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마지막에 맡은 환자는 90세 할머니. 그런데 로봇이나 복강경 수술이 아닌 개복수술을 했다. 나는 속으로 의사를 욕했다. 미친넘, 할머니 나이가 그렇게 많은데 개복 수술이 말이 되는 것이냐? 가족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해도 가족을 설득해서 수술 안 하고 생을 마칠 수 있는 쪽으로 돌리는 것이 맞지. 아무튼 할머니가 통증이 너무 심한데도 바이탈 사인이 안 좋아질까 봐 약도 제대로 줄 수 없었다. 불쌍한 할머니. 오늘이야 수술하고 정신이 없으니 그렇다 치고 앞으로 지난한 회복의 나날을 어찌 견디실지..
2. 나는 미국에 오고 싶은 생각이 1도 없었는데 미국에 와서 살고 있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너무 한심하다. 사실 영국으로 가고 싶었는데 뭣 때문인지 그리 안 가고 미국으로 왔다. 오늘 영국으로 가서 살게 된 남편의 큰형의 큰딸이 보낸 이메일을 읽고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지금도 영국이 너무 좋아서 아주 가끔 영국에 간호사로 가는 법 뭐 이런 거 찾아본다는. 그런데 가족이 있으니 그럴 수도 없는 이유도 있지만, 영국은 여기처럼 월급이 많지 않아서,,, 결국은 돈 때문에... 내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겠지.
큰 조카네 아이들. 인물도 좋은데 교복 입은 모습도 넘 귀엽다! 나도 아이들 초딩 때 교복 입는 거 좋아서 한국에 살 때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다가 너무 힘들어서 나중엔 일반 학교에 보냈지만, 애들이 교복 입으면 더 이쁜 것 같다능.
암튼, 왜 나는 영국을 그렇게 좋아할까? 셜록 홈스니 미스 마플과 같은 미스터리 책 때문이고, BBC에서 만든 수많은 masterpiece 드라마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다. 물론 20대에 배낭여행을 했을 때 처음 간 나라가 영국이었다. 어쩌면 그때 받은 인상이 너무 좋아서 영국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자욱한 안개가 낀 옥스퍼드 지역을 지날 땐 미치는 줄 알았던 기억도 떠오르고. 너무 늦기 전에 영국 여행하고 싶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책이라니!
미스 마플을 생각하면 90세의 여왕이 탐정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과연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 넘 궁금하다.
미스 마플을 뛰어넘는 탐정이 되지는 않겠지? 그러길 바라는 거지?^^;;
여동생이 돌아가신 엄마 생신이라고 음식을 잔뜩 해서 산소에 가서 제사도 올리고 무덤 꽃단장도 한 사진을 찍어서 오늘 새벽에 보냈다. 물론 동생이 있는 한국은 낮이었겠지만 나는 새벽에 계속 올라오는 카톡 메시지 알림을 듣고도 피곤해서 그냥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거의 20개의 카톡 사진을 보냈더라.
나는 동생에게 너무 미안했다. 매년 몇 번을 정성스럽게 아버지 집에서 제사 준비해서 제사도 드리면서 산소에도 일 년에 적어도 3번은 가는 것 같다. 지극정성인 동생은 몸은 힘들어도 맘은 편하겠지만, 사진으로만 제사 구경하는 나는 몸은 편해도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내년엔 꼭 한국에 가서 엄마 산소에 제일 먼저 찾아가고 싶다.
이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제사는 무슨 제사를 지내냐? 너 혼자인데,, 그래서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제사를 안 지낸다는 내용. 우리 엄마도 제사 지내지 말라고 하셨는데 나 말고 우리 가족은 아무도 엄마의 유지를 받들지 않는다. 그러니 부모가 유언을 남겨도 자식이 안 따르면 그만인가?
오늘 90세 할머니는 정말 수술을 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자식들이 하라고 하니까 하셨을까? 어찌 되었든 이왕 수술을 하셨으니 제발 아프지 말고 몇 년은 더 건강(?) 하게 사시길.