않았나 자책하며 읽기도 했다. 제본 상태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러한 결점을 알고서라도 곁에 두고 하나하나 옮겨가며 때로는 나만의 그림과 글을 곁들이며 모사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름마저 의외인 '의외의사실'이 그린 두번째 카툰 서평집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세계문학전집은 됐고 현대소설 쪽으로 좀 넘어오시면 더욱 좋을 것 같지만 뭐가 됐든 서둘러 주시라!

 

후속 리뷰 https://blog.aladin.co.kr/tiel93/10892182

 

사람들은 모두 오래 봐도 상대방의 한 가지 면 밖에 못 보는지도 모르고 사람과 사물들은 각자의 속도로 각기 다른 대상을 중심으로 제각기 떠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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